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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9

EP.478 18. 만우절 (20)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아는 카렌은 겉보기에는 씩씩하지만, 은근히 여린 면모가 많은 아이였다. 활달하면서도 남 생각도 잘해서 또래들과 있을 때 화를 내거나 토라지는 모습은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그녀가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차갑게 눈을 치켜뜨고 이곳을 향해 걸어오는 그녀는 전투 직전의 맹수와 같이 사납고 흉흉한 기운을 풍겼다.

현재 카렌의 마음속은 맹렬한 분노로 끓어 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원더스타인의 눈가에 가득한 눈물 자국을 보며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선배가 울고 있었다. 그렇게 당당하고 기품있던 선배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무력하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따위 하찮은 불량배들 때문에.

감히…… 감히…….

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은 말 할 때, 선배를 두고 꺼져라.”

카렌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 마음 같아서는 눈앞의 두 남자를 분이 풀릴 때까지 두들겨 패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클라라가 다칠 염려가 있었다. 일단 그녀가 이 자리를 벗어나게 하는 게 먼저였다.

“계집인지 사내인지 알 수 없는 녀석이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딱 그말이군.”

연극부원 두 사람은 예상 밖의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해냈다. 그들은 정말 뒷골목에서 닳고 닳은 불량배들처럼 위협적인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둘 다 제국으로 데려가서 노예로 팔아버리자! 사내놈은 투기장에, 계집년은 매음굴에!”

“크하하! 내 개 잡는 몽둥이가 오랜만에 피를 먹겠구나!”

원더스타인은 그들이 카렌의 화를 너무 돋우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그녀의 표정은 이제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마흔넷! 이게 무슨 숫자인 줄 아느냐? 지금까지 내가 몽둥이로 깨버린 대가리의 수다!”

“네 녀석의 팔다리를 부러뜨린 다음에 그 앞에서 이 계집을 범해주마!”

두 사람은 괴성을 내지르며 카렌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과 카렌의 체격 차는 상당했다. 거기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있었고 그녀는 맨손이었다. 도저히 공평한 싸움이라 부를 수 없었다.

“덤벼줘서 고마워. 선배가 다치지 않겠어.”

카렌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싸움은 순식간에 끝났다. 카렌은 유술을 활용해서 덤벼드는 두 사람을 그대로 땅에 메다꽂아버렸다.

원더스타인은 카렌이 마지막으로 내동댕이친 남자의 몸이 뭔가 부러지는 소리를 내며 축 늘어지는 것을 보고 놀라서 달려갔다. 혹시나 목이 부러져서 죽은 게 아닐까 해서였다. 다행히 남자는 손목이 부려지고 기절했을 뿐이었다.

“휴, 다행이다. 살았어.”

둘을 때려눕혀 속이 후련해졌던 카렌은 그런 원더스타인의 모습을 보고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지금 선배가 남 걱정할 처지인가?

“선배.”

“아, 카렌. 도와줘서 고마…… 윽!”

카렌은 그녀의 목덜미를 쥐고 몸을 일으키도록 했다. 그리고 그녀를 두 남자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진 위치까지 끌고 가 바닥에 내던졌다.

“앗, 무슨 짓이야?”

“선배 제정신이에요?”

카렌은 진심으로 화가 나서 버럭 소리쳤다.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 놀라서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혼자서 이런 외진 곳을 돌아다녀요? 몸도 안 좋다는 사람이?”

“아, 몸은 이제 좀 괜찮아졌어. 단원 모두가 일하는데 나만 쉴 수는 없잖아.”

괜찮기는 개뿔. 그녀의 몸이 괜찮았다면 자신이 10초면 쓰러트릴 상대에게 저항도 못 하고 붙들릴 리 없었다. 카렌은 욕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복장은 이게 또 뭐예요? 이런 걸 입고 다니니까 저런 녀석들이 꼬이잖아요. 설마…… 선배 그런 시선을 즐기는 건 아니죠?”

카렌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원더스타인은 펄쩍 뛰며 소리쳤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나, 난 그저…… 클라, 아니, 단장님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뭐라고요?”

