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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4

EP.473 18. 만우절 (15)

“레이나?”

그녀는 언제부터 저곳에 서 있었던 것일까? 설마 자신이 클라라의 방을 나왔을 때부터 계속 보고 있었던 건가?

원더스타인은 지금 자신의 꼴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급하게 옷을 걸치고 나온 탓에 매무새도 엉망이었고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게다가 아직 쾌락의 기운이 덜 가셨는지 얼굴이 뜨끈뜨끈했다. 볼에 핀 홍조가 사그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까. 자신이 클라라와 이상한 짓을 벌였다고 오해하지 않을까? 아니, 물론 확실히 그런 짓을 한 것은 맞긴 하지만…….

“클라라 선배.”

바이오맨서의 감각이 없으니 그녀는 레이나가 가면 뒤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원더스타인은 한 차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무,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선배야말로 이 시간에 단장님 방에는 무슨 일이죠?”

“으, 으응? 나? 그냥…… 단장님에게 치료받으러? 하하, 나 몸 많이 아프잖아……. 아, 그러고 보니 치료받아서 그런지 엄청 피곤하다……. 어서 들어가서 자야지. 너도 이만 자. 내일 또 수색해야 하잖아?”

원더스타인은 그렇게 적당히 얼버무리며 자리를 모면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레이나의 옆을 지나쳐 위층 계단으로 발을 옮기려는 순간, 그녀가 갑자기 원더스타인의 손목을 낚아챘다.

“읏! 무슨 짓이야?”

“기다려요.”

레이나는 클라라의 얼굴을 뚫어지듯 노려봤다. 상대는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클라라 선배가 맞았다.

하지만 어제부터 그녀의 혼은 말하고 있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그 안에 전혀 다른 사람이 있다고.

“벗겨 봐.”

“어? 뭐라고?”

레이나는 클라라의 몸을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녀의 멱살을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내 가면 벗겨 보라고. 어서.”

원더스타인은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녀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그녀도 상대의 요구를 듣는 순간 뭔가 떠오르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우는 여자. 백면극에 나오는 가면 중 하나로 웃는 남자와 같이 쌍을 이루는 남매 가면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가면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그러자 그것은 아무런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뚝 떨어져 나왔다.

“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벅찬 감동이 가슴속에서 들끓었다.

“어떻게?”

가면을 벗은 그녀의 얼굴은 빈말로라도 깨끗하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주 동안 한 번도 벗지 않았으니까. 거기다 어째서인지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번진 자국이 가득했다. 표정 역시 슬픔과 걱정으로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역시 아빠네요.”

레이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그녀는 울먹임을 삼키며 원더스타인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속삭였다.

“그 남자는 못 벗겼어요. 어제도. 오늘도.”

“……그랬구나.”

원더스타인은 그제야 오늘 아침에 보였던 그녀의 심상치 않은 적의가 이해됐다. 아무리 그녀와 자신이 최근 사이가 어색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오늘 보인 적대감은 너무 노골적이었었다.

“저는 설마 아빠가 몸이라도 뺏긴 줄 알았어요. 아빠가 영원히 사라지기도 한 줄…….”

레이나는 마치 그가 몸을 강탈당하는 위기가 항상 산재해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자신을 발견해준 것에 감동해 미처 그녀의 말에 담긴 함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용케 알았네?”

“난 아빠 딸인걸요.”

레이나는 눈물을 한 차례 훔치고는 배시시 웃었다.

“제게 프랑크 원더스타인은 아빠 한 명뿐이에요.”

그 순간, 원더스타인의 눈앞이 번쩍하며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것은 시스템이 주는 새로운 퀘스트 창이었다.

*서브 퀘스트-만우절

: 어떤 힘이 당신과 클라라의 육신을 뒤바꾸었습니다.

달성 조건

: 4월 5일 자정까지 클라라가 진심으로 원래 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도록 만드십시오.

