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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8

EP.457 막간. 15일 뒤 석화 풀리는 찰리 (4)

저주 역병이 발생한 곳마다 나타나 치료제를 나눠주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존재에 대해 사람들은 ‘방황하는 성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것은 실제로 교황청에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직위의 명칭이기도 했다.

방황하는 성자는 교황청 의전 서열상 추기경과 동급이었지만, 평생 교황청에 발을 들일 수 없었으며 가장 비천하고 낮은 곳을 돌아다니며 정교회의 교리를 설파해야 했다. 이 칭호는 약 100여 년 전에 도입되었는데, 그 최초의 수훈자가 바로 전염병 퇴치로 유명한 성자 빅터였다.

방황하는 성자는 원래 그를 칭하는 별명이었다. 즉, 민중들이 익명의 기부자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그를 제2의 빅터로 여긴다는 뜻이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연금술 길드는 그가 나눠주는 치료제가 검증되지 않은 위험 약물이라는 소문을 퍼트렸다. 비싼 값에 은하수를 파는 그들에게 무료로 치료제를 뿌리고 다니는 존재가 달가울 리 없었다.

“조심하는 게 좋아. 교황청도. 연금술 길드도 너를 주목하고 있어.”

“찍찍! 연금술 길드는! 내 몸을 노리겠고! 교황청은! 내 정체를! 묻으려 들겠지!”

“괜찮겠어?”

“찍찍! 걱정하지 마! 설마! 일개 랫맨이! 찍찍! 이러고 다닐 줄! 누가 상상이나 할까! 무엇보다 사람들 대다수가 내 편이니까!”

두두는 친구 앞에서 그렇게 자신했다. 친구가 걱정할까 봐 말하지 못했지만, 그는 사실 지금까지 몇 번 정체를 들킨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정체에 대해 소문이 퍼지는 일은 없었다. 현장에서 그를 목격한 하층민들 모두 그의 비밀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두두는 빅터 역시 등장 초기에 교황청과 귀족들의 견제를 받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때도 그에게 치료받은 사람들이 그를 지켜주었다.

하지만 두두가 한 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빅터가 그 시절 그렇게 보호하고 감싸주었던 집시에게 등을 찔렸다는 것이다. 얄궂게도 두두 역시 같은 운명을 맞았다.

“찍찍! 무, 무슨 짓이냐!”

“닥쳐. 이 쥐새끼야.”

남루한 옷을 입은 부랑자들은 두두를 붙잡고 그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그들은 그의 가방에 든 병들을 꺼내 살펴보며 혀를 내둘렀다.

“들어온 정보가 사실이었어.”

“너 돈 많아? 누구 명령을 받고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찍찍! 시키기는 누가! 내가 돕고 싶어서! 돕는 거다!”

두두는 이들이 뭔가 오해를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사정을 솔직히 밝히면 그들이 분명 감동하거나 동조해줄 거라 여겼다. 그러나 그들은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쥐새끼 주제에 뭐래?”

“랫맨이 사람을 돕는다고?”

“역겹네. 어디서 훔친 약 따위로 인간들의 위에 서려고 그래?”

그들은 집시 중에서도 가장 저열한 자들이었다. 강도와 도둑질을 일삼다가 부족에서 쫓겨난 처지끼리 몰려다니는 것이었다. 그들은 감히 랫맨 따위가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배알이 꼴렸다.

“자, 그만두게. 아무래도 그 랫맨이 솔직하게 말할 것 같지 않군.”

부랑자들을 제지하고 나선 것은 어느 남루한 행색의 수도사였다. 거칠게 욕을 내뱉던 사람들도 그 앞에서는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수도사는 얼마 전에 이 무리에 합류한 자로 그들이 다치거나 병에 걸릴 때마다 몸을 무료로 살펴주고 있었다. 이번에 이 ‘방황하는 성자’를 붙잡은 것도 모두 그의 지시였다.

“내가 해보지.”

수도사는 랫맨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정교회의 상징인 빛의 말뚝은 작게 정형(整形)하면 빛의 바늘이 됐다. 전투 훈련을 받는 성직자들은 그것을 신체의 특정 부위에 박아 신체 능력을 강화하곤 했다. 그리고 이단심문을 맡은 성직자들은 그것을 사람의 뇌에 박아 정신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찍찍! 끄아앗, 끽, 끽끽, 찌이잇!”

