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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1

EP.450 17. 인형의 집 (26)

원더스타인이 제자 두 사람에게 화신을 상대할 전술을 가르치는 동안 나머지 단원들은 그의 신도들을 막기 위한 준비를 했다. 가스통, 바텔, 칼슨 세 노인 단원은 적들이 몰려오는 것을 봤을 때부터 이미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가스통은 전직 왕실 정원사로서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엘라조차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신들린 듯한 손놀림으로 주변의 자재들을 엮어서 장애물들을 만들어냈다.

칼슨은 단원들을 지휘해 그것들을 이용해 벽을 쌓도록 했다. 정원수와 울타리, 바위 사이사이를 채워 넣으며 순식간에 간이 진지를 구축해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공병대 부사관 출신다운 노련함이 엿보였다.

바텔은 오늘 싸움에서 교전 중 적을 판별하는 눈썰미가 가장 뛰어났던 이들을 뽑아 그들에게 지정 사수 역할을 맡겼다. 원칙적으로 전투에서 소총수는 탄막을 형성하는 자기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돌출적으로 튀어나오는 적은 분대에서 가장 뛰어난 명사수가 도맡아서 처리했는데 그게 바로 지정 사수였다.

이것으로 원더스타인이 요구한 시간 정도는 무리 없이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위커맨이었다. 놈들의 전진은 충격 탄환으로 저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놈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제자 둘의 교육을 마친 원더스타인이 앞으로 나섰다. 단원들은 불안 반 신뢰 반이 담긴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의 힘이 대단한 건 알고 있지만, 마야가 사신 둘은 필요하다고 평가한 저 머릿수를 그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지 다들 의문이었다. 라테나도 그들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네가 저놈들을 다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아?”

“가능합니다.”

“헛소리! 허세 부리지 마! 그럴 바에 차라리 나도…….”

“누님은 제 단원들을 보호해줘야죠.”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 파트너가 힘을 빌려주면 충분하니까요.”

“파트너?”

엘라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번지려는 웃음을 꾹 참았다. 그녀는 일부러 눈가를 찌푸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흥! 열차에서만 해도 내 몸을 걱정해주는 척하더니. 결국 필요하면 굴릴 생각이잖아.”

“죄송합니다. 적이 생각보다 강하게 나와서요.”

엘라가 사신을 부리는 데는 그녀의 피가 소모되었다. 평소에 조금씩 플라스크 안에 흘려주는 것으로 미리 ‘충전’해둘 수 있기는 했지만, 막상 싸움에 들어가면 충전한 양은 급속도로 바닥났다. 지금까지는 그래서 캇피를 쓰고 난 다음이면 항상 며칠은 빈혈로 고생하곤 했다.

“도와주시겠어요, 부단장님?”

원더스타인은 은근히 애걸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가 그녀와 함께한 지가 벌써 1년이었다. 의식해서 하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본능적으로 그는 이렇게 하면 엘라가 부탁을 잘 들어준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 어쩔 수 없지…….”

그녀는 품에서 플라스크를 꺼내 사신을 불렀다. 카타로피는 그 안에서 이미 사정을 다 듣고 있었는지 기다렸다는 듯이 전투 태세를 갖추고 튀어나왔다.

“이거 또 싸움이니까? 그것도 또 화신? 키킷, 정말 다사다난한 여행이군요.”

신도들에게 광란 주술을 거는 작업을 마친 클레벤타인의 화신은 그들에게 인형의 집을 포위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반원 형태로 몰려오던 적들이 둥글게 저택을 둘러쌌다.

전략의 마신답게 그는 신중했다. 그들이 뭔가를 준비한다는 냄새를 맡고는 우선 그들의 퇴로를 차단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사신의 등장을 확인한 그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들 바쁘게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긴장한 눈으로 적들의 동태를 살피는 와중에 니카는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타샤와 드미트리는 그것이 전투로 인한 긴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왜 그러십니까, 도련님?”

“혹시 그 ‘호흡’인가 뭔가가 느껴지시는 겁니까? 우리가 불리한가요?”

“아니, 아니야. 이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해. 아마 단장님의 작전대로 될 거야. 물론 화신을 쓰러트릴 수 있다는 전제가 사실이라면 말이지. 다만, 나는 그저…… 율리아 그 여자가 여기서 빠져나갔는지 궁금할 뿐이야.”

