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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0

EP.449 17. 인형의 집 (25)

전신이 깃털로 덮여 있는 데다 날개까지 달린 탓에 일단 괴물 새라고 칭하기는 했지만, 녀석은 마냥 새라고 부르기 힘든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우선 녀석의 몸통은 근육의 형태로 보아 사람의 몸을 기반으로 한 게 확실했다.

그러나 머리가 달려있어야 할 곳에 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새의 다리가 한 송이 꽃처럼 솟아 있었다. 다리 끝에 달린 다섯 개의 발톱이 쫙 펼쳐지는 모습은 정말 꽃봉오리가 펼쳐지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진짜 머리는 양팔의 끝에 각각 하나씩 달려있었다. 한 놈은 부리로 깃털을 손질했고, 다른 한 놈은 저택 아래를 내려다보며 사람들을 관찰했다.

가장 황당한 것은 놈의 다리였다. 그곳에는 털이 수북한 근육질의 사람 다리가 달려있었다. 그것 때문에 왠지 녀석은 진짜 괴물이라기보다 깃털 옷을 뒤집어쓴 남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원더스타인은 녀석의 모습을 원작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노예시장 스테이지의 보스전에서 록센이 최종적으로 취하는 형태였다. 그는 데볼루트 비약을 한껏 들이마시고는 저런 괴물로 변했었다.

“저건 역시…… 록센입니까?”

“맞아. 화신은 신도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신’의 형상을 그린 것이지. 녀석이 그리고 있던 클레벤타인의 이미지가 저렇다는 말이야.”

라테나는 대답하면서 원더스타인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록센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그리움과 안타까움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하여간 여린 녀석. 자신에게 칼을 들이민 놈한테도…….’

그녀는 동생의 변함없는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심했다. 그녀는 일부러 엄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접어둬. 그럴 때가 아니야.”

“……네.”

원더스타인은 자신이 너무 부주의하게 감정을 내비쳤다고 생각하며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원작의 보스전과 지금을 비교하면서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마녀 앞에서는 철저하게 원더스타인을 연기해야 했다.

“끄아아아아!”

괴조가 지닌 두 개의 머리가 동시에 괴성을 내질렀다. 둘이 내는 소리의 높낮이와 파장이 미묘하게 엇갈려서 그런지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 머리가 어질해졌다.

“최면 음파군.”

라테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변에 어슴푸레한 빛의 방어막을 쳤다. 그러자 단원들은 어지러움이 싹 가시는 것을 느꼈다.

“역시 단장님의 누님!”

“어떠냐, 이 괴물 놈아!”

록센은 분한 듯 부리를 딱 부딪치고는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두 개의 머리는 적의 어린 시선으로 라테나와 원더스타인을 노려봤다.

비록 클레벤타인이 본인의 필요에 따라 록센의 뒤통수를 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래의 규칙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를 속인 만큼 화신으로 변한 그가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을 쉽사리 방해할 수 없는 듯했다.

‘이제부터는 우리 힘으로 저놈을 쓰러트리란 말이지?’

사도인 라테나는 마신의 의지를 단번에 이해했다.

“이 녀석아, 뭘 멍하니 있냐! 일단 클라라부터 치료해라!”

가스통의 호통에 화신의 움직임을 쫓던 원더스타인은 옆에 누워 있는 클라라를 발견하고는 그녀의 상처를 살피기 시작했다. 화신이 멀리 떨어진 탓에 그의 주변에 형성된 마신의 영역이 이곳까지 닿지 않았다.

원더스타인의 손이 닿는 곳마다 상처가 재생되어 갔다. 애처롭게 떨리던 그녀의 호흡도 금방 안정적으로 변했다. 그녀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더니 자신을 보살펴주는 상대를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오라버니……?”

클라라의 입에 반가운 미소가 걸렸다. 예전에는 이런 그의 친절이 그저 주인이 부하에게 베푸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 진실을 깨달은 그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장님, 저 단장님 동생 맞죠……?”

혼수상태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원더스타인은 이것 역시 록센이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레이나에게 자신을 아버지라 믿게 만들어 그녀를 조종했었다. 아마도 클라라는 본인의 여동생으로 개조할 속셈이었던 것 같았다.

