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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

번천회 (3)

정신세계에서의 전투가 끝나고 한스는 다시 번천회 간부의 뇌를 뒤져 정보를 뽑아냈다.

전투의 여파로 정신세계는 초토화되었지만, 물리적인 뇌는 그리 손상되지 않았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아 상당한 결손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흠, 그래도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어.’

정신세계에서 벌어진 번천회 수뇌부와의 싸움.

처음에는 「마인드 허브」만으로도 쉽게 이길 수 있을 줄 알았건만, 그쪽도 관련된 고유스킬이 있었는지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하긴 그러니 다른 이들의 정신세계에 금제를 심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을 터.

놈의 정신력은 굉장한 수준이었지만, 아바타들의 리소스를 집중한 한스도 그에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체 어떤 고유스킬을 가졌는지, 놈의 공격을 허용할 때마다 「명경지수」가 흔들리고 「마인드 허브」에 가해지는 정보량이 폭증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스는 ‘불사왕의 파편’으로부터 전해지는 지속적인 정신 오염에 대항하기 위해 「마인드 허브」를 상시 가동 중인 상태.

그 상황에 적의 공격이 계속 누적되며, 차단되는 정보가 역류해 위험해질 상황까지 처한 것이다.

‘그래서 그냥 놔 버렸지.’

전쟁 도중에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반란과 외부에서 가해지는 적습.

굳이 그사이에 껴서 고통받을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그냥 적이 침공해 오는 진격로를 활짝 열어 반란군 쪽으로 인도하고, 대신 반대편에 병력을 집중해 본토 방면을 철저히 차단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적군은 관성적으로 반란군에게 달려들었고···.

결과는 보기 좋게 반란군의 승리였다.

교단조차 ‘어떤 존재도 이겨낼 수 없는 정신 오염’이라고 칭했을 정도니까.

악의의 집결체인 파편에게 놈의 공격이 통할 리도 없었고 말이다.

그 과정에서 전장이 된 정신세계는 황폐화되어 너덜너덜해졌지만, 어차피 죽을 양반이었으니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래, 애초에 전쟁이 벌어진 그 땅조차 적군의 식민지였던 것이다.

‘이번 일은 남의 정신세계인 데다가 영체 상태였기에 가능한 꼼수기도 하지.’

그래도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것 아니겠는가.

나는 느긋하게 싸움을 구경하다가···.

녹색 영체가 광기에 차서 달려드는 검둥이에게 갈가리 찢기고 간신히 도망친 후에, 상대를 잃은 파편에게 여유롭게 다시 목줄을 걸었을 뿐이니까.

‘그래도 놈을 놓친 건 좀 아쉬운데.’

영체가 그 정도로 손상된 이상 결코 무사하지는 못할 테지만, 확실하게 끝장내지는 못한 점이 좀 아쉬웠다.

거기다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정보 외에는 딱히 이득도 없었고, 오히려 간부의 뇌에서 얻을 수 있는 기억에 손상만 발생했으니.

하지만 그런 감상을 내뱉기엔 조금 이른 면이 있었다.

《개체가 타인의 업을 갈취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흑마법」이 특수스킬「마도의 길」로 진화합니다.》

‘어? 갑자기?’

물론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 한계에 다다른 듯한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거로 생각했는데···.

하지만 곧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오호라, 정신세계에 흩뿌려진 영체의 잔해를 흡수했구나. 이건 예상치 못한 소득인데?]

흑마력으로 간부의 기억을 읽어내는 과정에서, 그 정신세계에 흩뿌려진 녹색 영체의 파편이 딸려 들어왔다.

그에 딸린 온갖 지식과 깨달음도 함께.

그리고 업을 갈취했다는 말은 이쪽이 성장한 만큼 상대의 수준이 깎여나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혹시 다시 써먹을 수단이 있나 싶었는데···.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니군.’

마침 상대가 영체 상태에서 손상을 입었으며, 그 잔해가 흩뿌려진 정신세계는 황폐화되어 기능을 잃은 무생물과 같았다는 점.

그리고 존재 자체가 결핍인 언데드가 흑마법을 통해 강제로 정신세계와 연결된 상태였다는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물론 이 또한 정신 오염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언제나처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다른 조건은 그렇다 쳐도, 영체로 타인의 정신에 침입할 수 있는 놈이 제물로 필요한데···. 그런 능력자가 흔하진 않겠지.’

이번에 자신에게 당한 놈은 다음에 마주치게 되면 아마 곧장 꼬리를 말고 줄행랑을 칠 터.

