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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3

EP.452 17. 인형의 집 (28)

“이야기 속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위용이었습니다! 저 무시무시한 악마를 그렇게나 쉽게 처리하다니! 아, 제 소개가 없었군요, 젊은 용사분들! 저는 수도권 북방 교구의 주교직을 맡은 구스테라고 합니다. 오래 살고 볼 일이에요. 이렇게 젊은 분들이 어떻게 그런 대단한 힘을 지녔는지……. 정말 감탄했습니다! 허허!”

제3 황비의 측근 중 한 명인 늙은 주교는 이반과 마야의 활약에 완전히 감화되었는지 두 사람을 붙잡고 이런저런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친 나머지 그의 말에 제대로 호응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가 중간에 언급한 ‘쉽게’라는 단어에는 반발심마저 느꼈다.

쉽다고? 하긴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럴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들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원더스타인이 해준 조언 덕분이었다.

두 사람은 이번 싸움의 진짜 공로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진정한 찬사를 받을 사람은 바로 그들의 스승이었다. 그분이 없었다면 자신들이 10명이 있었다고 해도 화신을 이기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 설명하기도 힘들 정도로 두 사람 다 지친 상태였다. 결국 보다 못한 엘라가 끼어들어 노인을 두 사람에게서 떼어 놓았다. 둘은 곧 바닥에 졸도하듯 등을 대고 누웠다.

“정말 잘하셨습니다.”

그들은 눈 감기 직전에 들린 목소리를 듣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스승에게 칭찬을 들었다. 그들은 그 한마디에 큰 만족감을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다.

광란에 걸렸던 신도들도 모두 기운을 잃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저택은 불과 몇 분 전의 소란이 거짓말인 것처럼 고요해졌다.

사람들은 하나둘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주저앉았다. 다들 죽기 살기로 싸운 터라 상당히 지쳐 있었다. 특히 괴물서커스단 사람들은 엊저녁부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달려왔던지라 피로가 더했다.

“자, 여기 동화책 다음 화다.”

도스빌 남작은 루엘로가 자신을 향해 주춤주춤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짐작하고 가져온 책을 내밀었다. 책의 절반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페렌츠에게 얻어맞으면서도 책을 품에서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엘로는 그것을 보고 울먹이는 표정을 짓더니 도스빌 남작을 와락 껴안았다.

“흑, 아저씨…… 죽은 줄 알았어요……. 사, 살아 있어서 다행이에요!”

루엘로는 그를 붙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도스빌은 그러고 보니 그녀가 본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 페렌츠에게 반죽음이 된 다음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야, 내가 고작 그 정도로 죽을 리가 있겠냐. 꼬맹아,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이 더 못생겨지겠다. 그만 울어.”

“잉, 너무해요……. 흑, 저 안 못생겼어요…….”

“아, 그래. 그래. 우리 못생긴 아가씨, 네 친구나 불러서 같이 책이나 읽으세요.”

그의 말에 루엘로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갑자기 활짝 웃었다.

“아, 그렇지! 삼손이도 아저씨 걱정 많이 했어요.”

“흥. 괴물 놈이 내 걱정은 무슨…….”

도스빌은 부끄러움에 괜히 툴툴거리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루엘로는 친구를 불러내기 위해 머리카락에 말을 걸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를 불러도 그는 끙끙 앓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단장님, 삼손이 이상해요.”

루엘로는 기운을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가 다시 골골거리자 울상을 지었다. 원더스타인은 잠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져보고는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미소를 지었다.

“화신이 소멸하면서 놈이 몸에 두르고 있던 별빛이 분진 상태로 퍼진 모양입니다. 당신은 그걸 들이마셨군요. 몇 시간 쉬다 보면 정신을 차릴 겁니다.”

그의 말에 루엘로뿐만 아니라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니카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몸이 다시 여자로 변해버려서 혹시 약의 부작용인가 싶어 놀라고 있던 참이었는데, 곧 돌아온다니 다행이었다.

얼마 안 있어 말을 탄 병사 10여 명이 저택 앞으로 달려왔다. 그들은 나타샤가 호출한 인근의 주둔군 소속 척후병들이었다.

그들을 보낸 사람은 자이가르니크 대령으로 니카의 외가 쪽 오촌 당숙의 처남이었다. 친척으로서는 먼 관계이긴 하지만 확실한 황태자 파벌에 속했다.

척후병들의 대표는 나타샤가 내민 인장을 확인하고는 경례하며 그녀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이가르니크 대령은 본대 4천을 이끌고 3시간 거리에서 진군해 오고 있다고 했다. 나타샤는 그에게 보낼 보고서에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간략하게 요약해서 적어넣었다.

“제3 황비에 대한 보고는 생략해.”

니카의 말에 나타샤는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설마 그녀를 놓아주실 생각이신가요?”

