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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7

EP.476 18. 만우절 (18)

바퀴의 서커스는 하나의 서커스단이기도 했지만, 해당 서커스단이 속한 유랑민 부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바퀴의 서커스 부족에 속한 모든 부족민은 성인식을 치른 뒤에 서커스단에 들어갔기에 두 집단의 구성원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바퀴의 서커스 부족에는 유일하게 서커스단에 속하지 않은 성인 부족민이 한 명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현 부족장이자 제1대 바퀴의 서커스 단장인 푸리 다이였다.

서커스 그랑프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후원자가 필요했고, 바퀴의 서커스는 유랑민 부족의 특성상 후원자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인구가 6천 명이 넘는 부족의 자치적 측면에서도 부족과 구성원 대다수가 겹치는 서커스단의 의사결정권 일부를 후원자에게 양도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후원자 문제를 자체적으로 증권을 발부함으로써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했다. 어차피 세상이 자본주의로 전환되는 시대에서 부족과 서커스단의 모호한 정체성에 대해서는 한 번 정리가 필요함을 느끼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주식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약간의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들 서커스단의 발전에 가장 기여가 많은 사람은 당연히 초대 단장인 푸리 다이였다. 그들이 자체적으로 발행한 부족민별 지분 계산표에 따르면 그녀가 가장 많은 몫을 가져가야 했다.

하지만 푸리 다이는 본인이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까 싶었다. 그녀의 나이는 110세에 달했고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머지않아 세상을 떠난다면 상속 과정에서 법인을 등록한 국가에 엄청난 세금을 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 정도 세금을 감당할 만한 현금이 없었다. 그들의 주식 지분은 곧 서커스단의 인적, 물적 자산을 자기자본금으로 삼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리 다이는 서커스단에 소속되지 않는 것을 택했다. 그녀는 주식회사를 설립하기 직전에 가진 재산을 모두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분배해 주었다. 단순 유랑민 부족 상태일 때는 상속세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푸리 다이에게 남은 재산은 그녀의 마차 한 대뿐이었다. 그녀는 바퀴의 서커스에서 곡예사로 등록되지 않은 유일한 부족민이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가지는 권위가 줄어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여전히 부족 안에서 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어제까지 저쪽도 가면을 2개 발견했고, 우리도 2개 발견했다. 이걸로 동점이로군.”

푸리 다이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천막 안을 가득 채웠다. 그녀의 앞에는 십여 명의 노인들이 잔뜩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모두 푸리 다이의 자식 혹은 자식뻘 되는 사람들이었다.

“다른 과제면 내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머릿수를 데리고 있는 놈들이 숨바꼭질에서 상대와 동점을 이루고 있다. 너희들이 그만큼 게을러진 것이냐?”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럼 아이들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냐?”

“아뇨. 그건 말입니다. 저기…….”

쩔쩔매는 노인 대신 조르주 클로팽이 대답하고 나섰다.

“맞습니다. 부족하죠.”

“뭐라고?”

“제가 제 손녀의 능력을 너무 얕봤습니다.”

클로팽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굳이 상대를 괴물서커스단이라 지칭하지 않고 자신의 손녀라고 콕 집어 말함으로써 그녀를 부족에서 추방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상기시킨 것이다. 그것은 이번 일을 자신들의 패배가 아닌 서커스 내부 인원끼리의 경쟁으로 포장하는 효과도 있었다.

푸리 다이는 그런 아들의 말에 반발심을 느꼈지만, 그가 직접 무언가를 주장한 것은 아니었기에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녀는 다른 문제를 짚고 나왔다.

“1등 상품이 뭔지 잊은 건 아니겠지?”

“서커스단에 1명의 곡예사를 추가로 영입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행사에 참여한 다른 서커스단의 사람을 지목해서 데려오는 것도 가능하지요. 단, 그 경우에 ‘곡예사’만은 안 되지요.”

여기서 곡예사란 서커스 그랑프리 참가자로 등록되어 무대에 설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을 의미했다. 그리고 현재 바퀴의 서커스에는 곡예사가 아닌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맙소사, 저놈들이 푸리 다이를 요구할 수도 있겠군요!”

