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Chapter 45

11.세계수(4)

진우는 무너진 틈으로 들어가 보았다.

지휘건물에는 비상대피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세계수의 뿌리가 치솟아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지휘부 인원이 대피한 것으로 보였다.

문쪽으로 가보니, 군 간부가 쓰러져 있었다. 마치 버림이라도 받은듯,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다가 그래도 돌에 깔려 그렇게 죽었다.

쿵쿵!

안에서 대피소의 문을 마구 치고 있었다.

아주 두터운 강화문이었는데, 고장이 났는지 열리지 않고 있었다.

대피소를 만든 건 박찬석이었다. 안에 빼돌린 것들을 넣어놓으려고 금고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그게 독이 된 것 같았다.

‘트롤러들에게 트롤링을 하다니······.’

박찬석.

끝까지 트롤링을 한 대단한 놈이었다. 이런 놈이 아군에 있었으니, 큰 피해를 입을 만했다.

똑똑!

진우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구조대가 왔다!”

“빨리 열어라! 일신 그룹에서 두둑하게 보상을 해주겠다!”

이민철의 외침이 가장 컸다.

그리고 가장 처절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똑또로로 똑똑! 똑똑!

드럼을 치듯이 리듬을 타며 그렇게 두드려주자, 안에서의 발작이 더 심해졌다.

진우는 피식 웃고는 문 위에 작은 마법진을 그렸다.

소음과 기척을 차단하는 마법이었다. 마력량을 적당히 조절하면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치솟아 있는 세계수의 뿌리를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는듯, 잎이 흔들렸다. 진우가 손을 뻗어 뿌리를 만지자, 뿌리가 그대로 아래로 내려가며 대피소의 문을 덮었다.

‘우연인가?’

진우는 잠시 뿌리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어째서인지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세계수는 언제나 그런 존재였다.

“흐윽···”

“우, 우리 죽는 거야?”

“시발··· 개새끼들 우리만 놔두고······!”

무너지지 않은 방에 연구원들이 모여 있었다.

진우는 본래의 옷으로 갈아입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돌들을 치우자, 무너진 입구가 보였다.

“사, 살았다!”

“여기에요!”

“살려주세요!”

인기척이 들리자 연구원들이 크게 환호하며 외쳤다. 그들은 선일 테크와 한천 그룹이 직접 뽑은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푸득! 쾅!

부서진 문을 강제로 뜯어내고 안을 바라보았다.

“가, 감사합······.”

“허억!”

“이, 이, 이진··· 우?”

연구원들은 진우를 보자마자 굳어버렸다.

마치 악마라도 본 모습이었다.

진우는 씨익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직할 생각 없나요?”

“네? 그게 무슨······?”

진우는 지휘부 건물을 가리켰다.

“이대로 살아 돌아가도 무사하기 힘들 것 같은데.”

진우는 그들에게 명함을 나눠주었다.

오크 전통 요릿집의 명함이었다. 명함을 받은 연구원들은 표정이 멍해졌다.

기업은 그런 곳이었다.

조사 명목으로 문책을 당할 게 뻔했다.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생각해봐요.”

진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지휘부 건물을 빠져나왔다.

진우의 텐트는 무사했다. 돌들이 조금 쌓여 있기는 했지만 사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럼 쉬어볼까?’

진우는 텐트에 누워 푹 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아무도 그를 방해할 수 없었다.

검역 조치가 끝나고 나서야 봉쇄가 풀렸다.

진우가 엘리트 몬스터를 없앤 시점에서 원정은 성공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다른 길드들은 얻어간 게 하나도 없으니, 실패라고 생각했다.

이화연이 직접 많은 인원을 데리고 지휘부 쪽으로 왔고, 여러 검사를 했다.

“대장님, 깨끗합니다. 완전히 자취를 감췄는데요? 발견되는 거라고는 모두 시체뿐입니다.”

“특이하군. 몸에 붙어 있을 수도 있으니 철저히 검사하도록.”

“네!”

이화연은 고급 텐트를 발견했다.

그리로 다가가 열어보니, 진우가 편안하게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안대까지 쓰고, 푹신한 이불을 덮고 있었는데 누가 보더라도 편안해 보였다.

이화연은 어이가 없어졌다.

“이진우? 이진우 맞군. 계속 이러고 있었나?”

“기생벌레 나온 이후부터 무서워서요.”

“하······.”

진우의 말에 이화연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이번에도 구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너는 내가 직접 검사하도록 하지. 따라와라.”

진우는 이화연에게 조금 거칠게 검사를 받았다.

“크흠.”

진우의 몸 검사를 철저히 했다. 몸을 거칠게 쓰다듬다가 그녀는 헛기침을 했다.

생각 이상으로 튼실했기 때문이다.

진우가 빙긋 웃자, 그녀의 얼굴이 구겨졌다.

