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478

EP.477 18. 만우절 (19)

숙소를 나온 단원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출발하는 마차에 올랐다. 어제처럼 다른 서커스단에 미행당해 가면을 뺏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그들은 감시자들의 착란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렇게 10여 대의 마차를 타고 도시를 빙빙 돌다가 중간에 한 명씩 내려 각자 전철, 인력거, 마차, 도보를 이용해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감시자들로서는 골치 아픈 일인데 그중에는 가짜 목적지로 향하는 단원들도 있었다. 그들은 수색에 능한 단원들이 진짜 목적지에서 가면을 수색하는 동안 다른 서커스단이 엉뚱한 곳에서 헤매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걸로 미행을 완벽히 막아낼 수 있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적어도 오늘 있을 수색에서 다른 서커스단에 앞지르기당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 언니! 나중에 봐!”

“응.”

원더스타인은 루엘로와 인사하며 마차 위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로서 조심스럽지 못한 행동이었다. 순간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모두 그녀에게 집중되었지만, 그녀는 뭐가 즐거운지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망할 창녀 오라버니! 아무한테나 몸을 보이면서 좋아한단 말이야? 남자일 때나 여자일 때나 헤픈 건 여전하잖아. 으, 열 받아.’

클라라는 당장 그녀를 붙잡고 그녀를 소유하기에 적합한 유일한 사람이 누군지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것을 인정할 때까지 쾌락에 절어 허덕이게 만들고 싶었다.

자신이라면 할 수 있었다. 이미 집 안에 있는 여러 동식물로 데볼루트를 다루는 연습을 몇 번 해봤다. 내분비 물질을 조작하면 사람 하나 굴복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클라라는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오라버니는 자신의 것이 될 예정이었다. 이미 그에게는 그것을 위한 계획이 마련되어 있었다.

“몸조심하세요.”

클라라는 그렇게 싸늘하게 한 마디 툭 내뱉고는 마차를 출발시켰다. 이윽고 마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원더스타인은 재빨리 망토로 몸을 가렸다.

“제길, 이래도 안 되는 건가.”

그녀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사방을 노려봤다. 그러자 지금까지 그녀의 몸매를 몰래 살펴보던 자들이 황급히 제 갈 길을 갔다.

“쯧, 하여간 남자들이란.”

원더스타인은 소름 돋는다는 듯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그녀라고 그들의 음흉한 시선을 받는 것이 좋을 리 없었다. 원래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긴박한 사정만 없었어도 이런 옷은 절대 입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벌레가 온몸을 기어 다니는 꺼림칙함을 느꼈다.

“일단은 여기서 벗어나야겠군.”

주변에는 여전히 그녀를 주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노골적인 호색한도 있었지만 가면의 단서를 캐내려는 작자들도 있었다.

첫날 클로팽과 대립각을 세운 것도 그녀였고, 클라라가 인터뷰에서 가장 공로가 크다고 밝힌 사람도 바로 그녀였으며, 결정적으로 어제 현장에서 이러쿵저러쿵 지시를 내리고 다니던 사람도 바로 그녀였다. 꼬리가 붙는다면 그녀 쪽에 붙을 확률이 제일 높았다.

‘미리 정해진 루트로 달리면 된다고 했지?’

클라라는 자신을 위해서 특별히 도주 루트를 짜주었다. 그는 막다른 골목과 사각지대를 적절하게 이용해 추격자를 따돌리기 쉽게 경로를 설계했다.

실제로 몇 번 방향을 틀 때마다 그녀의 뒤를 쫓는 자들이 하나둘 사라져 갔다. 그녀는 클라라의 천재적인 솜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추적자들을 모두 떨쳐냈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인적이 드문 골목 한중간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클라라가 건네준 지도를 따라 무작정 걷다 보니 시내 중심부에서 떨어진 곳까지 와버린 것이다.

“어이, 어이, 거기 가는 아가씨 우리랑 놀고 가지 않겠어?”

“켈켈, 대놓고 사내를 유혹하는 복장 아닌가? 창녀인 것 같은데?”