머릿속에 빛의 바늘이 박힌 두두는 눈알을 뒤집더니 혀를 내밀고는 입에서 침을 질질 흘려댔다.

이 기술은 자칫 잘못하면 상대를 백치로 만들 수도 있었다. 역사적으로 실혼(失魂)의 피해자를 가장 많이 만들어낸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오래전에 교황청에서 더 이상 사용을 금지했지만, 많은 곳에서 아직도 사용되고 있었다.

그가 기술을 사용하는 상대는 몸을 단련한 기사도, 마력을 다룰 줄 아는 마법사도 아니었다. 성침이 그의 머릿속을 파고들면서 정신이 쉽게 무너져 내렸다.

“자, 널 보낸 사람이 누구지? 이 약은 어디서 났어?”

“끄윽, 끽, 끽…… 프, 프랑켄슈타인…… 박사…….”

이 기술이 금지된 또 다른 이유는 이것으로 얻어낸 정보가 정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기억이 온전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들은 ‘연구소’라는 곳의 존재와 그 위치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곳에는 강력한 보안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부랑배의 두목이 가진 인맥의 힘으로 그것을 돌파할 수 있었다.

“붉은 연꽃을 데려오지.”

“두목, 그런 분이랑도 아는 사이였어요?”

“예전에 내게 빚을 진 게 하나 있지. 그걸 갚으라고 하면 될 거야. 정 안 되면 녀석의 딸을 인질로 붙잡아도 되고…….”

그렇게 그들은 도적의 도움을 받아 연구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에는 그곳에서 하던 연구와 관련된 정보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쓰던 생활 설비는 아직도 돌아갔다. 음식이 열리는 나무와 만능 치료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여긴 천국이야. 우리 방랑 생활도 이제 끝이다.”

“그냥 이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파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게. 이 정도면 우리 모두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들의 낙관적인 안목에 수도사가 지적을 하고 나섰다.

“떠돌이 집시들을 대상으로 놈들이 약속을 지킬 것 같나? 비밀이 새어 나갔다간 군대가 올지도 모른다네. 그냥 자네들이 누리는 게 제일이야.”

그의 말에 다들 공감했다. 집시라는 이유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도 못 받고 쫓겨나는 일은 다들 비일비재하게 겪었다. 하물며 이런 보물들이라면 다들 눈이 뒤집혀서 덤빌 게 뻔했다.

“그래도 사람이 밥만 먹고 어떻게 삽니까?”

“맞습니다. 돈도 있어야 하는데.”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고.”

수도사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나? 내가 자네들에게 주기적으로 자금을 보내주지.”

“수도사님이 돈이 어디 있다고 그러십니까?”

“내가 이곳 물건들을 팔면 되지. 저주 역병 치료제에 어떤 상처든 낫게 하는 물. 이걸 여기서 만들어냈다고 하면 사람들이 뺏으러 오겠지만, 내가 축복을 걸어 그런 힘을 깃들게 했다고 하면 다들 그렇게 믿을 거야.”

수도사의 말에 다들 옳다구나 박수를 보냈다. 그야말로 명안이었다.

몇 달 후, 교황청은 떠돌이 수도사가 ‘방황하는 성자’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놀랍게도 평범한 물에 축복을 걸어 사람을 치료하는 힘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저주 역병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어떤 상처든 낫게 할 수도 있었다.

“한 달에 축복을 내릴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동안 무료로 뿌렸던 것은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을 나눠준 것입니다.”

교황청에서는 자기네 사제가 소문의 성자임이 밝혀져서 만족했다. 연금술 길드 역시 문제의 약물을 대량 제조해서 팔 수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해당 사안에 가장 권위 있는 두 기관이 그를 보증하고 나서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매달 하루는 방안에 틀어박혀 치성을 드리고 성수를 만들어냈다. 다들 그가 만든 성수를 한 모금이라도 받아보기 위해 그가 지지자들을 이끌고 지나갈 때마다 극진한 대접을 했다. 때로는 거액의 뒷돈이 오가기도 했다.

