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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9

458화.

안네케와 양하나의 코스프레는 엄청난 인기였다.

사람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었고, 스톰컨 공식 취재진이 인터뷰를 제안했다. 유명 코스프레팀의 영입제안도 이어졌다.

신이 난 안네케는 다른 의상도 입어보자고 했지만, 양하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평생 당할 굴욕은 다 겪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옷을 갈아입으러 갔고, 택규는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다.

“OTK게임즈도 슬슬 이런 이벤트를 개최해야 할 텐데요.”

유료로 티켓을 판매하면서도 이 정도로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게임회사는 전 세계에 아이스스톰이 유일하다.

하지만 OTK게임즈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세계적으로 로스트 판타지 팬들은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특히 불모지나 다름없던 북미시장에서의 선전은 고무적이다.

로스트 판타지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콘텐츠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만큼, 현재 개발 중인 VRMMORPG에도 긍정적인 신호였다.

‘다들 OTK게임즈의 매출과 영업이익만 생각하고 있는데, 부대표님께서는 게이머들을 위한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고 계셨구나!몸소 여기까지 오신 것은 경쟁사의 이벤트를 벤치마킹하기 위함이었던 건가?’

정기홍 팀장은 감탄하며 소리쳤다.

“그냥 놀러 오신 게 아니었군요!”

오해였다. 그냥 놀러 온 거였다.

잠시 후, 다시 원래 옷으로 갈아입은 안네케와 양하나가 돌아왔다. 택규는 두 사람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잘했어요. 엄청 잘 어울렸어요.”

택규의 칭찬에 양하나는 웃음을 지었다.

“아, 고마워요.”

그래도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간신히 멘탈을 회복한 양하나는 택규에게 물어보았다.

“어째서 아이스스톰은 이렇게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는 건가요?”

그 질문에 대해 택규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기본에 충실하거든요.”

“기본이요?”

“게임회사의 기본은 게임을 잘 만드는 거죠.”

“아!”

너무 당연하면서도, 핵심을 관통하는 얘기였다.

보통 게임회사들의 경우 어떤 게임이 뜨고 나면 적당히 베껴서 비슷한 게임을 내놓기 바쁘다. 그리고 대부분 성공하면, 어떻게든 과금을 해서 돈을 뽑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메이플 테일즈’, ‘던전 앤 매지션즈’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아이스스톰의 게임은 독창적인 창의성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세계관이 빈틈없이 잘 짜여진 것으로 유명하다. 게임을 하다 보면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유저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풍부한 콘텐츠 또한 큰 장점이다.

때문에 내놓은 게임들마다 게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갓개발사’로 불리고, 게임개발자들도 가장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게임사로 손꼽혔다.

최근에는 여러 문제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금세 다시 중심을 찾아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킬 게임을 내놓을 거라 모두가 의심치 않았다.

“이러한 신뢰야말로 그동안 아이스스톰이 쌓아올린 가장 큰 가치죠.”

“그렇군요.”

“그래서 메피스토 4라는 희대의 망작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이렇게 5를 기대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스스톰이라면 실수를 뛰어넘어 더 나은 게임을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 * *

여러 행사들이 끝나고, 드디어 행사의 하이라이트.

신작 게임 발표시간이 시작됐다. 그 게임이 메피스토 시리즈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역시나 스크린에는 메피스토 로고가 떴고, 메피스토의 총괄 디자이너 스티브 왕이 올라왔다.

후닥한 인상을 지닌 대만계 미국인인 그는 청바지에 메피스토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스티브 왕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큰소리로 반갑게 인사했다.

“헬로우, 스톰컨! 여러분, 우리는 메피스토를 사랑합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플레이어들이 다 같이 모여 악마를 물리쳤다는 것에 모두가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말에 팬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호응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어진 발언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오늘날 세계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메피스토 신작을 플레이하기 위한 최적의 플랫폼이 바로 모바일 디바이스라는 것을요. 가족과 친구들을 모여 악마를 물리치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있을까요? 일단 시네마틱부터 보시죠.”

이어서 스크린 가득 시네마틱 영상이 나왔다.

안네케는 당황하며 택규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오빠? 지금 온라인이 아니라, 모바일이라고 한 거 맞죠?”

“…….”

택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잠시 후, 시네마틱 영상이 끝나고 나자 스티브 왕이 소리쳤다.

