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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60

EP.459 18. 만우절 (1)

서커스 그랑프리의 본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7개 이상의 별이 필요했다. 별은 6대 극장으로부터 각각 하나씩 받을 수 있었고, 크리스티앙 가이드에서 3개까지 얻을 수 있었다.

크리스티앙 가이드가 수여하는 별은 예선전이 종료되기 2달 전에 발매 예정인 판본이 결정했다. 즉, 그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임시로 부여된 점수일 뿐이었다.

굳이 예선전이 종료되기 2달 전이라는 기준을 둔 이유는 평가원들이 자의적으로 탈락 예정인 서커스단을 구제해주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은 축제인 동시에 경연이었다. 주최 측은 불공정함에 대해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썼다.

크리스티앙 가이드가 서커스단에 별로 매긴 평점이 갑자기 떨어지는 일은 잘 없었다. 단원들이 대거 서커스단을 이탈하거나 공연의 질이 장기간 하락하는 경우에만 변동이 있었다.

그래서 현재 별 3개를 받은 서커스단의 경우, 확정적으로 별 3개를 얻은 상태로 봐도 무방했다. 현재 대회에 참가한 백여 곳의 서커스단 중 오직 3곳만이 가이드로부터 3개의 별을 받았다.

서커스 명문 레카체프 학교의 수석 졸업생 25명으로 이루어진 ‘레카체프 25’.

업계 최고의 마술사 로드 판타스틱을 필두로 각 분야 정점들이 모인 ‘황금 카니발’.

현존하는 서커스단 중 가장 오래되고 큰 규모를 자랑하는 ‘바퀴의 서커스’.

여기서 레카체프 25의 경우, 황실 인사들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황금 카니발은 남부 제일의 상단인 라이프니츠 상회를 후원자로 두고 있었다.

그러나 바퀴의 서커스는 최고(最古) 최대의 서커스단이기는 하나 그 근본은 유랑민 부족이었다. 그들이 지닌 명성에 비해 후원자를 구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바퀴의 서커스는 서커스단 최초로 유가증권을 발행하고 주식회사를 설립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것은 현재 바퀴의 서커스를 이끄는 인물이 그만큼 유능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조르주 클로팽. 바로 바퀴의 서커스 제2대 단장이었다.

“시험에 나갈 인원은 선발했나?”

클로팽은 80살 가까이 되었는데도 허리는 꼿꼿했으며 눈동자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곡예사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곡예사로 살아온 그였다.

지금은 무대에서 내려와 서커스단을 운영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몸놀림은 현역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아침 기초 훈련을 빠트리지 않고 있었다.

바퀴의 서커스는 서커스단으로서뿐만 아니라 유랑민 부족으로도 최대의 규모를 자랑했다. 그 수는 대략 6천 명으로 소규모의 도시 하나가 통째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었다. 클로팽은 그곳의 시장이나 다름없었다.

바퀴의 서커스는 크리스티앙 가이드가 초판을 발매하던 순간부터 별 3개를 계속 유지해 오고 있었다. 압도적인 규모에서 오는 방대한 인재 수와 오랜 경험으로 정립된 육성 시스템 덕분이었다.

그들의 공연은 매년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공연을 연작으로 준비했다. 그래서 그들의 공연을 모두 관람하고 나면 한 편의 대서사시를 읽은 것과 같은 황홀한 기분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대회라는 형식은 그런 그들의 장점을 살리기 쉽지 않았다. 시험은 대부분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머릿수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서커스단 대표로 나갈 인원을 내부 경연으로 선발했다.

“50명을 준비했고, 상황 별로 교체할 인원도 50명 준비해 두었습니다.”

“실력은 괜찮나?”

“모의시험을 수십 차례나 치렀는걸요. 온갖 돌발 상황도 거치게 했으니 이번에도 무리 없이 별을 따낼 겁니다.”

클로팽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6천 명의 주민을 생활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그가 처리해야 할 일은 수없이 많았다.

“곧 있으면 만우절(萬愚節) 축제군.”

