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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9

EP.448 17. 인형의 집 (24)

콤프라치코스의 조직원 대다수는 원래 평범한 농민에 불과했다. 조직이 농지를 싼값에 그들에게 제공하는 대가로 그들은 조직에 노동력을 일정 기간 바쳐야 했다.

그것은 주민들에게 있어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아니, 다시 없을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제국 땅 어디를 가도 지주가 소작민에게 소작료 이외의 것을 뜯는 일은 흔했다. 콤프라치코스가 제시한 조건은 오히려 농민 쪽에서 자청해서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 후한 것이었다.

그렇게 10년 넘게 공생 관계가 이어져 오다 보니 주민들 대다수는 자연스럽게 지혜의 마신 클레벤타인을 섬기게 되었다. 물론 섬긴다고 해봤자 밀밭 곳곳에 그의 허수아비를 세우고 분기마다 제사를 한 번씩 드리는 게 전부였다. 교회에서는 엄격히 금하는 이단 숭배 행동이었지만, 아직 많은 지방과 시골에서는 이런 종류의 사교 의식이 민속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곤 했다.

콤프라치코스의 무장 조직원들은 일종의 지역 민병대라고 할 수 있었다. 인형의 집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의 수는 1만 5천에 달했고 그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가 이 민병대에 속해 있었다.

평상시에는 그들 중 30% 정도의 인원만이 교대로 근무를 섰다. 그러나 오늘은 예정에 없던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민병대원 모두가 무기를 들고 집결하고, 비전투 인원은 농지 외곽의 헛간들로 대피했다.

총원 3,200명 중 오늘 괴물서커스단이 쓰러트린 수는 300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인원들은 마야와 스벤의 계략에 당해 모두 역으로 몰려가 있었다. 그들은 저택이 습격받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가는 길은 순탄하지 못했다. 사방에 밀밭밖에 없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곳의 환경은 환상으로 적을 속이기 딱 좋았다. 마야는 저택으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 밀밭의 환상을 띄어 그들의 방향 감각을 어지럽혔다.

그것만이었다면 그들은 얼마 안 가 길을 찾아 저택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러나 설리반이 랫맨들을 이끌고 밀밭 곳곳에 불을 지른 덕에 그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사방에 치솟는 불길 때문에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마야가 덧붙인 화염의 환상이 그러한 혼란에 더욱 부채질을 가했다.

“불이다! 여기 길이 막혔어! 젠장, 왔던 길로 돌아가!”

“아니, 여기는 또 언제 불이 번진 거지?”

“그쪽으로 가지 마! 거기로 갔다간 불에 둘러싸인다!”

“살려줘! 몸에 불이 붙었어!”

“제길! 이곳은 길이 막혔다! 안 되겠어!”

불타는 밀밭 속에서 삼천 명의 사람들이 길을 잃고 우왕좌왕했다. 침착하게 물러나 불이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리면 잿더미 위를 통과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랬다간 인형의 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불길 속에 갇힌 한 조직원은 타들어 가는 밀밭 속에 우뚝 솟은 허수아비를 보았다. 대략 10m 높이의 그것은 버드나무 가지를 그물처럼 엮어 만들었는데 까마귀와 인간을 반반 섞어 놓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밀밭 전역에 이러한 것들이 서른 개는 서 있었다. 수확이 끝나면 주민들은 이 허수아비 안에 산짐승을 공물로 채워 넣고 불태우는 제사를 치르곤 했다. 허수아비 주변을 둘러싼 불길은 곧 그것을 집어삼켰고 그것은 마치 수확제 때처럼 활활 불타기 시작했다.

“크, 클레벤타인이시여…….”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가 모시는 신을 찾았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제사를 연상시키는 광경을 마주하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신을 향한 기도문을 외었다.

그 필사적인 마음이 닿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인형의 집 지하에서 막 눈을 뜬 존재의 영향력이 여기까지 미쳤기 때문일까. 클레벤타인은 평소라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미약하기 짝이 없는 신도의 부름에 기꺼이 응해주었다.

밀밭에 갇힌 모든 조직원이 동시에 기적을 마주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태워버릴 듯 번져오던 불길이 한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 불의 소용돌이 중심에는 그들이 평소에 밀밭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표지로 삼곤 했던 10m짜리 허수아비들이 있었다.