“새로운 모바일게임 메피스토 인피니티! 너무 기대 됩니다!”

아주 혼자서 신난 모습이다.

택규는 현실을 부정했다.

‘아니야! 이게 현실일 리 없어. 분명 반전이 있을 거야! 모바일 발표 이후에 온라인 발표라든지!’

반전은 커녕 이어서 나온 발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 게임은 중국게임사 이지넷이 제작했습니다. 그들의 열정과 헌신이 없었다면 메피스토 인피니티는 결코 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깜짝 놀라셨죠?”

정말 깜짝 놀랐다.

방금 맞은 뒤통수가 아직 얼얼한데, 한 대 더 맞은 것 같은 기분이다.

보통 신작게임을 공개하면, 환호성이 터져 나와야 정상이다. 하지만 어찌나 놀랐는지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러분들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잘 압니다. 어서 플레이 영상을 보고 싶죠?”

‘아니, 그런 거 보고 싶지 않아!’

아무도 호응을 하지 않자, 그는 당황하며 일단 게임 플레이 영상을 틀었다.

발표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영상에 집중하는 대신 웅성거렸다.

“아니, 저게 뭐야?”

“메피스토 5가 나와야지, 인피니티는 뭐야?”

“저게 메피스토라고? 그냥 양산형 모바일 게임이잖아!”

“중국게임사에 하청 줘서 만든 거야? 그럼 아이스스톰은 뭐하고?”

“나도 중국인이지만, 이걸 왜 이지넷에 맡겨? 이름만 빌려준 거면, 이건 그냥 중국 게임 아니야?”

“내가 이거 보려고 독일에서 여기까지 온 줄 아나?”

양하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이, 이게 그렇게 큰일인가요?”

그렇게 큰일이다.

택규는 분노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들이 지금 장난 하나? 메피스토 5 어디 갔어?”

어째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유가 짐작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로스트 판타지라는 하나의 IP에만 의존하고 있는 OTK게임즈와는 달리 아이스스톰은 메피스토 외에도 여러 게임을 성공시켰다.또한 북미시장과 중국시장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엄청난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러한 전 세계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아이스스톰의 매출 규모는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작년 매출이라고 해봐야 23억 달러.그리고 영업이익률은 30퍼센트인 6억9천만 달러.

크다면 큰 금액이지만, 세계적인 게임회사 치고는 초라하다. 그 이유는 주로 패키지나 정액제로 게임을 판매했기 때문.

기술의 발전은 게임개발비를 크게 올려놓았다. 대작 MMORPG의 경우 개발기간은 몇 배로 늘어났고, 개발비 역시 크게 증가했다.

한마디로 매출은 큰 변화가 없는데, 원가만 높아진 것이다.

반면 모바일은 개발 난이도도 낮고, 개발비도 적게 든다. 그런데도 매출은 온라인에 비해 훨씬 크다.

그래서 이치카와 시게루 역시 로스트 판타지 모바일을 먼저 제작한 다음, 그로 인한 수익으로 다시 온라인을 개발한 거고.

사람 심리라는 게 10만 원짜리 패키지 게임은 너무 비싸 보이고, 월정액을 10달러만 올려도 게임사가 돈독 올랐냐며 욕하지만,모바일 게임에서 판매하는 각종 아이템과 랜덤박스는 쉽게 지른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렇게 결제하다 보면 수십만 원, 수백만 원 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개발비도 적게 드는데, 온갖 방법으로 과금을 유도하다 보니, 모바일 게임의 영업이익률은 50퍼센트를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심하면 90퍼센트를 넘기도 했다.

‘결국 자기들도 모바일 게임으로 랜덤박스 팔아먹으며 돈을 쫙쫙 뽑겠다는 계획인가?’

어떻게 보면 다른 게임사들이 이제까지 해오던 일을 아이스스톰도 똑같이 하겠다는 것이고, 이걸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어쨌거나 게임회사도 기업이고, 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중국게임사에 외주를 준 이유도 이해가 된다.

아이스스톰은 주로 PC 온라인게임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 제작인력이 부족하다. 개발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외주를 주는 게 합리적이다.