카렌의 반문에 원더스타인은 입을 딱 다물었다. 노출을 즐기는 게 아니라고 반박하려다 보니 굳이 안 해도 될 소리까지 하고 말았다.

카렌은 입을 꾹 다문 그녀의 모습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관통했다.

‘그 남자가 설마……. 마야를 뺏어간 것도 모자라 클라라 선배까지?’

카렌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었지만, 정황을 보면 그녀가 원더스타인을 좋아하는 건 사실인 것 같았다. 다행히 아직 진도가 나간 것은 아닌 것 같지만…….

그때, 카렌이 나왔던 골목 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본 그녀는 금발의 남자가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이곳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허억, 허억, 차, 찾았다!”

드디어 원더스타인을 찾은 클라라는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가 기뻐할 수 있는 것은 잠시뿐이었다. 그는 곧 원더스타인과 그녀를 보호하듯 끌어안고 있는 카렌,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연극부원들을 보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알아차렸다.

“이 사람들이 갑자기 시비를 걸었는데 카렌이 구해줬어요.”

“그, 그랬군요.”

클라라는 속으로 안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자신이 어떻게 마련한 계획인데. 죽 쒀서 개 준 꼴이 됐다.

“금방 뒤따라 오려고 했는데 하필 제가 짜준 루트를 제가 까먹어 버려서…….”

“단장님이 클라라 선배를 이런 곳으로 보냈어요?”

“아, 그게 난 괜찮은 줄 알고…….”

“제가 없었다면 선배가 어떤 꼴을 겪었을지 알기나 해요?”

카렌은 클라라 앞에서 원더스타인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 여자 저 여자 손대는 이딴 한심한 남자에게 선배가 빠지다니. 그녀는 이 남자가 얼마나 못난 인간인지 선배 앞에서 증명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몇 마디 하기도 전에 원더스타인이 그녀를 제지하고 나섰다.

“카렌, 그만해.”

“하지만 선배…….”

“잠시 물러나 있어 줄래? 단장님과 둘이서만 얘기하고 싶어.”

선배를 구해준 사람은 바로 저라고요. 카렌은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삼켰다. 그녀는 원더스타인을 한 번 노려봐주고는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미안하다. 이 몸에 들어온 나는 너무 무력하구나. 카렌 양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몰라.”

원더스타인은 생각만 해도 두렵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클라라는 그녀가 자신이 그들을 고용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뇨. 오라버니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사과할 거 없어요. 우리가 이렇게 된 게 오라버니 탓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네 몸인데 큰 수치를 당할 뻔했잖니.”

“에이, 수치는 무슨 수치예요. 저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렇지도 않다고?”

원더스타인은 슬쩍 떠보듯 던진 말에 그녀가 너무 태연한 얼굴로 대꾸하자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네. 저는 그저 오라버니가 걱정되었을 뿐이에요. 솔직히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옷의 노출이 너무 심했잖아요.”

“아.”

원더스타인은 머리가 어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고 믿고 이틀이나 쏟아부은 건데, 사실 그게 모두 착각이었다고? 그녀가 보인 격한 반응들이 모두 그저 자신을 걱정해서 그런 거였다고?

“미치겠군.”

“네?”

지난 이틀 동안 결국 헛수고했다는 소리였다. 원더스타인은 바닥에 그대로 대자로 뻗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제 남은 시간은 38시간. 정말 클라라의 마음을 돌려놓을 방법은 없는 걸까?

그녀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렸다. 고함을 치거나 욕을 할 여력도 없었다. 그냥 잠시만이라도 모든 문제를 던져 놓고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다.

“이럴 시간이 없다.”

“네?”

원더스타인은 클라라를 향해 짜증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세 번째 가면을 찾아야 하잖아. 난 이제 괜찮으니까 넌 어서 가면이나 찾으러 가.”

“하지만 일단 오라버니부터 먼저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에…….”

“카렌!”

원더스타인은 멀찍이 떨어져 있는 그녀를 재빨리 자신의 옆으로 불렀다. 그러고는 클라라를 향해 이만 가보라고 손짓을 해 보였다.

