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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5

EP.454 막간. 15일 뒤 석화 풀리는 찰리 (1)

찰리가 태어난 곳은 어느 궁벽한 시골 마을이었다. 그곳은 가장 가까운 도시조차 1주일은 걸어 나가야 할 정도로 외진 곳에 있었다.

음침할 정도로 깊은 침엽수림. 그것이 찰리가 기억하는 고향의 모습이었다.

“바깥세상? 그것 별것 없단다. 먹을 것 걱정 없지. 세금 걷어가는 영주 없지. 아픈 사람 없지. 여기만큼 살기 좋은 곳은 없어.”

마을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외부와 소통하는 것을 싫어했다. 행여나 외지인이 근처를 어슬렁거리면 어떻게든 쫓아내려 애썼다. 혹시나 아이들이 외부 세상을 동경할까 두려워 바깥세상의 정보와 접촉하는 것을 엄격히 금할 정도였다.

찰리는 그런 고향이 싫었다. 언제나 같은 우물에서 물을 퍼다 마시고, 언제나 같은 나무에서 밥과 고기와 생선을 따다 먹었으며, 언제나 같은 언덕에서 몇 명 없는 또래들과 놀아야 했다.

지루하고 따분하기 그지없는 나날이었다. 특히 그는 ‘서커스’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점점 마을에 있기 갑갑해졌다.

그가 서커스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숲속에서 만난 어느 노인 덕분이었다. 그는 10살도 되지 않은 자신보다 키가 작았으며 뚱뚱하고 허리가 심하게 굽어 있었다. 무엇보다 길고 구부러진 코가 인상적이었다.

“살려줘!”

그는 마을의 어른들이 설치한 올무에 걸려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찰리는 그의 특이한 생김새에 호기심이 생겨 외부인을 발견하면 마을에 보고해야 하는 것을 무시해버렸다.

그는 근처의 날카로운 돌을 이용해 올무를 잘라냈다. 노인은 아래로 떨어졌지만, 그곳에는 찰리가 미리 덤불을 끌어다 놓았기 때문에 바닥에 머리를 찧는 일은 없었다.

“어이쿠! 이런! 끙…….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몸이 말을 듣질 않는군.”

노인은 툴툴대며 지팡이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 땅에 서고 보니 그의 등은 굽은 정도가 아니라 정수리 뒤로 불룩 솟은 게 보일 정도로 큰 혹이 달려있었다. 그는 자신을 구해준 찰리에게 모자를 벗어 감사를 표했다.

“고맙구나. 그래. 우선 나부터 소개할까? 내 이름은 이고르라고 한단다. 서커스를 하는 사람이지.”

“제 이름은 찰리예요. 그런데 서커스라는고요? 그게 뭔가요?”

“응? 그걸 몰라? 좋아. 내가 몇 가지 재주를 보여주지.”

그는 찰리를 바위 위에 앉혀 두고 그의 앞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그는 모자에서 비둘기를 꺼냈고, 보지도 않고 찰리가 고른 카드를 알아맞혔으며, 입에서 가지각색의 동물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음, 마지막으로…… 이건 내가 예전에 알던 사람이 즐기던 재주인데…… 아까 나무에 떨어진 충격 때문인지…… 눈알이 빠져버렸네!”

“우왁!”

지금까지 그의 공연을 재밌게 즐기던 찰리는 그가 갑자기 손가락을 눈 안에 쑤셔 넣더니 눈알을 잡아 뜯는 것을 보고 놀라서 뒤로 넘어갔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노인은 두 팔을 벌려 보이며 멀쩡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어, 어떻게 한 거죠? 마지막 그거.”

“음, 뭐야? 앞에 보여준 마술들은 안 궁금하니?”

“네. 그건 대충 상상이 가요. 우선 모자에서 비둘기를 꺼낸 건 모자 안에 이중으로 바닥이 설치되어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카드를 알아맞힌 것은 카드마다 나 있는 미세한 흠집을 손끝으로 확인하셨을 거고, 동물 소리를 낸 거는 별도의 훈련을 거쳐서 익히신 거겠죠.”

찰리의 거침없는 대답에 이고르는 씩 웃었다.

“뭐, 그런 걸로 하자꾸나. 그래도 마지막은 모르겠다 이거지? 안타깝게도 속임수를 알려주는 마술사는 없어. 우리 밥벌이 수단이거든.”

“밥벌이라고요?”

“그래. 서커스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공연을 보여주고 그 대가를 받지.”

“관객들이라고요? 얼마나 많은데요? 100명?”

“크하하, 그것보다 훨씬 많지! 나는 말이야…… 수만 명 앞에서도 선 적이 있거든?”

“수만 명이라고요?”

찰리는 도무지 상상이 안 간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그래. 아직도 귀에 아련히 울리는구나. 그들의 내지르던 열광적인 비명이…….”