축제는 재주꾼들의 밥벌이 장소였다. 그것들은 지역과 절기를 번갈아 가며 1년 내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공연과 유희의 마신을 향한 제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축제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배경과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들이 키르쿠스를 위한 행사가 되는 것은 과정상에서 벌어지는 일이지 그것 자체가 그를 위해 준비된 것은 아니었다.

엄밀하게 키르쿠스의 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일 년에 딱 하루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4월 1일, 만우절이었다.

이날을 기념하는 것은 재주꾼들의 저승인 원더랜드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원더랜드의 주민들은 모두 생전에 무대 위에 섰던 형태를 반영한 ‘페르소나’라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날 하루는 서로 페르소나를 교환하고 논다는 것이었다.

현세의 재주꾼들은 이날을 서로의 재주를 경험해보는 날로 받아들였다. 자신의 무대가 최고라고 자부하다 다투는 일이 잦으니 이날만큼은 다른 사람의 재주도 한 번씩 겪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의 만우절 축제로 발전한 것은 어느 나라의 왕이 벌인 장난 때문이었다. 그는 궁정 광대에게서 키르쿠스의 날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는 신하들이 입궐하는 시간에 맞춰서 왕실 사람들끼리 서로 역할을 바꿔 보기로 했다.

신하들은 궁정에 들어가니 광대가 왕관을 쓰고 떡하니 옥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왕의 옆에 있어야 할 늙은 재상은 삐쩍 마른 몸으로 흘러내리는 갑옷을 끌어 올리며 경비를 서고 있었고, 경비를 서고 있어야 할 무관은 반대로 어설프기 짝이 없는 발음으로 어려운 고대어 인사말을 읽어 내려갔다.

하루아침에 변해버린 궁정 분위기에 당황하던 신하들은 우스꽝스러운 광대 복장을 하고 들어오는 왕을 보고 그제야 장난인 것을 깨닫고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날을 계기로 만우절을 즐기는 문화가 각 나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날에는 사람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거나 가벼운 장난을 치곤 했다.

돼지에게 사람 옷을 입혀 가마에 태워 거리를 행진한다거나, 골판지 상자로 갑옷을 만들어 입은 경비병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식이었다.

이날을 전후로 서커스단들도 평소에 하지 않았던 특별한 공연을 선보이곤 했다. 주로 평소에 본인들이 하던 공연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거나 서커스단끼리 서로 단원을 교체하거나 혹은 상대방의 공연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서커스 그랑프리의 주최 측 역시 만우절을 위해 어떤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가벼운 장난으로 끝날지 아니면 대회의 진행에 큰 영향을 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365일 중 유일하게 키르쿠스를 위한 날이라는 사실이 가지는 경건함에 비해 그 본질은 장난스러웠기 때문이다.

“원래 하던 대로 준비하도록 해. 주최 측도 축제 자체를 망치는 방향으로 행사를 기획하지는 않았을 거야. 무엇보다 우리 서커스단보다 대응력이 뛰어난 곳은 없으니까.”

클로팽의 말에는 자부심이 어려 있었다. 방대하고 다양한 인력을 갖춘 덕분에 그들은 어떠한 시험에도 흔들림 없이 대처할 수 있었다.

그는 이어서 범죄를 저지른 부족원들에 대한 처분으로 넘어갔다. 천막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장정들이 밧줄에 묶인 젊은이 몇을 안으로 데려왔다.

“너희들은 얼마 전에 머물렀던 마을에서 절도, 폭행, 마약 거래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클로팽이 엄숙하게 선언했으나 젊은이들은 실실 웃고 있었다. 그들이 저지른 짓은 유랑민들 기준으로 봤을 때, 어디까지나 가벼운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큰 처분이 내려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에이, 겨우 이 정도로 뭘 그래요. 좀 봐줘요, 단장님.”

그중에는 평소 클로팽이 아끼던 곡예사도 한 명 있었다. 그녀는 부족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뛰어난 실력 덕분에 클로팽이 직접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보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자리가 평소와 같았다면 그도 가볍게 그녀를 훈계하는 데에서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는 부족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입회해 있었다.

“죄인은 우리 부족의 율법에 따라 처분하겠다. 현지 경찰의 입회하에 왼쪽 손목을 자르고 부족에서 추방하도록.”