성공 시 보상

: 원래 육체로 복귀

실패 시 페널티

: 현재 육체에 고착.

“돌아갈 수 있는 건가?”

원더스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의문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째서 퀘스트 창은 하필 이 순간에 반응한 것일까?

그때, 그녀는 레이나와 관련해서 몇 가지 기능이 복원되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음향실, 의상실, 소품실의 기능을 그녀에게 다시 적용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어떤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관통했다. 진화 연구소가 바이오맨서로서의 기능을 상징한다면, 단원 관리 기능은 단장으로서의 능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비로소 키르쿠스의 진의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단장은 그를 단장으로 섬기는 단원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비로소 단장이라 할 수 있었다. 퀘스트를 띄우는 조건은 간단한 것이었다. 적어도 한 명에게 자신이 원더스타인이라고 밝히고 그걸 믿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클라라가 원더스타인의 능력을 가로채기 위해 주술로 서커스단의 단장 자격을 둘로 늘렸기에 그런 것이었다. 다만, 한쪽 자격증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쪽의 자격증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발동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주술의 자세한 기전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현 상황을 통해 그 내용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퀘스트의 내용을 통해 아까 원래 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클라라의 말이 거짓말이거나 혹은 그녀 자신이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것 또한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원더스타인은 그 사실로 클라라에 대한 반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건강한 몸에 대한 갈망은 그녀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거기다 그녀는 클라라가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지난 이틀간 알게 되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줄래요?”

“그래. 하지만 일단 네 방으로 갈까? 좀 씻어야겠는데? 너무 지저분하네. 예쁜 얼굴이 다 망가졌네.”

“헤헤, 그럼 같이 씻을까요? 오랜만에?”

레이나의 방으로 향한 두 사람은 함께 욕조에 들어갔다. 호텔의 것처럼 크지 않아 상당히 비좁았기에 레이나가 그녀의 몸을 뒤에서 끌어안듯 앉아야 했다. 평소와 구도가 정반대였다.

마침내 퀘스트가 떴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품에 안겨 잠시 잠이 들기까지 했다.

“단장님.”

목욕을 마친 레이나는 다시 가면을 쓰고 원더스타인과 마주했다. 11살의 인격이 아닌, 지몬의 딸로서 14년 동안 살아온 그녀로서 원더스타인과 얘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왜 지금까지 밝히지 않으셨어요? 얼마든지 기회가 있었을 텐데요.”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았다. 그녀가 가면을 다시 씌워 달라고 요청했을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아마 콤프라치코스에 관해 묻는 것일 것이다. 원더스타인은 2주 동안 묵힌 문제를 풀고 가야할 때라는 것을 느꼈다.

“그저 죄송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군요. 제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 않습니까? 차마 당신에게 진실을 밝힐 용기가 없었습니다. 거기다 6살 이전의 기억보다 이후의 기억이 당신에게 더 소중할 것 같았거든요.”

원더스타인의 말은 정론이었다. 상식적으로 유아 시절의 기억은 자아 형성에 관여하는 부분이 아주 작았으니까.

하지만 그 말은 레이나의 분노를 자극했다.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설마 자신이 아빠와 보낸 6년을 한낱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취급할 줄 알았다는 건가?

하지만 그녀는 그것으로 원더스타인을 비난할 수 없었다. 그 나름대로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꼈기에 그렇게 생각했을 테니까.

“단장님은 진짜 나쁜 사람이에요.”

“압니다.”

레이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이것으로 그녀도 나름대로 감정이 정리됐다.

사실 진즉에 풀 수 있는 것이었는데, 괜히 그에게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2주나 끌고 말았다. 아마 이번 사태가 아니었다면 몇 달은 더 끌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애틋한 눈빛으로 원더스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라고 불러도 될까요?”

가면을 쓴 그녀가 그렇게 말한 것은 지금까지처럼 단순히 역할극을 하자는 말이 아닐 것이다. 원더스타인은 그것이 그녀를 실험용으로 다룬 악마에게 너무 과분한 칭호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심정을 헤아려 그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거절하면 그녀에게 더 큰 상처가 될 것이다.