“쉿, 일단 푹 쉬고 일어나서 얘기하죠.”

원더스타인은 여기서 그녀가 더 떠들도록 내버려 두었다간 제정신을 차렸을 때 민망해할까 봐 그녀의 입을 조심스럽게 막았다. 그는 그녀가 다시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야 양, 바깥 상황을 말해주시겠습니까?”

마야는 단원들에게 몰려오고 있는 적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단원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인형의 집을 함락시키고 잠시 우쭐해 있던 마음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곳으로 몰려오는 사람들에게는 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총을 모두 역에 놓고 왔다. 민간단체가 수천 정이나 되는 총기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군대의 제식 머스킷보다 한 세대 뒤떨어진 물건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불 근처에서 쓸 만한 것들이 못됐다.

단원들을 서로 어깨를 맞대고 둥글게 진형을 짰다. 불꽃은 이제 그 형태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것들은 마야와 스벤의 묘사대로 새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불타는 거대한 허수아비였다. 농기구로 무장한 수천 명의 사람이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설마 저게 다 적이야?”

“우린 다 죽었다.”

“핫핫, 대위기군요!”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와? 당신은 긴장도 안 돼?”

“핫핫, 저야 죽은 척을 해서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큭, 치사하긴.”

단원들은 서로 우스갯소리를 나누며 어떻게든 긴장을 풀려고 애썼다. 그러나 점점 가까워지는 적들의 발소리에 그들의 입술은 바짝 타들어 갔다.

그때, 갑자기 그들의 머리 위에서 찢어지는 듯한 괴성이 들려왔다. 그것은 록센이 내는 소리였다. 그는 저택 위를 빙글빙글 돌며 사방을 향해 음산한 기운이 담긴 비명을 질러댔다.

“끼아아악!”

단원들에게는 그것이 그저 기분 나쁜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그것은 라테나가 그들을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소리에 노출된 콤프라치코스의 조직원들은 갑자기 눈을 까뒤집으며 저마다 목에서 피라도 토할 것처럼 고함을 질러댔다.

“크아아아!”

“크어억!”

그것은 ‘광란’ 주문이었다. 클레벤타인의 화신은 무려 3,000명의 신도 모두에게 한꺼번에 주문을 걸고 있었다.

“세상에!”

“저건 아까 봤던 그?”

“영감님, 그 약 더 없어요?”

“안 돼. 저놈들은 광전사의 비약을 마신 게 아니잖아. 내 약은 그놈들에게만 통한다고.”

아무래도 화신은 직접 싸울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교활한 전략가라는 이명답게 철저하게 하늘 위에서 판을 짜고 말을 움직여 그들이 죽는 꼴을 지켜볼 셈인 듯했다.

원더스타인은 그러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록센과 라테나의 보스전은 그렇게 몰려오는 적들을 물리치면서 보스에게 조금씩 타격을 가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었다.

“본체의 힘은 약해! 화신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야! 위커맨을 일으키고 방금 광란을 거는 데 마력을 거의 다 써버렸군. 녀석을 쓰러트리면 위커맨도 사라지고 주문도 멈출 거야!”

“그럼 이쪽에서 격추해 보죠.”

원더스타인은 팔을 뻗어 ‘본호그의 창’을 꺼냈다. 그의 손목과 손바닥 살이 갈라지며 뼈로 만들어진 창이 튀어나왔다.

본호그의 창은 그의 근육 강도와 조직 경도에 따라 위력이 올라갔다. 근육 강도는 창을 내쏘는 속도를, 조직 경도는 창의 날카로움과 단단함을 강화했다.

“마야 양, 정밀 조정 부탁드립니다. 투창 훈련 기억하죠?”

“네.”

지금까지 그는 본호그의 창을 가까운 거리의 적이나 큰 덩치의 적에게만 써왔다. 그래서 적중하는 데 힘을 쏟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상대는 날아다니는 적이었다. 화신치고 덩치도 작았다. 사신과 비슷하거나 조금 모자란 수준이었다. 그냥 날린다면 맞추기 어려웠다.