지휘부 옆에 세워진 검역소에서 며칠간 격리 상태에 돌입했다. 구조대가 도착해 어떻게든 지휘부의 인물들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쉽게 발견하지 못했다.

구조된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수였다.

며칠이 흐르고 설계도를 발견한 구조대가 겨우 구조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수의 뿌리 때문에 구조가 늦어졌다. 결국 황실의 허락을 맡고서 세계수의 뿌리를 일부 잘라낼 수 있었다.

그들이 아래에 갇히고 약 2주가 지난 후였다.

이민철이 들것에 실려 왔다.

그는 비쩍 말라 있었고, 한쪽 다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생고기라도 뜯어먹었는지, 얼굴에는 굳은 피가 가득했다.

“으··· 으······.”

이민철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그러다가 진우와 눈을 마주쳤다. 자신의 모습과는 다르게 진우는 너무나도 건강해 보였다.

마도련에서 준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햄버거 고기에서 육즙이 뚝뚝 떨어졌다.

“어? 형! 고생이 많네.”

“으···, 으으!”

“다리 한 쪽은 어디에 팔아먹었어?”

이민철은 그렇게 신음만 내뱉다가 치료실로 실려 갔다.

콰득! 우걱우걱!

“음···.”

오늘따라 햄버거가 유난히 맛있었다.

* * *

북한산 원정은 성공이라고 보도 되었다. 엘리트 몬스터가 제거된 것을 확인했고, 북한산의 마력입자도 눈에 띄게 안정되었다.

다만, 희생이 너무나도 컸다.

대형 길드 하나가 말벌 떼에 의해 전멸했다는 기사는 많은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이상 현상으로 마도련과 여러 기업인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었다.

특히, 김진혁의 죽음은 꽤나 큰 화제가 되었다.

진우는 격리 절차를 마치고, 문제없이 북한산 아래로 내려왔다. 이민철은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아래로 내려오니, 하르뮤와 아이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우를 발견하고 달려오다가 바로 앞에서 우뚝 멈추었다.

“도련님?”

“왜.”

하르뮤랑 비슷했던 키가 이제는 그녀보다 커졌다.

반지를 흡수한 영향 때문인지, 역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기품이 있었다. 건방진 표정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키가 커지셨네요?”

“음, 성장기니까. 이제야 좀 움직이기 편해졌어.”

진우는 외모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더 편리해진 몸이 마음에 들 뿐이었다.

아직 소년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청년이라 부를만했다. 아이나도 진우를 빤히 바라보다가 가까이 다가왔다.

“고생했어. 힘들었지?”

“뭐······.”

진우는 아이나와 눈을 맞췄다.

따스한 감정이 느껴졌다.

내가 힘들었던가?

트롤러, 빌런을 죽이는 건 통쾌한 일이었다.

필요하다면 몇 번이고 다시 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 세계수 쪽을 바라보았다. 세계수의 가지가 인사를 하듯이 흔들렸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

다시 생각해보면 그 정도였다.

첫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진우는 정장을 입었다.

하르뮤가 진우에게 다가왔다.

“도련님, 데란 하이누스 전하께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조만간 방문하실 것 같습니다. 스케줄을 잡을까요?”

“아니, 일단 먼저 할 일이 있어.”

“알겠습니다.”

명품 정장을 갖춰 입고 밖으로 나왔다. 반드시 가야 할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우가 나오자 이기환 차장과 하르뮤가 따라붙었다.

바로 서울 가운데에 위치한 공원으로 향했다.

예전에 다종족 문화축제를 했던 곳이었다. 그곳에 북한산에서 죽은 이를 위한 합동장례식이 열렸다. 원정대에서 죽게 되면 시체조차 회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생전 사진과 위패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진우가 나타나자, 시선이 집중되었다.

진우는 하르뮤와 이기환 차장에게 대기하라고 한 다음, 홀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진우를 알아보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의 모습이 제법 바뀌었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이화연처럼 눈썰미가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문을 위해 왔던 사람들이 양옆으로 비켜섰다.

진우의 무거운 분위기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물러나게 되었다.

영정사진이 제단 위에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대부분 붉은손 길드의 인원들, 그와 관련된 길드들이었다. 국군 관계자와 마도련 간부도, 한천 그룹의 인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진 앞에는 조문객들이 앉을 의자도 쭈욱 놓여 있었다. 진우는 맨 앞자리에 앉았다.

당연히 꽃 따위는 가져오지 않았다.

“···우리는 끔찍한 비극을 목도했습니다. 영웅들이······.”

마침 한천 그룹의 부회장이 나와 추도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말을 이어가다가 진우와 눈이 마주치자,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한천 그룹의 몇몇 인원이 진우를 알아보고 그를 원망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늘 아군의 장례식만 참여했었지.’

나중에는 장례식조차 하지 않았다.

진우는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두 눈으로 담았다.

그때, 진우에게 누군가 다가오더니 그의 옆에 앉았다.

