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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4

EP.453 17. 인형의 집 (끝)

슈슈 원더스타인은 괴물서커스단에서 원더스타인이라는 성을 쓰는 2명뿐인 인물 중 하나였다. 1년 전, 원더스타인이 랫맨 마을을 찾았을 때, 그는 그들이 그가 찾는 이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체검사를 했다.

랫맨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그의 앞에 알몸으로 섰다. 평소에 천 쪼가리 한 장 몸에 두르고 다니는 그들이었기에 원더스타인은 물론 같이 간 엘라 역시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검사가 끝나고 난 뒤, 랫맨 여인들은 자신들이 정조를 잃었다며 그에게 자신들을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을 서커스단의 일꾼으로 받아들여 주긴 했지만, 뱃속에 그의 아이가 있다는 어느 여인의 주장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해 그냥 무시해버렸다.

그런데 그 랫맨 여인은 무슨 고집인지 태어난 아이에게 멋대로 원더스타인이라는 성을 붙여 주었다. 물론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그 이름을 입에 담지 않도록 딸에게 당부했다. 혹시나 질투 많은 인간 계집들이 그녀를 해코지하지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분홍빛 피부에 아직 솜털이 다 가시지 않은 랫맨 소녀는 언젠가 아빠 앞에 당신이 버린 딸이 이렇게 성장했노라고 당당히 서는 상상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흰털을 백열등에서 나오는 노란 빛에 비춰 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털이 원더스타인의 머리 색깔과 비슷해졌다. 그녀는 이것을 증거로 내밀면 아빠도 자신을 부정할 수 없을 거라 여겼다.

그렇게 혼자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슈슈는 원더스타인과 약속했던 시간이 됐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자정까지 자신에게서 연락이 없으면 그녀에게 한 가지 일을 해달라고 부탁했었다. 태어난 지 몇 달 안 된 그녀를 위험한 장소에 데리고 갈 수 없었기에 그녀는 역에 남아서 짐을 보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원더스타인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마련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평소라면 절대 쓰지 않았겠지만, 이번만은 세 마녀 중 하나가 상대였기에 이 방법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끽끽! 자정이다! 끽끽! 단장님! 시킨 일! 한다! 끽끽!”

슈슈는 원더스타인이 맡기고 간 병을 열어 그 안에 든 액체를 석상에 발랐다. 뱀 머리카락을 한 여인의 석상은 슈슈가 태어나기 전부터 서커스단과 함께해 왔다고 했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그가 시킨 일을 꼼꼼히 해나갔다.

원작에서 마녀들은 원더스타인을 중간에 두고 서로를 견제했었다. 등장할 때마다 누가 더 그와 친분이 있는지 과시하기 바빴다. 아마도 그가 까마귀 마녀에게 붙잡힌 것을 알면 다른 마녀들은 그를 구하겠다고 덤빌 확률이 높았다.

마녀는 마녀로 잡는다. 그것이 원더스타인이 예비해둔 비장의 수단이었다.

문제는 슈슈가 시계를 읽을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해가 높이 뜨면 정오니까 달이 높이 뜨면 자정이겠거니 싶었다. 그녀는 아직 약속된 시간까지 3시간은 더 남았는데도 멋대로 석상에 약을 칠해버렸다.

“끽끽! 약! 바른다! 달빛! 놓는다! 끽끽!”

그녀는 창고의 문을 열어 석상이 달빛을 쬘 수 있도록 했다. 푸른 빛이 석상을 덮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석상의 표면이 매끄럽고 유연하게 변하더니 살아있는 사람의 피부처럼 바뀐 것이다.

“끽? 마, 마법?”

이윽고 석상은 완연한 한 명의 사람으로 변했다. 그녀의 뱀 머리카락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슈슈는 그 자리에 잔뜩 얼어붙은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1년 만이군요.”

그녀는 아련한 눈빛으로 달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목에 난 상처를 만지작거렸다. 거기에는 뱀의 송곳니에 물린 자국이 있었다.

그녀의 남동생은 그녀의 머리카락이 그녀 자신을 물도록 유도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본인의 석화 저주에 본인이 당하고 말았다.

-말려도 소용없습니다. 저는 하고 말 겁니다. 방해할 거면 한동안 잠들어 계십시오.