“응.”

“하,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을 잘만 엮으면 제3 황비 파벌을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도 있어요.”

“나도 알아. 하지만 상대가 가진 패도 만만치 않아. 거래로 끝내는 게 좋겠어.”

나타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의 주군을 바라봤다. 이 정도 사건과 거래할 만한 패가 제3 황비에게 있던가?

“날 믿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

니카의 말에 나타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판세와 흐름을 읽는 그의 능력은 지금까지 빗나간 적이 없었다.

“잠시 얘기를 나눌까요, 공녀님?”

“좋습니다.”

황태자와 제3 황비는 호위를 멀리 물렸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노려보다가 본격적으로 거래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러니까 콤프라치코스와의 연관성을 묵인해줄 테니 자료를 넘겨달라는 말입니까?”

“네. 오늘 벌인 일로 이 조직은 최고 위험도의 반국가 조직으로 낙인찍힐 겁니다. 그런 현장에서 당신과 조직 간의 거래 정황이 발견되면 어떻게 될까요?”

“증거는…… 내가 가진 서류겠군요.”

“그건 저도 공개되면 곤란한 내용을 담고 있지요. 저울질을 잘해보세요. 누가 더 가진 게 많고, 누가 더 잃을 게 많은지.”

율리아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황태자의 경우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봤자 그 지위를 잃고 일개 황녀로 전락하는 게 고작일 것이다.

그것은 니카에게 있어서 악재였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바로 강력한 배우자와 혼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제3 황비의 머릿속으로 그 후보자들이 스쳐 지나갔다.

니카가 처음부터 평범한 황녀였다면 모를까, 황태자로서 15년을 살아오면서 쌓아온 정치적 자산이 있었다. 아마 제국 전역의 귀족들이 군침을 흘리는 최고의 신붓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황녀가 아닌 황태녀로 인정될 수도 있었다. 그녀와의 혼사를 노리는 귀족들이 그녀를 지지할 테니까.

반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는 황태자에 비교해 많이 부족했다. 황제의 총애 하나만 믿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정도 깽판을 친 범죄조직과 연루된 것이 들통나면 그녀는 끝장이었다.

최악의 경우, 그녀가 몇 달 만에 낳은 아들마저 이곳에서 구해온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을 살 수 있었다. 그게 사실이 아닌 걸 알고 있어도 상대는 그렇게 여론을 몰아갈 것이다. 그게 정치였으니까.

‘안 돼. 그것만은.’

율리아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아들. 아들만은 지켜야 했다.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 아들을 지키는 최선의 수는 뭘까? 황태자와 거래하는 것?

만약 니카가 남자였다면 그녀의 호흡에 뭔가 변화가 온 것을 알아차렸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여자로 변한 상태였고 상대가 뭔가 위험한 각오를 했다는 것을 읽지 못했다.

“구르테 주교님, 잠시 와주세요.”

멀리서 호위들과 함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주교가 품에서 서류를 꺼내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그녀가 황태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가 봐도 그게 최선의 수였다.

율리아는 서류를 받아 황태자에게 건네며 속삭였다.

“솔직히 당신은 여기에 담긴 내용을 읽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어쩌면 그냥 태우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죠?”

“여기에는 당신이 절대 믿기 힘든 사람의 이름이 올라와 있거든요.”

그것은 허세였다. 그녀는 서류의 내용을 대강 훑어보고 말았다. 기억나는 이름 따위 없었다. 그녀는 그저 황태자를 잠시 한눈팔게 만들기 위해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황태자는 그녀의 계략에 따라 서류를 받자마자 급하게 그것을 넘겼다. 그리고는 첫 페이지를 보자마자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율리아는 자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그가 빈틈을 보이자 놀랐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준비한 대로 품에서 단검을 꺼내 니카의 멱살을 붙잡고 확 끌어당겼다.

“이런!”

“도련님!”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나타샤와 드미트리가 놀라서 달려오려 했다. 그러나 제3 황비는 단검을 니카의 목에 피가 날 정도로 꽉 들이대며 소리쳤다.

“아무도 움직이지 마! 이 녀석이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그녀의 외침에 몸을 일으키던 괴물서커스단의 단원들은 멈칫했다. 그 사이, 제3 황비의 눈짓 신호를 받은 루카셴코와 레오노프가 움직였다.

그들은 자이가르니크 대령이 보낸 척후병 10여 명에게 덤벼들었다. 그들은 니카가 황태자라는 것을 몰랐기에 인질로 잡힌 소녀에 개의치 않고 무기를 뽑아 들고 대항했다.

비록 그들 간의 실력 차이는 컸지만, 두 사람은 지친 데다가 이전의 싸움에서 상당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루카셴코는 그들을 모두 참살하는 데 성공했으나 그 과정에서 본인도 창에 몸이 꿰뚫려 죽고 말았다.

