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45

45화 데스나이트들

꿈과 죽음의 신성 플르의 권능에 의해 깨어진 세계의 진실은 참혹했다.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던 게이트의 주민들은 망자들이었으며 리카르도 대장군과 기사들은 데스나이트였다.

그 진실을 목도하며 레온은 기가 찼다.

“하! 어째서 눈치채지 못했는지 알았다. 어째서 깨닫지 못했는지 알았다! 세계 그 자체를 꾸며내는 권능일 줄이야!”

게이트 자체가 하나의 꿈이었던 셈이다.

“그으으윽…!”

깨어진 꿈 속에서 진실된 모습을 드러낸 리카르도 장군과 기사들. 데스나이트들의 소름 끼치는 기운이 더 이상 숨겨지지 않는다.

-여왕의 안식을 방해하지 마라.

-여왕을 지켜라.

해골기사들의 적의가 레온을 향한다. 그 적의를 온전히 받아내면서도 레온은 의아하다.

“악성으로 젖은 타락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레온의 검이 여왕에게로 향했다. 꿈이 걷혀지고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타락의 기운.

이 게이트의 환몽이 그녀에게서 비롯됐음이다.

-캉!

하지만 레온의 칼날을 막아서는 리카르도 번즈… 데스나이트의 칼날. 그의 검이 여왕을 향한 검을 걷어내면서 레온을 튕겨낸다.

-적대인자 배제.

리카르도에게 향하는 총구. 그때, 한 데스나이트가 야피와 부닥쳤다.

“야, 야피 경?!”

데스나이트의 급습에 밀려나가는 야피. 보조팔로 강철 와이어를 휘두르며 응수한다.

그러는 사이 리카르도의 칼날이 매섭게 레온을 몰아세웠다. 지치지 않을 것처럼 강공을 펼치는 대장군.

그의 검에는 오랜 연륜과 강대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 힘은 실로 A급 이상. 하지만 레온에게 닿기엔 부족하다.

-카앙!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대장군의 검이 파르르 떨리며 힘을 주었지만, 레온의 검이 밀리는 기색은 조금도 없다.

“훌륭한 검이다. 정순하게 갈고닦은 검은 언데드가 되서도 영락하지 않았구나.”

허나, 레온의 상대는 되지 못한다. 레온이야말로 정도를 걸어온 자들의 정점. 리카르도의 검이 점점 밀려난다. 끝내 검이 어깨까지 파고든 그때.

“비-켜라…!”

“장군-님!”

가래 끓는 것 같은 목소리를 내며 찔러오는 검들. 두 기사의 합격이 레온의 검을 튕겨낸다.

그들의 협공에 레온의 표정에 노기가 띄었다.

“일대일의 결투다! 기사의 명예를 저버릴 셈이냐!”

레온은 그들의 검에서 긍지를 보았다. 정도를 걷는 기사들의 명예로움을 느꼈다. 그렇기에 더더욱 화가 날 수밖에.

“필부의 검과 기사의 검은 달라야 하는 법이다!”

레온의 일갈에도 리카르도와 기사들의 검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명예-는 진작-저버렸-다!”

“여왕-전하를… 위하여!”

그 외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여왕을 유폐하고 감금한 자가 아닌가?

여왕 또한 자신의 기사들을 죽여달라 직접 부탁할 정도였다.

잠깐? 기사들을 죽여줘? 여왕이 어째서 그런 청을 했지?

레온은 기사들의 합격을 받아내면서도 침대 위에 누워있는 여왕을 응시했다.

노골적인 타락의 기운을 뿜어내며 생물을 유혹하는 여왕에게선 여전히…….

‘악종이 아니다?’

꿈이 거둬지면서 기사들은 그 본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왕은 여전히 생기 넘치는 피부와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다.

색욕의 악마들이 추악한 모습을 가진 것과는 달리.

“네놈들! 무슨 짓을 한 거냐! 여왕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악마와-거래-를 했소, 사자심왕.”

스페로 왕국.

그들 또한 레온의 세계처럼 악마들의 침공을 받고 있었다.

몰아닥치는 악의 군세에 맞서 왕국의 군대를 이끈 것이 바로 지금의 여왕 베아트리체.

그러나 끝내 악마들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고, 끝내 멸망의 기로에 선 여왕에게 쾌락의 대악마 안드로진이 손을 내밀었다.

[여왕이여. 너의 용기가 대단찮구나. 거래를 하지.]

[거래…?]

[타락의 정수를 품고, 백년 동안 왕국의 멸망을 되풀이해라. 네가 타락하지 않는다면 너와 네 백성들을 살려주겠다.]

이미 멸망을 앞에 둔 왕국의 여왕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악마의 함정이었음에도.

멸망을 반복한다.

악마와의 전쟁은 1년마다 되풀이됐다.

처음에는 버틸만 했다.

악마들에게 살해당해도, 다음 1년에 부활해 다시 버티면 되니까.

[키히히힛…!]