그렇게 돌이 된 지 그녀는 무려 1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의식이 없었으나 뒤로 갈수록 서서히 의식이 돌아왔다.

석상의 시점에서 본 동생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다른 단원들과 잘 지내는 것 같았다. 그도 성장한 것이다.

-단장, 메리사 언니는 언제 풀어줄 거야?

-글쎄요. 하하, 저분이 어떻게 나올지 저도 몰라서……. 솔직히 말하면 좀 무서워요.

-흥. 헛소리. 당신 같은 악마가 뭐가 무섭다고.

메리사는 자신을 두려워하는 눈길로 바라보는 동생을 보며 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까지고 그를 불안한 어린아이 취급했던 건 자신이었다. 그는 아마 자신이 깨어난다면 지금 일을 강제로 훼방 놓을까 걱정했을 것이다.

-저는 지금 라테나가 있는 곳을 향합니다. 일이 잘 풀릴지는 모르겠어요. 만약의 경우, 누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몇 시간 전, 그는 인형의 집으로 떠나기 전에 석상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를 보러 가는 그의 표정은 이상할 정도로 결연해 보였다.

“까마귀가 아무리 섭섭한 게 많이 쌓였다고 해도 우리 사랑스러운 동생에게 심한 짓을 할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인형의 집 방향을 바라봤다. 그 순간,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불의 거인이 저택의 상공에 떠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차분했던 그녀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이 미친 여자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요? 설마?”

메리사는 전력을 다해 인형의 집 방향으로 뛰었다. 슈슈는 그녀가 떠나고 한참 뒤에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 달린 뱀들이 그녀를 주시하는 동안 그녀는 마치 석상처럼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끽? 누구? 끽끽?”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험악했던 분위기는 급속도로 부드러워졌다. 원더스타인은 원더랜드에서 친구를 어디로 빼돌렸냐며 쫓아왔던 뚱보 사신을 기억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는 사신이라는 악명 높은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순박해 보였다.

“오, 계약을 맺었던 거구나? 허수아비와 요정도 그때 그렇게 말해줬으면 내가 공격하지 않았을 텐데…….”

그와 캇피의 해후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엘라는 그의 말을 듣고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잠깐, 허수아비 아저씨 어떻게 했어? 설마 죽인 건 아니지?”

“아니. 못 죽였어. 사도들이 나와서 방해했어. 그 사이 걔들은 어디론가 도망쳤고.”

그의 말에 엘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그가 걱정됐었는데 다행이었다. 그가 무사하다먄 이번 여름에 요정들의 연회에서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질문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기대감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렇다면 나 이만 돌아가 볼게.”

“소환 의식은 무시해도 되는 거냐?”

“친구랑 싸울 수는 없잖아. 페널티 좀 물지 뭐. 의식 주관자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럼 애초에 나를 점지하지 말았어야지.”

패티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카타로피는 이 태평스러운 행동거지를 보고 친구에게 사신의 체통을 지키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는 친구와 싸워야 했고, 그 과정에서 엘라를 지키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그의 외유도 끝이었다. 결국 패티가 손해를 감수하고 그를 배려해준 것이다.

“어이, 패티.”

“응?”

“돌아갈 때 맛있는 거 사가마.”

“헤헤, 기대할게.”

패티는 일렁이는 그림자를 한 손으로 붙들고 북 찢더니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제3 황비가 주교와 자신을 제물로 바쳐 소환한 악마는 허무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이럴 수가…….”

제3 황비 일행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인 레오노프는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타샤와 드미트리가 그에게 다가가 그를 구속했다. 그는 모든 저항 의지를 잃었는지 그들의 손길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설마 슐레지엔의 공녀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전하가 황비님을 해쳤다고 소문이 퍼지는 건 아닐까요?”

“우리 쪽도 증거는 충분합니다. 그녀가 콤프라치코스와 접촉했다는 정보들에 거래 정황까지 있어요. 초혼(招魂)의 경우 죽은 자의 기억은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증거 능력은 없지만, 그녀의 혼이 어비스에 넘어간 것을 빌미로 악의적인 소문은 퍼트릴 수 있죠. 물론 공녀에게 초혼 따위를 했다간 귀족원에서 들고 일어날 테니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그럼…… 우리의 승리인가요?”

