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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61

EP.460 18. 만우절 (2)

전능교가 해체되면서 그들이 남긴 막대한 양의 재산의 처분을 두고 정치인마다 의견이 분분했다.

피해자들을 위한 재단을 만들겠다.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에 활용하겠다.

이번 사건을 기리기 위한 추모관을 건립하겠다.

말이야 다들 그럴듯하게 했지만, 결국 임자 없는 돈을 굴려서 떡고물을 챙기고 싶다는 소리였다. 명함에 자리 하나 더 파고, 치적 하나 더 새기는 건 덤이었다.

실제로 만들어진 재단은 지난 10년 동안 피해자들에게 챙겨준 지원금보다 직원들에게 지급한 임금이 더 많았다. 재단의 이사진은 지역 대학의 사회복지학과 교수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재단은 그들의 제자들이 편하게 경력을 챙기고 나가는 장소로 유명했다.

그렇게 호사를 누리는 직원들이 정작 피해자 구제에는 깐깐하게 구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일단 그들은 보상금을 받으러 온 사람들을 피해자로 쉽게 인정해주지도 않았다.

종교 단체의 특성상 피해자인지 일반 신도인지 구분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느 장애인이 피해자 신청을 하러 갔는데, 전능교의 명령에 따라 헌금을 수금하러 다녔던 사실 때문에 오히려 죄인 취급당하고 쫓겨난 사례가 대표적이었다.

복지에 활용하겠다는 공약도 들춰보면 전능교 사태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 평생을 비장애인으로 살아오다가 늘그막에 중증 장애를 얻은 사람들을 위한 가사도우미 지원이나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치료 교육 따위가 그 예였다.

그들과 전능교 피해자들 간의 공통점이라고는 장애인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은 한 꺼풀만 벗겨봐도 그들을 부양할 책임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매력적인 정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장애인 주변 사람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책이었다. 고아가 대부분인 전능원 아이들은 저런 혜택 따위 누리지도 못했다.

추모관이라는 것도 지어놓은 것을 보면 간신히 구색만 갖춰뒀을 뿐이었다. 전능교의 실체를 탐사 보도한 방송 자료 중 가장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이 전시관마다 반복해서 재생되었다. 스피커에서는 살려달라는 아이들의 비명이 주기적으로 터져 나왔다.

추모관으로 사용할 건물과 부지는 치열한 경쟁 끝에 채택된 어느 지자체가 제공하기로 했다. 지자체마다 지역 발전을 한답시고 수백억 들여 빈 땅에 건물만 무작정 세워두고 놀려두는 곳이 많았다. 짓는 데 50억이면 넉넉할 것 같은 건물을 그들은 200억을 들여서 지어놓고는 땅값 상승을 이유로 300억을 국가로부터 받아냈다.

이러한 허술한 자산 관리에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 애꿎은 공무원들만 나와서 여론의 매를 맞을 뿐이었다. 주인 없는 돈이었기에 항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쉽게 묻혔다.

허수아비는 시선으로 리모컨을 조작해 그저께 방영한 ‘전능교 사건, 이후 10년’의 녹화본을 껐다. 이다음 나올 것은 그 사건의 가장 유명한 피해의 인터뷰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바로 허수아비 자신이었다.

허수아비가 ‘전능교 사건, 이후 10년’ 시사 프로그램의 제작에 협력한 것은 위와 같은 사안들을 고발해서 일을 바로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몇 달 전, 기자들을 대동하고 전능원 출신들이 있는 시설을 견학하기도 했었다.

“저 자식 또 인터뷰하는 건가? 관심병 환자 자식.”

“우리를 대표하는 척하는 거 보면 역겨워.”

“자기 혼자 잘 먹고 잘살고 있으면서.”

그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별로 곱지 않았다. 그들은 재단에서 나오는 보조금에 기대어 복지원 생활을 겨우 유지해 나가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나마도 위에서 언급한 까다로운 심사 때문에 그들 중 절반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 중 허수아비가 알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가 있던 예곡 읍의 전능원은 원장이 아이들을 모두 죽여버린 후 자살해버렸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허수아비 한 명뿐이었다.