노인 한 명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몇몇 노인들이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으며 웅성거렸다.

“그 아이가 설마 나를 노린다고 생각하느냐?”

“영민한 아이입니다. 우리 서커스단과 대등하게 승부를 겨루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푸리 다이의 자리를 노리냐고 제가 물었을 때, 그녀는 애매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그녀가 자신의 속내를 들킨 것에 대해 발뺌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겁니다.”

장내에 침묵이 흘렀다. 상대가 노리는 게 무엇인지 명확해지자 다들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완연했다.

그들 모두 밑에 수백 명의 식솔을 거느리고 있는 일가의 원로들로 한때 단장 자리를 두고 클로팽과 경쟁했던 사람들이었다. 비록 자신들은 클로팽을 이기지 못했지만, 차세대 단장은 자기네 일족에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현 단장인 클로팽의 자식이나 손주가 다음 단장이 될 확률이 높았겠지만, 그의 자식은 둘이나 부족에서 추방당한 터라 일족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충분히 지신들에게 기회가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클라라가 만우절 행사에서 우승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뒤집힐 것이다. 수십 명도 안 되는 서커스단으로 바퀴의 서커스를 꺾고 푸리 다이의 자리를 통째로 삼켜버린다면, 그녀가 바퀴의 서커스의 다음 단장이 되겠다는 것을 누가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안 그래도 지금 부족 내부의 젊은이들은 자기네들과 이렇게까지 대등한 승부를 펼치는 클라라를 동경하는 무리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 지명권 어차피 행사의 상품에 불과하다. 본인이 거절하면 그걸로 끝이야. 설사 내게 제안이 들어와도 적당한 핑계로 거절할 수 있었어. 원래라면 말이지. 하지만 시작부터 우리랑 그쪽이 대립각을 세운다고 세간의 이목이 모두 클라라 그 아이에게 집중되었다. 분명 우승자를 가리는 자리에서 그 아이는 자신이 내 증손녀임을 밝히겠지. 자신의 위상에 쐐기를 박으려고 말이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도전 따위를 받아준 거냐. 혹시 클라라가 네 손녀라고 일부러 판을 깔아준 것 아니냐?”

푸리 다이의 말에 원로들이 수상하다는 눈빛을 클로팽에게 던졌다. 그러고 보니 굳이 그런 자리에서 보란 듯이 클라라에게 말을 걸고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게 모두 이 상황을 위한 것은 아니었냐는 의심이 든 것이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클라라가 아무리 제 손녀라지만 저는 바퀴의 서커스 단장입니다. 서커스단에 불리한 일은 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한낱 수십 명짜리 서커스단이 우리랑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푸리 다이는 아들의 말을 쉽게 수긍했다. 그것은 그녀가 아들의 성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가 그날 무슨 일을 했는지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긴. 집시 권법을 신나서 췄다고 들었다.”

“크흠.”

클로팽은 헛기침을 했고 몇몇 원로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어린 시절, 그들끼리 집시 권법을 연습하다가 그녀에게 혼나곤 했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나도 뛰어난 아이가 내 뒤를 이으면 싫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서커스단이 그 염병할 서커스 학교 출신 계집 하나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 또한 싫다. 그러니 반드시 이기도록 해라.”

30년 전까지만 해도 곡예를 배운다고 하면 바퀴의 서커스 밑에서 수련하는 것을 최고로 쳐주곤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레카체프가 등장해서는 그 자리를 빼앗아 가버렸다. 푸리 다이는 다른 일은 둘째치고 이번 일로 부족의 명예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걱정이었다.

클로팽을 비롯한 원로들은 그녀를 안심시키며 반드시 이기겠노라고 다짐했다.

***

만우절 행사 사흘째를 맞은 괴물서커스단은 마지막 가면의 탐색을 시작했다. 숙소를 나서는 그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현재 상황은 그들에게 유리하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왜냐면 클라라가 목표로 잡은 다섯 개의 가면 중 2개를 어제 다른 서커스단이 하나씩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너무 공공연하게 장소나 인물을 특정해서 수색한 것이 문제였어. 우리가 첫날 가면을 발견한 이후로 우리를 관찰하던 서커스단 놈들이 많았던 모양이야. 그놈들이 우리가 수색하는 단서를 바탕으로 조사해서 선수를 친 거야.”