드미트리의 말에 나타샤는 입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로써 황태자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모두 없어졌다. 황제는 늙고 병들었고, 뱀 마녀는 사라졌으며, 제3 황비는 죽어버렸다. 이제 완전히 황태자의 시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기뻐할 수 없었다. 정작 당사자인 니카의 태도가 아주 싸늘했기 때문이다.

“축배를 들기에는 너무 일러.”

“하지만 전하…….”

“그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두 사람 모두 인형의 집 안에 들어가서 내 이름으로 된 자료부터 있으면 모두 찾아내서 파기해.”

“네? 전하의 이름으로 된 자료요?”

“뜬금없이 그게 왜 여기에…….”

부하들이 그녀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까마귀 마녀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럴 필요 없어, 황태자.”

“뭐, 뭐야?”

“멈춰!”

나타샤와 드미트리는 놀라서 니카의 앞을 막아섰다. 라테나는 다른 단원들의 눈치를 보며 차분히 있으라고 손짓했다.

“록센이 제3 황비에게 건넸던 것은 자료 원본이야. 복사본은 없어. 내가 몇 시간 전에 놈이 금고를 열고 꺼내 가는 것을 봤으니까 확실해.”

“당신은 누구십니까? 단장님의 누님이라고 들었는데.”

“내 이름은 라테나 라센이야. 원래 이곳을 이끌던 사람이지. 반란이 일어나 실각당했었지만.”

니카는 아까 제3 황비가 건넸던 자료에서 읽었던 두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한 명의 이름은 프랑크 원더스타인이었고, 다른 한 명의 이름은 라테나 라센이었다. 자료는 어비스의 힘에 불살라져 다시 읽을 수 없었지만, 그 이름만은 똑똑히 기억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단장님은 어째서…… 나를……. 아니, 이 모든 것을 알고도 그런 능청을…… 왜?”

“녀석이 너를 이용할 목적으로 속였다고 생각하면 잘못 짚은 거야. 녀석이 너에게 무슨 나쁜 짓을 했던가? 도와줬으면 도와줬지. 그 반대는 아니었을 텐데…….”

라테나의 말은 사실이었다. 일단 그는 그녀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거기다 그녀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 나갈 실마리 역시 던져주었다.

어쩌면 그녀가 몰래 캐냈다고 생각한 정보들도 그가 은연중에 캐가도록 허용해준 것일지도 몰랐다. 자신 때문에 운명이 바뀐 아이를 보고 마음을 써준 것일까?

니카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해답을 구하기 위해 저 멀리 바닥에 쓰러져 있는 원더스타인을 돌아봤다. 그런데 그 순간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하얀 복면을 쓰고 붉은 머플러를 두른 예의 그 닌자였다. 그는 흙바닥을 뚫고 나와 준비한 검을 원더스타인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큭!”

연이은 싸움에 지쳐서 힘이 바닥난 그였다. 그는 상대의 기습에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공격을 허용했다.

“당신은?”

“내 이름은 미스테릭서.”

찰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재차 다음 검을 뽑아 들었다. 그가 준비한 무기들은 모두 성당에서 훔쳐낸 성물들이었다. 마를 멸하는 힘이 있었다.

“너를 심판할 자다.”

“원디!”

라테나가 놀라서 그에게 달려가려 했다. 다른 단원들도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무언가가 날아와 찰리의 팔에 박혔다.

“윽? 이, 이건?”

그는 팔을 물고 있는 존재를 보고 신음을 흘렸다. 그것은 뱀이었다. 녹색의 독사.

뱀에게 물린 그는 곧 회색빛으로 변하더니 그대로 굳어서 돌이 되어버렸다. 단원들 몇몇은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와 같은 현상을 1년 전에도 본 적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1년 동안 굳혀두고 도와달라고요? 원디, 우리 대화가 좀 필요하겠네요.”

뱀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 걸어들어왔다. 라테나는 그녀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메리사 세르펜티?”

“당신도 오랜만이군요. 라테나 라센. 오랜만의 가족 모임이네요?”

원더스타인은 바닥에 드러누워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속으로 한 마디 중얼거렸다.

망했다.

——

인형의 집 (끝)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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