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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6

475화.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졌다.

2박3일 동안 이뤄진 상봉에서 이제 고령이 된 이산가족들은 서로 만나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이는 금강산관광 재개의 신호탄이었다.

북한의 변화에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했고, 북한 역시 여기에 화답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제재가 풀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렇게만 되면, 한국에게 있어서 엄청난 호재였다.

경제연구소들은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 5퍼센트 이상으로도 올라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과 기업들 모두 환호하고 있지만, 모두가 이 상황을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골칫거리였던 남북관계마저 화해모드로 접어들자, 대통령과 새정치당의 지지율은 60퍼센트 넘게 치솟았다.

반면 자유국민당 지지율은 이제 20퍼센트조차 무너질 조짐을 보였다. 보수든 진보든 20퍼센트의 확고한 지지율을 가지고 있다.

이게 무너진다는 것은 핵심지지층마저 이탈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국제여론이 높아지며, 지난 정권에서 맺은 한일위안부합의는 계속 당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동안 연나경 대표와 자유국민당 의원들은 한일위안부합의가 매우 훌륭한 합의였고,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주장해왔던 만큼,이제 와서 입장을 바꾸기도 힘들었다.

자유국민당은 전통적으로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해왔다.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항해 일본과 미국과 공조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과의 협력과 교류가 없었다면, 한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겠는가?

힘의 논리에 따라 필요하다면, 중국에도 고개를 숙이고 미국에도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에게는 그러지 못할 게 뭔가?

그래서 니시다 증권 주문실수 사태가 일어나자 토요타 주식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고, 일본의 수출규제에도 한국이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피해는 한국에게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게 계속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고,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일본이었다.

때문에 자유국민당의 주장은, 우리 편이 이기고 있는데 항복하자는 것밖에는 되지 않았다.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되자, 당 안팎에서 보수 전체가 괴멸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됐다.

자유국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금이라도 남북경협을 지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

“대체 자유국민당의 당론이 뭐냐?”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게 당론이냐?”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얘기를 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은 해보나마나 필패다!”

지지율 하락이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자, 당내 중진들, 그리고 수도권 의원들이 모여서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4선 중진 김재연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말했다.

“자유국민당은 국민들에게 버림받았습니다.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3선 이상 의원들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을 처음부터 재건하는 것만이 보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길입니다.”

* * *

연나경 대표는 최근 사안들과 관련해 대통령과 야당대표가 일대일로 만나자는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영수회담을 통해 대통령과 맞서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양보를 하는 척하며 입장을 바꾸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바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연나경 대표는 지도부 회의를 열었다. 자리에 모인 의원들의 표정이 다들 좋지 않았다. 지난 정권의 집권당인 자유국민당이 이 정도로 궁지에 몰리게 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여당 쪽에서 계속 남북경협 특별법 통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론을 등에 업고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일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반대를 할 만한 명분이 마땅치 않습니다.”

청와대와 새정치당은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모습이다.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정부와 여당이 한 일은 별로 없었다. 강진후가 나서지 않았다면, 한일분쟁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 이어지고, 남북관계는 여전히 냉각상태였을 것이다.

일은 강진후가 다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강진후가 만들어놓은 판에 숟가락만 올렸을 뿐인데, 지지율이 저렇게 치솟은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당이 먼저 남북경협을 얘기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당의 정책노선을 변경하면,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강진후를 지지해주는 꼴이 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당 의원들의 반발입니다.”

“수도권 초선의원들이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일 거라고 합니다.”

일단은 뭐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연나경 대표는 지도부의 단식투쟁을 선포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고, 북한주민들도 우리의 국민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최악의 독재정권과 손을 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좀 황당했다. 지도부가 5시간 반씩 교대로 단식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황당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었다.

-살다살다 단식을 릴레이로 하는 건 처음 보네.

-릴레이 단식은 대체 뭐야? 한 사람이 먹는 동안 다른 사람은 안 먹는다는 건가?

-ㅋㅋㅋ 5시간 반씩 릴레이 단식. 이제까지 나온 단식 방법 중에서 가장 창조적이네요. 창조단식 인정합니다.