이번이 특수한 경우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도 덕분에 벽을 넘어설 수 있었으니 지금은 자축해도 되겠지.

「마도의 길」 덕분에 이제 흑마법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도 발을 넓힐 수 있게 되었으니까.

‘물론 그 전에 처리할 일들이 있지만.’

후우웅—

한순간에 흑마력이 일어, 어둠에 휩싸인 한스가 공간을 뛰어넘었다.

목표는 이번에 알게 된 장소.

번천회의 서울 지부였다.

***

하인즈가 별장에 남아 잔당들을 관리하는 동안 한스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필 간부에게서 뽑아낸 좌표에 손상이 있어 곧바로 찾아갈 수는 없었지만, 그 인근을 수색해 놈들의 본거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마도의 길」로 인한 마법의 성장이 큰 도움이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

하지만 놈들의 대응은 그 이상으로 빨랐다.

‘기억을 읽자마자 곧장 이쪽으로 향하고, 주변을 수색하면서 지체한 시간이 그렇게 길지도 않았는데···.’

찾아갔을 때는 놈들이 이미 거점을 정리하며 도망갈 준비에 여념이 없었으니까.

“크윽··· 어떻게 벌써!”

“아, 안 돼!”

다행히 너무 늦진 않아, 자료를 소각하느라 정신이 없는 놈들을 사로잡고 기억을 읽어낼 수 있었다.

[벌써 지령이 내려왔나···.]

이미 상부에서 철수 명령이 내려왔으며, 간부들은 곧바로 몸을 숨겼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었지만.

지부의 말단들에게 자료 소각을 떠넘기고 잠적.

각자 개인적으로 행적을 감췄기에 남은 놈들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도 없었다.

‘그래도 간부 하나는 잡아서 다행이군. 어느 정도 정보도 건질 수 있었고.’

“끕, 끄으윽···.”

한스는 머리를 잡힌 채 버둥거리는 장년인을 내려다봤다.

번천회 서울 지부의 기술 연구소장.

다른 간부들과는 다르게 그간의 연구 자료를 하나라도 더 챙기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 도망칠 때를 놓쳐 한스에게 사로잡힌 것이다.

덕분에 연구 자료들은 대부분 멀쩡하게 회수할 수 있었으니 고맙게 여겨야겠지.

물론 그것과 평온한 죽음은 별개지만.

[끄윽···끽, 끼히히힉···]

한스는 언데드가 된 간부를 일별하며 나머지 자료들을 살폈다.

최신 작전 명령 같은 중요한 것들은 우선적으로 따로 처리했는지, 지난 작전 개요 같은 간단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나마도 놈들이 남은 자료들을 통째로 날려버리기 직전에 난입해 마법을 파훼한 덕에 얻을 수 있었던 성과였다.

연구소장은 연구 관련 외에는 관심도 없었는지, 이쪽으로는 아는 게 없어 별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나저나 오래전부터 활동해 왔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네.’

연도별로 정리된 서류철과 그곳에 첨부된 작은 USB들.

하지만 놈들의 머릿속을 뒤져본 정보로는 상세한 내용은 곧바로 상부에 보고한 후 폐기한다고 한다.

이곳에 보관된 자료는 말 그대로 개요서에 불과하다는 뜻.

한스는 일단 본거지에 남은 물건들을 깔끔하게 챙기고 하인즈가 기다리는 별장으로 다시 이동했다.

그곳에도 아직 정보를 뽑아낼 잔당들이 많이 있었으니까.

[이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맨 처음 놈보다 나은 것들이 하나도 없군.]

하지만 번천회는 점조직으로 구성되어있는지, 제일 처음 읽었던 간부 이상의 정보를 가진 놈은 없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각자가 익힌 기술이나 지식이 도움이 되기는 했다.

“흠, 그래도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 같군. 혈맹 강경파의 수뇌부들도 처리했고, 그들을 돕던 번천회도 꼬리를 말았으니.”

[크흐흐··· 간부 놈의 기억을 읽어보니, 알파는 이전부터 반쯤은 번천회 소속이었던 것 같던데. 이번 일이 있고 나서 완전히 종적을 감췄더군.]

하인즈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강경파의 수장인 알파를 먹어 치우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으니까.

물론 함정의 수준이 상당히 빠듯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알파까지 이 자리에 함께했다면 놈들을 이겨 내지 못하고 도망쳤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또 운이 좋은 상황이었다.

덕분에 속이 더부룩해질 정도로 과식할 수 있었으니.