세간에는 허수아비가 원장의 아들이라서 살았다,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고혈을 빨아먹은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다는 식으로 소문이 퍼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허수아비가 받은 돈은 모두 그의 부모님이 물려준 것이었다.

허수아비의 부모가 전능교에 기부한 재산은 모두 그가 있던 보육원의 원장이 개인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원장은 그것을 위해 본인이 허수아비의 서류상 양아버지가 되기까지 했다.

양친이 모두 사망했을 경우, 유산이 임시보호자를 거쳐 자식에게 갈 때 이중으로 과세하지 않도록 하는 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허수아비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각종 세금을 면제받기 위함이었다. 그 덕에 원장이 관리했던 재산은 전능교의 범죄수익금으로 추징되지 않고 허수아비가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었다.

원장은 선구안이 좋았던 건지 하필 투자한 곳마다 대박이 터졌다. 덕분에 허수아비가 돌려받은 부모의 유산은 무려 수백억 원에 달했다. 그래서 그는 사회복지시설로 옮겨진 다른 전능원 아이들과 달리 고급 빌라에 거주하며 입주 도우미까지 불러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전능원 출신들은 인터뷰 도중에 때때로 허수아비에게 적개심을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이런 몸으로 태어나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게 있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분노를 이해했다.

그는 그렇게 10년 동안 그들의 욕을 먹으면서도 꾸준히 그들을 도왔다. 방송의 수익금 대부분을 그들에게 기부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론의 인터뷰를 하는 것도 계속 사건을 조명시켜 그들이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메인 퀘스트-프리퀄

: 프리퀄은 본편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달성조건

: 트릴 트릴로1 시작 시점까지 생존

성공 시 보상

: 현실로의 귀환

실패 시 페널티

: 현실에서의 사망

해당 방송이 나간 것은 그가 원더스타인의 몸으로 들어오기 몇 주 전의 일이었다. 자신처럼 세간의 이목을 끌어줄 수 있는 인물이 없다면 전능교 재산 처리에 관한 감사 여론은 금방 식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지원이 없다면 전능원 출신 중 상당수는 복지원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확률이 높았다.

*메인 퀘스트-서커스 그랑프리

: 하늘도시 히포드롬이 원더스타인을 부르고 있습니다.

달성조건

: 서커스 그랑프리 본선에 진출하십시오.

성공 시 보상

: 습득한 모든 데볼루트와 바이오맨서의 능력을 현실로 가져갈 수 있음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경찰의 조사 결과 전능교 교주의 안수 치료는 속임수로 밝혀졌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의 능력은 진짜였다. 바이오맨서의 힘만 있다면 그는 그 자신뿐만 아니라 동지들 모두를 구원해줄 수 있었다.

자신은 반드시 현실로 돌아가야 했다.

***

“곧 있으면 우리는 마지막 역인 프라빈 중앙역에 도착합니다. 대륙횡단 열차를 이용해주신 탑승객 여러분, 즐거운 여행 되셨습니까?”

원더스타인은 차장의 작별 인사를 들으며 눈을 떴다. 그는 귓가로 엘라가 음향실을 통해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 고개를 든 그는 차장이 자신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 서둘러 인사말을 정리했고, 엘라는 뒤에서 킥킥 웃음을 터트렸다. 원더스타인은 자신이 침이라도 흘리건가 싶어 손으로 입가를 더듬었다.

평소라면 걱정하지 않았겠지만, 요즘은 몸이 통제를 벗어나는 일이 잦았다. 별빛을 수시로 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형의 집에서 별빛을 몇 통이나 챙겨온 덕분이었다. 유라크네와 아나이스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와 잠자리를 요구했다.

몇 주 사이 그들의 호감도가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그는 점점 정신적으로 피로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별빛의 부작용이라기보다 ‘웃는 남자’의 영향을 벗어나는 일이 잦아져서 그런 것이었다.

