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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69

EP.468 18. 만우절 (10)

원더스타인의 여자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클라라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가 마야 다음으로 목표로 한 대상은 바로 아나이스였다.

‘천재 소리를 들으며 젊은 나이에 대상회의 회장 자리에 오른 여자. 작위와 영지 모두 가지고 있는 귀족에다 자존심 강하고 도도한 성격. 단원 중에 유일하게 오라버니를 자기 아래로 보고 있지.’

클라라는 아나이스가 부두교의 술책 때문에 원래 있던 자리에서 쫓겨났음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더스타인은 지금까지 그녀의 체면을 계속 세워주고 있었다.

‘그 비참한 처지를 이용해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는 거야.’

클라라는 아나이스가 단원들 앞에서 오라버니에게 면박을 줄 때마다 언젠가 갚아주겠다고 다짐했었다. 드디어 복수의 기회가 온 것이다.

클라라는 그녀와 장을 보면서 그녀에게 모욕적인 행동을 계속했다. 그녀의 엉덩이를 손으로 주물럭댄다든가, 다른 사람들 몰래 그녀의 귀에 음란한 말을 속삭인다든가.

당당한 귀족인 그녀가 이런 취급을 당하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일 것이다.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는 것을 보니 수치심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듯했다.

어차피 그녀는 이곳을 떠나면 갈 곳이 없는 처지였다. 오라버니는 원래 그녀에게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었다. 다만 그가 모진 성격이 못됐기에 그녀를 가만히 뒀을 뿐이었다.

“큭, 당신 이런 사람이었나요, 단장님?”

“그러면 어쩔 겁니까? 후후.”

원더스타인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기는 하지만 클라라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라도 오라버니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여우들을 치울 수 있다면 만족했다.

그러나 정작 그에게 모욕당하고 있는 아나이스의 심정은 클라라가 예상하는 것과 전혀 달랐다. 그녀는 수치심보다 오히려 환희를 느끼고 있었다.

‘단장님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다니.’

그동안 원더스타인은 아나이스의 성벽에 맞춰주긴 했지만, 선을 넘지는 않았다. 언제나 그녀가 먼저 요구하고 그는 그녀의 요구를 수동적으로 들어주기만 했다.

그런 그의 배려가 고맙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매번 안아달라고 간청해야 하니 자신에게 매력이 부족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드디어 원더스타인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기 시작한 것이다.

‘헤헷, 내가 색기가 좀 는 건가?’

그녀는 기회다 싶어 일부러 경멸에 찬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질색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렇게 된 거 한동안은 이렇게 튕기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클라라는 아나이스의 반응을 보고 자신의 작전이 성공했음을 확신했다.

[아나이스 베르그송의 호감도가 7 증가했습니다.]

그가 다음 목표로 삼은 사람은 니카였다. 두 사람은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함께 커피를 마시며 카드 게임을 했다.

“오랜만에 마주 앉는군요, 전하.”

클라라는 니카의 정체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서커스단에 남은 이유가 뭔지도 언니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계속 저를 피해 다니셨죠?”

“마주치기 불편했으니까요.”

인형의 집을 떠난 지 2주 가까이 됐다. 그동안 니카는 일부러 원더스타인과 거리를 두고 지냈다.

뱀 마녀가 그녀에게 한 제안은 바로 1년 반 동안 황태자로 복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녀의 목표는 서커스 그랑프리를 순탄하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방해되는 것은 모두 치울 생각이었다. 거기에는 니카와 그의 지지자들도 포함됐다.

만약 니카가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면 뱀 마녀는 그녀의 세력을 박멸시킬 것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성장했다지만 아직 황태자의 세력은 뱀 마녀의 것에 비할 바 못 됐다.