이고르는 5년 전의 일을 회상하며 입맛을 다셨다.

수만이라면 산꼭대기에 서서 눈에 보이는 모든 나무를 셌을 때, 그 정도 될 것이다. 찰리는 그들 앞에 서서 갈채를 받는 자신을 떠올려 봤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쿵쿵 뛰었다.

“서커스라. 그런 일이 있다니…….”

“크흠, 좋아. 이거면 도움을 받은 값은 충분히 치른 셈이 됐으려나?”

이고르는 이만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려 했다. 찰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결심했는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왜 그러냐? 아직 부족해?”

“아, 아니요……. 그, 그게…… 저…… 제가 아까 몰래 챙긴 게 있어서요.”

찰리는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아까 이고르가 땅에 떨어지면서 그의 품에서 굴러나온 것을 슬쩍한 것이었다. 바깥세상의 물건을 몰래 수집하는 게 그의 취미였기 때문이다.

“끌끌, 그렇군. 고맙구나. 그래. 솔직하게 말해준 대가로 마지막으로 내가 신비한 것을 보여주지. ”

이고르는 주머니를 열어 그 안에 든 물건을 꺼냈다. 그건 아기 주먹만 한 크기로 구슬처럼 동그란 모양의 보석이었다. 마치 사람의 눈알을 뽑아서 굳힌 것처럼 투명한 몸 안쪽에 안구 모양의 결정이 형성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그것이 내뿜는 은은한 붉은빛이었다. 찰리는 보석의 형태와 색에 완전히 매료되어 한참 동안 넋을 놓고 그것을 바라봤다.

“아름답지? 네가 내 공연을 재밌게 봤다는 증거도 되겠구나.”

“증거요?”

“그런 게 있단다. 자, 그럼 이제 가 봐라. 마을 어른들에게 나를 만났다는 소리는 하지 말고.”

“네!”

그날 이후로 찰리의 마음속에는 서커스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는 숲속에서 남몰래 재주를 연습하고 또래들에게 보여주고 갈채를 받는 일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그의 욕구는 충족되지 않았다. 수만 명. 그는 노인이 말했던 그런 무대에 서고 싶었다.

결국 2년 뒤, 그는 마을에서 도망쳤다. 노인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떠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숲속의 비밀창고에 예전부터 필요한 물건들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그는 그렇게 고향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왔다.

세상은 어른들이 말했던 대로 살기 편한 곳은 아니었다. 고향과 달리 음식이 열리는 나무는 없었으며, 먹을 것을 사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했다.

행여나 다치기라도 하면 마을에서는 우물물을 마시고 며칠 푹 쉬면 나았는데 여기서는 모두 돈을 주고 치료받아야 했다. 그나마도 심각한 상처는 되돌리기 힘들었다. 마을에서는 잘린 손가락도 재생되곤 했는데 말이다.

어른들의 말대로 그곳이 영험한 곳이긴 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어딜 가도 함부로 고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일을 찾아 도시로 나온 그 나이대의 친구들처럼 집에 입을 하나 덜어드리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보다 몇 살 어린 여자애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웬 노인과 함께 좌판을 깔고 길거리에서 재주를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끔 돈이 모이면 지나가던 서커스단의 공연을 보곤 했던 그였다. 길거리에서 하는 곡예는 이제 수준이 떨어져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커스 업계가 생각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만 명 앞에 서 봤다는 노인의 말은 허세였을 것이다.

이 세계에서 높은 곳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유명한 서커스단에 들어가 좋은 스승 밑에서 철저하게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래야 겨우 몇천 명이 보는 무대 위에 설 수 있었다.

그것이 그가 서커스단이 근처를 지날 때마다 그곳을 기웃거리는 이유였다. 혹시나 자신을 받아줄 곳이 없나 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아직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잡지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서커스단에 가고 싶었지만, 일단 갈 경비도 없을뿐더러, 막상 찾아간다고 해도 그런 곳에서 뜨내기인 자신을 받아줄지 의문이었다.

그렇게 항상 큰 규모의 서커스단만 쫓아다니던 그가 그날따라 왠지 길거리 곡예가 끌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기 선 여자애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람들 앞에 선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몇 년 전 노인이 보여준 보석을 연상케 했다.

그렇게 선보인 두 사람의 공연. 그것은 믿기 힘들 정도로 훌륭했다. 노인은 서커스를 10년, 20년 했다는 베테랑들보다 훨씬 유려한 진행 능력과 놀라운 재주를 선보였고, 소녀 역시 어지간한 어른 곡예사들보다 몸놀림이 뛰어났다.

그날 그는 자신이 갈 곳을 정하게 되었다. 저 정도 실력을 지닌 노인이라면 자신이 스승으로 삼아도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는 옆에 있던 소녀에게 매혹되었다.

