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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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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허(不許)(2)

불허한다고?

나를?

내가, 수도자가 되는 것을?

“…스승님. 제자, 이해가 잘 가지 않아 여쭙습니다.”

“…무어냐.”

“명(命)이라는 것이, 실재한다는 말입니까?”

“그래… 실재한다. 우리 인간들이 운명(運命)이라고 부르는 것은, 분명 존재하고, 그것으로 인하여 삼라만상 억조창생의 생령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명(命)이라는 것이 실재한다면, 생령들의 자유 의지라는 것은, 없는 것이 아닙니까..?”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결과가 고정되어 있다면 이 모든 것은 무슨 의미란 말인가..?

“글쎄… 꼭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하늘이 내린 영력, 하늘의 운행을 받은 일곱 별에게서 허락을 받은 수도자들은, 연기기 7성에서부터 어렴풋이 운명이라는 존재를 읽을 수가 있다.

너는 단순히 내게서 천문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방법을 배웠겠지. 하지만, 하늘에게 허락을 받은 순간부터 수도자는 천기(天機)라는 것을 어렴풋이 보는 것이 허락된다.”

스승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물론 인간이 감히 운명이라는 거대한 것을 직접 목도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하나… 아주 기본적인 것 정도는 읽는 것이 가능하단다.

연기기 7성의 수도자부터는 자신의 수명(壽命)을 읽어내어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이 가능하지.”

“수명..? 인간의 수명이란 것이, 정말로 정해져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수도자가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째서 수도자는 수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도 수행을 이어가는 것입니까..?”

“그것은… 수명이란 분명 정해져 있을지언정,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명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예를 들어, 연기기 수도자는 기껏해야 범인과 똑같은 수명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축기기 수도자부터는, 경지를 오를 때마다 하늘로부터 수명을 내려받지.

축기기는 300년의 수명을, 결단기는 600년의 수명을, 원영기는 1200여년의 수명을. 그리고 천인기는 2400여년의 수명을. 세세한 수명은 각자 다르지만, 수도자는 경지를 높여가면 하늘로부터 새로운 수명을 내려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자는 그 존재 자체로 천기에 변화를 일으키며, 예로부터 수도자는 역천자(逆天者)라고도 불려온 것이지.”

“…하면, 저 역시 수도자의 명을 새로 내려받을 수는 없습니까?”

“…그것이 꼭 그렇지는 않다. 인간이 주어진 명을 새로 내려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하늘이란, 오히려 처음부터 ‘수명을 넘어설 운명’을 부여해주기 때문이지.”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타고난 자질로, 타고난 영맥으로, 타고난 오성으로. 그렇게 타고난 운명이, 수명을 바꿀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기준이 되는 것이야.”

“…저는, 타고나기를 수도자가 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입니까…? 타고나기를 운명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런 듯 하구나.”

나는 아연해지며 되물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방법이 없는 것입니까…?”

“…내가 찾아본 바로는 없더구나. …미안하다.”

“하늘이 정해준 수명이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늘은 그저, 개념이 아닙니까? 하늘은 그저 푸른 대기를 하늘이라 칭하는 것이 아닙니까?”

“단순히 그런 것을 칭하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을 흐르는 법칙… 거대하고 또 거대한 이치… 그런 것이 하늘인 셈이야…”

그렇다.

하늘이, 이 세계(世界)가 나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전부 하늘이 부여해준 운명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다. 수도자들이 역천자라 하여 하늘을 거스른다고 말이야 하지만. 그것은 그저 천기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말을 돌려한 것이고.

실상은 어떤 수도자도 감히 자신을 낳아준 하늘의 은혜에서 벗어날 수 없어. 그렇기에, 수명을 극복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수명을 극복할 운명조차 실은 하늘이 부여한다는 것이다…”

스승님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도, 그랬다. 너와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평생을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손가락에서 피가 날 정도로 수결을 맺고, 목소리가 쉴 정도로 진언을 읊었어. 그렇게 평생을 거쳐 겨우겨우 축기기에 올랐다…

하지만, 내 자질로는 축기기 초기가 한계라더구나…”

스승님은 삼영근자로.

진영근에 해당하는 영질이었지만, 지닌 바 영맥이 얇고, 태어날때부터 체내에 불순한 기운이 많아 축기기 초기에만 머물렀다.

