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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3

452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경제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는 큰정부를 주장지만, 누구는 작은정부를 주장하고, 누구는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반면, 누구는 비관적으로 본다.

위허웨이 교수는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어느 정도냐면 중국의 닥터둠으로 불리고 있다.

2015년 상해종합지수 붕괴 이전에도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긴 했으나, 그 타이밍과 규모를 정확하게 맞춘 것은 그가 유일하다.

세상에는 예지력 같은 능력이 없어도 이런 걸 맞추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

이제 50대 초반인 위허웨이 교수는 유학파가 아닌 순수 중국 출신이다. 영어가 짧은 편이라, 어려운 얘기는 중국어로 했고 중간에서 엘리가 통역해주었다.

“아시다시피 중국의 성장률은 계속 하락 중입니다.”

GDP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중국 정도 규모의 나라가 매년 10퍼센트 가까운 고성장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추세다. 성장률 하락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

중국정부는 8퍼센트를 지킨다는 바오바 정책을 내세웠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바오치로 수정했다.

“현재는 6퍼센트를 지킨다는 바오류도 힘들어진 상태입니다.”

“6퍼센트가 깨졌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저번 분기 중국정부가 발표한 경제성장률은 6.6퍼센트.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위허웨이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정부가 통계와 수치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GDP를 포함한 각종 경제지표들을 작성할 땐 국제적인 규칙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이 발표한 것을 보면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다.

오죽하면 정책 수립자들조차도 자체적인 데이터를 따로 모아 분석할 정도다.

“그럼에도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전부터 계속 조작해왔으니까요.”

웃기는 얘기지만, 꾸준히 조작을 했다면 지표는 오히려 신뢰성을 갖게 된다.

“문제는 조작을 하고 있음에도 성장률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령화 문제도 심각합니다. 중국에는 미부선로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자가 되기 전에 늙는다는 뜻이죠. 그렇게 되기 전에 적어도 소강사회에 안착해야 합니다.”

소강사회란 모든 인민이 풍요롭게 사는 사회를 뜻한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하며 먼저 부유해질 수 있는 사람부터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로 인해 빈부격차는 극심하게 벌어졌고, 이제는 그걸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온 정책이 소강사회고, 이를 위해 중국은 낙후된 내륙지방을 개발하는 한편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여기서 정부의 딜레마가 생깁니다.”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계속 돈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정부와 기업부채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가뜩이나 심각한 부동산버블이 더욱 위태로워질 우려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산업 구조개혁에 나설 경우 실업이 늘고, 성장률이 떨어지며, 자칫 잘못하면 중국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구조개혁은 타이밍과 정밀함이 중요합니다. 환자의 체력이 버티는 범위 안에서 최소한의 환부만 도려내야 합니다.”

“그 타이밍이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미 늦었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빨리해야 합니다.”

이게 말은 간단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5천만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도 힘든 일인데, 중국은 그 30배의 인구를 부양해야 한다. 아마 정책당국자들도 골머리를 썩고 있을 것이다.

“당 차원에서도 위험성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터지면 그때그때 수습할 뿐입니다.”

중국의 위기론은 하루이틀 나온 게 아니다.

지난달 장핑화 국가주석은 당 수뇌부를 긴급소집한 회의 자리에서, 블랙스완을 경계하고 회색 코뿔소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블랙스완이 몰라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인 반면, 회색 코뿔소는 알면서도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위허웨이 교수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거나 다름없었다.

“만약 교수님 말씀대로 중국경제가 위기에 빠진다면, 언제쯤 회복할 수 있을까요?”

“V자 반등은 불가능하고, U자 반등의 형태가 되겠지만, 그것도 한참의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한국이 IMF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세계경제가 엄청난 호황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빼고 전 세계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이죠. EU만 해도 양적완화를 통해 간신히 경제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EU 가입조건에는 재정적자와 공공부채가 있습니다.재정적자는 GDP의 3퍼센트 미만, 공공부채는 GDP의 60퍼센트 미만입니다. 그런데 EU 28개국 중 지금 이걸 지키고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대단히 쉬운 질문이다.

“한 곳도 없죠.”

“맞습니다.”

심지어는 독일과 프랑스조차도 지키지 않는다.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균형재정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기업과 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돈을 푸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문제는 이렇게 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거지만.

인류 경제사 최대의 위기라는 세계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의 공이 컸다.

중국이 G2로 급부상하지 않았다면, 세계경제가 침체에서 빠져나오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럼 만약 중국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중국경제는 거대한 외발자전거와도 같습니다. 멈추는 순간 바로 쓰러지게 됩니다. 문제는 자전거의 바퀴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옆에서 달리는 다른 자전거들도 함께 넘어지게 되겠네요.”

대마불사라는 말처럼 현재 중국은 죽기에는 너무 크다.

지금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국도 포함되어 있겠지.

아무리 중국이 싫다 어쩐다 한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 내수시장이 무너지면, 전 세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게 15억 인구의 위엄이겠지.

“전 비관론자가 아닙니다. 제가 계속해서 비관적인 전망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 일이 실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설사 일어난다 하라도 미리 대비하고 있으면 충격을 덜 수 있을 겁니다.”

얘기를 하는 사이 시간이 다 됐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나눴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언제 한번 베이징대학교에 방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많은 중국학생들이 강진후 대표님을 만나보고 싶어 하니까요.”