그러나 그들이 상대하는 건 쾌락의 대악마였다. 그들은 백성들을, 병사들을 능욕하고 범했다.

끝없는 쾌락과 고문으로 타락시키고 정신을 붕괴시켰다.

가장 오래 버틴 병사조차 3년을 넘기지 못했다.

[내가… 내가 무슨 짓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베아트리체 여왕은 방법을 찾았으나 악마의 함정은 간교하고 교활하다. 이미 받아들여버린 거래에는 허점이 없었다.

그녀는 점점 미쳐갔다.

낮에는 악마들이 백성들을 도살하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고, 밤에는 타락자들이 속삭였다.

[너 때문이다. 너 때문에 죽은 거야.]

[타락해라. 쾌락을 받아들여라.]

자신의 왕국이 멸망하는 모습과 제 몸에 심어진 타락의 정수가 끊임없이 여왕을 유혹했다.

그것이 50년을 넘겼을 때, 충성스러운 기사가 끝내 여왕의 유혹을 견뎌내지 못하고 침실에 잠입했을 때── 대장군 리카르도 번즈는 결단을 내렸다.

[자결한다.]

반복되는 세계에서 자결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안드로진은 스스로 자결하거나 타인의 도움으로 자살할 경우에조차 틈을 만들지 않았다.

[계약을 회피하기 위해 자결하는 놈들은 영원히 구천을 떠도는 사령이 될 것이다! 백년의 거래가 끝나는 순간, 너희들은 타락의 종들이 될 것이야!]

그럼에도 리카르도 번즈와 37인의 기사들은 자결을 선택했다.

여왕을 지키고, 여왕에게 충성을 바친다. 왕국의 기사가 된 시점에서 맹세했던 그 맹세가, 살아있어서는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았던 탓이다.

스스로 죽어 데스나이트가 된 그들에겐 여왕의 현혹이 통하지 않았고, 그들은 여왕을 봉인했다.

“그 봉인-마저 80년-째부턴 반나절 의식을-잠들게 하는-것에 불과했지만.”

“…….”

리카르도의 이야기를 들으며 레온은 탄음했다.

이 무슨 충의인가.

그들의 충성이 사자심왕조차 놀랍게 했다. 허나…….

“그렇기에 여왕은 짐에게 너희들을 죽여달라 한 것이로구나.”

자신의 기사들이 악마들의 종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여왕은 알고 있다. 자신이 끝내 버텨내지 못하리란 걸.”

“아니-! 여왕-께선 견뎌내실 것이-오! 앞으로 5년! 5년-만 더 견뎌-내면 된다! 그분-께선 능히-해내실 것-이야!”

“군주의 판단을 어찌 기사가 재단하느냐. 너의 충심은 감복스러우나 그것은 충도(忠道)가 아니다!”

“그대가 나의 충의-를 판단하지-마라!”

리카르도 대장군의 검이 내리친다. 온 힘을 던진 그 검조차 레온은 한 손으로 받아냈다.

빈손으로 그에게 팔을 뻗는 레온. 머리부터 잡아뜯을 생각으로 뻗은 팔은 찔러오는 검에 저지된다.

“칫.”

팔을 거두고 이보 물러나는 레온. 그 뒤에 기사 둘이 횡으로 검을 휘두른다.

-까앙!

성검을 뒤로 뻗어 막아서는 레온. 달려드는 리카르도 대장군을 발로 차 튕겨낸다.

“이 나를…! 협공이라 한들 막아설 수 있을 것 같으냐!”

알다마다.

이 괴물이 가진 힘은 악마들과의 전투에서 확실히 목격했다.

성법을 제외하더라도 단지 육체능력만으로 초인에 이른 괴물. 기사 중의 기사. 나이트 오브 나이트.

“무례를-용서하라!”

데스나이트 중 한 명이 크게 검을 휘둘렀다. 오롯이 힘을 더하기 위한 자세. 기사가 휘두르는 검이라기엔 너무나 조잡하다.

레온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곧장 성검의 칼날이 데스나이트의 빈 옆구리를 향해 찔렀다. 그러나──

-깡!

레온의 검을 막는 데스나이트의 방패. 다음 순간, 데스나이트의 검이 레온에게 휘둘러진다.

“큿…!”

간신히 옆으로 빗겨낸다. 황금빛 머리카락 가닥이 잘려나갔다.

‘일부러 틈을 보여 공격을 유도한 건가!’

동료 기사가 막아줄 것을 전제로 한 과감한 공격. 그 단단한 신뢰가 그에게도 느껴진다.

“크하압!”

공격이 끊이지 않는다. 사각에서 휘두르는 창을 피했나 싶으면 등 뒤에서 태클이 걸린다.

검을 휘두를 공간을 주지 않아도 동료의 공격기회를 주기 위해 온몸을 던져 레온을 밀어낸다.

우악스럽게 부딪치는 데스나이트를 역으로 붙잡아 바닥에 내던지는 레온. 결정타를 먹이기 위해 검을 든 순간 날카롭게 벼려진 창이 찔러온다.

-깡!