기왕 돈을 벌기로 마음먹었다면,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 그런데 현재 중국은 판호가 막혀 있다. 중국게임사에 제작을 맡기면,이 판호를 뚫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냉정하게 보면 메피스토 인피니티는 그리 나쁜 게임은 아니다.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등은 여타 모바일 액션RPG와 크게 다를 게 없어보였다. 만약 전혀 다른 게임이었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게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게 메피스토 시리즈라는 것!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메피스토 5를 기대해 자신의 비용과 시간을 쓰면서까지 전 세계에서 날아온 골수팬들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적당히 돈 벌려고 만든 모바일게임이 아닌, PC 온라인게임이다. 망작이었던 4의 흑역사를 지우고, 다시 가슴을 뛰게 만들 새로운 스토리를 원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 앞에 양산형 과금제 모바일게임을 들이민 것이다.

심지어는 아이스스톰이 직접 만든 것도 아니고, 중국게임사에 하청을 줘서 만든!

이는 수많은 팬들의 기대를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비유를 하자면, 맛집이라고 해서 한참 기다려서 테이블에 앉았더니,컵라면에 물을 부어줬다랄까?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스킬, 새로운 스토리 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홀 쪽에 플레이 가능한 데모버전을 준비해놓았으니,발표가 끝난 후 즐기시면 됩니다.”

여전히 별 반응이 없었고, 스티브 왕은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몇 가지 설명이 더 이어졌고, 이어서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30대 정도로 보이는 미국남성은 마이크에 대고 물었다.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PC로 낼 계획은 전혀 없나요? 정말로 저 모바일 게임으로 끝인가요?”

스티브 왕은 딱 잘라 말했다.

“발표한 대로 모바일, 그러니까 안드로메다와 NOS뿐입니다. 현재로서는 PC로 나올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그 말에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우우!”

“우우우!”

스티브 왕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 보기 위해 농담처럼 말을 건넸다.

“여러분들은 폰도 없나요?”

옆에 있던 다른 발표자는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여러분들 폰 다 있잖아요. 아니면, 태블릿이나.”

이 발언으로 이해 분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택규는 정기홍 팀장에게 말했다.

“나가서 제 말 그대로 전하세요.”

“예?”

등 떠밀다시피 마이크 앞에 나선 정기홍 팀장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아, 안녕하세요. 전 OTK컴퍼니 홍보팀장 정기홍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스티브 왕을 비롯해 모두가 깜짝 놀랐다

주위에 있던 몇몇은 정기홍 팀장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어! 나 저 사람 TV에서 본 것 같아.”

“OTK컴퍼니 발표할 때 나온 남자 같은데.”

“어? 진짜 OTK컴퍼니 쪽 사람인가?”

“여긴 왜 온 거지?”

스티브 왕이 물었다.

“하실 말씀 있습니까?”

정기홍 팀장은 마이크를 잡은 채 말했다.

“제가 할 말이 있는 게 아니라, OTK컴퍼니 부대표님께서 말씀을 좀 전해달라고 하셔서요.”

모두가 놀라 웅성거렸다.

“OTK컴퍼니 부대표라니!”

“집에서 스톰컨을 지켜보고 있었나?”

“혹시 여기 와 있는 거 아냐?”

“에이, 설마.”

게임하는 사람치고 OTK컴퍼니 부대표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치카와 시게루에게 투자해 OTK게임즈를 설립시켰고, 한국의 여성가족부와 맞서 한국 게임산업을 지켜냈다.(당시 여가부와의 토론회 영상은 여러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게이머들이 시청했다)

또한 100억 달러 이상의 개발비가 들어가는 VRMMORPG 개발을 지원하고, OTK상을 제정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로 인해 OTK컴퍼니 부대표는 게임계예서 그야말로 입지전적, 신화나 다름없는 존재로 여겨졌다.

정기홍 팀장은 스마트폰으로 전달받은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거 진짜 그대로 읽어요?’

……라는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자, 택규는 어서 읽으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기홍 팀장은 눈을 질끈 감고 시키는대로 했다.

“당장 아이스스톰을 인수해서 이거 개발하자고 한 놈들 싹 다 자르고, 메피스토 5를 만들게 하겠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동안 긴 침묵이 흘렀다. 그러고는 이내 발표장이 떠나갈 듯한 거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여, 여러분! 진정하세요!”

예상치 못한 사태에 주최 측이 수습을 해보려 했지만, 사람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OTK! OTK!”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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