“선각후통에 집착하며 법결과 진언 연구에만 평생을 바친 것 역시… 후학들이 조금이나마 내 주석과 깨달음들을 읽어, 부족한 자질로도 최대한 많이 경지를 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너는 오영질자로, 비천한 범인에서부터 태어나 연기기 7성에 이르기까지… 내가 추구해온 가치를 훌륭하게 증명해주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역시… 주어진 주제가 있는가보구나.”

그를 처음 만났던 날 들은 말.

그때의 주제는 나를 향한 말이었지만, 이번에 나온 말은 그 자신을 향한 말이었다.

“…이런 주제밖에 안 되는 스승이라 미안하구나. 이런 명을 지녀,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제자 역시… 이런 주제밖에 되지 않아, 죄송합니다…”

두 둔재는 이를 악물며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하였다.

“…내가 네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없다. 하지만, 되지는 않겠지만… 나는 노력이라도 해 보마. 더욱 더 고서를 찾고 의식을 찾아, 수도자의 명을 타고나지 않은 이가, 하늘에게 어찌 허락받을 수 있는지를 찾아보마…”

“…감사합니다.”

“하늘에게 버림받은 이가 할 수 있는게 무어가 있겠느냐… 하늘은 우리의 명을 정해주었지만, 우리가 그 명 안쪽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다 정하지는 않았어… 그러니, 할 수 있는데까지, 함께 발버둥쳐주마.”

스승님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고작 그게, 이 내가 스승으로서 네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이구나.”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말은 없었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 * *

그날부로, 내 일상은 많이 바뀌었다.

손에서 피가 날 정도로 수결을 맺고, 공법을 운용하지 않았다.

대신, 스승님과 함께 청문세가의 서고를 들락거리며 온갖 고서와 의식서적.

천기서적에 대한 것을 찾았다.

‘하늘이 허락하고 허락하지 않는 이들의 기준은 무엇인가.’

내 내공 때문인가?

아니면 원래부터 영근을 타고나지 않은 무림인이, 오기조원에 도달해 억지로 영근을 얻었기 때문에?

그도 아니면 내가 다른 세계에서 온 것 때문에?

아니면 내 회귀 때문에?

그도 아니면 그냥 내 운명이 그런 것인가?

그러나, 고서적 중에서도, 이런 식으로 하늘에게서 거부받는 인간에 대한 내용은 너무나도 희소한 내용이었기에.

도무지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나는 하늘과 천기, 운명에 관한 서적들을 찾아 읽으며.

운명이란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연기기 7성부터 수도자들은 자신의 명(命)을 읽게 된다고 하였다.

물론 자세한 명은 아니었고, 고작해야 자신의 수명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정도라 하였다.

그리고 경지가 올라갈수록 수명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를 정확하게 알게 되고.

축기기 수도자가 되면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일이 흉한지 길한지에 대해 아주 모호하게 알게된다 하였다.

결단기에 이르면 그 정도는 더욱 세심해져, 자신에게 닥칠 일에 대해 흉함과 길함을 조금 더 세세하게 알게된다 하였다.

원영기 이상은 어느 정도로 운명에 대한 감각을 지니는지 정보가 없었으나, 결단기 수도자들보다는 정확하다 하였다.

또한,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연구 역시 기록된 서적도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하늘로부터 80년 정도의 수명을 부여받은 범인은 과연 무조건 80년을 사는가?

한 수도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80년어치 수명을 가진 범인을 일수에 쳐죽이면, 그 범인은 어찌되는가?

이에 대한 답은, 하늘은 운명을 내릴 뿐, 존재가 그 운명을 얼마나 걸어가는지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인간에겐 운명이라는 이름의 길이 주어지지만.

외압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로 인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길조차 전부 완수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하였다.

‘그런건가.’

나는 운명에 대한 서적을 읽으며 이전에 내게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최초의 삶과 건강 상태, 몸의 상태가 전부 달라졌음에도, 나는 수많은 삶 속에서 정확히 같은 날. 정확히 같은 시, 정확히 같은 때에 죽었다.’

그게 확률상 말이 되는 일일까?

심지어 건강 상태가 매 삶마다 달라졌음에도!

나는 그런 일 때문에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는 것이 실존하며, 어쩌면 내게 자유의지가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황태자 막리현의 목을 베던 당시.

그 때 나는 처음으로 내 수명 이전에 죽었었고, 꼭 수명이 정해진 것은 아니리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 서적의 설명에 의하면. 하늘이 내게 내린 수명은 약 50여년. 그리고 내가 제대로 운명의 길을 걸어가면, 그 수명에 맞게 살 수 있지만.

