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Chapter 448

황룡의 보주 (3)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귀엽게 머리를 까딱거리는 샛노란 생명체.

“웃차.”

내 다리를 감싼 긴 몸통을 풀어 양손으로 잡고 조심스럽게 위로 들어 올렸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흐릿한 광택의 비늘, 아직 자라나지 않은 갈기와 팔다리, 뿔보다는 작은 혹에 가까운 이마의 몽우리 등.

그 외양은 한 마리의 용이라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은근하게 풍기는 왠지 모를 기품은 본인이 신비 그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라는 걸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여기에 온 거니?”

[컁!]

파충류 같은 외형과는 어울리지 않는 강아지 소리를 낸 휘령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내 뺨을 핥았다.

하지만 심령으로 이어져 있었던 덕분에 이 아이가 뭐라고 말하려 했는지는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냥 궁금해서 한번 해 봤다고? 마침 될 것 같아서?”

[뀨르르—!]

“거참, 신기하네. 이런 것도 가능할 줄이야.”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집안 물품들을 구경하는 아기 황룡.

나는 서로를 연결하고 있는 강한 유대와 결속을 느끼며 묘한 눈으로 휘령을 내려다보았다.

‘원래 지구는 용같이 신비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썩 좋은 환경이 아니야. 예외가 있다면 단 한 가지.’

세상의 법칙에서 유리된 존재인 각성자의 소환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세상에 현현하는 것.

물론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강조했듯 이계의 존재를 소환하는 이능은 이미 도태된 지 오래였다.

아무리 이계에서 드높은 경지를 이룬 소환사라도, 다른 세상에 비해 제약이 극심한 지구로 귀환하고 나면 그저 그런 수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난 사정이 다르지. 아무래도 이 녀석, 시스템에 소환수로 인식되고 있는 모양이네. 「황룡의 보주」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것 때문인가.’

일단 자신의 소환수라면 『차원 장벽 완화』 등 여러 가지 효과도 같이 적용될 테니 지금 상황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호루스가 자신이고 자기가 곧 호루스였으니, 녀석 입장에서야 어느 쪽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을지도.

물론 그것과 이 녀석이 지금 이곳에 있다는 걸 완전히 받아들이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하아.”

나는 천진난만하게 눈을 깜박이며 자신을 마주 보는 지구의 휘령을.

동시에 호루스 품에 안긴 채 곤히 잠들어 있는 강환계의 아기 황룡을 응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거, 내 「아바타」가 뭔가 영향을 준 것 같지? 아무리 용이 신통하다고 해도 처음부터 이런 능력을 가지고 태어날 것 같지는 않은데.’

지구와 강환계 양쪽에 존재하는 자그마한 육체들.

물론 내 고유스킬과 메커니즘까지 완전히 똑같진 않았다.

굳이 따져 말하자면 「아바타」의 하위호환이라고 할 수 있을 터.

‘강환계에 남아있는 쪽이 본체인 건 틀림없어. 지금 지구에 나타난 건··· 그 육체를 그대로 이 세상에 투영한 건가?’

누가 뭐래도 자신은 이쪽 계통 최고의 전문가였다.

「아바타」 능력이 거듭 진화하며 자연스럽게 발달한 통찰력 덕분에 현 상황을 파악하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투영할 수 있는 육체는 오직 하나뿐. 거기다 그 적용 범위에도 한계가 있어.’

일단 자신과 달리 휘령의 능력에는 이런저런 추가 제약들이 달려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맹약의 사슬」을 가진 헤스페론이 추후에 좀 더 역량을 키워 다른 곳에서 불러낸다면 또 모르겠지만, 당장은 지금 이곳에 나타난 게 할 수 있는 전부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투영을 한 순간 강환계의 본체가 동면에 빠져 무방비한 상태가 되어버리는 건 물론, 연동된 육체가 입은 피해를 그대로 본체도 공유하는 등 다양한 단점들이 있었으니.

본체와 분신을 완전히 별개의 개체처럼 운용할 수 있는 자신의 「아바타」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뭐, 어차피 휘령이의 본체는 금오도의 본거지 한복판에 있으니 큰 위험은 없겠지만 말이야.’