니카는 찰리를 쓰러트린 직후, 마침 엘라가 통신을 연결해준 덕에 부하들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비밀통로 앞에서 싸움을 벌이던 다섯 사람은 급변하는 저택의 분위기를 눈치채고 각자의 일행들을 구하기 위해 싸움을 중단하고 방을 나온 참이었다.

부하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저택을 나온 니카는 제3 황비를 결국 놓쳐버린 것이 아쉬웠다. 그는 최소한 부하들이 그녀의 부하들이라도 쓰러트려서 확보했기를 바랐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마 그녀와 그녀의 부하들은 비밀통로를 통해 저택을 빠져나갔을 것이다. 그곳은 저택 근처의 어느 창고의 지하실로 연결되어 있었다.

시간을 따져 봤을 때, 그녀의 일행이 그곳을 통해 이 지역에서 벗어났을 확률은 반반이었다. 위커맨의 포위망이 형성된 이전에 나갔다면 밖으로 탈출했을 수 있었겠지만, 포위망이 형성된 이후라면 아마도 힘들 것이다.

니카가 기대하는 것은 후자였다. 그는 그녀가 탈출로를 못 찾고 다시 저택 방향으로 돌아오길 바랐다. 그러나 적들이 저택을 포위해 나가는 형국인데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상황이 잘 맞물려서 탈출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포위망이 거의 완성되어 가면서 그도 제3 황비에 대한 기대를 이만 접으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밀밭 속에서 네 사람의 인형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바로 그가 찾던 제3 황비와 그녀의 일행들이었다. 그들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숨어서 기회만 엿보다가 드디어 버틸 수 없는 때가 오자 이쪽으로 달려왔다.

“쏘, 쏘지 마시오! 우리는 사람입니다!”

늙은 주교가 품에 건 십자가 목걸이를 꺼내 보이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곧 일행들 옆에 선 사신을 확인하고는 입을 쩍 벌리며 십자가를 다시 품속에 쑤셔 넣었다.

“비밀통로 앞에서 싸웠던 자들입니다.”

이반의 외침에 루카셴코와 레오노프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죽일 기세로 싸워놓고는 이렇게 몸을 의탁하러 온 것이 민망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자존심이나 명예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들이 모시는 사람의 목숨이었다.

제3 황비와 황태자가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그녀는 단원들이 구축한 진지의 형태와 그가 서 있는 위치를 보고 이 진형이 그를 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황태자는 일행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것 같았다.

‘피차 모른척하기로 할까요?’

제3 황비와 황태자는 눈빛으로 몇 가지 합의점을 교환했다. 다툼은 나중의 일이었다. 일단 여기서 살아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이반의 보고를 듣고 그들을 인형의 집에 초청받은 고위 귀족으로 짐작했다. 비록 다툼이 있었다고 해도 상황이 바뀐 지금은 싸울 이유가 없었다.

“힘을 합치기로 하죠.”

그렇게 제3 황비 일행도 괴물서커스단의 진영에 일시적으로 합류했다. 그녀와 니카는 각자의 부하들과 함께 멀찍이 떨어져서 서로를 경계했다.

“끄아아악!”

포위망이 완성되자 공격이 시작되었다. 화신의 신호와 함께 저택을 둘러싼 적들이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

화신은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모든 면에서 그가 우위에 있었다. 사신의 등장은 의외였지만, 그것으로 전황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그저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을 뿐이었다.

괴물서커스단의 저력은 확실히 놀라웠다. 그의 신도들이 광란을 걸고 달려들고 있는데도 그들의 진형을 쉽게 뚫지 못했다.

단원마다 가진 특기에 맞춰 역할 분배를 잘했다. 방금도 그나마 허술한 곳으로 보여서 20명 정도 돌격시킨 곳에는 한 명의 여인이 여섯 개의 총을 동시에 쏘아댔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찔러본 곳에서는 붕대 감은 놈이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와 그들을 처리했다.

공격해 들어가는 족족 신도들이 드러누웠고 그 수는 벌써 300에 달했다. 그러나 화신을 실망하지 않았다. 바닥에 기절한 사람들이 쌓여갈수록 적들의 대응 속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 그의 전략안은 빠르게 그 수치를 분석했다.

