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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

12.변화(2)

진우는 사업 쪽을 그냥 놔두었다. 이기환 차장에게 전체적인 관리를 맡겼고, 곽상우와 그의 연구팀이 잘 이끌게 했다.

돈은 어차피 썩어 넘칠 만큼 있기 때문에 욕심 따위는 없었다. 그저 자신이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이 잘살았으면 했다.

어차피 멸망을 막지 못하면 돈 따위는 휴지조각일 뿐이었다. 실제로 세계가 멸망하고 은행에 간 것은 땔감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김진한 박사와 파르메 제약이 없어진 지금, 그 자리를 대신해야 했다. 진우는 자신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반드시 그래야만 했으니까.

생각해 놓은 후보 인물이 있긴 했다.

“도련님.”

하르뮤가 다가와 고급스러운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

“뭔데?”

“아카데미 행사 초대권입니다. 아카데미의 신년 맞이 축제는 유명하지요.”

“그렇군.”

“아이나는 식당을 한다고 합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7급 마법사 라이센스가 있는 이상, 박사 학위가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입학도 못할뿐더러 입학할 생각조차 없었다. 그야말로 시간 낭비의 극치였기 때문이다.

진우에게는 진행해야 하는 계획이 너무나 많았다.

“흠······.”

후보로 점찍어놓았던 인물은 아직 학생이었다.

이 학생만큼은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해야 했다. 그만큼 거물급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에 미친 영향을 떠올려보면, 하르뮤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축제도 구경할 겸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였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1년 전, 크리스마스 시즌에 서울 한복판에서 이능현상으로 산타가 나타난 적이 있었다.

범죄자에게도 선물을 줬는데 안전핀이 빠진 수류탄이었다.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안 주니 울지 말도록. 호! 호! 호!’

범죄자의 입에 수류탄을 쑤셔놓고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렇게 울지도 못하는 범죄자는 육편이 되었다고 한다. 산타의 옷이 붉은 건 아마도 범죄자의 피와 살점 때문이 아닐까?

진우에게 있어서 몇 안 되는 이능현상의 좋은 사례였다. 세계에 있는 대부분의 전설과 괴담, 또는 소문은 보통 이능현상에서 유래되었다.

서울의 이능현상은 세계수가 시든 이후부터 자주 출몰했다. 그전까지는 아티팩트와 마찬가지로 보기 드물어서 제대로 된 대책팀도 없을 정도였다.

“나는 따로 합류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후후, 그럼 전 전날부터 가서 사진을······.”

“적당히 해라.”

“사랑에는 적당히라는 게 없습니다! 아! 물론, 제 사랑에는 도련님도 포함됩니다.”

하르뮤는 언제나 그녀다웠다.

이제는 기억 속에 있던 하르뮤의 모습은 너무나도 희미해졌다. 진우가 피식 웃자 하르뮤가 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다행이네요.”

“뭐가?”

하르뮤는 대답하지 않고 더 환하게 웃을 뿐이었다.

북한산 이후로 조금은 차가워졌던 진우의 표정이 밝아져서 기쁠 뿐이었다.

“도련님, 이번 축제는 마음 편히 놀죠.”

“음······.”

“도련님? 놀러 가는 거 맞죠?”

“······.”

하르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길 것임을 직감했다.

‘설마 학교가 날아가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녀의 눈빛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왠지 그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진우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피했다.

어색한 침묵만이 자리했다.

* * *

성 하온 아카데미의 겨울 축제는 꽤 유명했다.

어쨌든,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교육기관이었고 여러 기업과 단체가 얽혀있으니 항상 주목받았다.

4년제였고, 성 하온 아카데미의 졸업생은 어느 곳에서나 인재로 통했다.

일반 교육과정인 대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위치였고, 엘리트들의 정규 코스로 통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 7급 마법사 라이센스를 따기는 힘들었다.

‘일반적인 학교보다는 낫기는 하지만······.’

진우의 눈에는 어차피 그게 그거였다.

무예 쪽은 그나마 괜찮을지도 몰랐다. 하르뮤는 하루 전부터 축제 구경을 갔고, 진우는 따로 움직였다. 그동안 마치 불이라도 난 것처럼 엄청나게 불어나는 사업 때문에 한동안 외출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외부 일정이었다.

‘스노우볼이 눈사태가 되는 건 막았으니······.’

덕분에 서울은 지금 평화로웠다.

지금은.

진우는 깔끔하게 차려입고 밖으로 나왔다.

이기환 차장이 그림자처럼 동행했다.

“겨울 축제에 대해 알고 있나요?”