본호그의 창의 적중도를 올리기 위해 지금까지 몇 번 시도를 해봤지만, 평범한 사람의 감각으로는 팔과 어깨와 손목의 근육을 밀어내어 사격하는 행위의 정밀함을 가늠하기는 힘들었다.

물론 수백 번 반복하다 보면 가능은 하겠지만, 그런 것에 데볼루트를 몇천 개나 쏟을 만큼 그의 자원은 넉넉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번 사격에 마야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염동력을 이용해 투사체의 궤적을 조정하는 훈련을 했었다.

“그럼 갑니다!”

원더스타인은 화신을 향해 팔을 뻗은 다음 창을 발사했다. 처음에는 목표물을 향해 곧게 날아가던 창이 곧 포물선을 그리며 그에게 닿기도 전에 꺾이려 했다.

“끄르르르!”

화신은 그의 헛짓거리를 비웃었다. 그러나 마야는 창이 내쏘아지던 순간부터 이미 궤적 계산을 완료하고 정확한 오차 범위 안에서 염동력을 가해둔 상태였다.

화신의 발아래 몇 미터 지점을 자연스럽게 지날 것처럼 굴던 창은 어느 순간 재차 탄력을 받더니 그에게 직선으로 쏘아져 나갔다. 피할 시간은 없었다. 그가 웃음을 터트린 지 불과 1초도 안 되는 시간을 두고 창이 그의 몸을 꿰뚫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튀었다.

“우와!”

“성공!”

“이걸로 끝난 건가?”

단원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그들의 웃음은 금방 가라앉고 말았다.

적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전히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위커맨은 계속 저택을 향해 전진했고, 조직원들은 여전히 몸을 비틀며 입에서 거품을 토해냈다.

하늘을 올려다본 단원들은 까마귀 괴물이 멀쩡히 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폭발한 것은 그의 몸이 아니었다. 원더스타인이 날린 창이었다.

“별빛이군요.”

원더스타인은 화신을 감싸고 있는 빛무리를 확인했다. 반짝이는 가루들이 그의 몸 주변을 빙빙 돌며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다 끄집어낸 것 같네.”

라테나의 말에 정답이라고 외치는 듯 화신이 긴 울음소리를 냈다. 그는 원더스타인을 상대하기 위해 위로 올라오기 전에 창고에 있던 별빛을 모두 챙겨 나왔다.

별빛에는 데볼루트로 만든 조직을 분해하는 힘이 있었다. 저 정도 양이라면 지금 원더스타인이 보유한 모든 데볼루트를 쏟아부어도 방어를 뚫기 어려웠다.

“내가 날아서 맞붙으면 싸울 수는 있어. 하지만 그랬다간 너의 일행들이 공격에 노출될 거야.”

지금 단원들이 화신이 가하는 정신 공격에서 멀쩡할 수 있는 것은 클레벤타인의 사도인 라테나가 직접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녀가 그들 곁을 떠난다면 단원들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 화신은 다시 고약한 울음소리를 내뿜으며 광란 주문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몸을 비틀며 입에서 증오 섞인 말을 내뱉어댔다. 당장이라도 이곳으로 달려들 기세였다. 저들이 모두 덤벼든다면 그들에게 버틸 재간은 없었다.

“괜찮습니다. 아직 방법은 많습니다.”

원더스타인은 두려움에 떠는 단원들을 향해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라테나는 지금 허세를 부릴 때냐며 따지듯 그에게 눈을 부라렸지만, 그는 오히려 뻔뻔하게 웃어 보였다. 그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저놈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겪었던 적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벗어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사실 그에게 그들을 처리할 방법은 무궁무진했었다. 그러나 그것들을 실행할 사람이 없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이제 두 명이 있었다.

TTT는 기본적으로 세 캐릭터를 조작해서 하는 게임이었다. 하나로는 공략을 수행하기 힘들었지만, 두 명이 있다면 해볼 만했다. 그는 본인의 제자를 자처하는 두 사람을 앞으로 불렀다.

“지금부터 저 괴물의 공략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이반과 마야가 눈동자를 빛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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