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460

459화.

OTK컴퍼니가 투자한 기업들 중 가장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회사는 카로스, 그리고 그 다음을 페이스잇과 OTK게임즈가 뒤따르고 있다.

1위는 확고부동하지만, 2위와 3위는 수년 안에 뒤바뀔 거라는 전망이 컸다. 그만큼 OTK게임즈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은 서비스를 하는 나라들마다 동시접속자수 1위 또는 2위를 기록했다. 앞으로 새로이 런칭할 나라들도 많이 남아 있고, 중국에서 판호를 받아 서비스를 시작하기만 하면, 매출은 지금보다 배 이상 뛸 것이다.

로스트 판타지M과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으로 쌍끌이를 하며, 매출과 순이익은 급증했고, 들어온 현금은 곳간에 차곡차곡 쌓여 갔다.

이치카와 시게루는 펜타곤 시절 로스트 판타지 외에도 여러 명작 게임들을 만들었다. 이후 펜타곤은 리닉스와 합병해 리닉스펜타곤이 됐고, 그는 경영진과의 불화로 개발진을 데리고 나와 OTK게임즈를 설립했다.

다행히 로스트 판타지 IP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독립했지만, 대신 이전에 개발한 게임들의 저작권은 전부 리닉스펜타곤에 그대로 넘겼다.

또 하나의 문제는 로스트 판타지 IP 사용권한이 리닉스펜타곤에도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같은 IP를 두 회사가 사용하게 된 셈이다.

역시나 로스트 판타지 M과 온라인이 대박을 터트리자, 리닉스펜타곤 쪽에서는 재빨리 로스트 판타지 이름을 내건 게임들을 여럿 출시했다.

게임 퀄리티는 형편없었고, 어떻게든 과금으로 돈을 뽑아먹으려는 가챠게임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1년 정도 운영하다가 서비스를 종료시켰다.

로스트 판타지 팬들이야 이치카와 시게루가 제작하지 않은 것은 아예 시리즈 취급도 하지 않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OTK게임즈가 돈 벌려고 형편없는 게임을 출시했다고 오해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TK게임즈는 리닉스펜타곤을 인수하는 방향을 고려중이었다. 이렇게 하면 로스트 판타지는 물론 과거 제작한 게임들의 IP까지 되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의사를 전달하자 리닉스펜타곤 경영진과 주주들은 회사를 파는 대신, 합병을 통해 OTK게임즈 주식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OTK게임즈가 계속 성장세에 있는 만큼 어떻게든 숟가락을 얹겠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그렇게 해줄 이유가 없다.

이치카와 시게루는 리닉스펜타곤 시절 같이 일했던 개발자들에게 손짓을 했고, 주요 개발자들은 사표를 내고 나와 OTK게임즈에 합류했다. 돈도 돈이지만, VRMMORPG를 만들겠다는 비전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핵심 개발인력이 빠져나가며, 리닉스펜타곤 주가는 계속 하락세였다. 콘솔게임 쪽에서는 여전히 전통의 강자지만, 더 이상 성장은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치카와 시게루가 쫓겨나오듯 회사를 나올 때만해도 서로의 위치가 이렇게 역전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엘리는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택규가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회사를 만들기도 전에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한 거죠?”

그냥 시게루 옹(?) 팬이라서 그런 거다. 본인도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겠지.

“뭐, 게임 보는 눈이 남다르긴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하기도 했고.”

“덕분에 이렇게 성공했잖아요.”

“그렇죠.”

공부 잘하는 사람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인터넷의 발전은 다양한 직업을 만들어냈고, 게임과 관련한 직업도 많이 생겨났다.

게임을 엄청 잘하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고, 재미있게 하면 투위치 스트리머 또는 에이튜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돈이 많으면 게임회사를 통째로 살 수도 있겠지.

난 스톰컨에 관한 기사들을 찾아보았다. 게임사이트는 스톰컨 얘기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특히 메피스토 5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행사장 사진들 보니 엄청 재밌어 보인다. 나도 같이 갈 걸 그랬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베스트란에 올라와 있는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다.

난 깜짝 놀라 엘리에게 말했다.

“어! 이 사진 봐요.”

사진 속에는 천사와 악마로 코스프레를 한 두 여성이 있었다. 다름 아닌 안네케와 양하나다.

“이거 하나 씨 맞죠?”

엘리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안네케 공주야 예상했지만, 하나 씨가 할 줄은 몰랐는데요.”

“등 떠밀려서 한 것 같은 표정인데요.”

동서양의 미녀가 나란히 선 모습은 그 자체로 화보나 다름없었다.

아, 갑자기 오택규가 부러워지려 한다.

“왠지 재밌어 보이네요. 저도 코스프레 한번 해볼까요?”

“갑자기요?”

엘리는 눈을 찡긋했다.

“좀 있으면 할로윈이잖아요. 제가 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 캐릭터 있어요?”

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음, 사실 생각해놓은 게 하나 있긴 한데…….”