웃는 남자는 이를테면 마약을 복용한 상태와 같았다. 계속 웃고 있으면 기분 좋은 부유감이 지속되었다.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을 하지 않을 때, 고통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평소에 무시되던 고통을 모두 겪기 때문이라고 했다. 걸을 때 발바닥과 관절을 짓누르는 압력, 식사할 때 음식물을 씹는 감각, 몸 내부에서 일어나는 각종 장기의 활동 등. 원래 그러한 자극들은 몸 곳곳에서 반사적으로 분비되는 도파민에 의해 상쇄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도한 마약 사용은 몸의 도파민 수용체를 마비시키고 일상적으로 작용하는 도파민의 효과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일상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 마약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웃는 남자가 해제되었다고 그가 정말 마약의 금단 증상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그 비슷한 일을 겪고 있었다.

지금까지 웃으며 넘겼던 사소한 고민이 자꾸 그의 머릿속으로 쏟아졌다. 묻어두었다고 생각한 옛날 일이 떠오르고 꿈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웃는 남자가 지금까지 그의 마음을 지켜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세계에 떨어지고도, 온갖 끔찍한 괴물과 마주하고도, 목숨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그것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었다.

그는 짐을 챙겨 내릴 준비를 하면서 열차 입구에 걸린 달력을 확인했다. 조금 있으면 그가 이 세계로 넘어온 지 딱 1년째가 되는 날이었다.

만우절. 요즘 그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저것이었다. 4월 1일은 그가 원더스타인의 몸에 빙의한 날이기도 했다.

그는 페르소나가 뒤바뀐다는 현상에 대해 원더랜드의 주민이었던 호크에게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는 그것이 그들이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날만 되면 저절로 서로의 혼을 담은 그릇이 뒤바뀐다고 했다.

혼을 담는 그릇이 바뀐다는 것은 그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말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원더스타인의 몸에 들어온 것도 만우절로 인한 현상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는 키르쿠스의 인공 사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올해의 만우절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최악의 상황은 바로 이 몸의 주인이 다시 이 몸을 지배하는 것이었다.

그는 원작의 원더스타인이 얼마나 잔인하고 미친놈이었는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빙의하기 전에도 그는 죄 없는 사람들을 학살하는 짓을 몇 번이나 저질렀다고 들었다.

만약 그가 지금 이 몸으로 돌아온다면 어떤 일을 벌일까? 그도 서커스 그랑프리에 진출하는 게 목적이니 깽판을 치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겨우 쌓아 올린 단원들과의 관계를 모두 무너뜨릴지 몰랐다.

그때, 무언가 크고 부드러운 것이 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면서 그의 시야를 가렸다. 살짝 비릿하면서도 달콤한 살냄새가 그의 코를 간질였다. 이 강렬한 체취는 유라크네의 것이었다.

“단장님, 무슨 생각 하세요? 다들 내리고 있어요.”

“아, 잠시 멍하니 있었군요.”

원더스타인은 그의 정수리를 누르는 그녀의 가슴을 옆으로 치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중에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가슴 끝을 살짝 훑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녀가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그는 어느새 그녀와 일상에서 이런 가벼운 장난을 치는 데 익숙해졌다. 한번은 단원 퀘스트 때문에 하기는 했지만, 대낮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테이블 아래로 몰래 그녀의 팬티 안쪽을 손가락으로 괴롭혀 준 적도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는 사실 진짜 원더스타인이 돌아왔을 때, 단원들의 호감도가 떨어지는 것보다 오르는 게 더 싫었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남자에게 유라크네나 아나이스가 사랑한다고 말하며 안기는 모습을 상상하니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정말 이대로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건가?’

시스템은 그 어떤 실마리도 주지 않았다. 어쩌면 만우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은 그의 착각일 수도 있었다. 괜한 두려움에 그가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원더스타인은 가슴을 짓누르는 불안감을 안고 유라크네의 뒤를 따라 기차에서 내렸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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