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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66

EP.465 18. 만우절 (7)

‘의외로 잘하고 있잖아?’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자신보다 단장 일에 더 소질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지금의 시스템을 맹신할 수 없었다. 현재 상태창은 자신과 클라라를 혼동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상식적으로 마야의 호감도를 한 번에 17이나 올리는 방법이 존재할 리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은 그녀에게 마법도 가르쳐 주고, 마도구도 선물하고, 심마까지 풀어줬는데도 한 번에 10 이상 오르지 않았다.

원더스타인은 눈앞에 뜬 알림창을 서둘러 지워버렸다. 그녀는 이 일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있을 수 없었다. 곧 자신들이 입장할 차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힛힛, 괴물서커스단이 들어오십니다!”

그저께 봤던 간잡이 마름이 무대 위에서 사회를 보고 있었다. 그는 백면극 배우답게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철저하게 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저께 들었던 영주의 앞잡이 톤 그대로였다.

원더스타인, 스벤, 설리반은 무대 뒤에서 걸어 나갔다. 객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정확히 말해 두 사람 앞에 선 단정하고 이지적인 모습의 푸른 머리의 여인에게 쏠렸다.

“뭐야, 저 여자는?”

“쟤가 엘라인가?

“아니야. 전혀 다르게 생겼는걸.”

단장이나 부단장이 나올 걸 기대한 사람들은 예상외의 인물이 나오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떠올랐다는 듯 소리쳤다.

“잠깐, 저 교복 설마…… 레카체프?”

“생각났다! 전 3학년 수석 클라라! 전교 회장이었던 애야!”

“정말 그 클라라라고?”

“그런 애가 왜 여기에?”

“요양하느라 휴학했다고 들었는데?”

클라라는 지금까지 서커스단의 전면에 나선 적이 없었다. 규정상 문제는 없다지만 그래도 6대 극장 출신인 그녀를 데리고 다니면 어떤 말이 나올지 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어느 황색 언론지에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레카체프 우등생 한 명이 재학 중에 어느 서커스단 단장에게 빠져 학교를 때려치우고 나갔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그 기사는 해당 학생이 학교 내부 정보를 캐온 덕분에 서커스단이 손쉽게 별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원더스타인은 클라라가 혹시나 상처받을까 봐 해당 잡지를 숙소에서 치워버렸다. 그런데 사람들이 소곤대는 모양새를 보니 그 기사를 본 사람이 몇 있는 듯했다.

“세상에나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성실한 우등생 같은데…….”

“원래 저런 애들이 더 남자를 밝히는 법이야.”

사람들의 말소리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속삭임, 소문, 험담, 뒷담화. 모든 게 평소보다 더 크게 그녀의 귀를 때렸다.

“원더스타인이라는 남자 소문대로 대단한가 보네. 단원 중에 몸이 안 더럽혀진 애가 없다던데…….”

“이건 내 사촌이 레카체프에 다니고 있어서 들은 건데…… 아, 글쎄, 쟤 엄마가…….”

원더스타인은 귀를 막고 그들에게 닥치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서커스단의 대표로 나온 이상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꼿꼿하게 세우고 의연한 태도를 유지하려 애썼다.

‘육체 교환의 부작용인가? 아니면 클라라는 이런 걸 평소에도 겪어오고 있었던 건가.’

잠시 후, 다음 참가자가 올라오고 그들이 자리로 내려왔을 때, 그녀의 등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웃는 남자 없이 사람들의 악의를 받아내며 태연하게 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스벤은 그녀의 안색을 살피더니 음료수를 받아오겠다며 본부석으로 향했다. 그가 멀리 떠나고 나자 설리반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더니 그녀에게 속삭였다.

“클라라 씨, 제가 얼마 전에 구해드린 그믐쑥은 어디다 쓰신 겁니까?”

그의 말에 원더스타인은 당황했다. 그건 그녀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어디 쓰다뇨. 그게 무슨…….”

그녀가 발뺌하려 하자 설리반은 이해한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저는 마도사 부족에서 자랐습니다. 클라라 씨가 한 거 저도 다 어릴 때 해봤어요. 제사에 쓰이는 풀이나 열매, 버섯 등을 스승님 몰래 빼돌려 우리끼리 태우고 그 연기를 들이마시곤 했죠. 마치 혼이 몸을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참 황홀했죠.”

