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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0

EP.469 18. 만우절 (11)

역시 상태창 오류인가?

아나이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니카의 호감도까지 오른 것을 보면 그럴 확률이 높았다. 그녀와는 2주 넘게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만큼이나 오르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어쨌든 지금의 자신에겐 이 현상에 대해 깊이 고찰할 여유가 없었다. 지금 자신은 일행들과 함께 목욕탕에 왔기 때문이다.

프라빈의 명물 중 하나인 공중목욕탕은 고대 콜룸 제국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것이었다. 먼 곳에서 봤을 때 처음에 그것은 신전인 줄 알았다. 대리석으로 지어진 건물은 한 번에 수천 명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웃는 남자도 바이오맨서도 없는 몸으로 여탕에 들어가야 한다니. 상상만 해도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항상 남자들과 목욕하다가 여자들과 목욕하는 건…… 되, 되게 오랜만이에요…….”

그에 비해 카렌은 이성과 목욕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입에 담았다. 그녀는 오히려 동성과 목욕하는 걸 더 부끄럽게 여기는 듯했다.

그들이 그녀를 만난 것은 목욕탕 입구에서였다. 그녀는 마야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게시판에서 그들의 일정표를 보고 마침 같이 씻을까 싶어서 이곳에 들렀다고 했다.

“자, 잘됐네요! 우, 우리 서로 때라도…… 미, 밀어주면 되겠네요?”

오랜만이라서 그럴까? 아까 극장에서 만났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카렌은 왠지 이전보다 더 쑥스러움을 타는 것 같았다. 행여나 다른 여자와 피부가 닿으려고 하면 화들짝 놀라며 몸을 피하곤 했다.

‘여성 공포증이 더 심해졌나?’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남자들 틈에 자란 것 때문에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별종 취급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를 대하는 게 어렵다고 예전에 자신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원더스타인은 여탕 입구에서 머뭇거리는 그녀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한순간의 지나가는 이벤트나 다름없는 자신의 상황과 달리 그녀는 삶이 걸린 문제였다. 감히 그녀 앞에서 자신이 부끄럽다고 수선 떨 수는 없었다.

“자, 어서 들어가자.”

그녀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났다. 원더스타인은 그녀를 손을 붙잡고 탕 입구로 끌고 갔다.

“후앗, 서, 선배?”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계속 옆에 있어 줄 테니까.”

“아.”

카렌의 입에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남자애들처럼 욕이나 내뱉고 거칠게 구는 것으로 허세나 떨 줄 아는 자신과 달리 클라라는 그런 것 없이 당당하고 기품있었다. 자신이 동경하는 여성의 모습 그 자체였다.

“네! 선배!”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은 채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나신의 여인들이 수십 명이나 나타났을 때는 두 사람 다 속으로 잔뜩 긴장했지만, 서로의 손을 꽉 잡는 것으로 용기를 짜낼 수 있었다.

카렌은 당연히 클라라도 자신처럼 겁먹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는 선배가 자신을 격려해준다고 생각했다.

“여기가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목욕탕이란 말이죠?”

옷을 벗고 탕 내부로 들어간 두 사람은 웅장한 목욕탕의 모습에 감탄했다. 폭포수를 쏟아내는 사자 머리 형태의 돌 조각상이 벽 여기저기 박혀 있었다. 입구에 걸린 지도에 따르면 안에 있는 탕의 개수만 수십 개라고 했다.

“신기하네요. 최근에 지어진 목욕탕 중에도 이만큼 큰 건 없을 거예요.”

“아냐, 난 본 적 있어.”

“와, 정말요? 어디서요?”

“보르조미라고 황실 휴양지가 있는 곳인데…….”

원더스타인과 카렌은 자연스럽게 여성들 사이로 들어가 목욕을 즐겼다. 둘은 서로에게 상당히 고마움을 느꼈다. 서로가 없었다면 입구에서부터 얼어서 발을 떼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오, 여기는 쑥탕이네.”

탕마다 물의 빛깔도 냄새도 다 달랐다. 원더스타인은 짙은 녹색 빛의 물에서 올라오는 쌉쌀한 향기를 맡으며 기분 좋게 흥얼거렸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카렌의 표정이 이상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아챘다.

“혹시 스벤이 부탁했니?”

“아, 그, 그게…….”

원더스타인은 카렌의 낯빛이 변하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아까 자신이 표를 구매하러 간 사이에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내 비밀을 말했구나.”