-ㅅㅂ 저게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짓이냐!

-하지 마! 제발 그런 거 하지 마!

-50시간씩 해도 부족할 판에, 5시간 반? 장난하냐?

-그러니까 8시에 아침 먹고 1시 반에 점심 먹고, 7시에 저녁을 먹는다는 얘기잖아. 대체 이게 어디를 봐서 단식이야? 그럼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전부 단식 중이냐?

-의원님들. 그건 단식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간식을 안 먹는다고 하는 겁니다~

-아아ㅜㅜ 부끄러움은 왜 내 몫인가ㅜㅜ

-라마단도 그거보다는 빡세겠다!

-이노무 자식들! 다 때려치뿌라!

-그냥 굶어 뒤져라!

야심차게 추진한 릴레이 단식은 지도부의 결의를 보여주기는커녕 온 국민의 조롱거리가 됐다.

지지층에서까지 비난이 쏟아지자, 자유국민당은 슬쩍 투쟁을 철회했다. 언론까지 불러서 투쟁을 선언하던 것과는 달리 초라한 모습이었다.

지도부는 또다시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어떻게든 당내 반발을 억누르고, 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국회 보이콧, 의원 총사퇴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마상태 의원이 제안했다.

“대표님께서 단식투쟁을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 말에 연나경 대표는 당황했다.

“제가 단식을요?”

단식은 보통 약자들의 투쟁방식이다.

운동권 출신들이 많은 새정치당이야 단식을 해본 의원들이 많다. 허창민 대통령 역시 야당의원이던 시절 9일 동안 단식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연나경 의원에게 그런 경험이 있을 리 없었다.

“지난번 삭발을 한다고 하셨을 때도, 언론취재와 지지자들의 응원이 있지 않았습니까? 단식투쟁을 하신다고 하면, 분명 지지층이 집결할 겁니다.”

“투쟁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제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아, 아니, 그럼 차라리 삭발을 하는 게…….”

삭발이야 머리를 자르는 것을 끝이다. 보기는 좀 흉하겠지만, 어차피 머리카락이야 다시 자라니까. 하지만 밥을 안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삭발은 이미 지난번에 다른 의원들이 많이 했습니다. 같은 걸 또 해서는 국민들에게 임팩트를 주기 힘듭니다.”

다른 의원들도 마상태 의원의 말을 거들었다.

“단식투쟁으로 확실한 결의를 보여줘야 합니다.”

“어차피 청와대에서도 만류할 거고, 여당에서도 만류할 겁니다.”

“지지자들도 걱정하며 함께 단식에 나서면 큰 이슈가 될 겁니다.”

마상태 의원이 다시 말했다.

“중간중간 최소한의 영양분을 섭취하실 수 있도록 저희가 계속 지원하겠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만 버티시면, 언론에서 건강이상설과 생명이 위독하다는 얘기가 나올 거고, 여당과 청와대도 반응할 겁니다. 그때 저희가 나서서 대표님을 강제로 병원으로 이송시키겠습니다.”

연나경 대표는 심사숙고했다.

지금 상황에서 단식이 정부 정책을 바꾸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당내 반발을 억누르는 것에는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때까지 당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편이 유리했다.

연나경 대표는 결심을 굳혔다.

* * *

회사 구내식당에서 택규와 함께 밥을 먹는데, TV에서 속보가 흘러나왔다. 다름 아닌 연나경 대표의 단식 발표였다,

TV에 나온 연나경 대표는 국회에 모인 기자들 앞에 서서 말했다.

“나라를 망가뜨리려는 허창민 정권의 악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가의 위기가 걱정돼 투쟁을 더는 늦출 수가 없습니다. 지난70년 대한민국의 안정과 번영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한미일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허창민 정권은 이 성공의 공식을 깨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위기에 빠지게 한다면, 제1야당 대표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것밖에 없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필사즉생의 각오로 단식투쟁에 들어가겠습니다!”

택규는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오! 우리 연 대표님 단식투쟁하시네.”

“흐음. 단식투쟁이라.”

저게 효과가 있으려나?