거친 냄새가 났다.

철 냄새 같기도 했고, 나무가 타는 듯한 향인 것 같기도 했다.

진우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거친 회색빛 머리카락이 보였다. 마치, 목도리를 보는 것처럼 풍성했고, 그 위에 늑대귀가 솟아 있었다.

진우보다 조금 더 큰 키.

그녀는 클래식한 정장에 긴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코트에는 낙엽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시원한 인상의 미인이었다.

나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너무나도 거칠었다. 가까이 있으면 쓸려나가 버릴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은빛, 아니 회색빛깔의 늑대였다.

주머니에서 커다란 시가를 꺼내더니,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딸깍였는데, 불이 붙지 않았다.

“이봐, 불 좀 있나?”

진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시가 끝에 불길이 솟았다.

그녀는 다른 종족보다는 조금 긴 송곳니로 시가를 잘근잘근 씹다가 길게 빨았다. 독한 연기가 자욱하게 흘렀지만, 아무도 그녀를 제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한천그룹의 부회장조차 애써 그녀의 시선을 외면할 뿐이었다.

“나약한 늙은이.”

그녀가 인상을 쓰며 그렇게 말하자, 부회장이 당황하며 기침을 쿨럭였다. 한동안 부회장을 노려보던 그녀는 진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탁한 붉은 눈동자에 진우의 모습이 담겼다.

그녀는 씨익 웃더니 진우에게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들이밀었다.

만족스러워서일까?

진우의 목덜미 쪽의 냄새를 맡고는 씨익 웃었다.

“간만에 진짜 수컷을 보게 되었군. 너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하하하. 마음에 들어. 그래, 알 필요는 없지. 좋은 만남은 단지 본능이면 충분하니까.”

그녀는 크게 웃었다.

웃음소리에 연설이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졌다.

진우는 당연히 그녀를 알고 있었다.

주먹 하나로 거리를 통일하고,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전설적인 랑인족 여인.

거대 마피아 레드 비스트의 수장

블러디 울프 권신 라모르였다.

“그래도 지금까지 암컷 늑대를 거절한 남자는 없었는데.”

“내가 미성년자라서.”

“오히려 좋군. 그럼, 한 5년만 기다리면 되나?”

라모르는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눈빛은 제법 진지해 보였다. 그녀는 갖고 싶은 것은 꼭 갖고야 마는 탐욕스러운 늑대였다.

그녀는 가슴이 답답한지 셔츠 단추 몇 개를 풀렀다.

“그쪽 지인이 죽어서 온 것 아닌가? 꽤 즐거워 보이는군.”

“약한 놈이 뒤지는 건 당연하지. 놈들은 약해서 죽은 것뿐이야. 동정받을 이유도, 놀림받을 이유도 없어. 오히려 저놈들을 그렇게 만든 강자가 누군지 궁금해. 엘리트 몬스터일까? 발표대로 말벌 떼일까. 사람이면 좋을 텐데.”

그녀는 시가를 한 번에 다 빤 다음, 바닥에 시가를 던졌다. 마치 향이라도 올리듯 제단 가까이 붙었다.

모욕인지 애도인지 알 수 없었다.

“너도 즐겁지?”

“아니.”

“거짓말.”

그녀의 입가가 길게 찢어졌다.

진우와 닮은 웃음이었다.

“너도 지금 웃고 있잖아.”

“······.”

라모르의 말대로였다.

그녀는 큭큭거리며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만이 조용한 장례식에 울려퍼졌다.

“허억, 크흠, 흐음···.”

부회장은 안절부절하다가 연설 도중에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부회장은 보고를 듣고 진우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일신 그룹의 이진우, 레드 비스트 수장 라모르.

최악의 악당 둘이 앉아있는 곳 앞에서 연설을 할 배짱은 없었다. 계속 연설을 했다가는 심장마비로 죽었을 지도 몰랐다.

“나는 라모르다. 특별히 그냥 내 이름을 부르도록 해. 강한 수컷, 일신의 이진우. 조만간 또 보자고.”

라모르는 진우의 냄새를 기억이라도 하듯이 또 한 번 진우의 체취를 깊게 맡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는 독특한 향기가 진하게 났다.

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모르가 던진 시가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연기를 발하고 있었는데, 진우가 등을 돌리고 그곳을 빠져나오는 순간 불똥이 튀며 제단에 불이 붙었다.

화르륵!

건조한 날이라 그런지 불이 아주 잘 붙었다.

흰 꽃이 모조리 타버리며 순식간에 재만 남았다.

“날도 추운데 따듯하니 좋군.”

과거, 마법사들은 사진을 찍지 않았다.

육체가 죽고, 마지막 남은 사진에 영혼이 깃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헛소리에 불과했지만, 진우는 저들의 마지막 가는 길조차 지옥처럼 뜨겁기를 바랐다.

반드시 그래야 했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