아마 앞으로 700명 정도 더 투입하면 적들의 방어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500명을 더 투입하면 아마 총기나 진지는 더는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1,500명으로 압살하면 그만이었다.

고오오오. 위커맨들이 입에서 화염을 토하고 불타는 주먹을 휘둘러댔다. 토끼 수인 한 마리와 검은 정장을 입은 금발의 남자가 그들이 단원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그들의 신체 능력은 확실히 대단했지만, 위커맨의 불은 조심스러운지 직접 맞부딪치지 않고 되도록 피하려고 했다.

위커맨이 휘두르는 불은 평범한 불이 아니었다. 그것은 교회에서 말하는 연옥의 불길이었다. 어비스의 가장 밑바닥에서 타오르고 있는 그것은 죽은 이의 영혼을 불살라 정화하는 역할을 했다.

교회 사람들이 어비스와 연옥의 관계를 설명할 때, 괜히 모닥불의 비유를 드는 것이 아니었다. 불이 천국으로 가는 입구라면, 어비스는 거기서 피어오르는 연기라는 것이다. 즉, 어비스는 연옥에서 불완전 연소한 영적 찌꺼기, 온갖 감정과 의식, 기억의 잔재가 쌓여서 이루어진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위커맨의 불이 순수한 연옥의 불길인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진즉에 이 일대는 소멸해버렸을 것이다. 원래 있던 불에 연옥의 기운이 아주 약간 섞여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 정도만으로 사신이나 원더스타인 정도 되는 강자가 경계할 정도로 그 위력은 위협적이었다.

그들도 아마 버티는 게 한계일 것이다. 화신은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등 뒤를 돌아봤다. 저 아래 저택의 지붕 위에 두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머리를 짧게 깎은 청년과 은빛 머리칼의 소녀였다. 아마 그들이 자신을 쓰러트릴 것이라고 믿기에 저렇게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일 것이다.

둘은 분명 인간치고 뛰어났다. 꽤 괜찮은 실력의 검사와 마법사였다. 하지만 화신이 보기에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비록 부하들을 강화하는 데 마력을 상당수 써버렸지만 평범한 인간 따위에게 자신이 당할 리 없었다.

“까아악!”

그의 오른손에 달린 머리가 두 사람을 향해 음파 공격을 날렸다. 그것은 서로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담고 있었다. 라테나의 보호 밖으로 나온 게 그들의 실수였다.

그의 양손에 달린 머리들은 곧 그들이 싸울 장면을 상상하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는 곧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두 사람이 정면으로 그의 공격을 받아내고는 허공을 질주하는 것이었다.

마법사야 염동력을 이용해 난다고 쳐도 검사까지? 아니, 그것보다 방금 어떻게 자신의 공격을 무시한 것일까? 설마 정신계 마법에 저항하는 물건이라도 몸에 지닌 것일까? 환상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키야아악!”

화신의 왼쪽 머리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두 사람을 향해 이번에는 파괴의 음파를 날렸다. 이것은 물리력을 담은 것으로 강철 갑옷이라도 찢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가 이번에 노린 것은 이반이었다. 공중을 자유자재로 나는 마야 보다, 하늘을 걷는 동작을 취하는 이반을 맞추기 더 쉽다고 생각한 것이다. 놈은 아마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허공에 발판을 만들어 걷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이반의 다음 동작에 막히고 말았다. 그가 방패를 앞으로 내밀자 놀랍게도 파괴의 음파가 눈 녹듯이 그냥 사라져 버렸다.

저게 무슨 조화인가? 자신의 권능이 이렇게 쉽게 무력화되다니?

이반과 마야는 이제 화신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오른쪽 머리는 발작적으로 힘을 끌어 올려 마야에게 저주 음파를 날렸다. 어지간한 정신계 저항은 무시하고 듣는 즉시 상대의 뇌를 터트려버릴 수 있는 마법이었다.

그가 입을 벌려 소리를 발산한 순간, 그의 왼편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돌아본 오른쪽 머리는 왼쪽 머리가 펑 하고 뒤통수가 폭발해버리면서 녹아버린 뇌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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