“도통 무슨 소리인지…….”

설리반은 어림도 없다는 듯 그녀의 몸을 가리켰다.

“오늘 오는 동안 관절 여기저기를 많이 만지더군요. 어지럼증도 좀 겪는 것 같고.”

“아니, 그건 사정이…….”

“전형적인 금단 증상입니다. 저도 실수로 몇 번 피웠다가 어느 순간 너무 의존 증세가 심해져서 끊는 데 고생했습니다. 단장님께 드린다는 거짓말이 너무 뻔하긴 했지만……. 너무 많이 하면 좋지 않습니다.”

“잠시만요. 그러니까 그 그믐쑥이라는 게…… 마약 같은…….”

그때, 두 사람의 뒤에서 스벤이 불쑥 나타났다. 그는 본부석으로 향하던 중에 물을 전달하기 위해 오던 직원과 마주쳐 그에게 물을 받아 돌아온 참이었다. 그는 두 사람을 노려보며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그믐쑥? 그 얘기가 왜 나오는 거죠? 설마 당신 클라라 양에게 그런 걸 구해준 건 아니겠죠?”

설리반은 난처한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스벤은 딱 하는 소리를 내며 아래턱을 다물었다.

“진통제로 많이 쓰이긴 했지만 그건 환각 작용이 있는 독초입니다. 한때 집시들이 그걸 이용해 약을 만들어 병에 담아 사람들에게 팔곤 했죠. 우리 때도 말이 많았지만, 요즘은 아예 금지된 걸로 아는데요?”

“아.”

원더스타인은 갑자기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평소 그 유쾌하던 스벤이 정색하며 자신을 힐난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에 손을 댄 겁니까?”

“아, 저기 그게…… 요즘 너무 힘들어서…….”

원더스타인은 자신이 왜 클라라의 변명을 대신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스벤은 잠시 팔짱을 끼고 그녀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약에 손을 대면 안 되죠. 단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안 돼요!”

원더스타인은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평소였다면 자신도 이 사실을 알자마자 그녀를 불러 따끔하게 혼을 내줬을 것이다.

하지만 클라라의 몸으로 들어와 보니 그녀가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것을 알게 됐다. 대화를 나눈다면 둘이 조용히 나눌 일이지 굳이 스벤을 통해 고발하듯이 그녀를 몰아붙이고 싶지 않았다.

“부탁인데 단장님께는 비밀로 하면 안 될까요?”

그녀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 처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언제나 거침없이 입을 놀리는 스벤이었지만 여자의 눈물 앞에서는 약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벤은 잠시 당황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손녀 같은 아이를 모질게 몰아붙일 만한 성정은 못 됐다.

“몰래 피우는 단계에서 적발된 걸 다행으로 여기세요. 나중에 빠져들면 아무데서나 땅바닥에 드러누워 쑥을 태우곤 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설리반 씨도 한 번만 더 서커스단 내에 이런 걸 들여오면 제가 단장님께 일러바치겠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원더스타인은 이런 사태를 초래한 설리반이 얄미워 그를 흘겨봤다. 자신이 그를 지금까지 너무 자유롭게 풀어준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명색이 부두교 마도사인데 도덕관념이 마냥 우리와 똑같을 거라고 방심하고 말았다.

그래도 원더스타인은 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정도로 뻔뻔하지는 않았다. 일차적인 책임의 원인은 약을 구해달라고 한 클라라에게 있었다. 그리고 설리반에게 필요한 일이 있으면 시키라고 클라라에게 맡겨버린 자신의 탓도 컸다.

얼마나 힘들었기에 그녀는 뒤에서 몰래 마약까지 한 것일까. 어쩌면 그동안 보였던 밝은 모습들도 모두 가면일지도 몰랐다.

“자, 만우절 축제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그러면 서커스 그랑프리 참가자들에게 낼 특별 과제를 공개하겠습니다.”