“베이징에 가게 된다면 꼭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 * *

각 정상들이 비즈니스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난 택규에게 부탁받은 일 때문에 리쑤웨이 상무부장을 따로 만났다.

캄보디와 총리와 만나고 온 그는 바쁜 와중에도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강 선생?”

이번에도 엘리가 옆에서 통역을 해주었다.

“별 일은 아니고,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하하,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게임 판호 심사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있을까요?”

중국은 인구가 인구인 만큼 세계최대의 게임시장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이를 판호라고 하는데, 올해 초부터 중국은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아예 심사를 하지 않으니, 신규게임은 런칭이 완전히 막힌 상태다.

얼마 전부터 자국회사들을 상대로 조금씩 판호를 재개하고 있지만, 아직은 극소수다. 게다가 판호 총량을 설정해 런칭할 수 있는 게임 숫자를 제한시켰다.

더더욱 자국 게임사들에게만 판호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로스트 판타지 M은 20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고, 온라인 판은 한국, 일본, 동남아, 북미 등 15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나,중국시장에서는 아직 서비스를 못 하고 있다.

향후 VRMMORPG가 1억 명이 넘는 유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국시장 공략은 필수다. 그러려면 지금 판호를 뚫어놔야 하겠지.

“최근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문제 때문에 국내 여론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어떤 취미든 지나치게 하면 중독이 생기기 마련이다.

게임을 하느라 등교를 거부하는 것은 예사고, 게임을 못 하게 하는 부모를 때린다든지, 제대로 먹지도 않고 게임만 하다가 사망한다든지 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이렇다 보니, 게임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군대식 합숙소도 생겨났다.

물론 극히 일부의 사례지만, 아무래도 인구가 많다 보니 사례도 많을 수밖에 없다.

만만한 게 게임인 것은 중국 역시 마찬가지겠지.

표면적으로는 게임중독과 청소년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 게임업계와 IT업계 길들이기를 하는 중이라는 시각도 크다.

“조만간 개정된 판호 규정이 발표될 겁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OTK게임즈는 중국의 규정을 준수합니다.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은 정액제로만 운영하고, 별도의 과금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경제에 있어서 OTK컴퍼니는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게임분야 역시 그렇겠죠.”

중국 역시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자국 게임산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OTK게임즈가 개발하는VRMMORPG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당 부처와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조속히 판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빚을 진 셈이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겠지.

“조만간 중국을 방문하겠습니다.”

리쑤웨이 상무부장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든 환영합니다.”

* * *

아시아경제포럼 기간 동안 정상들끼리의 만남이 이어졌고, 각종 투자계획과 양해각서가 발표됐다.

폐회식에서 발표할 공동성명서에는 아시아 경제발전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각 나라 대표들은 성명서 초안을 두고 토론을 지속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항 중 하나는 북한 대표단의 참가다.

북한은 베이징에서 열린 1차 포럼에는 참가했으나, 뉴델리에서 열린 포럼에는 대사관 대사만 참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의2인자라 할 수 있는 리해룡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무단과 함께 참석했다. 규모 역시 이전에 비해 두 배가 늘었다.

국제행사에 북한이 이 정도 고위급 인사를 참석시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로 만성적인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TWR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소형원자로다 보니 어디든 건설이 가능하고,폐연료봉을 재활용해 완전 연소시키는 만큼 연료비는 제로에 가깝다. 유지, 관리비용을 감안해도 다른 발전시설에 비해 월등히 경제성이 높다. 핵무기로 전용할 우려도 없으니, 국제사회의 허락을 받기도 쉬울 것이다.

둘째로 블라디보스토크는 북한국경에 인접한 러시아 최대도시. 그런 만큼 극동지역 개발은 북한경제에도 대단히 중요하다.

대표적인 게 나진-하산 프로젝트다. 한북러가 협력해 북한의 나진과 러시아의 하산의 철도를 개보수하고, 두 도시를 묶어 경제지구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처음 진행될 때만 해도 시베리아 철도를 남한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핵실험으로 인해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각종 제재조치로 인해 북한 역시 외화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바라는 중이다.

포럼에 참가한 허창민 대통령은 언론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상을 발표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의 시대를 가리키는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때를 놓치지 않는 실행력이 중요합니다.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해 지치지 말고 나아가야 합니다!”

* * *

그날 저녁.

북한 대표단이 머무는 숙소에서 한국 대통령과 기업인들을 초청한 만찬회가 열렸다. 별로 갈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참석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언론의 관심 쏟아졌기 때문에 안 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난 허창민 대통령 및 외교부장관과 통일부장관 등과 인사를 나눴다. 김성철 외교부장관은 일전에 만난 적이 있지만, 윤제훈 통일부장관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각해 보면, 통일부라는 부서가 있는 것도 한국만의 특징이다.

잠시 후, 리해용 부위원장이 나타났다. 그는 허창민 대통령과 장관들과 인사한 다음 이어서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이는 약 60대 후반. 키는 165센티 정도로 작은 편이다.

리해용 부위원장은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강진후 대표를 여기서 다 만나게 되는군요. 그동안 활약상을 보며, 강 대표가 우리민족이라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살다 보니, 북한 2인자까지 만나게 될 줄이야.

난 그와 악수를 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로동신문에서 저를 ‘미제의 앞잡이’, ‘추악한 악질반동 자본가’, ‘포악한 남조선 괴뢰도당’이라고 비난하지 않았었나요?”

“…….”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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