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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3

EP.472 18. 만우절 (14)

이번 만우절 이벤트로 가면 배우 10명의 정체가 모두 밝혀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노천극장의 운영진은 자신했다. 그만큼 이번 숨바꼭질의 난도는 높았다. 눈썰미, 지식, 감각, 운 등 모든 것이 다 요구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단원의 숫자였다. 머릿수가 많으면 탐색에 유리한 것이 당연했다. 다들 바퀴의 서커스를 유력한 1등 후보로 점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한 서커스단당 획득 가능한 가면의 개수를 최대 3개로 제한해 놓는 것은 그러한 불공평함을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1등 동점 구도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극장 내외를 가리지 않고 바퀴의 서커스가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변은 둘째 날부터 발생했다. 바퀴의 서커스 측에서 가면 하나를 획득한 것과 거의 동시에 다른 하나를 찾아낸 서커스단이 나온 것이다. 그곳은 바로 원더스타인이 이끄는 괴물서커스단이었다.

“단원들의 노력 덕분이죠. 무엇보다 총무인 클라라 양에게 감사합니다. 그녀의 분석이 없었다면 가면을 획득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녁에 극장 앞에서 벌어진 인터뷰에서 원더스타인은 당당히 하나의 가면을 꺼내 보였다. 극장 측은 그가 제시한 가면이 진짜가 맞다고 확인해주었다.

괴물서커스단에 대한 명성이 삽시간에 프라빈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름은 당연히 원더스타인이었고, 그다음은 클라라였다. 몇몇 호사가들은 그녀가 서커스단을 뒤에서 조종하는 실세라고 떠들기도 했다.

숙소로 돌아온 단원들은 간단한 축하 파티를 한 다음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 경기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었다. 남은 3일 동안 계속 수색에 나서려면 체력을 아껴야 했다.

정말로 1등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다들 휴식도 전투적으로 임했다. 아나이스와 유라크네도 분위기를 읽을 줄 알았기에 이런 시기에까지 원더스타인에게 밤일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클라라는 하루 만에 성과를 올린 자신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그는 밤늦게 원더스타인을 방으로 부르고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꼬는 등 한껏 거만한 자세로 앉아 그녀를 맞이했다.

“숙소에 있는 동안 잘 쉬었나요, 단장님?”

“네. 당신이 밖에서 활약해준 덕분입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에게 허리를 꾸벅 숙여 감사를 표했다. 처음에는 자신도 못 하는 일을 해내는 그를 은근히 질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고맙기만 했다.

클라라의 입이 귀에 걸렸다. 안 그래도 오라버니에게 인정받고 칭찬받는 것을 갈구하던 그였다. 이런 인사까지 받자 그는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건 그렇고 이 밤에 저를 부른 이유가 뭡니까?”

“아, 몸을 좀 검사할까 해서요. 제가 그 몸에 있을 때보다 붕괴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 확인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혹시나 평소보다 빨리 그 몸을 정비해줘야 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군요.”

원더스타인은 일리가 있다고 여기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클라라는 가소롭다는 듯 조소를 띠어 보였다.

“저는 아직 단장님처럼 옷을 꿰뚫어 볼 수는 없어요. 단순히 손끝을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힘들고요. 전신을 봐야겠어요.”

“전신이라고요? 그렇다면?”

“옷을 벗으세요. 전부.”

클라라는 다소 강압적인 투로 명령했다. 원더스타인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몸은 원래 그녀의 몸이었다. 자신이 당황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겉옷부터 시작해 한겹 한겹 옷을 벗을 때마다 그녀는 점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것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띤 채 자신이 탈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클라라 때문이었다.

“이렇게 보니 또 색다르네요.”

그는 느긋한 자세로 앉아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처럼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희열에 찬 신음을 흘렸다. 특히, 그녀가 브래지어를 풀고 팬티를 내릴 때는 휘파람을 불기까지 했다. 원더스타인은 수치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장난 그만하고 어서 검사하시죠……. 우선 몸에 균열이 간 곳을 위주로…….”

“아, 잠시만요. 이거 보는 것만으로는 역시 잘 모르겠는데요. 구석구석 만져봐야 할 것 같은데요?”