그녀가 지도를 들여다보며 전진이냐 후퇴냐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녀의 앞뒤로 남자 둘이 길을 가로막고 섰다. 그 행색이나 말투로 보아 이 근처를 배회하는 불량배인 것 같았다.

“아직 훤한 대낮이지만 우리랑 진한 몸의 대화 나누고 가지 않을래?”

“우리가 천국에 데려가 줄 테니까 아주.”

그들은 건들거리는 태도로 원더스타인을 향해 다가왔다. 그녀는 바닥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이 세계에 와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할 줄은 몰랐는데. 그녀는 한 차례 고개를 내젓고는 큰 소리로 단원 중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레이나!”

그녀는 자신을 원더스타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만은 단장으로서 상태창의 각종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멀리 있는 그녀의 인스피라를 발동시킬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이름: 귀가 명령

적용 대상: 가면을 쓴 레이나

효과: 대상의 이름을 부르면서 마음속으로 ‘통금!’이라고 외치면, 대상을 즉시 앞으로 불러들입니다. 단, 대상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요구 자원: 레이나의 호감도 15, 가면을 벗고 쓸 때마다 최대 1회 충전.

원더스타인 앞에 사람 형태의 황금색 연기가 뭉게뭉게 솟았고, 곧이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귀신의 가면을 쓴 여인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죠, 엄마?”

“저들이 날 납치하고 싶은 모양인데, 네가 좀 그러지 말라고 설득해주지 않을래?”

레이나는 두 남자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던졌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비록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분노로 일그러졌다.

“감히…….”

레이나는 소품실을 통해 그녀의 작두를 꺼내 들었다. 2m 가까이 되는 길이의 칼이 허공에서 솟아 나왔다. 호감도 50을 넘긴 단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소품실의 개인 사물함 기능이었다.

“뭐, 뭐야, 저건.”

“서, 설마 진짜 칼?”

불량배들이 들고 있는 무기라고는 깨진 나무 방망이에 한 뼘 길이의 면도칼이 전부였다. 그들은 레이나가 뿜어대는 흉흉한 기세에 전의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죽어.”

레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들을 향해 작두를 휘둘렀다. 그러자 그들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녀 앞에 납작 엎드려 고개를 조아렸다.

“지, 진정하시죠!”

“저, 저희는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입니다!”

그들의 말에 레이나의 손이 멈췄다. 그녀의 작두는 몽둥이를 든 남자의 목에 닿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멈춰 섰다. 그녀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원더스타인을 자신의 등 뒤로 숨기며 질문했다.

“누가 시켰는데?”

불량배 두 사람은 잠시 시선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게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 키 크고 잘생긴 금발의 남자가 와서…….”

“우리 보고 저기 파란 머리 아가씨를 납치하는 척을 해줄 수 없겠냐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와서 때려눕히는 척하면 또 맞아달라고.”

“납치하기 편하게 지도까지 그려서 줬습니다. 이 경로로 움직일 테니 따라다니다가 주변 사람이 없어졌을 때 덤비라고.”

“…….”

두 사람의 증언에 레이나와 원더스타인 모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들의 말에 부합되는 사람은 세상에 한 명밖에 없었다.

“클라라가 왜 이런 짓을?”

“엄마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이런 복장을 하면 위험하다고.”

“그럴 확률이 높겠군. 그만큼 내가 클라라에게 수치심을 많이 준 모양이야.”

“작전이 잘 먹혀들어 가고 있다는 걸까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물론 현실은 두 사람의 추측한 것과 전혀 달랐다. 클라라는 원더스타인의 행동에 당연히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 이번 일도 그저 원더스타인을 자신에게 굴복시키기 위한 계획의 첫 단계일 뿐이었다.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백마 탄 왕자님처럼 짠하고 나타나서 구해준다. 헤헤, 오라버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나한테 안겨들겠지?’

물론 클라라가 세운 계획에는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방법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뭔가 로맨틱했기 때문이다.

클라라가 세상을 배운 방식은 어디까지나 험담, 소문, 오해의 속삭임을 통해서였다. 그녀는 그걸로 세상의 어두운 면을 모두 겪어보고 세상사를 통달한 척했지만, 사실 그녀가 속삭임을 통해 배운 세상은 어디까지나 세상의 아주 피상적인 일부일 뿐이었다. 그것도 책처럼 논리정연하게 정돈된 지식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지껄임이 전부였다.