“그러세요. 아니, 그렇게 해주세요. 부디.”

“네……. 아빠…….”

[단원 퀘스트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못하고’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그림자-11살의 레이나’가 ‘그림자-12살의 레이나’로 변화합니다.]]

[레이나의 호감도가 28 상승했습니다.]

지금까지 본 호감도 상승 폭 중에 가장 컸다. 아마 그녀의 인생에 전반적으로 걸쳐진 문제 하나를 해결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그림자 진화 퀘스트와 달리 그녀가 가면을 쓴 채로 달성한 것도 눈여겨 볼 일이었다. 아마 그림자도 자신의 페르소나가 자신처럼 원더스타인을 아빠라고 부르길 바랐던 모양이었다.

레이나의 호감도 50 보상도 새로 생겼고, 단원들의 평균 호감도도 1이나 올랐다. 하지만 원더스타인은 그 사실을 기뻐할 수 없었다. 그 직후 새로 뜬 그녀의 새로운 단원 퀘스트 때문이었다.

“아, 그림자가 또 한 살의 나이를 먹은 것이 느껴져요.”

레이나는 원더스타인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자유롭게 가면을 벗을 날이 오면 좋겠네요. 어, 무슨 문제 있나요, 단장…… 아니, 아빠?”

원더스타인은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방금 떠오른 단원 퀘스트는 직접 말하기 무척 난처한 것이었다.

“네 그림자를 또 나이 먹게 할 방법이 떠오르긴 했는데…….”

“상당히 까다로운 건가요?”

“그게 말이지…….”

대답을 망설이는 그녀가 답답했는지 레이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가면으로 가져다 댔다.

“가면을 벗어 볼게요.”

“기, 기다려, 레이나!”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그녀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그녀의 가면이 벗겨지고 다시 그림자의 인격이 그녀의 몸을 지배했다.

“아빠.”

레이나의 그림자는 원더스타인을 바라보며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나이도 이제 12살이었다. 어린애처럼 무작정 떼쓸 나이는 지났다. 마음먹은 부탁이 상식에 비추어 봤을 때, 사회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꼭 이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었다.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

원더스타인은 기가 막힌 듯 그녀의 얼굴과 퀘스트 창을 번갈아 바라봤다.

*단원 퀘스트-엄마가 필요해

: 12살의 레이나는 아빠가 재혼하길 바랐습니다. 엄마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달성 조건

: 엄마를 데려와 레이나를 만족시켜 주십시오.

성공 시 보상

: ‘그림자-12살의 레이나’가 ‘그림자-13살의 레이나’로 변화합니다.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퀘스트의 내용으로 봤을 때, 그녀는 12살 때, 엄마의 빈자리를 가장 강하게 느꼈던 모양이었다. 이 퀘스트는 원래 원더스타인 자신이 결혼이라도 하든가 혹은 유라크네나 다른 누군가에게 부탁해 엄마 역할을 맡겨야 하는 것이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전제를 생각해봤을 때, 원래 이 퀘스트는 그냥 실패 처리해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침 자신이 여자의 몸에 들어온 참이었다. 굳이 엄마 역할을 할 사람을 따로 데려올 필요 없이 자신이 직접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난처해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 퀘스트와 연계되어 연속으로 뜬 다른 퀘스트들 때문이었다.

“엄마, 사실 저는 아기 시절이라는 게 없잖아요? 엄마가 아기 키우기 힘들다고 강제로 성장시켜서 그 시절을 건너뛰었죠.”

“그, 그랬었지…….”

원더스타인은 새로 알게 된 사실에 놀랄 겨를이 없었다. 그녀가 다음 요구할 내용이 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레이나도 이 부분을 직접 말하기는 그랬는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엄마의 젖을 빨아보고 싶어요.”

원더스타인은 그만 기절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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