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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

⊹ 45화 ⊹

그날 저녁, 마을 중앙에 화톳불이 활활 타올랐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빠르게 공수해 온 커다란 에일 통이 가득 놓였고 기사들이 일꾼처럼 고기를 잔뜩 날랐다.

숯불 위에서 꼬치에 꿰어진 고기들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한 번에 얼마나 많은 꼬치들이 구워지고 있는지 놀라울 지경이었다.

기름이 뚝뚝 떨어지고 숯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고기에 풍미를 더했다.

얼마나 많이 구워 봤는지, 요리사들은 절대로 태우지 않으면서 능숙하게 풍미만 더하고 있었다.

도아도 이렇게 큰 규모로 바비큐를 해 본 적이 없어서 감탄했다.

레―소소가 양손으로 노릇노릇하게 익은 꼬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가느다란 쇠꼬챙이에는 그녀의 팔뚝만 한 고기가 꿰어져 있다.

“여기 도아 님 먼저 드세요.”

“고맙습니다.”

도아가 꼬치를 받아들고 웃으며 말했다.

“다 같이 먹어야 맛있죠.”

“네! 다들 드세요.”

레―소소의 말에 기사들은 “네!” 하고 일사불란하게 꼬치를 들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팔뚝만 한 꼬치를 먹어 치우고 다음 꼬치를 든다.

마나 사용자들도 먹성이 좋지만, 늑대족만큼은 못한 거 같았다.

도아는 엄청난 속도로 줄어가는 고기를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한 번에 많이 굽기 시작했는지 알겠다.

“도아 님, 정말로 감사드려요.”

옆에 서서 레―소소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도울 수 있어서 기뻤어요.”

도아의 말에 레―소소가 고개를 들어 도아를 보고는 방긋 웃었다.

‘귀엽다.’

사랑스러운 소녀의 미소는 귀여웠다.

레―소소는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서 뺨이 통통하고 둥그스름했는데, 그것도 무척 귀여웠다.

“도아 님은 무슨 일로 비에나리에에 오신 건가요?”

“냐냑세세를 만나러 왔어요.”

“중요한 의문이 있으신가 보지요?”

“그런 셈이죠.”

도아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레―소소의 뺨이 다시 붉어졌다.

“그, 저기. 도아 님.”

“네.”

“그럼 냐냑세세를 만나시고서 저희 가문에 꼭 들러 주세요. 산―모아 가문은 절대로 은인을 홀대하지 않아요.”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뭔가 둥글납작한 마패 같은 걸 꺼냈다.

다섯 줄로 늑대 발톱으로 난 상처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저희 산―모아의 가문패입니다.”

“가문패요?”

“네, 이걸 가지고 오시면 저희가 들어드릴 수 있는 부탁은 있는 힘껏 들어드릴게요.”

도아는 얌전히 그 패를 받았다.

“감사해요, 레―소소.”

레―소소는 활짝 웃었다. 이제야 어린아이다워 보인다.

‘고생을 너무 해서.’

어쩐지 자기 어릴 때가 생각나 도아는 레―소소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고생 많았어요.”

속삭이는 말에 레―소소가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며 말했다.

“도아 님을 처음 봤을 때 세계수의 사도가 나타난 줄 알았어요.”

“그거 영광인걸요.”

도아가 웃으며 말하자 레―소소가 몸을 앞으로 홱 기울이며 도아의 손을 꽉 잡았다.

“꼭 와 주셔야 해요. 그냥 가시면 안 돼요. 아셨죠?”

박력에 밀려 도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레―소소가 배시시 웃어 보였다.

도아가 물었다.

“그럼 이제 레―소소는 가문으로 돌아가나요?”

레―소소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아니요. 인원수가 반으로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은 끝내야 해요. 나중에 보충 인원이 더 오기로 했어요.”

도아는 깜짝 놀랐다.

그런 일을 겪었는데도 해야 할 일이 있단 말인가?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레―소소가 주변을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도아 님은 한 가문이 계속해서 훌륭하게 이어지려면 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도아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사람이요.”

레―소소가 속눈썹을 깜박거렸다가 빙그레 웃었다.

“맞아요. 산 가문이 이어지려면 가장 중요한 건 후계자죠. 레는 산의 후계자라는 표식이고요.”

레―소소가 말했다.

“그래서 비에나리에에서는 비밀리에 ‘레―경합’이 열려요. 거기에 참가해야 하니 늦을 수는 없지요. 하루라도 빠르게 움직여야 해요.”

“아.”

도아는 레―도나를 떠올렸다.

비밀 임무라는 둥 하며 잔뜩 들뜬 모습이더니, 경합에 참가하는 거였구나.

“그럼 이럴 시간도 없는 거 아닌가요?”

레―도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 마을 안에 있을 때는 닷새는 지난 거 같았는데, 나와 보니 시간이 그렇게 흐르지는 않았더군요. 그리고 은인을 이렇게 보내면 안 되지요. 무엇보다…….”

레―소소가 타오르는 화톳불을 바라보았다.