그는 약속한 대로 수익의 일부를 숲속에 숨겨진 마을 ‘소담’으로 보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그 대가로 성수를 그에게 보내주었다.

그것이 바로 방황하는 성자 ‘프롤로’의 탄생에는 깃든 비화였다.

원더스타인은 그 남자의 이름에 대해 들어본 적 있었다. 그때만 해도 그는 그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교황청이 그런 식으로 다른 이의 공적을 뺏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을뿐더러, 방황하는 성자라는 이름은 어차피 그런 종류의 축복을 내릴 줄 아는 사제들이 대대로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그 이름에 일부러 무심한 척하려는 원더스타인 본인의 성향 때문에 그럴지도 몰랐다. 빅터가 지녔던 칭호를 물려받은 사람에게 너무 관심을 쏟고 그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마치 자신이 아직도 빅터의 자리에 집착하는 것처럼 혹은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을 질투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두두의 뼈를 살펴본 원더스타인은 그가 죽은 지 몇 년 안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그는 10년 넘게 이곳에 갇혀 피를 제공했던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친구의 유골을 수습했다.

[프랑크 원더스타인의 친구, 방황하는 성자, 두두 이곳에 잠들다]

그는 두두의 묘를 박사님의 것 옆에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지상으로 올라가 마을에 단죄를 내렸다.

단원들 모두가 지켜보는 앞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혹시나 그들을 통해 프롤로에게 어떤 소식이 전해질까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뇌를 먹어치워 두두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 알아낼 수 있었다.

모두가 원더스타인이 저지른 짓에 놀라 그를 피했다. 엘라는 그동안 잘 참았는데 본색을 드러냈다는 둥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메리사는 밤 몰래 그의 마차를 찾아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논했다.

“프롤로는 어떻게 할 겁니까?”

“죽일 겁니다.”

“교황청이랑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필요하다면요.”

“그러다 계획을 망칠 수도 있는데요?”

“…….”

“지금까지 우리 세 자매가 무엇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지 아십니까? 우리가 고생한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까?”

그렇게 단원들에게 따돌림당하고, 엘라에게 욕을 먹고, 메리사에게 잔소리를 듣는 나날이 며칠간 계속되었다. 그러다 그들은 한 무리의 병사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여기 혹시 팔 여섯 개 달린 여인이 있지 않나?”

원더스타인은 병사들을 이끄는 기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그들이 유라크네를 쫓는 이유에 대해 들었다.

원더스타인은 그 즉시 그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옆에서 엘라가 울고불고 말리는 데도 멈추지 않았다. 메리사는 밤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그의 마차로 들이닥쳤다.

“당신 바보입니까? 단원들은 어디까지나 목적을 위한 도구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

“유라크네 그 여자를 이 자리에서 죽이고 떠나십시오. 그렇다면 추적자와의 연결고리는 끊어집니다.”

“싫습니다.”

원더스타인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메리사는 마치 자신들이 어렸을 때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다. 그때도 그는 저런 식으로 누나들을 힘들게 했다.

“원디!”

“…….”

“이, 이 고집불통! 당신이 정 그렇다면 제가…….”

그녀의 머리카락들이 한꺼번에 그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칼을 들고 일어섰다. 그에게 저주를 걸어 잠시 굳혀버린 뒤, 유라크네를 직접 처단할 생각이었다.

그녀가 그에게 저주를 걸려는 순간, 원더스타인이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속삭였다.

“메리사 누나. 내가 누나 중에서 누나를 제일 좋아하는 거 알지? 응?”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 메리사는 당황해서 굳어버렸다.

“이렇게 부탁할게. 사랑하는 누나.”

“우웃, 워, 원디, 그런 눈빛과 말투로 애원하면……”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당황한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그녀의 머리카락 하나를 쥐고 움직였다. 뱀의 송곳니가 그녀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꺄악! 배, 뱀에 물렸어요! 어서 해독제를 만들어…… 워, 원디?”

“그대로 잠자고 계세요, 잔소리 마녀!”

“워, 원디! 원디! 웃, 치, 치사합니다…….”

그렇게 메리사는 돌이 되어버렸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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