“네. 저도 꽤 오랫동안 기업 생활을 했으니 모를 수가 없지요.”

이기환 차장은 능숙하게 운전을 하며 대답했다.

“곱게 포장된 선물상자입니다. 그것을 까보는 건 기업이지요. 그곳을 졸업한 무예가 학생들은 대부분 기업에서 뽑아갑니다. 이민철의 경호실장 있지 않습니까? 북한산에서 굶어 죽었던··· 그놈도 아카데미 출신입니다.”

“개판이군요.”

“축제는 기업인들에게 자신을 선보이는 자리이지요. 기업의 스카우트가 대거 올 겁니다.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즐거운 행사이지만 말입니다.”

이기환 차장은 기대된다는 표정이었다.

겨울 축제.

아카데미에서 거의 유일하게 외부인들이 대거 출입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기업들이 끼어드는 건 당연했다.

인재는 언제나 부족했으니까.

기업에서 고용하는 스카우트는 비싼 연봉을 받는 프로였다. 다른 기업이 스카우트하기 전에 먼저 선점하기 위해 물밑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즐거운 행사일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를 일이었다.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제법 큰 땅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규모는 컸다. 건물도 해외 유명 대학교에 못지않았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회귀 전 진우가 마도련 수사부에 있었을 때 자살 사건 때문에 온 적이 있었다.

결과는 늘 그렇듯 좋지 않았다. 가해자는 풀려났고, 오히려 자살을 할 정도로 왕따를 당했던 학생이 가해자가 되어버렸다.

너무나도 흔한 일이었다.

주차장에 내리자, 아카데미 관계자들이 나와 있었다.

총장의 수족들.

기업에게 넙죽 엎드려서 바닥에 떨어지는 것들을 핥아먹는 버러지들.

수사 협조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방해했던 인물들이었다.

“저것들은 뭐죠?”

“아카데미 운영위원회입니다. 핵심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군요. 도련님의 동선이 파악된 듯합니다.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이민철이 추락한 시점에서 일선 그룹의 후계자는 진우와 이상철뿐이었다. 이상철은 무미건조하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진우가 벌인 일들, 정확하게는 연구원들이 벌인 일들은 너무나 큰 화제가 되었다.

‘이상철은······.’

그에 대해 아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

너무 일찍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진우가 전면에 나서기 전, 유력한 후계자는 오로지 이민철뿐이었다.

진우는 이민철이나 이진우가 처리한 걸로 보고 있었다.

진우의 차량은 소문이 다 났으니, 동선이 파악되는 건 당연했다. 진우에게 붙으려는 세력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진우가 차에서 내리자, 그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왔다.

마치 먹이를 달라 외치는 짐승들처럼 보였다. 아니, 파리 떼라는 표현이 훨씬 더 정확할 것이다.

“이진우 마법사님!”

“하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무한한 영광입니다!”

모두 활짝 웃는 낯으로 입을 벌렸다.

역겨운 입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

“치워버려요.”

“네.”

이기환 차장은 진우의 명령을 언제나 충실하게 따랐다.

언제나 진우의 말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고 그 이상을 해내기 위해 애썼다.

“치우고 따라가겠습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등을 돌렸다.

이기환 차장은 주차장에서 아카데미 쪽으로 걸어가는 진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조금 느슨해진 넥타이를 꽉 조이고는, 손등으로 상의를 쓸며 살짝 생긴 옷 주름을 폈다.

“자, 잠시만요!”

“이진우 마법사님! 드릴 말씀이······!”

이기환 차장은 진우를 향해 빠르게 다가가는 그들을 손을 들어 막았다. 이기환 차장의 숨이 막힐 것 같은 기세에 그들은 움찔하며 멈춰 섰다.

“도련님께서 쓰레기를 치우라 하시는데, 쓰레기통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네?”

“앞장서서 안내해주시지요.”

그들은 움찔하다가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일신 그룹 이진우의 측근이니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 이민철이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탈락했으니, 줄을 잘 엮어 놔야 했다.

주차장 끝에 커다란 쓰레기통이 있었다.

마침, 쓰레기 수거차량이 멀리서 오는 게 보였다. 이기환 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 하나 대충 하는 법이 없으시군.’

일류 기업인과 하류 기업인을 나누는 것은 디테일이었다. 도련님께서는 이런 사소한 디테일까지 고려해서 말씀하셨다.

이기환 차장이 쓰레기통 앞에 서자, 그들은 눈치를 보았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쓰레기통을 열어주었다.

“저, 근데··· 쓰레기는 어디에······?”