오늘 아침 일어나서야 상황을 알아챈 그들은 분함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그들은 괜히 클라라의 눈치가 보였다. 그녀가 그들에게 제공해주는 정보들은 모두 그녀가 며칠간 밤새 분석하고 연구한 것으로 그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배의 얼굴을 봐서라도 마지막 남은 하나는 절대 뺏길 수 없어.”

엘라가 결연한 표정으로 단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그녀의 말에 의욕을 불태우는데 트라이머리 형제가 삐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클라라는 결국 우리 서커스단을 잠시 머물렀다 가는 장소로 생각했던 것 아닌가?”

“맞아. 우리를 자기 앞길을 위한 도구로 써먹은 거 같은데.”

“우리는 이용당한 거잖아.”

그들의 말에 몇몇 단원이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클라라가 바퀴의 서커스 단장의 손녀이고 며칠 뒤에 성인식을 치르고 그곳으로 복귀할 예정이라는 소문은 원더스타인을 제외한 단원 모두가 알고 있었다. 스벤이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입니다!”라는 식으로 클라라의 비밀을 떠벌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의도는 그녀의 사정을 이해해주고 힘이 되어주자는 것이었지만, 며칠 내내 도시를 돌아다니느라 힘들었던 트라이머리는 클라라에게 반발심을 느꼈다. 며칠 뒤에 떠날 사람을 위해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냐는 것이다.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물론 단원들 대부분은 클라라의 사정을 이해했다. 섭섭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그녀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해석하지는 않았다. 특히 루엘로 같은 경우 절대적으로 클라라를 지지하는 축에 속했다.

“클라라 언니는 누구보다 이 서커스단을 좋아해! 절대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굳이 어린애의 마음을 꺾기는 껄끄러웠던 건지 아니면 불끈 쥔 그녀의 주먹이 두려웠던 건지 트라이머리는 입을 꾹 다물며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원더스타인이 아래층으로 내려온 것은 그때쯤이었다.

그녀는 오늘 레이나의 옛날 복장을 빌려 입고 있었다. 어깨가 드러나는 짧은 황금색 원피스에 황금색 망토를 걸쳤다.

3번째 가면을 발견하고 나면 극장 앞에서 잡지에 실을 단체 사진을 찍을지도 모른다고 다들 복장에 신경 쓰라고 엘라가 말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원더스타인은 오늘 노출도가 높은 옷을 입을 핑계를 굳이 짜내지 않아도 됐다.

그녀는 자신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단원들의 시선과 썰렁한 식당 분위기에 잠시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복장에 노출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 이옷을 입을 때, 레이나는 짙은 스타킹으로 다리를 가렸지만, 그녀는 지금 다리를 모두 드러내고 있었다.

“레, 레이나 옷을 빌렸는데…… 아, 안 어울려?”

“아니. 잘 어울리는데?”

솔직히 노출이 너무 많기는 했지만 엘라는 굳이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괜히 그랬다간 트라이머리의 의견에 동조해 클라라의 행색을 트집 잡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냥 오늘 아침에 들은 소식에 다들 떨떠름해 있었을 뿐이야.”

“아, 그거? 하하, 걱정하지 마. 세 번째 가면을 찾으면 그만이니까. 내가 아까 작성한 정보를 바탕으로 단장님 지시에 따라 잘 수색하면 잘 될 거야.”

솔직히 지금의 원더스타인으로서는 가면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신경 쓰는 것만으로 머리가 깨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단원들의 의욕을 꺾을 수는 없었기에 억지로라도 힘내는 척을 해 보였다.

“오늘, 내일이면 이 고생도 끝이네요. 우리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요.”

단원들은 그녀의 미소에서 슬픔과 불안감을 애써 감추고 있는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를 비판했던 트라이머리조차 그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굳이 그녀의 사정에 대해 내색하지 않고 평소처럼 시끌벅적한 태도로 그녀의 말에 호응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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