고오오오. 허수아비들은 불을 본인의 몸 안으로 빨아들이면서 괴상한 소리를 냈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고함을 지르는 것 같았다. 이윽고 주변의 모든 불을 먹어 치운 허수아비들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을 하늘로 쏘아 보냈다.

“오오, 이럴 수가.”

“클레벤타인이시여!”

“마, 마신께서 우리의 기도에 답하셨다!”

그들 중 일부는 함성을 내지르고 일부는 무릎을 꿇고 오열하기도 했다. 밀밭을 태우던 모든 불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그야말로 기적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남은 불은 잿더미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허수아비에 붙은 것뿐이었다. 신기하게도 허수아비들은 불에 전신이 휩싸였는데도 타지 않고 그 형체를 유지했다.

고오오오. 허수아비들이 다시 한 차례 괴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사람들은 놀란 비명을 내질렀다. 그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고개를 돌려 저택 방향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아니, 난 알겠어. 그분이 내려오신 거야.”

“그래. 그래서 그분의 모습을 본뜬 허수아비들이 살아 움직이는 거고.”

잠시 후, 저택 쪽에서 뭔가 큰 울림이 느껴졌다. 그것을 신호로 10m 크기의 반인반조들이 불타는 몸을 이끌고 저택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검은 그을음이 불씨와 함께 발자국을 남겼다.

“우리도 가자!”

“그분이 우리를 이끌어 주신다!”

“가서 그분의 적들을 해치우자!”

삼천 명의 병사들이 불의 거인 뒤를 쫓아 저택으로 향했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마야는 불타는 거인 허수아비의 정체가 뭔지 알고 있었다. 저것들은 마신의 힘이 깃든 불의 정령이었다. 그들은 축제 때 사람들이 발산하는 집단 광기가 마신에게 올리는 제사와 결합해 탄생했다.

먼 과거에는 수확 철마다 종종 출몰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신 신앙이 옛날에 비해 쇠퇴한 것도 있었고, 이 세상과 어비스와의 연결고리가 약해진 것도 있었다.

그렇기에 마야는 자신들의 작전에 이론적인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보통 불은 파마(破魔)의 작용을 하는 데 쓰였으니까 말이다. 설마 문헌상으로만 전해지던 존재를 직접 보게 될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저것의 이름은 분명…….

“위커맨.”

스벤이 마야보다 먼저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는 두려움이 담긴 목소리로 그 이름을 한 번 더 중얼거렸다.

마야는 그에게 예전에도 저놈을 본 적이 있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위커맨이 가장 활발하게 출몰한 시기는 100여 년 전이었다. 흑사병이 유행하던 시절, 사람들은 병에 걸린 사람들을 산 제물 삼아 불에 태우곤 했었다. 병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만들어낸 현상이었다. 스벤이 정말 100여 년 전의 세계에서 왔다면 놈을 본 적 있을 확률이 높았다.

“저택 쪽으로 가고 있어요.”

서른 마리의 위커맨과 삼천 명의 신도들이 저택을 반원 형태로 포위해 들어갔다. 더는 환상으로 그들을 속이기 힘들었다. 그들은 모든 것 불태우고 짓밟는 거인의 뒤를 따라 전진했다.

위커맨은 잘못 다루면 마을 하나가 지워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존재였다. 그래서 과거의 제사에는 솜씨 좋은 주술사나 무당을 초청하는 것이 필수였다. 그래도 사고는 종종 터지곤 했다고 하니 교황청이 괜히 마도의 위험성을 입에 담을 때, 자주 예시로 드는 게 아니었다.

마법사들은 대개 교회 측의 기록을 대중의 공포를 조장하는 신앙 팔이라고 빈정대곤 했지만, 직접 놈을 목격한 마야는 적어도 위커맨에 대해서는 그들의 설명이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눈에는 삼천 명의 무장 병력보다 저들 삼십이 몇 배는 더 위협적으로 보였다.

“핫핫, 사신이랑 비교하면 어떨까요?”

“저 숫자라면 사신이라도 둘은 있어야 할 거예요.”

“사신 둘이라…… 그거 무섭군요.”

마야는 원더스타인에게 얼른 이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가 화신의 영역에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연락하기로 한 시간이 아니라서 통신을 연결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일단 저택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핫핫, 서두르죠.”