서커스. 그가 꿈꾸던 무대.

엘라. 그가 사랑한 소녀.

그래. 그것이 그였다.

비로소 자신이 누군지 자각한 찰리는 눈을 떴다.

***

그는 자신이 암흑 속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몸을 움직이기 전에 자신의 마지막 기억을 돌이켜 봤다.

최면과 세뇌의 영향인지 기억의 순서가 아주 뒤죽박죽이었다. 닌자 행세를 하며 여인들을 희롱하고 다니거나 비올라와 잠자리를 가졌던 순간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애썼다.

수치스러운 반년의 기억을 헤맨 끝에 결국 그는 자신이 뱀에 물리게 된 순간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시점을 끝으로 더 이상 기억이 없었다.

‘난 기절한 건가? 그런데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그는 자신이 있는 공간을 자세히 살펴봤다. 어두컴컴했지만 몇몇 사물들과 들리는 소리를 통해 이곳이 열차의 화물칸 안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는 이만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움직이려고 해봐도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심지어 입에서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몸이 완전히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것이다.

‘그 뱀에 물린 탓인가?’

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눈꺼풀을 움직인 게 아닌, 세상이 암전되었다가 밝아진 것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화물차의 문은 열려 있었고 밖은 대낮이었다. 그의 앞에는 4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뱀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을 제외하면 모두 그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라테나와 원더스타인, 그리고 엘라였다.

“15일이면 석화가 풀려서 원래대로 돌아올 겁니다. 질문한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겠군요. 저도 저주를 걸자마자 풀어본 경험은 없어서 말이죠. 아마 의식은 없을 걸로 봅니다만.”

“그래?”

메리사의 설명을 들은 엘라는 찰리의 볼을 가만히 쓰다듬더니 그를 품에 꼭 껴안았다. 비록 몸이 돌덩이긴 하지만 모든 감각은 그대로 느껴지는 찰리였다. 그는 그녀의 가슴이 닿는 감촉과 그녀의 살냄새에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미안 찰리. 미안해. 그래도…… 그래도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그녀는 그렇게 그를 안고 한동안 흐느꼈다. 나머지 사람들은 말없이 그녀가 진정되기를 기다려 주었다.

잠시 후, 엘라는 그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이 부끄러운지 거칠게 눈가를 비벼댔다.

“그런데 누나에게 맡겨서 치료 중이라는 건 왜 숨긴 거야? 그랬다면 그렇게까지 당신을 원망하지 않았을 텐데…….”

뭐라고? 저놈이 자신을 치료하라고 맡겼다고? 아니야. 그건 다 라테나 저 여자가 널 엿 먹이려고…….

그는 그렇게 그녀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대신 원더스타인이 뻔뻔한 미소를 지으며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엘라 양을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요.”

“흐, 흥! 또 그, 그런 식으로 나온다……. 그러다가 또 사람 어떻게 엿 먹이려고…….”

엘라는 얼굴을 붉히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 것이 기분은 나쁘지 않은 듯했다.

“그런데 아까 찰리 정신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던데 그건 왜 그래?”

그녀의 질문에 세 사람이 재빨리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다가 라테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록센! 록센 그 자식이 한 짓이야! 그놈이 녀석을 치료한다는 핑계로 세뇌를 시켰어!”

“아, 그래? 클라라 선배도 레이나도 그렇고. 괴물 놈이 여럿 이상하게 만들었네.”

엘라가 잠시 등을 돌린 틈을 타서 세 남매는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며 안도감이 섞인 시선을 교환했다. 찰리는 원더스타인이 그의 누나를 향해 엄지를 척 들어 올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걸로 은혜를 입혔다는 생각은 하지 마. 당신이 저지른 악행이 하나 줄어든 것밖에 안 되니까. 마을 사람들과 친구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처음의 계약을 지켰을 뿐이잖아. 안 그래?”

“네. 그렇죠.”

그렇게 소리친 엘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그의 손에 고개를 파묻으며 말했다.

“그래도 고마워. 친구를 살려줘서…….”

“천만에요. 당신이 말했다시피 약속한 일이니까요.”

찰리는 분노로 펄쩍 뛰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돌덩이에 불과했다.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떨어져. 그놈은 날 치료한 게 아니야! 그 여자도 날 이용하려고 한 거라고! 넌 속고 있는 거야!

그는 원더스타인이 엘라의 등을 토닥여주며 자신을 향해 씩 웃는 것을 보았다. 찰리는 그를 향해 온갖 쌍욕을 내뱉었다.

그는 한때 그녀를 조종해 자신에게 총을 쏘게도 했었다. 이번 일 역시 나중에 그녀의 마음을 가지고 놀다가 짓밟기 위한 수작일 것이다. 찰리의 마음속에 원더스타인을 향한 증오가 끓어올랐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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