물론 수준 높은 이의 피라면 저급한 피들을 몽땅 게워내는 한이 있더라도 꾸역꾸역 들이켰겠지만 말이다.

“강경파가 이렇게까지 박살 난 이상, 놈도 지금 뒤늦게 돌아와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 테지. 갈 곳이 없어졌으니 이제 완전히 그쪽으로 전향할 터.”

[바로 추적해서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일이로다.]

“번천회 놈들은 생각 이상으로 거대한 세력인듯 하고. 지금까지의 정보로 봤을 때, 단순히 한국에만 국한된 조직이 아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놈들의 근거지에서 챙긴 자료가 있었지. 거기에 무슨 수작이 있을지 모르니,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겠군.]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한스와 하인즈의 모습.

물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혼잣말이나 다름없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여기엔 하인즈 말고 살아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한스가 챙겨둔 번천회 지부의 자료들을 몽땅 꺼내놓았다.

서류철이 꽂힌 캐비닛과 책장을 통째로 아공간에 담아왔기에 정리된 파일들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연구 일지를 위주로 살피는 한스와, 연도별로 나눠진 작전 개요서들을 파악해 나가는 하인즈.

당장 첨부된 USB까지 확인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대략적인 내용들만 파악하던 중.

“···허?”

하인즈가 한 서류를 발견하고 몸을 멈췄다.

자료를 살피던 한스도 동력이 꺼진 로봇처럼 순간 정지했다.

하인즈의 시선이 닿은 곳.

<작전 계획서 : 20XX년 8월 서울역>

한성현이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짜와 장소가 적힌 문서가.

그곳에 있었다.

***

“아! 하인즈 씨 오셨나요?”

동이 틀 무렵, 하인즈는 진소란을 찾아갔다.

간밤의 싸움의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서, 그리고···.

“···네? 강경파가 어떻게 됐다고요? 또 저희 수장님을 만나고 싶으시다니···. 아니, 잠깐만요. 그 전에 다시,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시겠어요?”

“지난밤 동안, 알파를 제외한 강경파의 간부 대부분을 처리했다. 지방에 파견된 감마 몇은 놓쳤지만 그 정도로는 대세에 영향은 없을 터. 그와 관련해서 온건파의 수장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하인즈는 기계적으로 했던 말을 다시 담담하게 늘어놓았다.

충격적인 정보를 갑작스레 접했기 때문일까, 진소란은 잠시 혼란스러워하는 듯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하인즈의 눈치를 살폈다.

“그··· 하인즈 씨. 일단 제가 보고는 올려 볼 텐데요. 그게, 사실을 확인할 시간도 필요하고··· 또 너무 갑작스···.”

“진소란.”

하인즈의 무심한 목소리가 그녀의 말꼬리를 끊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정적.

하인즈는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

어지러울 정도로 짙은 혈향이 자욱하게 퍼졌다.

지난밤, 무수한 흡혈귀들을 포식하고 급증한 흡혈인자가 일제히 혈마력을 뿜어냈다.

심장을 조이는 듯한 위압감에, 진소란이 그대로 굳은 채 숨을 삼켰다.

‘하인즈 씨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단순히 혈마력의 양으로 찍어 누른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근본적으로 달랐다.

마치 포식자가 노려보는 듯한, 좀 더 내면의 본능을 자극하는 공포.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소 7레벨, 어쩌면 그 이상···. 내가 판단할 수준이 아니야.’

그녀는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곧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지금 바로 연락해서, 최대한 빨리 일정을 잡아보도록 할게요!”

온건파의 수장은 7레벨.

그 수장과 마주할 때도 이런 기분은 느끼지 않았으니, 하인즈는 그것보다 더 강하다고 봐야 한다.

강경파의 알파가 8레벨에 다다랐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으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인데다 직접 본 적이 없으니 논외였고.

“그래, 그럼 그때 혈맹의 무력을 증강시킬 방안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보도록 하지. 강경파 잔당에 대한 처우도.”

“예, 그렇··· 예에?”

하인즈에게는 이제 최대한 빨리 세력을 키워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까.

혈맹은 그런 면에서 적합한 세력이었다.

강경파가 썰려 나가 무력이 감소했지만, 오랜 시간 존속해 온 만큼 기본 여력이 있었다.

은밀성과 정보력, 영향력까지 뒷세계의 조직 중에서는 한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였으니까.

마침 그들에게 목줄을 걸 수 있는 능력도 새로 생겼으니, 써먹을 수 있는 만큼은 써먹어 주리라.

아마 온건파 입장에서도 나쁜 제안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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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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