외압으로 인해, 혹은 내 선택과 의지로 인해, 내게 주어진 운명의 길을 다 걷지 못하면 그보다는 일찍 죽는 것이라는 것이군.’

운명이 완벽하게 짜맞춰져 정해진 것이 아닌.

인간에게 부여된 길의 개념이라고 한다면,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이, 이 서적에서 주장하는 것이었다.

물론 단지, 주어진 운명의 길 너머로는 갈 수 없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서적에서는 운명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하늘은 인간에게 운명을 선물했지만, 모든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어떤 이는 의지력의 문제로, 어떤 이는 외부 환경의 문제로.

운명의 길을 걷지 못할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길을 끝까지 걸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너머에 하늘이 내린 길이 없다면.

그것이 그 존재의 한계라는 것이었다.

인간은 운명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살 수 있을지언정.

그 너머로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늘이 선물해준 삶이라는 시간 동안에 자유롭게 사는 것이, 모든 필멸자의 권리이자 덕목이니.

모든 존재는 주어진 삶 안에서 자유롭게 감사히 사는 것이 맞다는 말을 끝으로.

책의 내용은 끝이 났다.

‘…이 책과 같은… 건가.’

나는 무언가 책에서 설명하는 운명이란 말이, 책 자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저자는 책에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종이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고, 책의 분량도 한계가 존재한다.

책의 저자는 정해진 분량 안에서 원하는 서사를 써내려가나, 책의 분량을 넘어설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서사도 책 바깥을 넘어갈 수는 없다.

책을 덮으면, 모든 이야기는 끝이 나는 것이었다.

‘이것이 운명에 대한 개념…’

그렇다면, 정말로 나는 여기서 끝이라는 말인가…?

정말로 나는…

‘아니, 아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애초에 책을 덮으면 끝이라지만, 내 이야기는 끊임없이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운명을 부여한 것은 분명 하늘이다.

하늘이 내게 이러한 운명을 부여하였다면, 그것은 이유가 있는 것일 터였다.

‘계속해서 운명을 극복해왔다…’

최초의 삶에서, 나는 그저 비참하게 죽어갈 비렁뱅이의 운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나는 검을 익히고 익혀.

천박한 재능을 가지고 무림의 전설로만 전해지는 오기조원에 도달했다.

영근을 타고나야만 익힐 수 있다는 수도선술을, 오기조원에 도달하여 억지로 획득해냈다.

운명이 나를 짓눌렀을지언정.

몇 번이고 운명을 넘어서 왔다!

“답이… 있을 것이다.”

반드시, 답이 있을 것이야!

나는 미친 듯이 고서를 읽고 또 읽어갔다.

* * *

어느 날.

스승님이 한 권의 서책을 들고.

잔뜩 충혈된 눈으로 내게 왔다.

“가문의 상급서고에서, 한 권의 고서를 찾아냈다.”

스승님이 가지고 온 서책은, 아무 제목도 없었고, 잔뜩 낡아 먼지가 되기 일보직전으로 보였다.

“한번 읽어보거라.”

나는 책을 받아 읽어보았다.

책의 내용은 먼 고래적의 야사(野史)들의 모음이었다.

야사들에는 어머니와 청년이 살던 중. 한겨울에 어머니가 아프자 의원이 잉어를 먹여야만 낫는다고 했으나. 겨울이라 잉어를 구할 수 없자, 청년이 잉어를 구하기 위해 몸의 열기로 강의 얼음을 녹이던 중, 강이 절로 깨지며 잉어가 튀어나왔다는 이야기.

혹은 두 눈을 잃은 맹인이 하늘에게 빌고 또 빌자, 어느 날 시력을 되찾았다는 이야기.

죽을 날이 된 노인이, 하늘을 위하여 일천 번 제사를 지내자 노인의 수명이 늘어나며, 죽을 예정이었던 이가 수명을 추가로 얻었다는 이야기 등이 수록되어 있었다.

“비록 야사이고, 대다수가 범인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지 않으냐..?”

“…예. 불가능한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일어났군요.”

“맞다. 특히 야사집의 마지막, 노인이 제사를 일천 번 지내어 추가로 수명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몇 번이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면, 된다는 겁니까?”

“그래… 이 야사집의 이야기들은, 대다수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범인들조차도 지성으로 힘을 다하면. 하늘이 감동한다는 것이야.”

스승님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물론, 내가, 우리가 지금까지 죽어라 노력해온 것은 지성이 아니었다는 말도 되긴 하겠지만.”