더군다나 그녀는 ‘제3 황비 살해’와 ‘니카의 성별’이라는 무기 두 개를 지니고 있었다. 니카는 높은 확률로 자신을 비롯하여 파벌이 몰살당하고, 최선의 상황에서도 자신은 다른 나라 왕족이나 대귀족과 황녀로서 정략결혼을 해야 했다. 둘 다 그녀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일 년 반을 기다리면 뭐가 달라집니까?”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넘기지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 그대로예요. 저는 제국 정계에서 물러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고, 전하께는 제 파벌의 모든 상세한 사항이 적힌 자료를 드리지요.”

“그걸 저보고 믿으라는 겁니까?”

니카의 얼굴에는 불신의 빛이 가득했다. 결국 지난 10년간 제국을 쥐락펴락한 것이 모두 대회 하나를 위해서라는 말이 되었으니까.

“믿든 믿지 않든 전하의 자유예요. 하지만 이대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영민하신 전하라면 충분히 내다보실 수 있죠?”

니카는 주먹을 꽉 쥐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분하지만 그녀의 말이 맞았다. 지금 자신에게는 그녀에게 맞설 힘이 없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서커스 그랑프리를 개최해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건 제 동생에게 물어보시지요.”

니카는 인형의 집에 머무르는 1주일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대로 황태자 자리를 떠나서 남은 1년 반 동안 원더스타인을 따라다니기로 한 것이다.

1년 반만 기다리면 희생을 최소한으로 하고 제국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뱀 마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덕분에 현재 제국 정계는 대혼란을 겪고 있었다. 제3 황비와 황태자가 실종됨과 동시에 뱀 마녀가 돌아오면서 정치적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탓이었다. 다들 그녀가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수군거렸다.

니카는 나타샤를 통해 뱀 마녀가 적대 세력을 숙청하면서도 황태자 세력만은 최소한의 선으로 건드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약속한 대로 자신의 세력을 보존해주고 있었다.

그녀가 오늘 원더스타인과 이렇게 마주 앉아 얘기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었다. 측근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곤두섰던 신경이 상당히 풀린 것이다.

물론 원더스타인은 뱀 마녀와 그녀 사이의 거래는 물론 그녀의 정체가 황태자 니콜라이라는 것조차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그저 뱀 마녀와 적대적인 진영 소속의 귀족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자신을 경계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제국 신민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던 여자와 인신매매 조직을 이끌던 여자와 남매지간이니 말이다. 거기다 뱀 마녀의 협박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자신과 억지로 동행하게 됐으니 적대심을 품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어떻습니까, 여자의 몸은? 이제 좀 익숙해졌나요?”

니카는 인형의 집을 떠나면서 별빛을 아예 병째로 들이켰다. 이걸로 그녀는 내년 서커스 그랑프리의 본선이 열릴 때까지 계속 여자의 몸으로 있을 수 있었다. 이왕 숨고 살 거 철저하게 숨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신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절 희롱한 거였군요.”

“후후, 물론이죠.”

“이 파렴치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하께서는…….”

“전하라 부르지 마세요! 기분이 이상하니까요.”

“그러면……?”

클라라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어렵게 입을 뗐다.

“펴, 평소대로 불러 주세요…….”

“하하, 그렇게 하지요, 니카 양.”

“……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죠?”

“역시 눈치 하나는 빠르시군요. 그러니까 서커스단에 있는 동안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서요.”

클라라는 주변 시선을 살피더니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제게 몸을 바치는 게 어때요?”

“이, 이 더러운!”

니카는 손에 든 잔을 던질 기세로 꽉 쥐었다. 그러나 클라라가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붙들었기에 그러지 못했다.

“우리 단원들이 특별한 몸이 된 원인도 니카 양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별빛과 접촉해도 ‘평범한’ 몸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둘 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몸이었는데 말이죠.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씩씩거리던 니카는 금방 호흡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사건의 논리 구조를 분석하는 일에 뛰어났고 금방 답을 도출할 수 있었다.

“임신한 순간부터 그래서?”