“다, 단장님?”

밧줄에 묶인 곡예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클로팽은 바라봤다. 방금 그녀에게 판결을 내린 사람은 그가 아니었다.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던 노파였다.

“데려가서 형벌을 집행하도록.”

노파의 명령에 장정들은 밧줄에 묶인 젊은이들을 일으켰다. 일부는 노파의 정체를 알아채고는 새파랗게 질렸지만, 일부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반항했다.

“뭐, 뭡니까, 저 늙은이는! 왜 단장님 대신 저 노인네가?”

“단장님, 이럴 순 없어요. 손이 없으면 재주는 앞으로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단장님!”

클로팽은 그녀의 간청을 외면했다. 오랜만에 생긴 제자였지만 이번만은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부족민의 처우를 결정하는 일에는 단장보다 부족장의 권위가 더 앞섰기 때문이다.

밖에서 젊은이들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클로팽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노파를 바라봤다.

따져봤자 변하는 것은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노파는 본인의 손자, 손녀들도 가차 없이 부족에서 쫓아낸 사람이었다. 그 당시 클로팽은 필사적으로 항변했지만 결국 아들과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

“저런 연놈들이 집시의 명예를 떨어트리는 거다. 봐줄 필요 없어.”

노파의 말에 클로팽은 소심한 방법으로 그녀에게 반항심을 표현했다.

“어머니, 요즘은 집시라는 표현은 잘 안 씁니다. 우리는 ‘룸니’라고 하지요.”

룸니라는 이름은 멸망한 고대 제국인 콜룸 제국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유랑민들이 생겨난 게 제국의 붕괴 이후이니 자신들은 제국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노파는 그의 말에 콧방귀를 꼈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런 주장은 요즘 것들의 헛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집시는 집시야.”

그녀의 말투에는 오래 살아온 이 특유의 고집이 섞여 있었다.

클로팽은 그녀의 말에 다시 대꾸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어머니의 저런 엄격함이 바퀴의 서커스를 있게 한 것을 그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 대규모 유랑집단이 지난 수십 년간 문제없이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내외적으로 철저하게 처신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근 10년은 사람들 앞에 거의 나서지 않은 그녀였지만, 그녀의 이름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푸리 다이.

고대 제국어로 ‘나이 든 여인’을 뜻하는 그것은 바로 그녀를 칭하는 단어였다. 서커스 업계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떠돌이 재주꾼들을 규합하여 거대한 부족으로 키워낸 전설적인 인물이 바로 그녀였다.

“우리 아버지도 저것들처럼 정말로 실망스러운 작자였지. 속이고, 죽이고, 훔치는! 정말로 집시다운 인간의 대표였어.”

그녀는 혐오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목에 걸고 있던 장식품을 거칠게 벗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클로팽은 그녀가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쓰레기통 속에서 그것을 꺼냈다.

그것은 사람의 눈알을 본뜬 것 같은 괴상한 장식품이었다. 부족민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처분을 내릴 때마다 그녀는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며 이것을 내던지곤 했었다.

눈알의 내부는 밀랍으로 미세하게 홈이 파여 있었다. 이것은 실린더 레코드라는 것으로 소리를 기록할 때 사용하던 물건이었다.

음반보다 정확성이나 내구성은 떨어지지만, 약간의 손기술과 몇 가지 재료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었기에 과거 집시 땜장이들은 이곳에 간단한 음악을 담아 팔곤 했었다. 이것은 원통형의 레코드 위에 누군가 눈알 형태의 장식을 추가한 것이었다.

클로팽은 예전에 이것으로 소리를 재생해보려 했었다. 그러나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괴상한 잡음만 반복될 뿐이었다.

초기의 실린더 레코드는 보통 수명이 10년에 재생 가능 회수도 100회 정도가 한계였다. 그가 이것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50년은 된 물건이었는데, 지금은 100여 년 전의 물건이니 제대로 소리가 날 리 없었다.

그는 이것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며칠 뒤 몰래 어머니의 탁자 위에 올려놓을 생각이었다. 그것은 그가 철들 때부터 늘 해왔던 일이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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