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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

46. 거지남매 – 양자와 양녀

“이얍!”

패밀리 저택의 널찍한 마당에서 레나의 발차기가 깔끔하게 휘둘러졌다. 레오는 제법 무게가 실린 그 발차기를 어렵지 않게 막았지만, 조금 놀랐다.

“이야! 우리 동생은 못 하는 게 없네. 아이고 예뻐라.”

“이거 놔아!”

그는 고슴도치처럼 바짝 날을 세운 동생에게 쉽게 다가가 볼을 꼬집어줬다.

답례로 그녀의 팔꿈치가 턱을 노리고 올려쳐 왔지만, 레오는 슬쩍 고개를 젖혀 피했다.

레나는 이내 포기하고 볼이 늘어진 얼굴로 말했다.

“히잉… 하나도 안 맞네…”

“하하하. 어딜 하늘 같은 오빠를 때리려고. 하지만 정말 잘하는데? 깜짝 놀랐어.”

레나는 히베루나라는 전통 무술을 배우고 있었다.

아카이아 제국의 군인들이 사용하던 체술이었는데, 각종 무기와 방호구가 발달한 지금은 가치가 많이 퇴색돼서 군대에서는 쓰이지 않게 됐다.

하지만 민간에서 호신용으로 배우기엔 여전히 유용했다.

기사들도 체술을 익힐 때 반드시 참고하는 것이어서 레오 덱스터도 제법 할 줄 알았고, 그의 육체를 경험한 레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칫. 두고 보자.”

레나가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동생은 별로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지만 레오는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배운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 정도면…’

동생 레나는 재능이 뛰어났다.

뭘 배워도 성취가 빠르고 그걸 아주 잘 써먹었다.

‘그냥 레나한테 검술을 가르치는 게 나으려나?’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 레나가 막 최연소 소드마스터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황당하지만 생각만으로도 재미있어서 레오는 그만 웃고 말았다.

이 레나가 뭐든지 금방 배우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소드마스터는 하늘이 내린 무기술의 천재였다. 레나처럼 뭐든지 다 잘하는 재능은 한계가 있다.

‘솔직히 외모만으로도 대륙 최고인데 여기에 뭐든지 적당히 잘하는 재능이면… 이미 과하지.’

신의 주사위가 그렇게 불공평할 리 없었다. 레나 아이나르를 봐라. 그녀는 검술 빼고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

레오가 속으로 레나 아이나르의 엉뚱함을 떠올리며 피식피식 웃고 있는데 동생이 끼어들었다.

“뭘 그렇게 웃어? 동생 실력이 우스워?”

레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혼나기 직전이다. 레오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아니야. 네가 대견해서 그래. 배운지 몇 달 되지도 않았을 텐데. 이만하면 정말 훌륭한 거야. 다음에는 긴장해야겠는데?”

“헷, 띄워주기는.”

동생은 힘이 다했는지 그의 곁에 철퍼덕 앉았다.

그늘에 있는데도 조금 덥다. 레오는 동생에게 물을 건네주며 주위를 둘러봤다. 넓은 마당 멀리 가족들 몇몇이 담소를 나누고 있지만 마침 그들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레나야. 할 말이 있는데.”

레나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말해보라, 예쁜 눈으로 답했고, 레오는 누가 들을라, 작게 말했다.

“저번에 갔던 후작님 댁에 양녀로 들어가자.”

– 푸우읍!

레나가 마시던 물을 그대로 뿜었다.

“악! 무슨 짓이야. 다 젖었잖아.”

“켁켁, 오빠. 뭐, 뭐라고? 양녀?”

“응. 너는 양녀로 들어가고 나는 양자로 들어갈 것 같아.”

“진짜로? 농담하는 거 아니지?”

“어. 진짜로. 잘 됐지?”

“……”

레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왜 그래? 싫어?”

“…응. 싫어.”

“왜? 너도 저번에 봤잖아, 그 으리으리한 저택. 심지어 귀족이야. 우리가 귀족이 될 수 있어.”

레나는 팔을 휘젓는 오빠를 보면서 전에 봤던 그 저택과 후작이라는 사람을 떠올렸다.

그리고 바짝 긴장한 오빠의 모습도…

순간 레나는 뭔가를 깨달으면서 더욱 침울해졌다. 답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맥아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날 데려간 거구나. 나를 그 아저씨한테 보여주려고.”

“……”

레오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레나는 입을 꾸욱 아물었다.