“아, 아니에요! 선배 이야기는 노천극장에서 엿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처음 인사하려고 찾아왔다가 이야기를 듣고 말 걸 분위기가 아니다 싶어서…….”

원더스타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클라라의 비밀을 자신이 이렇게 흘리고 다녀도 되나 싶었다.

“선배를 속이려고 한 게 아니라…….”

“알아. 내가 걱정되어서 그런 거지?”

“죄송해요…….”

원더스타인은 순식간에 의기소침하게 변한 카렌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남자애들 앞에서는 우악스러울 정도로 당당하던 그녀가 이렇게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귀여웠다.

“괜찮아.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잖아.”

“정말 화 나신 거 아니죠?”

“괜찮다니까. 너한테 못난 모습을 들켜서 자신이 조금 한심할 뿐이야.”

“그런 건 하면 안 돼요. 다들 끝이 안 좋다고요.”

원더스타인은 이제 그만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눈앞의 탕을 가리켰다.

“그래서 쑥탕 들어갈 거야, 안 들어갈 거야?”

“들어가야죠!”

사람이 없는 작은 탕이었기에 카렌은 다이빙하듯 첨벙 뛰어들었다. 덕분에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던 원더스타인은 물을 한 차례 뒤집어써야 했다.

그녀는 입가에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핥다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카렌과 눈을 마주쳤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눈빛을 보고 표정을 팍 찌푸리고는 그녀에게 꿀밤을 먹였다.

“이건 너 때문이잖아!”

“아얏! 선배가 폭력 썼어!”

“네 멋대로 해석하지 마!”

“저는 아무 말 안 했다고요?”

“네 눈빛이 그랬어! 마치 내가 물을 핥는 게 약에 맛이라도 들린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그건 사실 아닌…… 으앗, 또 때렸어! 저 이래 봬도 땅재주 전공이라고요!”

“윽!”

그렇게 두 사람은 시설 관리자가 와서 주의 줄 때까지 물을 첨벙이며 서로 몸을 뒤엉키고 놀았다. 이후로 두 사람은 조용히 욕탕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근처에 있는 관리자가 계속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어서 그랬지만, 다른 이유도 한몫했다.

‘나 방금 여자랑 뭘 한 거지?’

두 사람 모두 방금 자신이 저지른 짓을 돌이켜 보며 민망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서로 피부를 맞댄 채 서로의 민망한 부위를 껴안고 비벼댔다. 상대는 자신을 평범한 여자로 알고 있을 터인데 이래도 되나 싶어 양심에 찔렸다.

‘사실을 알면 날 경멸하겠지?’

두 사람 다 괜히 벽에 머리를 박아댔다. 물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기에 둘은 서로의 행동을 보지 못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마사지를 받고 여기서 나갈까?”

두 사람은 욕탕 한쪽 벽면을 꽉 메우고 있는 석굴로 향했다. 아치형의 문 안쪽에는 침대가 하나씩 있었고, 그곳에는 한 명씩 누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림막이 있는 곳은 안에서 소음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마사지가 진행 중인듯했다.

“우리 순번까지 오려면 1시간은 기다려야 하겠는걸.”

“아, 맞다. 선배는 오늘 일정표대로 움직여야 하죠?”

“응. 단장님 역할을 대신하는 거라서 대충 미룰 수도 없어. 아쉽지만 마사지는 포기할 수밖에.”

그때, 원더스타인의 눈치를 보고 있던 카렌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제가 해드릴까요?”

“뭐?”

카렌을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부터 말을 잘해야 했다.

“아니, 저도 땅재주 전공이고, 관절기는 기본으로 익혀서 마사지 흉내는 낼 줄 알거든요. 어릴 때부터 아저씨들 어깨도 제가 다 주물러줬고. 아무래도 선배는 오늘 오후 내내 거리를 돌아다녀서 피곤하잖아요? 저는 안 받아도 되지만 선배는 꼭 받는 게 좋겠다 싶어서…….”

카렌은 속사포로 준비한 대사를 내뱉으면서 목소리에 자신의 사심이 묻어나지는 않았는지 주의했다. 다행히 상대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 그러면 부탁할게.”

원더스타인은 몸을 가리고 있는 수건을 벗고 침상에 누웠다. 카렌은 입구의 가림막을 치고 심호흡을 했다. 좁은 굴속에 선배와 둘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시, 시작할게요.”

카렌은 침상에 누워 있는 클라라의 나신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너무 아름다웠다. 물결치는 푸른 머리카락도, 새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도, 대리석을 깎아 만든 것 같은 이목구비도, 잘 발달한 몸매도.