게다가 투영된 육체도 언제든지 현현을 취소할 수 있었으니, 절체절명의 순간이 왔을 땐 그냥 몸을 빼내면 그만이었다.

자신이 ‘소환 해제’를 이용해 그간 적지 않은 위기를 회피했던 것처럼.

“너 참 대단하구나? 될 것 같다고 해서 바로 실행으로 옮긴 그 행동력도 그렇고.”

[피히힛—! 꺙꺙!]

“···그래, 그래. 아이구 잘났다.”

나는 피식 웃으며 칭찬을 받고 기뻐하는 휘령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번엔 미처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난입을 허용했으나, 이 관계의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있는 만큼 다음부터는 어림도 없었다.

[캬항! 꺙!]

“그래, 그래. 자 여기. 이게 먹어보고 싶다고?”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됐으니 잠깐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작은 아이와 조금 어울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는 어린아이처럼 보채는 휘령을 목도리처럼 휘감고 내 거주지 곳곳을 안내해 주며 그 입에 이런저런 간식거리들을 물려주었다.

‘따뜻하네. 생긴 건 영락없는 파충류 과인데 변온이 아니라 항온 동물인가.’

그동안은 오로지 나 혼자만 이용하던 이 커다란 장소에 간만의 손님이 방문하자, 그간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감정이 내면을 살살 간지럽히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문득 이제는 무뎌졌다 생각한 어떤 충동이 속에서 울컥 치밀어 올랐다.

“···이거 참, 이제 괜찮은 줄 알았는데 말이야.”

사실 나도 외로웠던 걸까.

몸이 여러 개인 만큼 사회생활도 남들의 몇 배는 하고 있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표면뿐인 관계로는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태산이 녀석에게만이라도··· 아니, 아니지. 지금은 마음이 약해질 때가 아냐.’

막 번천회와의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저쪽에 어떤 능력자들을 동원해 어떤 수작을 부려올지 모르는데 함부로 약점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

괜히 지금 상황에서 입을 함부로 놀렸다가 오히려 친구를 더 위험하게 만들지도 몰랐다.

‘괜찮아. 지금은 나와 함께 놈들에게 맞서 싸워줄 인재들도 많으니까. 모든 일을 끝마치고 나면···.’

상념에 잠겼다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은 나는 시선을 휘령에게 돌리며 그 동체를 살살 쓰다듬었다.

지구에서 함께 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 아이를 계속 붙잡아두고 있을 수도 없었다.

“자, 이제 충분히 놀았지? 그럼 슬슬 돌아가 봐. 저쪽에서도 네가 깨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뀨웅···.]

“뭐, 다음에 다시 놀러 오면 되잖아?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꺙!]

휘령이 지구에 넘어온 지 고작 몇 시간.

하지만 시차가 있는 강환계에선 이미 하루가 꼬박 지난 상황이었다.

용종이란 게 원체 잠이 많은 종족이었기에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나, 한창 새로이 탄생한 황룡을 맞이할 축제를 준비하던 금오도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스스슥—

그런 내 마음을 느꼈는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아기 용의 동체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멀어져가는 따뜻한 감촉.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툭—

주먹보다도 작은 머리통이 내 이마에 맞닿았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평소와 같이 넓은 거실 한복판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

어쩐지 평소 이상으로 휑해 보이는 집안.

조금 전까지 정신없이 움직였던 것이 거짓말처럼 차가운 정적이 감도는 집안에 선 나는 가만히 그 정경을 바라보았다.

“하! 이제 막 태어난 녀석이 건방지게···.”

괜히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더 웃긴 건 그 별것도 아닌 행동에 실제로 위로를 받은 기분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걸까.

“···뭐, 넓이에 비해 조금 휑하긴 했지. 이참에 소일거리 삼아 몇 마리 키워볼까.”

그 녀석처럼 똘똘한 녀석이면 좋겠는데.

나는 그렇게 대충 생각을 정리하며 다른 곳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던 상황을 살폈다.

천마신교의 창고에서 수확한 물자들을 정리하는 작업은 이미 진즉에 끝났다.

특별한 힘을 품은 신병이기와 각종 영물들의 내단부터 시작해 고위 요괴에게서 채취한 소재들, 심지어는 제법 많은 수의 여의주까지.

그것만으로도 에너지로 쓸 수 있는 물건은 넘치도록 확보할 수 있었다.