“정말요? 진후가 좋아하는 캐릭터예요?”

“예. 뭐 그런 거죠.”

“그럼 해볼게요.”

그 말에 저절로 눈이 번쩍 떠졌다.

“정말요? 약속한 거예요.”

엘리는 슬쩍 눈을 흘겼다.

“너무 야한 건 안 돼요.”

“하나도 안 야한 캐릭터예요.”

“그럼 약속할게요.”

“나중에 말 바꾸면 안 돼요.”

“저 변호사인 거 잊었어요? 약속은 반드시 지켜요.”

부러운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어느새 스톰컨의 하이라이트, 신작발표가 시작됐다.

엘리와 함께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엘리는 날 보며 물었다.

“다들 반응이 왜 저래요? 왜 야유를 하고 있는 거죠?”

난 당황하며 말했다.

“이, 이상하네요. 왜 갑자기 모바일이 튀어나왔지?”

그러나 진짜 예상치 못한 상황은 따로 있었다.

엘리는 다시 날 보며 물었다.

“뭐예요? 방금 택규가 아이스스톰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거예요?”

“아…….”

이 미친놈이 놀러가서 뭐하는 짓이야?

바로 핸드폰이 울렸다.

가장 먼저 전화한 사람은 현주 누나.

[이거 미리 얘기가 된 거야?]

“아니요.”

그러자 누나는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택규!]

이어서 OTK게임즈 이치카와 시게루 사장이 연락했다.

[아이스스톰 인수는 대표님께서 생각하신 겁니까?]

“아니요. 저도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묻는 걸 보니, 그 역시 상상도 못했던 일인 모양이다.

그는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게임계 전체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

* * *

스톰컨의 신작게임 발표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기대했던 PC 온라인게임 메피스토 5 대신 모바일게임 메피스토 인피니티가 발표되자,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님들 폰 없어요?

-님폰없 ㅋㅋㅋ

-미치겠다ㅜㅜ 아이스스톰 쟤들 왜 저래?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야이 그래서 메피스토 M 안 할 거야?

-응. 안 해. 폰 있지만 안 해.

-이건 아이스스톰 게임이 아니라, 그냥 중국게임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그치. IP만 빌려주고 로열티만 챙기겠다는 거지~

-잠깐. 그런데 저거 전체이용가야? 원래 성인용인 게임을 애들용으로 만들었다고?

-ㅋㅋㅋ 악마 때려잡는 게임으로 애들 코 묻은 돈 뽑아먹겠다는 거네.

다들 분노해서 각 나라 언어로 욕을 쏟아내는데, 반전이 벌어졌다.

갑자기 OTK컴퍼니가 아이스스톰을 인수해서 메피스토 5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오우야! 이거 진짜야? 레알?

-오오! 부대표님!

-미친ㅋㅋㅋ 역시 돈이 많으니까 저런 게 가능하구나!

-인수해서 싹 다 잘라라!

-부대표님께서 다 해주실 거야. 희망이 있잖아, 희망이ㅜㅜ

-그저 빛! 킹엠페러갓!

-당신이 있어서 게이머들은 행복합니다!

발표회장이 난리가 나자, 스톰컨 주최 측은 재빨리 현장 송출을 중단하고, 다시 메피스토 인피니티 시네마틱 영상을 틀어주었다.

하지만 일명 ‘메피스토 인피니티 참사’의 후폭풍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전 세계 언론사들은 속보를 쏟아냈다.

[OTK컴퍼니, 스톰컨에서 아이스스톰 인수의사 밝혀!]

[OTK게임즈에 이은 부대표의 승부수!]

[OTK컴퍼니, 일본 게임업체에 이어 미국 게임업체에도 눈독 들이나?]

[아이스스톰 측, 강한 불쾌감 나타내……]

[팬들의 반발을 불러온 메피스토 인피니티 발표. 뭐가 문제였는가?]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아이스스톰이 그 인피니티인지 뭔지 하는 게임을 발표한 게 무슨 잘못이라는 거지?

-모바일게임 발표한 게 이렇게 큰일이야?

-원하는 게임 안 내줬다고 화내는 건가?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거 아님?

하지만 게이머들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그들은 각종 사이트와 온라인게임 등에서 열변을 토해냈다.

-코어유저들 버리고, 라이트유저들 상대로 돈벌이 하겠다는 거잖아!

-이건 기존 팬들을 무시하는 행위다!

-희대의 망작인 4도 아이스스톰 게임이라 해줬는데!

-이럴 거면 처음부터 모바일게임이라고 얘기를 하든지!

-적어도 깜짝 놀랄 발표를 하겠다는 약속은 지켰네.