그것은 마치 인터넷에서 떠도는 익명의 자극적인 일화만을 선별적으로 섭취해놓고 어떤 문제를 다 아는 것처럼 구는 어린애들과 유사했다. 클라라 속에 노련한 지혜와 미성숙한 인격이 공존하는 것은 그래서였다.

“으악! 막다른 길이다! 이런 곳에 사각지대가? 어떡해, 오라버니! 진짜 납치당하는 거 아냐?”

실수가 잦은 것 역시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말이다. 원래 그는 이 타이밍에 원더스타인을 구하러 나타나야 했다. 그러나 자신이 설계한 경로를 기억에 의존해 따라가다 보니 방향 감각에 혼란이 와 그만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베어버릴까요? 어쩌면 진짜 여자를 납치하고 팔아먹는 놈들일 수도 있어요.”

더는 들을 얘기가 없다고 판단한 레이나는 검을 다시 치켜들었다. 그러자 불량배 둘은 기겁해서 소리쳤다.

“아,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지역 대학의 연극부원들입니다.”

“교수님이 알면 죽습니다! 제발 조용히 넘어가 주십시오!”

두 사람의 말에 원더스타인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연극부원이 왜 이런 일을 하는 겁니까?”

“그, 그것이…….”

“서커스 그랑프리 때문이죠!”

“뭐라고요? 농담하는 겁니까?”

“아뇨. 정말입니다! 그것 때문에 세계적인 서커스단들이 번갈아 가며 1년 내내 도시에 머무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우리 같은 아마추어들의 연극이 잘 팔릴 리 있겠습니까? 이런 일을 해서 돈이라도 벌어야 학비를 내죠.”

두 사람이 애걸하며 사정했다. 레이나는 그들의 발성과 몸짓을 보고 그들이 연극부라는 게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감히 엄마의 몸에 손을 대려 했던 자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본보기로 팔 한 짝씩은 베어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원더스타인이 바로 그녀를 제지했고 그녀는 순순히 칼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마음씨가 너무 좋으세요.”

“그냥 봐주자는 게 아니야. 일단 클라라가 오면 우리가 걔한테 속은 척 연기에 어울려 주자. 어쨌든 클라라 쪽에서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한 거잖아. 뭔가 실마리를 보일지도 몰라.”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골목 저편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원더스타인이 급히 눈짓했고 레이나는 건물 위로 몸을 날렸다.

“자, 어서요! 아까 하던 연기 다시 해요!”

“네?”

원더스타인의 요구에 불량배 둘은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들킨 마당에 그들로서는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당신들 배우라면서요! 그러면 일단 눈앞의 배역에 최선을 다해봐요!”

그녀의 일갈에 두 남자는 뭔가 느끼는 게 있는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 어이, 거기 가는 아가씨 우리랑 놀고 가지 않겠어?”

“켈켈, 대놓고 사내를 유혹하는 복장 아닌가? 창녀인 것 같은데?”

아까했던 연기가 그대로 재생되었다. 그래도 연극부원이라 이건가. 원더스타인은 두 사람의 연기에 짧게 감탄한 뒤 그들에게 손짓해 자신의 양손을 제압하라고 한 다음, 수치심과 분노가 반반 섞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윽, 내, 내가 감히 이런 놈들에게…….”

“흐흐, 이거 엄청난 미인이잖아?”

“오늘 아주 대어를 건졌는데.”

원더스타인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그들에게 붙잡히기 전에 원더스타인은 챙겨온 양파 조각을 눈 주위에 비빈 덕분이었다. 오늘 계획에는 많은 사람 앞에서 눈물 쏟아 클라라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게 있었던 터라 준비한 것이었다.

그리고 딱 그 타이밍에 맞춰 골목 입구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그것은 이곳으로 급히 달려오던 발소리의 주인공이었다.

“뭐야, 이 상황은…… 잠깐! 어이, 거기 흉하게 생긴 놈들! 감히……. 선배 몸에서 손 떼지 못해!”

그것은 카렌이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