척후병 두 명은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훈련받은 대로 본대에 보고하기 위해 말을 타고 달렸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 레오노프에게 따라잡혀 목이 베였다.

“무슨 짓입니까? 공멸하자는 겁니까? 이러면 모두 파멸일 뿐입니다. 물러나서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나을 텐데요”

니카가 경멸을 담은 눈빛으로 율리아를 쏘아봤다. 그러나 그녀는 입에 조소를 띠며 말했다.

“아니, 지금 나는 당신과 대등한 위치에 있지 않아요. 내가 훨씬 우위에 있죠.”

그녀의 말에 니카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죽으면 당신 아들이 황태자가 될 거라고 말하는 겁니까? 황태자 살해범의 자식이? 망상도 적당히 하시죠.”

“아, 그렇겠죠. 제가 황태자 살해범이라는 것을 세상이 안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죽어버린다면 그러지 못하겠죠.”

“그게 무슨…….”

니카가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데, 주교 구스테가 제3 황비를 달래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공녀님, 흥분하셔서 판단력이 떨어지신 모양입니다. 이러면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크헉!”

검 한 자루가 주교의 심장을 꿰뚫고 튀어나왔다. 구스테는 자신을 찌른 사람을 돌아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바로 제3 황비의 심복인 정보부 특급 요원 레오노프였다.

“어, 어째서?”

“구스테 주교님, 당신은 제게 목숨을 바치는 충성 서약을 하신 걸로 아는데요.”

“아, 아니, 그, 그 때문에? 지, 지금까지는…….”

“훗, 잔소리꾼인 제가 당신을 옆에 달고 다닌 이유를 아세요? 물론 제 약한 정치적 입지를 보강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필요한 순간에 정교회 주교 정도 되는 제물을 바로 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그런…….”

제3 황비는 늘 걸고 다니던 펜던트를 열어서 그 안을 보여주었다. 안에는 인신 공양을 뜻하는 불경한 문자들이 피로 새겨져 있었다.

“원래라면 제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들을 길동무로 삼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었는데 이런 데서 쓸 줄은 몰랐네요. 그러면 레오노프 경. 뒷수습을 부탁합니다.”

레오노프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율리아는 펜던트에 달린 바늘에 그녀의 엄지를 찌르고는 거기서 흘러나오는 피를 구스테의 상처에 흘러 넣었다. 그리고는 인간의 언어로 들리지 않는 음산한 주문을 중얼거렸다.

“복수자를 소환하는 주문이야!”

라테나의 목소리에 담긴 급박함에 원더스타인은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얼마나 강할까요?”

“원래 저런 약식 의식이라면 그렇게 강한 놈은 불러내기 힘들어. 하지만 정교회 주교 정도 되는 작자가 목숨을 바치는 서약을 한 데다가 이곳은 방금 막 화신이 넘어왔던 곳이야! 벽이 허술해! 저 여자도 그걸 알기에 우리 모두를 죽인다고 자신하는 거겠지! 최소 고위 악마가 나올 거야! 그것도 복수에 어울리는 녀석으로!”

제3 황비가 니카를 당장 죽이지 않고 남겨두고 가는 것도 그녀의 가장 큰 증오를 받은 복수 대상을 남겨둠으로써 소환의 완성도를 올리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소환 의식은 콜택시와 비슷했다. 출발지의 위치에 따라 가장 적당한 기사가 배정되는 것처럼 소환 대상 역시 우주적 인과에 따라 선택되었다. 적어도 그들에게 우호적인 존재가 나올 거라는 희망은 버려야 했다.

검은 먹구름이 제3 황비와 구스테의 몸을 삼켰다. 그 순간, 원더스타인은 재빨리 몸을 날려 니카를 구해냈다.

“단장님, 죄,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뇨. 그렇게 따지자면 아까 저들을 우리 진지에 넣어준 제 잘못이죠.”

그는 니카를 그녀의 부하들에게 맡기고 먹구름이 일고 있는 공간을 노려봤다. 다들 힘이 빠져서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상태였다. 상대가 고위 악마라면 현재 이곳에 있는 힘을 모두 합쳐도 상대하기 벅찼다. 과연 이 상황을 벗어날 방도가 있을까?

먹구름 속에서 구체적인 어떤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카타로피보다 덩치가 적어도 2배는 커 보였다.

“크아앙! 강력한 증오의 냄새가 난다 했더니 안면이 있는 인간들이로군! 내 친구의 복수할 때가 왔구나!”

모두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소환된 악마를 바라보고 있는데, 카타로피만은 상대의 정체를 확인하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패티?”

“어, 캇피야? 너 살아 있었어?”

그것은 그와 같은 사신이자 그의 친구인 패티였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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