‘미치겠네.’

카렌의 손이 벌벌 떨렸다. 다른 사람은 없는 석굴 속. 주황빛 조명과 향로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향료의 냄새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카렌은 당장이라도 클라라의 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었다. 그녀의 가슴을 쥐고 그녀의 유두를 핥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벌어진 분홍빛 속살 사이를 마구 헤집고 싶었다.

그녀가 쾌락에 겨워 내뱉는 신음을 듣고 싶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찾는 꼴을 보고 싶었다. 그녀와 몸을 밀착한 채 그녀가 경련하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카렌은 주먹으로 머리를 쾅쾅 쳤다.

‘안 돼, 미친년아. 무슨 망상을 하는 거야.’

자신은 아직 선배에게 아무것도 털어놓지 않았다. 갑자기 그런 짓을 하는 건 성추행이나 다름없었다.

“카렌?”

“시, 시작할게요.”

카렌은 욕정을 가라앉히고 마사지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녀는 뜨거운 증기에 데운 수건을 펼쳐 원더스타인의 얼굴을 덮었다. 이걸로 그녀에게 자신이 마사지하는 동안 어떤 표정을 짓는지 들키지 않을 것이다.

“아프면 말하세요.”

카렌의 두 손이 그녀의 몸을 주물러 내려갔다. 어깨부터 시작해서 팔, 가슴, 허리, 허벅지, 종아리, 발.

카렌은 그녀와 피부를 맞닿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황홀감을 느꼈다. 때때로 그녀는 은근슬쩍 그녀의 민감한 부위를 건드리기도 했다. 마사지하다 보면 상대가 어느 곳에 과민하게 반응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읏.”

“왜 그러세요, 선배?”

“아, 아니야. 그, 그냥 좀 간지러워서.”

원더스타인은 몸을 타고 올라오는 이상한 느낌을 최대한 무시하려 애썼다. 티를 낸다면 분명 카렌이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괘, 괜찮은 것 맞겠지? 여자들끼리 이 정도는.’

두 사람 다 어디까지가 여자끼리 서로의 몸을 만지는 데 허용된 선인지 알지 못했다. 만약 선을 넘는다면 상대가 알아서 제지하거나 멈출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마사지는 순전히 카렌의 욕심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 버렸다.

“하윽.”

“아프세요, 선배?”

“아, 아니, 아, 아픈 건 아니고…….”

“이 정도면 괜찮은 겆 맞죠?”

카렌은 걱정하는 척하면서 능청스럽게 새끼손톱으로 그녀의 유두 주변을 긁었다. 그녀의 허리가 한 차례 들썩했지만 카렌은 모르는 척했다.

“흐앗, 웃, 무, 물론! 괘, 괜찮아! 어, 얼마든지…….”

카렌의 손은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누볐다. 가슴 아래의 홈을 간질이고 엉덩이 살 아래를 꼬집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거친 호흡을 내뱉거나 간드러진 신음을 흘리거나 몸을 움찔거리곤 했다.

카렌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고 황홀경에 빠졌다. 그렇게 차갑고 당당하던 선배가 자신의 손길에 허덕이고 있었다.

카렌은 허벅지를 비비적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왕 온 김에 선배의 더 깊은 안쪽까지 괴롭히고 싶었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선배가 허락한 거 아닐까?

하지만 카렌은 그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여자끼리는 딱 여기까지가 허용선일지도 몰랐다. 괜히 자신이 그것을 오판하고 선을 넘어버렸다가 선배에게 추궁당할지도 몰랐다.

카렌은 어렸을 때, 그것을 모르고 덤볐다가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따돌림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을 바라보던 그 차가운 눈동자들. 선배가 만약 그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끄, 끝났어요.”

카렌은 아쉽지만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원더스타인은 수건을 얼굴에 덮은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민망함도 민망함이었지만 간질간질한 쾌락에 30분 가까이 헤엄치다 보니 전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남자의 몸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럼…… 나갈까?”

원더스타인은 일어서는 동안에도 몸을 휘청거렸다. 옆에서 카렌이 붙잡아주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주저앉았을지도 몰랐다.

“저…… 괜찮아요?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아니, 그냥 내가 피곤해서 그래. 실수는 무슨. 여자끼리…… 이게 보통이잖아?”

“그렇……죠?”

목욕탕을 나온 원더스타인은 스벤의 부축을 받아 숙소로 돌아갔다. 카렌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동시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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