“뭐라고요? 그, 그건…….”

클라라는 뱀처럼 미끄러지듯 그녀에게 접근했다. 원더스타인은 반사적으로 그를 밀쳐내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으로 그의 힘을 이겨내기는 무리였다. 클라라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는 손으로 허리와 엉덩이를 더듬으며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요? 원래 제 몸이잖아요? 제가 제 몸 만지겠다는데, 무슨 문제 있어요?”

뻔뻔하게 되묻는 그를 향해 원더스타인은 마땅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그건 아니지만…….”

“오히려 부끄러운 건 제 쪽이라고요. 남자에게 알몸을 보이다니.”

“하, 하지만 그래도…….”

“자, 가만히 있어요. 움직이면 읽기 힘들어요.”

“자, 잠깐……흣!”

그렇게 클라라는 몸을 검사한다는 핑계로 그녀의 몸을 30분 넘게 주물럭거렸다.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목욕탕에서 겪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그녀의 몸은 원래 클라라의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어디가 약한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몸 곳곳을 누비며 때로는 간질였고, 때로는 긁었고, 때로는 쑤셨다.

원더스타인은 하마터면 중간에 의식이 날아갈 뻔했다. 특히 그의 손가락이 예측지 못한 곳을 마구 드나들었을 때는 입술을 꽉 깨물지 않았다면 자신도 모르게 새된 비명을 내질렀을 것이다.

“하악, 하악, 윽…….”

검사가 끝났을 때, 그녀는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그녀는 침대에 엎드린 채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으며 그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뭐가 문제냐는 듯 뻔뻔하게 그녀의 시선을 되받아쳤다.

사실 그녀로서는 불평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도 지금까지 그녀의 몸을 검사하겠답시고 비슷한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눈빛에 담긴 장난기를 봤을 때, 아마 그는 나름대로 자신이 당한 것을 되돌려 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단장님은 그 몸에 아주 잘 정착한 것 같은데요? 후후, 오히려 제가 있던 때보다 몸 상태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우, 웃기지…… 마십쇼.”

“그냥 이대로 우리 몸을 뒤바꾼 채 지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싫습니다. 어서 비켜요!”

원더스타인은 침대 위에 대자로 뻗어 있는 자신에게 다시 다가오려 하는 그를 발로 밀었다. 그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터뜨리며 못 이기는 척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뭔가 떠오른 그녀는 재빨리 표정을 고치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클라라 양, 사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뭘 말이죠?”

원더스타인은 저녁 시간 내내 원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무얼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일단 그녀가 우선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퀘스트를 띄우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서커스단의 위기나 중요한 갈림길에서 키르쿠스는 항상 퀘스트를 제시해 주곤 했었다. 트릴 트릴로 시리즈 원작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퀘스트의 형태로 나올 확률이 높았다. 특히나 만우절은 바로 키르쿠스의 기념일 아닌가? 만우절의 유래를 생각해보면 이 일은 분명 키르쿠스와 연관이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지금까지도 상태창은 퀘스트를 뱉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원 퀘스트나 자잘한 서브 퀘스트들은 계속 작동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녀는 속으로 키르쿠스의 이름을 되뇌기도 하고 혼자 허공에 소리도 쳐봤다. 그러나 상태창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런데 방금 상황의 ‘역전’을 체험해보고 그녀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번뜩였다. 자신에게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혹시 클라라에게 답이 있지 않을까? 퀘스트가 그녀를 통해 내려오는 거라면? 그녀는 클라라를 한 번 자극해보기로 했다.

“어제 설리반 씨가 말해주었습니다. 좋지 않은 물건을 그를 통해 구했더군요.”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클라라는 그제야 설리반에게 입단속 시키는 것을 깜빡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그건…… 제가 개인적으로 연구해볼 게 있어서…….”

“클라라 양.”

원더스타인이 단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클라라는 그가 자신이 저지른 짓을 눈치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작스러운 육체 교환 현상에 그믐쑥이라는 탈혼 작용이 있는 주술 약재. 그라면 충분히 그 용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죄송해요, 단장님……. 저는, 저는 그저…….”