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어느새 행사는 기다리던 단계로 넘어갔다. 사회자는 무대 위로 가면을 쓴 열 명의 사람을 불렀다. 그들 모두 백면극단의 배우들이었다.

“저희 아테레나 극장의 배우들은 모두 정체가 기밀이라는 것은 아실 겁니다. 하지만 여기 10명의 배우는 재능 있는 곡예사들에게는 자신의 정체를 공개해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5일 동안 진행될 특별 행사는 바로 이들의 정체를 밝혀내는…… 숨바꼭질입니다!”

특별 행사의 규칙은 이랬다. 프라빈 어딘가에 있을 이들 10명의 배우를 5일 안에 찾아내면 된다는 것이었다.

“힌트는 이분들이 무대 위에서 3분씩 보일 공연뿐입니다. 거기에 대사, 동작, 체형, 목소리, 사소한 버릇까지! 그분들이 자신을 추적할 단서를 모두 넣어뒀습니다! 모두 집중해서 관람해 주십시오!”

10명의 배우들이 한 명씩 나와 각자 가면에 맞는 짤막한 연기를 하고 퇴장했다. 잠시 후, 사회자는 그들이 비밀 통로를 통해 모두 이곳을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앞으로 4일 뒤 정오까지! 각자의 원래 신분으로 생활하고 있을 겁니다. 어떤 가면 뒤에 어떤 사람이 있을지! 각 서커스단의 대표 세 사람이 나서서! 그들에게 본인의 가면을 받아와 주십시오! 즉, 한 서커스단이 얻을 수 있는 가면의 수는 최대 3개! 얻은 가면의 수에 따라 다른 상품이 제공됩니다!”

도시 전체를 무대로 한 숨바꼭질! 구경꾼들은 어느 서커스단이 1위를 차지할지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여러 이름이 입에 오르내렸으나 얼마 가지 않아 그것들은 하나로 통일되었다.

‘바퀴의 서커스?’

사람들 대다수가 바퀴의 서커스가 1등을 차지할 거라고 떠들어댔다. 원더스타인은 그 이름에 대해 들어본 적 있었다.

현재 크리스티앙 가이드로부터 3개의 별을 받은 3곳밖에 안 되는 서커스단 중 하나였다. 최고 최대의 서커스단인 만큼 곡예에 대한 다양성과 지식으로는 최고를 달렸다. 게다가 인원도 많으니 10명의 배우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는 것 또한 다른 서커스단에 비해 유리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속으로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다. 왜냐하면 그는 저 10명의 배우 중 5명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가 TT2에서 60명의 배우를 조사할 때, 현역으로 활동하던 자들이었다. 그는 그들의 얼굴, 실명, 개인사를 모두 꿰고 있었다. 그걸 바탕으로 조사한다면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바퀴의 서커스건 뭐건 내가 이긴다.’

원더스타인은 입가에 조소를 띠며 바퀴의 서커스단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노려봤다. 그런데 하필 막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들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들의 대표로 짐작되는 탄탄한 체격의 노인이었다.

“참 싸늘한 미소구나. 네가 왜 서커스단이 대표로 나온 거냐, 클라라.”

노인은 클라라를 알고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잠시 당황했지만, 금방 침착함을 회복했다. 클라라는 레카체프 서커스 학교의 학생 대표였었다. 업계의 원로와 안면이 있을 수 있었다.

“제가 나온 건…… 그러니까…… 한가해서요?”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숨길 생각도 없구나. 역시 날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냐?”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던 원더스타인은 마침내 노인의 이름을 잡지에서 읽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조르주 클로팽. 바퀴의 서커스 단장이었다.

“네. 만나고 싶었어요, 클로팽 단장님.”

원더스타인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는 곧 클로팽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아, 맞다. 웃어야지.’

이 몸으로는 의식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 있게 됐다. 자신은 지금 업계의 전설을 만나서 기뻐하는 신인을 연기해야 했다. 그녀가 재빨리 표정을 고치려는데 클로팽이 먼저 입을 열었다.

“클로팽 단장님이라. 죽어도 할아버지라 부르기는 싫다는 거구나. 그래도 넌 내 손녀인데 말이다.”

뭐라고? 놀란 원더스타인의 얼굴이 더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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