스벤이 그녀를 등에 업은 채 나는 듯이 달렸다. 마야가 염동력으로 그를 보조한 덕분에 그들은 적들에게 뒤를 잡히는 일 없이 저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앞뜰로 들어선 두 사람은 일행들이 저택 앞에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침 설리반과 랫맨들도 그들과 반대 방향에서 뜰로 들어 왔고, 저택 안에서는 이반, 나타샤, 드미트리 세 사람이 니카와 루엘로를 각각 어깨에 짊어지고 뛰어나왔다.

“단장님!”

마야는 염동력을 이용해 원더스타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과정에서 걸리적거리는 것들은 모두 쳐냈다. 막 정신을 차린 단장을 둘러싸고 있던 단원들은 그녀의 힘에 우르르 뒤로 밀려났다.

“야, 마야!”

“마야 누나, 어이쿠!”

“윽, 이게 무슨 짓이에요!”

아나이스는 자신과 유라크네, 엘라만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멀리 밀려난 것을 확인하고는 기가 차서 소리쳤다. 그러나 레이나와 비교하면 그들은 양반이었다. 방금까지 원더스타인을 꼭 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던 그녀는 아예 정원 반대편까지 데굴데굴 굴러갔다.

여자 단원들 간에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아나이스와 유라크네는 그래도 어른으로서 체통을 지켰지만, 세 소녀는 서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평소라면 둘 사이를 제지했을 레이나도 가면을 벗은 상태라 그런지 10살짜리처럼 유치한 욕설을 내뱉으며 길길이 날뛰었다.

나머지 단원들은 그런 광경이 일상인 것처럼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들을 지켜봤다. 라테나는 지금 지하에서 화신이 기어 올라오고 있는데 그러고 있을 때냐며 그들에게 면박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들 사이에서 어리둥절한 미소를 짓고 있는 동생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모든 분노가 그를 향했다.

‘이 자식 때문이잖아!’

도대체 주변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여자가 이렇게 많단 말인가. 화가 치솟은 그녀는 성큼성큼 그를 향해 걸어가 그의 정수리를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잘하는 짓이다, 너는!”

그녀의 행동에 모든 단원이 경악해서 그녀를 바라봤다. 특히 여자 단원들의 표정이 볼만했다. 그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분노로 일그러졌다. 표정에 변화가 없는 마야조차 입술을 씰룩거리며 죽일 듯한 기세로 그녀를 노려봤다.

“당신은 누군데…….”

“누나입니다.”

원더스타인이 재빨리 끼어들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의 선언에 모든 단원이 방금과 다른 의미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누, 누나라고요?”

“단장님에게 가족이?”

“나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인 줄 알았는데.”

“나는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인간인 줄 알았어.”

단원들이 소란을 피우는 가운데, 레이나는 멍한 눈빛으로 라테나를 바라봤다. 그녀에 대해 뭔가 생각이 날 듯한데 애를 써봐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라테나는 그녀의 정신 상태가 아직 멀쩡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손짓으로 그녀를 진정시켰다.

“일단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그제야 단원들은 자신들이 아직 적지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맞아. 일단 여기서 나가는 게 우선이지.”

“단원들도 모두 되찾았으니 도망치자!”

“잠깐! 저기 좀 봐! 거인들이 몰려오는데?”

“거인? 뭐야, 불이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잖아?”

“발소리가 엄청 많이 들리는군.”

“역으로 갔던 병력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건가? 어떻게 된 일이지?”

마야가 막 현 상황에 대해 그들에게 설명하려는 순간, 아까 저택을 흔들었던 땅울림이 재차 느껴졌다. 단원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휘청이는 그때, 저택 쪽에서 쿵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연달아 다섯 번이 들려왔고 그때마다 소리는 점점 더 위로 솟아올랐다. 이윽고 여섯 번째 굉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저택의 지붕의 뚫고 무언가가 치솟았다.

“저, 저건?”

모든 단원의 눈이 그곳으로 향했다. 달빛을 등지고 거대한 검은 날개가 펼쳐졌다. 새의 형태를 한 괴수가 지붕 위에 쿵 하며 착지했다.

“왔군.”

라테나가 녀석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마신 클레벤타인의 화신이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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