이에 대해 아이스스톰 측은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영상에 달린 수만 개의 부정적인 댓글을 삭제하고, 언론사에 관련 기사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대응은 가뜩이나 부정적인 여론에 더욱 불을 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스스톰 개발자가 내부폭로를 했다. 원래 아이스스톰 측에서는 메피스토 5 개발을 진행 중이었는데,사업팀에서 높은 개발비와 4의 흥행실패를 문제 삼으며 모바일로 강제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치카와 시게루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듯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아이스스톰은 악투스와 합병했고, 실제 상장회사의 정식명칭은 악투스아이스스톰 엔터테인먼트다.

합병을 했어도 악투스와 아이스스톰의 경영은 분리되어 있고, 개발 역시 따로 진행했다. 문제는 악투스와의 합병 이후 사업팀의 입김이 세졌고, 그로 인해 개발팀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매출과 영업이익보다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대해 아이스스톰은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했다.

공동대표인 로직 아이엔가는 폭로내용을 부정하기는커녕, 오히려 향후 회사의 개발전략을 모바일에 치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많은 게이머들 플레이를 PC에서 모바일로 전환했습니다. 우리의 개발자들은 전 IP에 걸쳐 모바일게임을 개발 중이고, 그중 몇 개는 메피스토 인피니티와 마찬가지로 외주업체에서 진행 중입니다.”

* * *

택규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회사로 왔다. 그러고는 나에게 아이스스톰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을 내밀었다.

“선물이야. 스톰컨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머그컵이야. 남성형 메피스토와 여성형 메피스토가 그려진 커플 머그컵으로 샀으니,앞으로 엘리랑 이걸로 커피 마시면 더욱 맛있을 거야. 이거 사느라 30분이나 줄섰으니, 고맙게 생각해.”

“…….”

또 다시 쓸모없는 오타쿠 물건이 늘었구나. 집에 한 트럭 있는 머그컵은 왜 또 사온 거야?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한정판 머그컵이 아니다.

“미친놈아, 왜 남의 잔칫상에 가서 똥물을 뿌려?”

택규는 눈을 껌뻑거렸다.

“뭔 소리야? 똥물은 걔들이 우리한테 뿌렸지. 메피스토 인피니티가 웬 말이야? 거기 있던 팬들 반응 못 봤어?”

맞는 말이라 반박하기가 힘들다.

다른 회사 신작게임 발표회에서 인수합병이라는 폭탄을 떨어트렸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는 칭찬의 글이 가득했다.

한 게임사이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OTK컴퍼니가 아이스스톰을 인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80퍼센트를 넘었다.

그만큼 아이스스톰이 메피스토 5를 포기하고 모바일게임을 내놓은 것에 대해 배신감이 크다는 반증이다.

택규는 당당하게 말했다.

“나 아이스스톰 사줘.”

난 어이가 없어서 버럭 소리쳤다.

“게임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게임회사 사달라는 게 뭔 미친 소리야?”

택규는 반박했다.

“너와 나의 추억이 담긴 메피스토 시리즈가 망가져도 상관없다는 거야?”

“…….”

아니, 난 그 정도로 그 게임에 추억이 있진 않아. 생각해 보면, 라트니아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

돈이 있다고 해서 기업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법률적 문제도 있고, 해당 국가에서 승인도 받아야 한다.

그보다 가장 큰 문제는 상장기업의 경우 인수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무리다. 사면 살수록 계속 주가가 오를 테니까.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은 대주주에게 블록딜로 사들이거나, 악투스와 아이스스톰을 기업분할해서 아이스스톰만 통매각하라고 하는 것.

“누가 지금 당장 사재?”

“그럼?”

“생각해봐. 주가가 오른 건 인수 얘기가 나와서 그렇지, 원래대로라면 주가가 폭락해야 정상이야. 지금 아이스스톰이 얼마나 큰 삽질을 하고 있는지 알아?”

난 그 말에 멈칫했다.

“이게 그 정도인가?”

택규는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늘어놓았다.

“지금까지 아이스스톰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갓개발사로 칭송 받았던 것은 최고의 게임이 아니면 출시하지 않는다는 장인정신 때문이었어. 그런데 개발비 많이 들어가는 MMORPG 개발보다는 모바일에 치중하는 걸로 전략을 바꿨단 말이야. 이제는 자기들도 모바일게임으로 날먹하겠다고 선언한 거지.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그러면 이제 게이머들도 아이스스톰 게임을 옹호해줄 필요가 없잖아. 기대했던 메피스토 5도 나가리 났고, 앞으로도 당분간 대형 PC 온라인게임 출시계획은 없다고 했으니,이건 로스트 판타지가 북미 점유율을 더 늘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야.”

“……으음, 그럴 듯한데.”

듣다보니 설득되기 시작한다.

실제로 아이스스톰을 인수해서 싹 자르겠다는 택규의 말에 게이머들은 열광했다. 이걸 계기로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OTK게임즈가 북미지역 공세를 강화해서, 이놈들에게 메피스토 5를 안 내준 것에 대해 복수를…… 아니, PC온라인게임을 무시한 게 얼마나 큰 실수인지 알려줘야 하지 않겠어?”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