“저도, 기사들도 어쨌든 매듭을 지어야 하고요.”

도아가 가만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 토닥이는데 니알이 다가왔다.

새하얀 털의 우아한 늑대족은 무엇보다도 꼬리가 훌륭했다.

엄청나게 풍성한 꼬리다.

‘한번 안아보고 싶다.’

“두 분 다 꼬치 하나로 버티시지 말고 더 많이 드세요. 자, 그리고 도아 님께는 특별히.”

니알이 플라스크를 꺼냈다.

“저희 산―모아 영지의 특산품을 선물하겠습니다.”

레―소소가 깜짝 놀랐다.

“니알, 그거 가지고 있었어요?!”

“살아나면 마시려고 남겨 뒀지요.”

니알이 웃으며 플라스크를 도아에게 내밀었다.

“마시면 누구라도 불을 뿜는 용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답니다.”

“우와…….”

“다들 모르고 있으니까, 도아 님 혼자 마시세요.”

니알이 소곤소곤하며 플라스크를 도아에게 쥐여 주었다.

하지만 시선이 플라스크에서 떠나지 않았다.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린다.

도아는 플라스크를 받아들고 말했다.

“니알, 꼬리 한 번 만지게 해 주면 한잔 나눠 줄게요.”

선물 받은 걸 자기 것처럼 우쭐거리며 도아가 말했다. 니알의 눈이 반짝였다.

“어머? 그럼 좋아요.”

니알이 뒤를 돌았고, 도아는 꼬리를 끌어안았다.

“하―”

행복한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진짜 좋다. 완전 푹신푹신하다. 밀도도 엄청나게 높아.

“감사해요, 행복했습니다.”

“별말씀을.”

니알이 도아에게서 플라스크를 받아들고, 플라스크 뚜껑에 한 잔 따랐다.

“캬―!”

니알이 몸을 부르르 떨고 활짝 웃었다.

송곳니가 화톳불에 번득인다.

“여전히 맛있네요. 자, 더 마시기 전에 이만 넘겨드릴게요.”

니알이 뚜껑에 한 잔 더 따라서 도아에게 내밀었다.

투명한 술이 불빛이 일렁인다.

딱 봐도 독주였다.

도아는 눈을 딱 감고 한입에 잔을 들이켰다.

“후와―”

불이라도 삼킨 거 같았다.

“굉장하네요.”

도아의 말에 니알이 활짝 웃으며 플라스크를 건네주었다.

“도아 님만 드세요. 레―소소는 탐내지 마세요.”

하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니알이 떠나자 이어서 엔이 다가와 접시를 내밀었다.

구운 고기가 잔뜩 올려진 접시였다.

“빈속에 드시면 속 버리십니다. 인간은 늑대족보다 위장이 약하다는 걸 니알은 잘 모르죠.”

“고마워요.”

웃으며 도아가 접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그가 떠나지 않고 빤히 플라스크를 바라봐서, 도아는 그에게도 한 잔 따라주었다.

엔은 한잔 마시고는 씩 웃고 자리를 떴다.

늑대다운 웃음이다.

레―소소가 킥킥 웃고 말했다.

“얼른 안 드시면 다 빼앗길 거예요.”

“한 잔만으로도 굉장한걸요.”

도아는 그러며 플라스크에 입을 대고 다시 술을 조금 마셔 보았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알코올이 느껴진다.

“후아.”

도아가 다시 숨을 내쉬었다.

기름진 고기를 몇 점 집어 먹고 다시 술을 마시자 완전히 느낌이 달랐다.

‘맛있어!’

기름기가 싹 씻겨 내려간다. 술에서 부드럽고 강한 풍미가 느껴졌다.

야생성이 느껴지는 맛이 기름진 고기와 조화를 이루었다.

“산―모아의 술이라고요?”

도아의 질문에 레―소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 지방에서 나는 나무 수액을 바탕으로 만드는 술이에요.”

“아아. 그래서 야성적인 맛이 나는 거군요. 숲 같은 맛이 나요.”

도아의 말에 레―소소가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아 님을 혼자 독점하면 안 될 거 같네요. 고기 더 가지러 다녀올게요.”

그녀가 바비큐 쪽으로 가자 그녀의 기사들이 하나둘 가까이 가서 레―소소에게 말을 붙였다.

도아가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주변으로 초보 모험가 일행이 몰려들었다.

도아와 시선이 마주치자 어린 수사슴이며 일행의 리더인 킨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도아 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도아 님은 무슨 도아 님이에요. 같은 모험가인데, 그냥 도아라고 불러요.”

도아의 말에 킨즈가 활짝 웃었다.

어린 뿔에는 반지 같은 금장식이 달려 있었다.

멋쟁이 사슴족이라면 뿔에 장식을 다는 걸까?

사슴이라서 그런가, 어딘지 똘망똘망한 인상이었다.

저 동그란 눈에 악의라고는 없을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무섭다, 툴레족.’

첫인상부터 먹고 들어가다니.

