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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9

478화.

[미국 연준, 기준금리 0.75퍼센트 인상!]

[연준, 추가 금리인상에 무게]

[맥클레이 쇼크! 충격은 어디까지?]

[12월의 기준금리 인상이 의미하는 바는?]

[신흥국 증시, 산타랠리 기대하기 힘들어져]

[미 재무부, 예상 밖의 인상에 당혹스러운 기색]

[백악관의 반응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충격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인상 폭도 문제지만, 시기도 최악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기업의 모든 것은 회계로 보여진다. 결산일의 환율에 따라 수익규모와 손익이 갈린다.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이 연말에 환율을 미세하게 조정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신흥국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기업들 또한 난리가 났다.

미국기업이라고 해서 미국에서만 생산하고 판매를 하는 게 아니다. 신흥국 환율이 폭락하면, 그 나라에서 발생한 매출과 순이익 역시 함께 줄어든다.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대체 연준은 무슨 생각이야?”

“올릴 거면 차라리 1월에 올리든지.”

“하필 결산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게 뭔 미친 짓이야?”

금융사들의 충격은 더욱 컸고, 채권시장 역시 혼란에 휩싸였다.

일반적으로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즉,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하락하고,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가격은 오른다.

기준금리가 0.75퍼센트 움직였다고 해서, 채권가격도 0.75퍼센트씩 움직이는 게 아니다. 약간의 금리변동에도 채권가격은 수십 퍼센트씩 등락을 거듭한다. 채권투자자들은 이번 금리인상으로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였다. 채권 비중이 큰 펀드들은 1년 수익을 전부 토해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물론 금리인상을 예견한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다들 해가 넘어간 뒤 0.25퍼센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거라 생각했지, 12월에 기습적으로 대폭 인상할 거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쇠사슬을 세게 잡아당기면, 힘을 준 곳이 아니라 가장 약한 고리가 먼저 끊어진다.

미국증시는 3퍼센트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신흥국들은 훨씬 큰 충격을 받았다. 돈은 수익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향해 흐른다.

투자자들이 신흥국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꿔 빠져나가면서, 신흥국 증시와 화폐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미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페소화는 하루 동안 50퍼센트 넘게 폭락했고, 브라질 헤알화도 25퍼센트 폭락했다.

일부 국가들은 환율방어를 위해 1인당 환전 금액을 제한시키는 조치까지 발표했다.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각국 중앙은행들도 미국의 뒤를 따라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 인도, 브라질,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필리핀 할 것 없이 신흥국들은 부랴부랴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한국은행 역시 긴급회의를 열었다. 세 시간에 걸친 회의 뒤에 이현준 한은총재는 굳은 표정과 침착한 목소리로 회의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반드시 따라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자본유출 우려가 적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금융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위기상황 발생할 신속하게 대응하겠습니다.”

말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상 시장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립서비스에 가까웠다.

한국은 이미 미국에 비해 금리가 낮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연준 금리인상으로 격차가 1퍼센트 이상 크게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1.5퍼센트인 기준금리를 다음 금통위에서 최소한 0.5퍼센트, 많으면 1퍼센트까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 * *

사흘 동안 전 세계에서 3000억 달러가 넘는 시총이 증발했다.

한국경제 역시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동안 증시는 계속 상승세였고, 고점논란이 있었던 만큼,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지수는 벌써 5퍼센트 가까이 빠졌고, 환율도 들썩거렸다.

다행히 한국은 경상수지가 계속 흑자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하다. 위기상황이 발생해도 어느 정도 버틸 체력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이 한둘이 아니다. 신흥국뿐 아니라 유로존에 속해 있는 선진국들 역시 심각한 눈길로 이 상황을 바라보았다.

환율이 오르며 수입물가가 치솟자, 남미에서는 거센 시위가 일었다. 이미 디폴트 상태인 베네수엘라에서는 폭동이 일어났고,볼리비아와 칠레 역시 정권퇴진 운동이 벌어졌다.

중국경기가 급랭하고, 아르헨티나와 그리스가 조만간 디폴트를 선언할 거라는 얘기가 슬슬 흘러나오며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각국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선포했고,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혼란 속에서도 맥클레이 의장은 금리인상 기조를 굽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 * *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계 증시는 상승세였고, 투자자들은 연말 랠리를 기대하며 주식을 사들였다.

그런데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오를 때는 끝도 없이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떨어질 때는 온갖 비관적 전망이 쏟아진다. 어느새 긍정론은 자취를 감추고,비관론이 그 자리를 메웠다.

이제 관건은 연준이 과연 어디까지 금리를 올리느냐이다.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리긴 하지만, 앞으로 한두 차례 이상은 힘들 거라는 게 중론이었다.

허창민 대통령 역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정기수 경제부총리에게 금융시장 안정을 당부했다.

택규는 혀를 내둘렀다.

“진짜 난리도 아니네. 금리를 올린다는 게 이 정도로 큰일일 줄이야.”

“그동안 저금리로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으니까.”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귀결된다.

미국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제로까지 낮춘 것도 모자라 돈을 찍어 시중에 직접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그 정도로 돈을 풀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생겨야 정상이다. 하지만 달러는 기축통화. 미국이 발행한 달러는 전 세계로 흘러들어갔다.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을 수출한 셈이다.