‘온전한 황룡의 여의주를 구하지 못한 건 아쉽긴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교 쪽에서 여의주씩이나 되는 기물을 입수하고도 수십 년 동안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지 않은가?

온갖 실험과 마공 수련 등으로 오염된 여의주들은 이미 원래의 고결함을 잃고 한낱 에너지 덩어리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거기다 마교의 군사였던 천기마선, 탐 녀석이 그걸 가만히 내버려뒀을 리도 없고 말이야.’

어쨌든 덕분에 에너지 문제는 해결됐지만 아쉽게도 곧바로 다음 황룡을 부화시키는 의식을 시작할 순 없었다.

청룡도 가장 큰 문제가 에너지였기에 그 얘기만 우선적으로 꺼냈을 뿐, 당연히 그만한 대의식을 치르는 데 필요한 조건이 그뿐일 리가 없었다.

‘괜히 무리했다간 환계를 유지하는 게 더 힘들어질 수 있다니 어쩔 수 없지. 그 부담을 줄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니.’

휘령 덕분에 한 차례 정신을 환기해서일까.

나는 그제야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조급해져 있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이게 다 번천회라는 강적과 맞서면서 알게 모르게 쌓여 온 스트레스 때문일 터.

놈들을 상대하면 할수록, 그렇게 번천회에 대해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그 뒤에 서 있는 번천회주의 그림자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세계를 통째로 뒤엎고 지구의 질서를 개편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놈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삐를 쥐고 철저하게 통제하는 절대자라니.

‘어떤 이유 때문에 놈들이 음지에서의 행동을 고집하지 않았으면 이미 세상은 번천회의 지배하에 들어가고도 남았을 거야.’

아마 그 제약은 번천회주가 함부로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본인의 무력뿐만이 아닌, 그 힘으로 꾸린 조직에도 어느 정도 통용되는 제한이겠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놈을 억제하는 제약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그걸 위해서 여러 개의 차원을 돌아다니며 세상을 망가뜨리는 것일 터.

놈이 기어코 그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지기 전에 어떻게든 승부를 볼 필요가 있는 건 사실이었다.

지구의 신이 되어버린 놈과의 싸움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거니와, 일이 그렇게까지 흘러갔을 때 자신의 주 거점이라 알려진 한국이 무사하리라곤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나야 「드래곤 레어」도 있으니 어디든 숨으면 그만이긴 하지만···. 그간 내가 쌓아온 기반은 통째로 날아가 버릴 수밖에 없어.’

당장 한국 전역이 전쟁터가 되어버릴 거다.

중국에서부터 발사된 핵미사일들이 국토 전역을 불바다로 만들고 그것을 막기 위해 나서는 순간 번천회와의 전면전이 시작되겠지.

전 인류의 절반 이상을 죽음으로 내몰 계획을 꾸미는 자가 고작 수천만 명의 목숨을 신경 쓸 것 같진 않았다.

“후우, 이런 상황이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하지만 지금까지 모은 정보를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그 시기가 그리 이르게 올 것 같진 않았다.

최소한으로 따져도 앞으로 몇 년은 더 시간이 있겠지.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괜히 조급하게 움직이다가 일을 그르치느니,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순차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이쪽으로 뻗어오는 전방위적인 압박에 대해서. 일단 우리 유능한 인재들이 잘 대응해 주고 있긴 한데···.”

전 세계에 마도구를 팔아치우며 크게 이름을 날린 하워드 인더스트리는 물론, 혈맹을 비롯한 각지의 흡혈귀 조직과 그들이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아이돌 리코리스 등.

심지어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서도 외교적 공세가 시작된 게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아마 번천회에서 손을 쓴 거겠지.’

비록 직접적인 무력까지 동원하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체급에서부터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으니.

‘그래도 이 정도면 아직 버틸 만해. 그걸 위해서 첩보 조직을 재편하고 산하 세력을 모은 거니까.’

그럼 지금 당장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

놈들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판을 엎어버리기 위해, 그리고 더 시간을 벌기 위해 당장 있어야 할 것은?

“정보. 번천회주에 대한. 그리고 놈의 정확한 목적에 대해서.”

지금껏 알아낸 정보는 피상적인 내용들뿐이었다.