“저희 일행을 소개해 드릴게요, 이쪽은 스팟이고요.”

얼룩무늬 고양이족이 꾸벅 인사했다.

“이쪽은 헤더예요.”

밝은 갈색 머리의 소녀가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손에 킨 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나무 지팡이 끝에 아주 작은 크리스털이 붙어 있었다.

옅은 초록빛을 띤 걸 보니 윈드 크리스털인 거 같았다.

“마법사시네요.”

도아의 말에 헤더가 수줍은 듯 웃었다.

“아직 견습이지만요.”

“그렇군요.”

“그래도 헤더는 대단하다옹, 헤더덕분에 얼마 전에 C급 던전을 깼다옹.”

스팟이 말했다.

스팟의 말투에 도아는 쿨럭쿨럭 기침을 했다.

헤더가 “아이 참.” 하고 웃으며 말했다.

“스팟과 킨즈가 시간을 벌어 줬으니까 가능한 일이었어.”

“그, 스팟은 말투가 특이하네요.”

“앙? 사투리 심하게 느껴지나옹? 비에나리에 북부에서 왔다옹.”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툴레가 사는 비에나리에 북부쯤 되면 저런 말투쯤 가질 수 있지 않겠나옹?

헤더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A급 던전을 단독 공략하셨다면서요? 어떻게 하신 거예요? 보스몹이 본드래곤이었다는 게 사실이에요?”

“A급 던전은 어떤가요?”

“그런 곳을 공략하면 식사는 어떻게 하나옹? 며칠 동안 쉴 수는 있나옹?”

질문들이 와르륵 쏟아졌다.

도아는 답할 수 있는 질문들에는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이야기하면서 도아는 열심히 손에 든 플라스크를 홀짝였다.

기름기가 가득한 고기 맛을 술이 깔끔하게 쓸고 내려가 주면서 숯의 풍미와 춤추듯 어울린다.

술이 강해서 그런지 안주의 거친 맛에도 지지 않고 묘하게 고기도, 술도 더 맛있어지는 기분이었다.

손짓 발짓하며 이야기는 점점 더 열이 달아올랐다.

셋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도아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헤더는 완전히 집중해 입까지 살짝 벌린 채로 어린아이처럼 이야기를 들었다.

스켈레톤 장군을 쓰러트린 대목이 나오는 순간, 킨즈가 “우와.”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끼리 듣기 아깝다옹. 음유시인이 들어야 한다옹.”

스팟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헤더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베리가 저쪽에서 달려왔다.

손에 만돌린을 들고 있었다.

다가온 베리는 너무 흥분해서 분홍색 코가 아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또아 님!”

“베리? 왜 그래? 만돌린은 왜?”

베리가 만돌린을 불쑥 내밀고 늑대 쪽을 가리켰다.

“또아 님이 만덜린 따란다고 따랑했더여!(또아 님이 만돌린 잘한다고 자랑했어요!)”

아주 득의양양한 표정이다.

도아는 웃음이 터지려는 걸 참았다.

“자랑했어?”

“녜!!”

가슴까지 쭉 펴고 흥분으로 동그래진 동공에 수염은 완전히 앞으로 몰려 있다.

‘괜찮은가?’

아이라면 슬슬 자야 하는 시간이지 않을까?

도아가 베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베리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니, 한 곡 연주해야겠네.”

베리가 그 말에 ‘엣헴.’ 하는 얼굴을 했다.

도아가 쿡쿡 웃고 현을 가볍게 퉁겼다.

헤더가 “와아.” 하고 눈을 빛냈다.

“만돌린 연주도 하세요?”

“잠깐, 그래서 그다음 본드래곤이랑은 어떻게 된 거냐옹?”

“이겼으니까 여기 계시겠지!”

“저도 꼭 듣고 싶어요.”

레―소소가 언제 왔는지 다가와서 말했다.

도아가 웃었다.

“다들 원하면 어쩔 수 없지요.”

취해서인지 부끄러움도 망설임도 없었다.

도아는 가볍게 현을 퉁겼다.

또로롱

단숨에 주변을 조용하게 할 만큼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즉흥적으로 도아는 연주를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 향한다.

도아가 적당히 기억나는 한 곡을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자 모두 환호성을 질렀고, 도아는 멋쩍어서 와하하 시원하게 웃었다.

무릎 가를 보니 연주를 부탁한 베리는 잠들어 있었다.

“아이코.”

어린아이에게는 지나치게 늦은 시간이긴 했다.

실컷 움직이기도 했고.

도아가 만돌린을 옆에 내려놓고 베리를 안아 올렸다.

이렇게 움직여도 완전히 늘어져서 자고 있다.

“완전히 잠들었네.”

도아는 베리를 안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휘청였다.

“어어어?”

취했다!

비틀비틀 뒷걸음질을 치다가 무언가에 뒤통수를 부딪쳤다.

단단한 손이 그녀의 양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쥔다.

“도아 양, 많이 취했습니다.”

돌아보니 쿠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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