그리고 이제 그 돈을 회수하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거고.

현재 전 세계는 미국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난 중얼거리듯 말했다.

“왜 하필 지금일까? 이건 마치 일부러 시장에 충격을 주려는 것 같은데.”

택규가 물었다.

“그러면 안 돼?”

“안 될 것 없긴 한데…….”

연준이 의도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나섰다는 얘기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 하기에도 이건 도가 지나치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무기로 다른 나라를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향후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일어난 사건이다.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그에 맞춰서 대응을 해야 한다.

난 한 가지 의문을 느꼈다.

“로날드 대통령이 조용한 게 뭔가 좀 이상한데.”

내가 아는 로날드라면 절대로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이는 지지율 상승에 엄청난 도움이 됐다. 때문에 로날드는 재선 전까지 금리인상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금리인상 얘기가 나올 때마다 투위터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조용했다.

미 언론들은 연준이 사전에 행정부와 일정 부분 교감이 있었을 거라 추측했다.

그럼 로날드는 알면서도 묵인해준 건가?

* * *

며칠 후.

난 로날드 대통령의 연락을 받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잘 지내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어떠십니까?”

로날드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나야 항상 똑같지.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로군.]

우리는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 그는 내 결혼에 대해 물어보았고, 자신의 아들과 딸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런 얘기 말고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난 물어보는 대신 그의 얘기를 들으며, 그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자네는 나한테 아무것도 묻지 않는군.]

“어떤 걸 말인가요?”

로날드는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말이네. 내가 결정한 것도 아닌데, 다들 나한테 묻기 바쁜데.]

“모두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요.”

지금도 TV만 틀면 이 문제와 관련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다른 국제 이슈를 전부 집어삼키는 모양새다.

[자네는 금리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냥 말해보게.]

“다른 사람들 의견과 비슷합니다. 인상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12월에 이렇게 큰 폭으로 올린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각국에서 무슨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나보다 그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흐음, 그렇군.]

그의 목소리와 어투에서, 난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것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자네는 내 친구인가?]

난 이제까지 그와 함께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특이한 대통령이었다. 단 한 번의 공직도 역임하지 않은 채 대통령 자리에 올랐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한 독불장군 같은 성격 덕분에 빅원의 위기에서 미국을 구해낼 수 있었다.

그가 좋은 대통령인지 아닌지는 미국인들이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그가 내 친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렇습니다. 전 대통령님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고, 대통령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웃음을 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누구랑 같이 있나?]

“옆에 택규가 있습니다.”

[그 친구라면 믿을 수 있겠군.]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얘기인가?

잠시 후, 그는 한숨 내쉬듯 말했다.

[알고 있겠지만, 난 대통령이 된 뒤로 각종 스캔들에 시달렸네. 언론과 정적들은 내가 한 모든 일과 모든 발언을 문제 삼아 나를 공격했지.]

이는 그가 미국정계의 주류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딱히 착하게 살아오지도 않았고.

여자, 막말, 탈세, 위법, 불법 등등.

어떻게 보면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나중에 대통령이 될 거라는 건 그 자신도 몰랐겠지.

다행히 치명적이라 할 만한 것은 아직 없다.

[그중에서 아직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일이 있네. 그런데 누군가 그것을 알고 있고, 증거를 가지고 있네.]

“……예?”

그 말에 난 깜짝 놀랐다.

“어떤 스캔들인가요?”

[그게 중요한가?]

사실 스캔들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가요?”

로날드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치명적이네. 알려질 경우, 재선은 실패한다고 봐야겠지. 어쩌면…….]

그는 말끝을 흐렸다.

“탄핵이 될 수도 있는 일인가요?”

대답은 한참 후 들려왔다.

[그보다 심할 수도 있네.]

누군가 미국 대통령을 무너뜨릴 만한 카드를 쥐고 있다는 건가?

“그게 누굽니까?”

[잘 모르겠네. 직접적으로 협박이나, 뭔가를 요구받은 적은 없으니까. 하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네. 지금은 주위에 있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지.]

난 목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쪽에서 원하는 건요?”

[그것도 알 수 없네. 다만 재무부에 관련된 이들이 다수 있는 것 같고, 내가 그쪽 일에 관여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더군.]

정부조직에 속한 모두가 대통령의 말을 일사분란하게 따르는 게 아니다.

같은 조직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각자 생각이 다르고, 소속된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기 마련.

공직과 사직이 엄격하게 구분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그렇지 않다. 재무부 고위관료들 중에는 골든게이트나 JP모건 출신들도 많고, 이들은 퇴직 후 다시 거액의 연봉을 받고 IB나 PEF로 자리를 옮기도 한다.

오죽하면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이 미국을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설마 그래서 금리인상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건가?

난 소리 지르고 싶은 것을 참으며, 애써 침착하게 물었다.

“혹시 이번 금리인상도 대통령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진행된 건가요?”

[맞네. 나도 발표를 보고 나서야 알았지.]

여기까지 말해준 것만 해도 나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화가 녹음돼서 유출되기만 해도 그에게는 치명적이다. 아마 나 외에는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도움 드릴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로날드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Thank you, my friend.]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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