“……”

그렇다.

노력을 하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노력을 할지라도, 하늘이 끝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계속해서 의식을 시도해보자꾸나.”

“……”

“하늘이 한 번 거부하면 열 번을. 열 번 거부하면 백 번을. 백 번 거부하면 천 번을 하늘에 빌어보자.. 몇 번이고 의식을 치루고 또 치뤄… 정녕 아니 되는지 끝없이 물어보자…”

스승님이 이를 악물며 말하였다.

“정녕 우리가 여기에서 끝나야 하는지 물어보자꾸나..!”

“…예. 스승님.”

나 역시 그를 마주보며,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로, 우리는 몇 번이고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며 천문을 읽고, 제의를 시도했다.

물론, 제의를 시도할 때마다 매 번 구름이 끼고.

하늘과의 영력이 차단되기도 하였다.

한번은 연국 구월산이라는 곳까지 가 제의를 지낸 적도 있었다.

구월산의 봉우리는 구름 너머를 뚫고 솟아 있어, 그 위쪽에서 제의를 지내보면 구름이 덮을 수 없다는 것이 스승님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구름보다 높은 산봉우리 위에서도, 제의를 치루자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높은 곳에 구름이 유령처럼 홀연히 나타나고는 했다.

마치 하늘이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만은 수도의 길에 들이지 아니하겠다는 듯이.

나와 스승님은 몇 번이고 명산과 대천, 혹은 강산을 찾아가며 스물 여덟 별 중 일곱 별을 골라.

끊임없이 제의를 지냈다.

제의를 지내면서도, 나는 틈틈이 스승님께 연기기 8성에 대한 지식을 배워두었다.

연기기 8성, 육합만로의 지식은 천지사방 육합을 의식에 적용하여, 법력으로 하여금 의식을 자극하는 단계엿다.

이 단계를 거치며 수도자들의 의식이 더욱 더 커지고, 법력이 전신 영맥에 가득 차며 훨씬 강력해진다고 하였다.

안타깝게도 7성의 경지를 완공하지 않는 이상 8성의 수련법은 소용이 없었으나.

나는 이론과 그 깨달음만이라도 꾸준히 소화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 와중에도 틈틈이 김영훈을 만나 그에게서 무학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오기조원에 대한 깨달음을 체화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내 수명이 다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오행에 대하여 질문할 것이 있느냐?”

“오늘은 더 없습니다.”

“좋다, 이만 제의를 준비하러 가자.”

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오기조원에 도달하며 수명이 늘어낫을 거라는 희망을 품은 적도 있었지만.

청문세가 서고에 있는 서적들을 보며, 나는 사실상 이전과 똑같은 수명에 죽을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 진도는 최근 상당히 많이 나가.

연기기 8성 육합만로가 아닌, 연기기 9성 오행본원에 도달해 있었다.

물론 여전히 9성 수준의 수도공법은 수련이 불가햇으나.

나는 공법의 순수한 이해에 있어서는 연기기 9성 수도자와 맞먹었다.

최근에는 연기기 10성 사상이의에 관한 내용 역시 예습하는 참이었다.

‘그래도 사상이의, 아홉 갈래로 통합된 영성영맥과 영종영변을 다시 두 갈래로 통합하는 과정은 굉장히 내게 유리하다.’

그저 경맥을 통합하는 것이 주였으니, 내게 시간만 주어지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인 것이다.

“자, 해가 진다.”

나는 스승님과 함께, 제의를 시작하였다.

물론 이번에도 여지없이 구름이 끼며 영성이 차단되었다.

“…이번에도 실패입니다.”

“…그래.”

스승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도다.

벌써 몇 번을 시도했는지 잘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자, 내일은 다시 답천사막으로 가서 시도해보자꾸나. 답천사막쪽이 그나마 구름이 늦게 몰려오는 듯 하니..”

“스승님.”

“음, 뭐냐?”

나는 애써 웃으며 제의도구를 챙기는 스승님에게 입을 열었다.

“…내일은 제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소리냐. 내일 답천사막에 천지영성이 드리운다. 내일이 아니라면 언제 또…”

“제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내일만 잠시 미뤄주시면 아니되겠습니까?”

“흠… 다음 제의 적기일은 달포 후다. 달포 후까지 청문세가로 돌아올 수 있느냐?”

나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돌아오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이십일 후.

그날이, 내가 지금까지 정확히 죽어왔던 날.

내 수명이 다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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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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