이기환 차장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눈을 깜빡이다가 뒤를 바라보았다. 뒤에는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그들 중 하나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자, 이기환 차장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무의미한 저항이었다. 이기환 차장이 간단히 그들을 쓰레기통에 쑤셔 넣었다. 목을 움켜쥐고 공을 골대에 넣듯이 그렇게 넣었다.

버튼을 누르자 쓰레기통의 뚜껑이 닫혔다.

띠이띠이!

수거차량이 다가와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수거 칸에 그들을 싣고 사라졌다. 그들은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쓰레기들에 파묻혀 기절해버렸다.

“흐음.”

이기환 차장은 자신의 옷에 밴 냄새를 맡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쓰레기들과 오래 있었더니 냄새가 배어버렸다.

치익!

주머니에서 작은 향수병을 꺼낸 다음, 향수를 뿌리고는 다시 옷을 점검했다.

“쓰읍! 하아!”

입냄새까지 점검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도련님을 빠르게 쫓았다.

역시 디테일이 중요했다.

* * *

진우는 천천히 걸으며 아카데미를 살펴보았다. 그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지금은 훨씬 활발했고, 생동감이 넘쳤다.

학생들이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면서 손님맞이에 한창이었다. 가판대가 줄지어 서 있었고, 여러 임시 천막들도 보였다. 다양한 연령이 다니는 학교이기 때문에 술을 파는 곳도 제법 보였다.

‘장학금이 줄어들었다고 했던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액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꽤 많았는데, 새로운 총장이 부임하고 나서는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겨울 축제는 부족한 학비를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학생들은 열심히 축제 준비를 해왔다.

아이나도 마찬가지였다.

과제와 수련, 그리고 축제 준비까지 하니 하르뮤조차 거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큰돈이 오가는 커다란 부지는 대부분 고학년들이 차지했고, 저학년들은 길가나 중심부지 외곽 쪽에 주로 몰려 있었다. 학과의 성과를 보여주거나, 가공한 물품들을 판매했다.

저학년들이 가장 할 만한 것은 역시 길거리 음식이었다.

“미래이 자동차에서 왔습니다. 마도공학부 마력전도체 논문을 쓴 박세미 님이십니까?”

“네, 그런데요.”

“귀하를 내년 상반기 특채로 고용하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대한민국의 마도공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했습니다. 저희 미래이 자동차에서는······.”

이런 대화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헤드헌터들이군.’

기업 배지를 단 헤드헌터들이 활발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기환 차장이 다가왔다.

“도련님께서 노리시는 인재가 있습니까?”

이기환 차장은 진우가 한가하게 축제를 구경하러 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따로 움직이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저희 음식점에 어울릴 만한 인재를 발굴해 보겠습니다.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곽상우 사장의 부탁도 있었습니다.”

“쉬엄쉬엄 하세요. 구경할 것도 많으니.”

“명심하겠습니다.”

이기환 차장은 결연한 표정이 되었다. 진우에게 깊게 허리를 숙이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마치 그림자로 스며드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빨랐다.

진우는 학생들이야말로 세계의 미래라 생각했다. 아직은 어느 한 쪽으로도 물들지 않았다.

기업이 저렇게 학생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는 것은 아카데미 운영위원회 쪽에서 기업이나 단체에 정보를 팔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헤드헌터들은 그들이 노리는 학생의 성적부터 가족관계, 집안 내력, 취미, 사소한 습관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배움의 터가 학생 팔이의 공간이 되어버렸군.’

사람이 사람을 사고팔고 있다.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과 형태만 다를 뿐이지 결과적으로는 비슷했다.

진우는 고개를 설레 젓고는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학년과 학과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었기 때문에 찾아가는 건 쉬운 일이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몰렸다.

처음에는 자신의 악명 때문인가 싶기도 했지만, 느껴지는 시선의 종류가 달랐다.

호감이 담겨 있었다.

최근에 많이 성장한 탓에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 같았다. 북한산 원정 이후로 골격 자체가 달라지기는 했다. 물론, 좋은 쪽으로.

진우는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으로 다가가서, 꼬치구이 하나를 주문했다.

“하나 서비스로 더 드릴게요! 아! 이것도 가져가세요! 이건 남는 건데······.”

학생들이라 그런 건지, 꼬치구이 이외에 다른 것들을 마구 챙겨줬다.

“저, 저기···, 그···, 저녁에 공연이 있는데··· 아! 어서오세요!”

꼬치를 파는 여학생이 진우에게 다시 말을 걸려고 했지만, 손님이 나타나자 새로 온 손님을 빠르게 응대하였다.

다시 진우 쪽을 봤을 때는 진우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아…”

여학생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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