그녀가 이 저택에 들어온 지도 벌써 일 년 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가죽들과 부대끼며 공부도 많이 했다.

또래의 남자들은 다들 그녀에게 잘 보이려 애썼다. 아저씨들도 그녀를 특히 예뻐해 줘서 레나는 묘한 간극을 느꼈다.

그녀는 다른 여자애들보다 더 많은 친절을 받았다. 그 차이가 워낙 명백해서 알아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아주머니들도 레나를 예뻐했는데, 그들의 말에는 항상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레나의 “왜 조심해야 해요?”라는 질문에 난감해했다.

나쁜 일을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고 꼭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으로 왜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나쁜 일을 당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외모 때문에 남자들이 과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유추해서 알았다.

비로소 레나는 오빠의 과거 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레오는 항상 그녀의 얼굴에 흙이나 오물을 묻혔다.

작은 마을에서 구걸할 때는 그녀를 마을 담장 아래에 숨겨두고 혼자 들어갔다.

필사적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췄다.

‘나를 보호하려고…’

그걸 알았을 때 레나는 자신이 오빠에게 얼마나 큰 짐 덩어리였는지 깨달았다.

그냥 따라다니면서 먹을 것을 졸라대는 정도가 아니었다. 오빠는 그 이상의 것을 해주고 있었다.

그 ‘나쁜 짓’을 피하려고.

레나는 눈을 들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어물거리는 오빠를 봤다. 조금…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그 옷이랑 장신구를 입힐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처음엔 옷이 예뻐서 마냥 좋아했고, 거대한 저택에 들어갈 때 이해했다. 이런 근사한 집에서 점심을 먹으려면 이 정도 옷을 입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빠가 그런 옷을 가져온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나를 포장한 거다.

“…나 들어갈래.”

원망과 실망이 버무려진 목소리로 레나는 머뭇거리는 오빠를 내버려 두고 방으로 돌아왔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이쳤지만 하나도 상쾌하지 않았다.

문을 콰당 닫으니 바람도 멎었다.

열린 창문으로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옅게 들렸다. 와아- 하며 또래들이 즐겁게 노는 소리도 들렸다.

아니.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레나는 침대에 누웠다. 가슴 한구석에서 느껴지는 아린 통증에 양손으로 가슴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슬픈데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한동안 그러고 있다가 힘없이 오빠를 떠올렸다.

‘…오빠 말 들어야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게 오빠 말 듣는 거다.

오빠를 쫄랑쫄랑 따라다니고…

쥐여주는 거 먹고…

‘…오빠 말 들어야지.’

오빠가 하는 것들은 모두 날 위한 것이었다.

귀족 집 양녀로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외모를 이용한 것 같지만, 그것도

날 위한 일이겠지.

‘…오빠 말 들어야지.’

티안과 정든 가족들이 떠올랐다.

하필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는 티안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귀족 집에 양녀로 들어가면 여긴 못 오겠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

‘그래도 오빠 말 들어야지…’

레나는 상념을 마치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오빠를 내버려 두고 온 게 미안하다.

다시 마당으로 내려가 보니 오빠는 아까 그 자리에서 머리를 움켜쥔 채 그대로 있었다.

작아진 오빠의 모습이 안쓰러워진 레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짚었다.

“오빠.”

레오가 놀라서 돌아봤다. 레나는 어쩔 줄 모르고 우물쭈물하는 그에게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갈게. 양녀로 들어갈게.”

오빠와 평생 함께 사는 것이 꿈이다. 후작가로 혼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오빠와 같이 들어간다면… 그거면 됐다.

“대신 조건이 있어.”

한결 밝아진 오빠에게 그녀는 조건을 걸었다. 난생처음으로 오빠의 말에 토를 달았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 라고 생각하면서.

* * *

후작의 저택 앞에서 레오가 손을 내밀었다. 레나는 그 손을 잡고 높은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고마워.”

레나는 우울했지만 애써 웃었다. 후작가의 양녀로 들어가는 건 이미 결정된 일이었다.

결정된 일을 가지고 계속 우울한 티를 내면 오빠만 힘들다고 생각한 레나는 좋은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옷도 예쁘네.”

“응. 정말 예뻐. 그런데 쌀쌀하지는 않아?”

“전혀. 이걸 이렇게 걸치면 돼.”

레나는 숄을 어깨에 걸치는 모습을 보여 오빠의 불안을 종식시켰다.