충격의 소리는 대포가 터진 것처럼 쩌렁하게 울렸다.

“크…!”

간신히 검날로 창의 일격을 막아냈으나 파르르 떨리는 손이 충격을 채 흡수하지 못했다.

‘강하군.’

라이온하트 왕국이었다면 능히 여신의 명예를 밝히기 위한 수행 길을 걸을 수 있는 수준.

이들 한 명 한 명이 용력을 떨치던 이름 있는 기사임이 틀림없다.

‘오히려 언데드가 되면서 역량이 약화되었겠어.’

이만한 기사들은 정순하고 세련된 검술을 자랑하는 법. 언데드가 되었다면 체력은 늘었을지 몰라도 장기인 섬세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만한 역량인가… 훌륭하다!”

리카르도 번즈 대장군은 기사들의 선두에서 레온을 내려다봤다.

“우리들은-스페로-왕국-굴지의-기사들. 여왕 직-속의 친위-대다. 반복되는-백년 동안-우리들은 더욱 강해-졌고, 단단-하게 뭉쳤다!”

오직 여왕의 수호를 위해.

이 충성스러운 기사들을 어찌 삿된 망령이라 할 수 있겠는가.

“훌륭하다, 기사들이여. 그대들은 기사의 몫을 넘는 영예와 긍지를 지켜냈다. 허나…….”

레온은 성검을 성배 내부로 수납했다. 그에 손에는 어느새 커다란 마상창이 들려있다.

“너희 앞에 있는 것은 라이온하트 300년 전쟁의 역사. 이 무게를 너희들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

“무슨 헛소리를…….”

“이 질량을 받아내 보아라. 그리하면 인정해주지.”

스탈리온.

레온의 부름에 응하는 하얀 백마. 맹우의 등에 탄 그가 데스나이트들로부터 거리를 벌린다.

“쫓아라!”

그러나 데스나이트들 또한 유령마를 소환했다. 주인과 죽음을 함께하며 구천을 떠도는 유령마들이 스탈리온을 추격한다.

“크읍?!”

“빠-르다!”

그러나 유령마들은 스탈리온을 쫓지 못했다. 빛과 정의의 여신이 하사한 이 신마는 혈통부터가 다른 신수.

유령마들은 순식간에 거리를 벌리는 백마를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거리가 벌어진 순간, 기수의 머리가 반대방향으로 향한다. 기사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돌격…!

-온다…!

기병 최대최강의 일격. 챠징.

“라이온하트에…! 영광 있으라!!”

성창을 치켜세우며 대지를 박차는 기마. 이에 맞서 기사들도 일제히 돌격한다.

일 대 서른일곱.

한 명의 기사왕과 서른일곱의 기사.

격돌의 순간, 기사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깨달았다.

-콰!

첫 충돌로 최선두의 기사가 하늘을 날았다. 유령마와 함께였다.

두 번째 충돌에서도 스탈리온의 기세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이열의 데스나이트들이 튕겨 나갔다.

“크학?!”

삼열의 데스나이트들은 신마와 스쳤을 뿐인데도 붕뜨는 자신의 말을 붙잡지 못했다.

-꽈아아앙!

리카르도는 지면을 구르면서도 곧장 검을 들었다. 상대의 돌파력이 상식의 궤를 벗어났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백병전으로 철저하게 돌격할 여지가 없이 마크할 뿐!

“아닛…!”

주위를 살핀 리카르도는 동료 기사들이 모두 처참히 나자빠진 것을 목격했다. 그렇다. 이 충격의 순간, 몸을 빼내 충격을 버텨낸 것은 리카르도 그뿐이었다.

‘단 한 번의 돌격으로… 우리 여왕 친위대를 단번에 와해했다고?!’

충격적인 사실에 그의 굳어버린 피부조차 들썩거렸다. 레온의 성창이 리카르도의 턱밑까지 파고든다.

“덧없는 꿈에서 깨어라.”

“사자심왕…!”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나타났단 말인가. 이토록 강대한 존재가 어째서 이제 와 등장했단 말인가.

“우리는-나는…!”

그는 아직 항전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았다. 여왕의 시간을 반복하고 끝내 그녀를 구원하고자 하는 충의가 사자가 된지 오래인 그의 몸뚱이를 움직였다.

“끝내 꿈에서 깨지 못하겠다면, 허황된 환상 속에서 영생하라. 어리석은 기사여.”

창이 내리치려는 순간이었다.

오싹

피부가 들썩이는 마기.

더없이 사악한 기운을 가진 악의 무리가 접근하고 있음을 레온은 곧장 알아챘다.

“악종들인가!”

벌써 세력을 추스르고 진군하고 있단 말인가. 레온은 리카르도를 먼저 처리하고 갈 수 있었다. 레온은 그러지 않았다.

“일어서라! 사자심왕의 병사들이여! 언제까지 멍청하게 잠들어 있을 셈이냐!”

공동이 쩌렁쩌렁 울리는 호통. 그것이 기절해 있던 병사들을 깨웠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