“후훗, 네. 정답입니다. 배아줄기세포 단계에서 데볼루트와 융합한…… 아, 실례.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말을 썼군요. 그러니까 아기가 형성될 때부터 그런 몸이 된다면 별빛으로도 몸의 변형이 풀리지 않습니다. 니카 양은 출산 직전에 성별을 바꿔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몸이 된 거죠.”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

“계속 이런 몸이면 불안하지 않겠습니까? 제대로 된 남자구실을 할 수 없을뿐더러, 누군가에 의해 어떻게 다시 여자로 변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완전한 남자 혹은 완전한 여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니카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것은 그녀가 꿈에도 바라지 않던 일 중 하나였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방금 실마리는 모두 줬을 텐데요.”

니카는 그가 했던 말을 곰곰이 떠올려 봤다. 그가 말한 배아줄기세포라는 것과 데볼루트의 융합. 아기의 탄생. 그것이 자신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잠깐, 서, 설마, 다, 당신은?”

그때, 뭔가를 깨달은 니카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클라라는 그녀가 대견하다는 듯 그녀의 이마를 톡 쳐주었다.

“맞아요. 저와 아이를 만들면 됩니다.”

“지, 진심으로 하는 소리입니까?”

“네. 제 아이를 배세요.”

니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진지하게 들은 자신이 바보지. 이 남자는 자신을 놀리는 게 분명했다.

“말 같잖은 소릴!”

그녀는 손에 든 잔을 던졌다. 안에 든 커피가 클라라를 덮쳤으나 그는 유려한 동작으로 손을 움직여 공중에 뜬 커피를 그대로 자신의 컵으로 받아냈다.

“니카 양의 침이 섞인 커피. 잘 받아마시겠습니다.”

“이 변태! 악마! 저질! 어디까지 절 놀려먹어야 직성에 풀리겠습니까?”

그녀가 악을 쓰고 던지는 질문에 그는 빙글빙글 웃으며 답했다.

“저는 진지하게 말한 건데요? 태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순간 형성되는 배아줄기세포와 데볼루트를 융합하여 당신의 몸을 남자나 여자의 것으로 고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아는 몸에 흡수되겠지만요.”

“시, 시끄러워요! 누, 누가 당신과 그런 짓을 하겠다고 했습니까? 저, 저는 평범한 방식으로 남자가 될 거라고요! 설마 1년 반 뒤에 당신이 약속한 게 그런 거라면…….”

“아뇨. 평범한 방식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을 원한다면 원래 약속대로 1년 반을 기다리셔야겠군요.”

“그럴 겁니다!”

그 순간, 클라라는 손에 든 카드를 모두 테이블 위로 펼쳤다. 승부가 났다. 그가 이긴 것이다. 니카는 그가 던진 제안에 놀라기 바빠서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다.

“진 쪽이 부탁 하나 들어주기로 했죠?”

“서, 설마 당신! 그, 그걸로 저에게 몸을 요구하는 건…….”

클라라는 나쁘지 않은 발상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럴 수는 없었다. 아나이스와 달리 그녀는 아직 신분도 세력도 건재했다. 괜히 벼랑까지 몰아세웠다가는 역공을 맞을 수 있었다.

어차피 오늘의 제안은 그녀가 원더스타인을 경계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로부터 떨어져만 준다면 클라라는 만족했다.

“그렇게 오래 여자로 있다가 마음도 여자로 변하면 힘들지 않겠어요? 그전에 딱 눈 한 번 감고 저지르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저, 전 아직 16살밖에 안 됐습니다!”

“마침 잘 됐군요. 황족이면 결혼할 나이 아닌가요? 상냥하게 해드릴게요.”

“닥치십시오!”

클라라는 그녀의 펄펄 뛰는 반응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신의 제안 같은 건 당연히 황태자로서도 남자로서도 혐오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뱀 마녀의 남동생인 남자가 이런 제안을 하면 말이다.

[니콜라 세르게예브나의 호감도가 11 상승했습니다.]

니카 마저?

그녀의 호감도를 올리는 일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포기한 상태였는데……. 원더스타인은 이제 감탄하는 수준을 넘어서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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