후작은 매일같이 새 옷을 보냈다. 그 덕에 레나의 방은 그가 보내준 옷으로 미어터질 지경이었으나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나같이 레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옷들. 덕분에 그녀는 후작가에 올 때마다 다른 옷을 입었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옷들이 많았다.

오늘 레나가 입은 옷은 푸른색 실크 드레스로 얼핏 보면 단출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생각을 금방 고쳐먹게 됐다.

실크 자체만으로도 귀한 옷감이지만 거기에 은으로 뽑은 실로 자수가 빽빽이 새겨져 우아하기가 그지없었다.

멀리서는 레나의 외모를 돋보이게 하고, 가까이서는 그녀를 인세에 강림한 선녀처럼 보이게 하는 옷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과 팔에 걸린 푸른색 보석들, 이 옷과 함께 온 장신구들이었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목걸이와 팔찌가 고운 목과 팔목을 조심스럽게 장식했다. 보석들은 착용한 주인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다는 듯 작고 겸손했다.

레나는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드레스를 살짝 잡아 올렸다.

처음 입어보는 형태의 옷이라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르고 쩔쩔맸었다.

슬슬 가을이라 드러난 어깨가 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선물에는 드레스와 한 세트로 만들어진 숄이 동봉됐다.

레나는 쓸데없는 배려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오빠를 봤다.

레오도 후작이 선물한 옷을 입고 있었다.

붉은빛이 연하게 감도는 정복, 안감은 새빨간 실크이고 치수는 단 한 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 그의 몸에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멋있긴 하네.’

하지만 레나는 별로 기쁘지가 않았다.

이까짓 것들보다는…

레오가 레나를 이끌었다.

근사하게 치장한 남매가 저택 앞에 서자 집사가 나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

“어서오십..시오.”

그는 몇 번이나 보지만 적응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렵사리 레나에게서 눈을 뗀 집사는 남매를 안내했다.

레오는 익숙하게 뒤를 따랐다. 그는 벌써 몇 달째 매일같이 후작의 저택을 출입 중이었다.

그는 후작의 비공식적인 양자로서 일을 배웠다. 셋이나 되는 집사들이 돌아가며 저택의 일을 알려줬다.

가장 먼저 저택의 사용인들을 만났다. 수백에 달하는 사용인들이 레오에게 깊이 고개 숙였다.

그 숫자에 깜짝 놀랐지만, 그것은 별것도 아니었다. 진짜 대단한 것은 저택의 대소사가 적힌 일지에 있었다. 역시 후작가. 타티안 가문은 저택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고 있었다.

사용인들의 임금은 극히 일부만을 차지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연회는 한번 열릴 때마다 어마어마한 돈을 잡아먹었고, 후작이 다른 귀족들과 주고받는 선물도 격이 달랐다.

한데 이것조차 빙산의 일각이었다. 레오는 아직 수도에 있는 저택밖에 못 봤다.

후작은 두 개의 영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타티안 가문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서부 변경백으로서 보유한 국경 부근의 영지였다. 후작은 무려 4개의 도시에서 세금을 거둬들였다.

수십의 크고 작은 마을들은 굳이 셀 것도 없다는 듯 장부에서 누락됐다. 각 도시에 파견된 총관들이 알아서 관리한다고 들었다.

또한, 후작은 기사를 서른 명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단일 가문이 이렇게 많은 기사를 보유한 것도 드물었지만, 타티안 가문이 기사 가문이 아닌 것을 고려하면 더 놀랄만한 숫자였다.

벨리타 왕국 한 개 기사단의 정원은 백오십 명이었는데, 세 개의 기사단이 있으니 왕실이 보유한 기사의 수는 사백오십 명이다.

삽십과 사백오십을 단순하게 비교하면 후작가의 힘이 다소 초라해 보이겠으나, 그렇게 계산하는 것은 어폐가 있었다.

벨리타 왕국을 지배하는 왕족, 타탈리아 가문이 공식적으로 사백오십에 달하는 기사를 쥐고 있는 것이 맞긴 하지만, 기사단들은 왕국의 이름으로, 그리고 왕국의 예산을 들여 유지되는 것이었으므로 타탈리아 가문만의 무력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벨리타 왕국은 타탈리아 가문을 중심으로 수많은 가문이 모인 집합체로 봄이 옳았다.

또한, 기사단은 가능한 한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려 했고, 군인으로서 받드는 명령권자가 따로 있었다.