“너도 옆에서 같이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난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내가 왜?”

“대표끼리 배틀하면 국민들이 즐거워하지 않겠어?”

“응. 그렇게 하고 싶으면 니가 해.”

옆에서 밥을 먹던 서상원 팀장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단식이 보기보다 쉽지 않습니다. 고통과 인내의 연속이죠.”

“누가 들으면 해보신 줄 알겠는데요,”

택규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해봤습니다.”

“오! 정말요?”

서상원 팀장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대학 다닐 때 잠깐 운동권에 몸을 좀 담았었거든요. 등 떠밀려서 몇 번 해봤는데, 사람이 할 짓이 아니더군요.”

엘리트 코스만 걸은 줄 알았는데, 그런 과거가 있었을 줄이야!

유리를 포함한 다른 직원들도 우리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서상원 팀장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단식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언제 끝내느냐는 겁니다.”

택규가 말했다.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면 끝나는 거 아니에요?”

“그게 가장 베스트긴 한데, 그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굶어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그렇다고 스스로 단식을 철회하기도 힘들구요.”

“그럼 어떻게 하나요?”

“둘 중 하나죠. 주변에서 만류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만두거나, 쓰러지거나 쓰러진 척해서 병원에 실려 가거나.”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단식투쟁은 그렇게 끝났던 것 같다.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의원님께서 말씀하셨지. 단식하는 국회의원은 많이 봤어도 굶어죽은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고.”

맞는 말이다.

난 서상원 팀장에게 물었다.

“단식투쟁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시작하기 전에 든든하게 배를 채워놔야 합니다.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으니, 약간 배부르다 싶은 정도가 적당합니다. 장내에 있는 음식이 완전히 소화되는데, 사흘 정도 걸리거든요. 그 다음부터는 체력과 정신력 싸움입니다. 사흘까진 뱃속에 음식물이 남아 있으니 그럭저럭 버틸 만합니다. 나흘째까지도 어떻게든 정신력으로 버티는데, 5일째부터는 진짜 제정신이 아니게 됩니다. 배가 고파서 움직이기도 힘들고, 가만히 누워있는데 잠은 안 오고, 머릿속에는 음식 생각밖에 없습니다. 보통은 이쯤에서 포기하게 되죠.”

이번에는 택규가 물었다.

“그런 것 치고는 수십일 동안 단식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지난번에 새정치당 의원 보니까 3주 넘게 단식하던데.”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만, 엄청 위험한 일입니다. 정말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꼼수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꼼수요? 혹시 몰래 음식 숨겨놓고 먹고 그러나요?”

서상원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음식을 먹지는 않습니다. 걸릴 확률도 크고 소화도 잘 안 되니까요. 보통은 포도당 캔디나, 영양제 같은 것을 숨겨놓고 먹습니다.가끔 몰래 두유나, 아침햇볕 같은 거 마시기도 합니다.”

택규는 눈을 껌뻑거렸다.

“아침햇볕이요? 그거 쌀로 만든 음료잖아요.”

서상원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한 병만 마셔도 하루 종일 든든합니다.”

“…….”

정말이지 생각도 못한 방법들이 있구나.

그만큼 단식이 쉬운 일이 아니겠지. 한 끼만 굶어도 배고픈 게 사람이다. 아무리 꼼수를 쓰더라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걸 굳이 하겠다고 하시다니. 대체 왜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택규는 다시 물었다.

“연나경 대표님께서 얼마나 단식을 하실 수 있을까요?”

“제대로 하면 일주일도 못 버틸 겁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고, 밥도 굶어본 놈이 잘 굶습니다. 단식은 온실 속에 화초처럼 자란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일주일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

서상원 팀장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꼼수 쓴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합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겨울이지 않습니까? 겨울에는 칼로리 소모가 큰 만큼 단식이 더욱 힘듭니다.”

“흐음, 그렇군요.”

씨익 웃고 있는 택규를 보니 괜히 불안해진다.

“또 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어?”

내 물음에 택규가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이라니. 연나경 대표님께서 단식하신다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좀 드리고 싶어서 그러지.”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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