클라라는 갑자기 지금까지 있던 자신감이 몽땅 증발해버리는 기분을 느꼈다. 오라버니에게 미움받는다면, 단장으로서 남자로서 우위에 서는 것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원더스타인은 클라라가 당황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제대로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계속 그녀의 비밀을 폭로하면 그녀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러면 키르쿠스가 그에 응답해 퀘스트를 내려줄 가능성이 있었다.

“아무래도 솔직히 밝혀야 할 것 같군요. 사실 저는 당신의 가족…….”

원더스타인은 어제 클로팽을 만나 그의 가족사를 알아버린 일을 밝히려 했다. 하지만 그전에 클라라는 그녀의 말을 막아서는 동작을 취했다.

“알고 있어요. 그건 이미…….”

“그렇습니까?”

원더스타인은 그의 말에 놀라지 않았다. 자신이 바퀴의 서커스 단장을 만나 그에게 선전포고했다는 사실은 이미 업계에 쫙 퍼졌으니까.

“죄송해요. 단장님에게 한 명의 단원으로서 능력을 완전히 인정받기 전까지는 비밀로 하고 싶었어요. 무작정 동정받거나 하는 건 싫었으니까요. 저는 갈 곳 없는 몸이에요. 제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도 쫓겨났고, 저를 낳아준 사람에게도 버림받았죠.”

원더스타인은 이미 그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어제 집시들이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

손발이 잘린 채로 추방당한 아버지를 돌보는 일에 진력이 난 클라라의 어머니는 두 사람을 내버려 두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 집을 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클라라의 아버지는 어떻게든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길에서 공연을 이어나가다가 강도에게 칼침을 맞고 길바닥에서 죽었다고 했다.

물론 나중에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그녀를 본인의 집으로 데려오긴 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새 남편을 절대 부모로 인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서커스단에 합류한 지 반년이나 되었는데도 부모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은 데서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단장님이 저를 구원해주셨어요. 단장님 덕분에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고, 살아갈 목표도 생겼어요. 아, 그래요.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더 있기는 하지만, 한 명만 꼽으라면 제게는 단장님뿐이에요.”

가족. 클라라는 자신을 그렇게 보고 있었구나. 그의 진심 섞인 고백에 원더스타인은 갑자기 죄책감을 느꼈다. 자신은 단순히 그녀를 자극하려고 비밀을 까발린 건데…….

“죄송하지만…… 오라버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원더스타인은 감히 그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오늘부로 당신은 제 동생입니다.”

“고마워요, 오라버니.”

클라라는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훔쳤다. 원더스타인의 육체가 우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그를 지켜보는 그녀의 기분은 묘했다.

“클라라, 그런데 혹시 우리가 어떻게 해야 원래 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아니?”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꺼냈다. 상태창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그렇다면 혹시나 그녀에게 뭔가 계시 비슷한 것이 내려왔을지도 몰랐다.

그녀의 추궁에 클라라는 재빨리 마음을 다잡았다. 오라버니에게 동생으로 인정받은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과 이번 일은 별개였다. 언니들이 남매로 안정 받지 못해서 오라버니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얼굴에 철판을 깔고 나가기로 했다.

“모르겠어요……. 사실 저도 만우절 하루만 그럴 줄 알았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어요. 저도 이제 돌아가고 싶은데…….”

“그래?”

원더스타인은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의지도 그녀의 의지도 키르쿠스를 자극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알겠어. 그러면 내일 아침에 보자. 아, 그런데 다른 단원들에게 우리가 남매라는 것은…….”

“아직은 밝히지 말죠. 괜히 혼란스럽기만 할 거예요.”

“그래.”

그렇게 대화를 마친 그녀는 이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클라라가 급히 그녀를 불러세웠다.

“오라버니, 옷!”

“아.”

그녀는 자신이 현재 발가벗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키득거리는 클라라를 한 번 노려봐준 후,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정말 이대로 계속 있어야 하는 건가?’

방을 나온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복도를 가로질러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는 계단 중간을 막고 서 있는 존재와 눈을 마주쳤다. 그것은 바로 무서운 귀신의 가면을 쓰고 있는 금발의 여인이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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