현재로서는 소드마스터이자 제1 기사단장인 헤르만 포르테 백작이 세 개 기사단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그가 제1, 2 기사단마저 이끌고 전쟁터로 나가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타탈리아 가문만의 무력을 계산하려면 ‘근위기사’의 숫자를 세어야 했다. 근위기사는 왕궁을 수호하는 기사로서 오직 ‘왕’의 명령만을 따랐다. 정확한 숫자는 결코 공개되는 법이 없었으나 육칠십 명에 달할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니 타티안 가문은 거의 왕실의 절반에 해당하는 무력을 갖춘 셈이었고, 후작은 명실상부한 서부의 지배자였다.

레오는 후작가의 강력한 힘을 떠올리며 넓고 화려한 복도를 걸었다. 그는 흐뭇하게 웃으며 앞으로의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그가 생각하기에 동생이 공주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후작은 그녀를 왕자에게 소개할 것이고, 레나와 왕자는 결혼하겠지.

레오는 왕자가 레나를 좋아할 것이라는 데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그리고 레오가 후작가의 비공식적인 아들이 되어서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왕자의 성품이었는데, 그는 아주 괜찮은 사람이었다.

벨리타 왕국의 왕자, 클리안 드 타탈리아는 성격이 온화하고 잘생겼다고 들었다. 클로에 드 타탈리아 공주처럼.

그 사고뭉치 공주를 떠올리자 살짝 불길해졌으나 그건 단지 정치적인 움직임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레오는 불안감을 내려놓았다.

남매는 어느새 접견실 앞에 서 있었다.

오늘은 후작의 집무실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른 약속이 잡힌 날이었다.

최근 후작은 자신과 친밀한 귀족들에게 레나와 레오를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비공식적인 양자, 양녀를 공식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밑 작업이었다.

그래서 레오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동생을 데리고 와서 귀족들을 만났다.

“어서 오게.”

후작이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옆에는 두 귀족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한 명은 조금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화려하게 치장했고 다른 한 명은 어떤 장식도 걸치지 않았다.

후작이 레나와 레오, 귀족들을 자리에 앉히며 통성명을 거들었다.

그는 먼저 화려하게 치장한 귀족을 알렸다.

“이분은 브리안 자우어 자작일세.”

“안녕하세요. 레오입니다.”

“안녕하세요. 레나입니다.”

자작은 이상하리만치 얼굴에 잔주름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얼굴의 모든 주름으로 웃으며 진회색 눈동자를 굴려 레나를 바라보았다.

“반갑습니다. 저는 브리안 자우어라 합니다. 오늘 후작님께서 아드님과 따님을 소개해주신다더니! 이렇게 근사한 분들일 줄은 상상도 못 했군요.”

그는 과장된, 벨리타 왕국에서 최신 유행하는 예법을 취했다.

레오는 정직한 아카이아 제국의 예법으로 답했고 레나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분은 게스타브 페테르 백작일세. 한번 언급했던 적이 있었지? 접시를 깨뜨렸다던 당사자이자 내 친우일세.”

남매는 백작에게도 인사했다. 페테르 백작은 절제된 태도로 인사를 되돌려주며 무심한 표정을 고수했다.

소개를 마친 후작은 자리에 앉은 남매의 뒤로 돌아갔다. 친근하게 두 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내 아들딸이 될 아이들일세. 모쪼록 예쁘게 봐 주길 바라네. 차를 한잔해야겠지? 내가 귀한 차를 구해놨네.”

후작은 레나를 힐끗 곁눈질하고는 시종에게 차를 내오라 일렀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를 것이 없는 만남이었다.

간단한 다과와 향긋한 차를 마시며 그들은 담소를 나눴다. 레나는 심심하게 자리를 지켰고 레오는 귀족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 했다.

그러던 중 한번은 국경 접경 지역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우어 자작의 말실수였던 듯 베나르 타티안 후작의 곁눈질에 어영부영 지나갔다.

당시 레오는 자우어 자작에 대해 알지 못했다.

나중에 그가 오르빌에 존재하는 모든 창관의 주인임을 알았을 때 레오는 불쾌함으로 얼굴을 붉혔으나, 이미 지난 일이었다.

또, 자우어 자작은 지난 시나리오에서 레나가 만났던 창관의 지배인, 브레틴 자우어의 배다른 동생이었지만, 다행히 레오는 그 사실을 끝내 알지 못했다.

알았더라면 불쾌한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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