근본적인 대책을 위해선, 놈의 노림수를 한 수 앞에서 대응하기 위해선 좀 더 자세한 인과관계부터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그리고 매우 공교롭게도.

마침 그에 딱 알맞은 방법 하나가 막 준비된 참이었다.

***

[자고로 대의를 품은 존재의 사상과 이념은 과거에 행한 족적에서 묻어나오는 법.]

짙은 어둠이 가득한 공간.

그 중심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저하게 파헤쳐주마. 네가 그동안 걸어온 행적을.]

그리고 그 직후.

어둠을 가득 메웠던 압도적인 존재감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

이 세상은 멸망했다.

악마들이 마음대로 지상을 활보하고 인간들은 그들을 피해 지하로 숨어들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인간들은 얼마 남지 않은 물자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며 약탈만을 일삼을 뿐, 악마에게 대항하고자 하는 의지는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미 그런 꿈을 품고 불가능에 도전했던 용기 있는 자들은 모조리 연옥으로 떨어진 뒤였으니.

“끄흐흑! 가만, 가만두지 않겠어···. 내가 반드시··· 라푸아 네놈을 죽여주마···!”

이 세상에서 악마에게 잡혀 농락당하다 목숨을 잃는 것은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지인들도 그저 재수 없다고 안타까워할 뿐, 그 원수에게 복수하려는 마음은 품지도 못했다.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하아, 하아···. 악마, 악마! 놈이 계약한 악마보다 더 강한 악마와 계약할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 배후에 같은 인간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버린 산불이 고의적인 방화로 일어났다면, 그것을 행한 방화범이야말로 진정한 원수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문제는 그 방화범조차 도저히 손에 닿을 수 없는 위치에서 군림하는, 멸망한 세계의 최상위 지배자라는 것이었다.

악마 계약자.

인류를 배신하고 악마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판 노예.

하지만 그 대가로 살아생전엔 부귀영화를 약속받은, 악마의 장난감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바로 악마 계약자였다.

“위대한 존재시여, 지고하신 존재시여. 저의 영혼과 육신 모두를 바치겠나이다. 이 창자가 끊어지는 원한을 부디···.”

그런 만큼 악마 계약자가 되길 희망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죽은 뒤에 어떻게 되든 말든 당장 마주한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건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지 않나!

지금 이곳에서 의식을 행하고 있는 청년 또한 그와 같은 생각을 품고 악마 계약자가 되기 위한 의식을 행하는 중이었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어렵게 알아낸 방법에 따라, 구하기 힘든 귀한 재료들까지 아낌없이 팍팍 사용해 가며.

하지만 악마 계약자가 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게 더 재밌었으니까.

이 청년이 손에 넣은 방법도 그런 생각으로 악마들이 뿌린 가짜 방법 중 하나였다.

힘들기만 더럽게 힘들 뿐 아무 효과도 없는 무의미한 발버둥.

그나마 계약자로서의 재능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약간이나마 가능성이 있을지도 몰랐으나, 안타깝게도 그에겐 일말의 재능도 없었다.

고오오오——

그렇기에.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명백히 이변이었다.

청년이 정성 들여 준비한 제단 위에 뭉치기 시작한 짙은 어둠.

한 점의 빛도 통하지 않는 심연과도 같은 안개가 서서히 형상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오오오! 영겁의 대악마시여! 부디 제 부름에 응하여 주소서—!”

하지만 이쪽에 관련 지식이 눈곱만큼도 없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저 살아남는 데 급급했던 청년은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저 기대했던 대로 반응이 오는 것에 기뻐하며 소리 높여 부르짖을 뿐.

[영겁의 대악마···? 어디서 그런 저급한 이름을 들이미느냐?]

그때, 제단 중심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상의 모든 악을 하나로 뭉쳐놓은 것 같은 압도적인 존재감.

[크크큭, 이 몸은 모든 사자(死者)의 왕이자 죽음의 지배자.]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짜부라질 것 같은 압박감 속에 청년이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어떻게든 정신을 유지하려 했지만 더는 한계였다.

그렇게 서서히 멀어져 가는 의식 너머로.

공포스러운 목소리가 아스라이 흘러들었다.

[한니발 스트라우스이니라.]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