“카렌이 제 옆에 있어 줄 거예요. 단장님은 세 번째 가면 수색을 계속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클라라는 자신을 향해 승리감에 가득 찬 미소를 짓는 카렌을 한 번 흘겨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원더스타인은 그가 떠나는 것을 보고 카렌에게 가까운 휴식 장소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지금 이대로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단 어딜 가서 퍼질러 앉아 있고 싶었다.

-작전은 실패다. 레이나, 너도 일단 가면 수색에 동참해.

레이나는 엄마와 함께 가고 싶었지만, 그녀의 단호한 명령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클라라에게 수치심을 주자는 제안했던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그녀 때문에 원더스타인은 주어진 시간의 절반 동안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말았다.

-알겠어요.

그렇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길을 떠났다. 남은 것은 카렌에게 당해 기절한 남자 둘뿐이었다.

잠시 후, 검은 쫄쫄이를 입은 남자 한 명이 그곳에 나타났다. 그는 카렌의 이복 오빠이자 파파엘 서커스의 단장인 홉스였다. 그는 오늘 원더스타인의 추적과 감시를 맡고 있었다.

“카렌 자식, 추적 대상과 붙어서 가면 어쩌자는 거야?”

그는 저 멀리 클라라와 함께 걷는 카렌을 보며 혀를 찼다. 선배의 얼굴을 바라보며 헤실대는 그녀의 꼴을 보아하니 상대에게서 정보를 캐낸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현재 파파엘 서커스는 가면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테레나 노천극장이 낸 문제는 그들의 지식이나 정보력으로 감히 손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홉스는 괴물서커스단이 바퀴의 서커스와 호각의 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고 카렌을 이용해 그들에게 정보를 구걸해보려 했으나 동생은 그것을 거절했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서커스단처럼 감시와 추적을 통해 정보를 캐내는 중이었다.

“어, 이건?”

이만 원더스타인 추적을 재개하려던 그는 골목 구석의 담벼락 아래에서 수첩을 발견했다. 그것은 아까 원더스타인이 카렌에게 내동댕이쳐졌을 때 떨어트린 것이었다.

그는 재빨리 그것을 펴봤다. 그 안에는 오늘의 추적 대상에 대한 모든 정보가 기재되어 있었다. 그의 눈이 승리감으로 번뜩였다.

“카렌의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건 경쟁이니까.”

그는 그것을 챙겨 재빨리 자리를 떴다.

***

대로로 나와 마차를 잡아타고 시내로 나오는 동안 원더스타인은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다. 기껏 믿고 따라가던 실마리가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탓에 그녀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이것은 예전에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준비했던 공략 영상이 날아가 버렸을 때 받은 충격과 비슷했다. 무려 6시간을 세이브나 일시 정지도 한번 없이 공들여 플레이한 영상이었는데, 저장 장치 오류로 영상이 통째로 삭제되어 버렸다. 그때의 막막한 심정이 지금 그녀가 느끼는 감정과 유사했다.

“선배, 맥주 나왔어요!”

“고마워.”

두 사람은 현재 시내에 있는 한 술집의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카렌이 건넨 얼음이 담긴 맥주잔을 한 번에 비워버렸다. 거칠고 쌉쌀하고 차가운 액체가 목구멍을 쓸고 내려가자 그녀는 속이 조금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햐, 시원하군.”

“확실히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덥죠?”

“그것도 그렇지만 속이 답답해서.”

원더스타인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맥주를 한 잔 더 요청했다. 카렌은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그녀의 그런 차갑고 무심한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 역시 선배는 멋져.’

그녀의 눈빛, 표정, 목소리, 말투 모든 것이 카렌의 심장을 찔렀다. 원더스타인은 그녀를 돌아보더니 그녀의 꽉 찬 잔을 가리켰다.

“안 마셔? 나랑 마시는 건 싫니?”

“그럴 리가요! 선배랑은 무조건 마셔야죠!”

두 사람은 그렇게 야외의 테라스에 앉아 봄 햇살을 받으며 잔을 계속 비워나갔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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