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48

47. 거지남매 – 만남

“아니요. 그게 아니라 상대의 검과 부딪친 다음을 고려하고 휘두르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쪽에 여유를 남기고… 이렇… 게 하는 겁니다.”

레오를 가르치던 기사는 끝내 답답하다는 어투를 숨기지 못하고 다시 시범을 보였다.

레오는 후작가의 연무장에서 후작이 붙여준 기사에게 검을 배우고 있었다.

이 믿음직스럽게 생긴 노년의 기사는 처음에는 레오를 놀랍게 여겼으나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놀라움은 의문으로, 의문은 실망으로 변했다.

레오는 심기일전해서 다시 자세를 잡고 검을 휘두르고는 물었다.

“이렇게 하면 맞나요?”

“…네.”

틀렸구나.

레오는 기사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검을 내렸다. 기사도 더는 시범을 보일 의향이 없었는지 말을 하지 않았다.

머쓱한 침묵이 흐르자 레오는 변명했다.

“어제 제가 도통 잠을 못 자서 더는 수업을 받기 힘드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네. 알겠습니다.”

애써 웃으며 말했지만 기사는 무뚝뚝하게 답하고선 검을 챙겨 사라졌다.

홀로 연무장에 남은 레오는 신경질적으로 검을 던져버렸다.

그는 검술에 재능이 없었다. 그를 가르치던 기사는 남을 꽤나 가르쳐 봤던 듯 제법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줬지만, 레오의 검술은 단 한 치도 성장하지 못했다.

{검술.2v}는 그에게 평범한 기사 수준의 능력을 부여했고 또 레오는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하지만 거기서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것은 아예 다른 문제였다.

특히 여기서부터는 각 검술의 특색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노엘 덱스터의 경우는 한 합의 여유를 숨겨 안정을 꾀했고, 카트리나는 강약을 자유자재로 섞으며 공격적인 검술을 구사했다.

약혼관계의 레나도 그랬다.

그녀는 엉뚱했지만, 검술에서만큼은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 레나는 노엘이 가르친 검술의 요지를 잘 파악하고 있었고, 카트리나의 검술을 보고는 두 개의 검술을 융합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나갔다.

하지만 레오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아무리 연습해도 마치 벽에 이마를 맞대고 밀어붙이는 듯한 억지스러움을 느꼈다.

이 거지남매 시나리오의 레오가 검술에 재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민서에게 덮어씌워지면서 성장이 막힌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다만 레오 덱스터의 몸에 있을 때도 시나리오 보상으로 얻은 검술을 체득하는 정도의 훈련만 반복했던 것으로 보아, 문제는 레오가 아니라…

“때려쳐! 빌어먹을.”

레오는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험하게 뱉고는 던졌던 검을 주워다 본래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초조하게 입술에 돋아난 각질을 씹었다.

‘후작은 이미 알고 있겠지?’

최근 그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후작이 짓는 미소의 농도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레오는 연무장을 나와 땀으로 젖은 몸을 헹구었다. 시녀가 다가와 치장해주려는 것을 사양하고 직접 옷을 갈아입었다.

시녀는 조용히 사라졌다.

후작의 저택은 고요했다. 아니, 기묘할 정도로 인기척이 드물었다. 수백에 달하는 사용인들이 곳곳에 자리해 가볍게 손바닥을 맞부딪치면 즉시 달려왔지만, 그전까지는 숨죽인 그들을 찾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이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 저택의 주인인 베나르 타티안 후작이 정숙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이곳을 자주 들락이면서 단지 조용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용인들은 마치 장식처럼 침묵을 지켰고, 가능한 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동료들과도 사무적인 동작을 주고받을 뿐, 어디서도 말소리를 찾을 수 없었다.

저택 전체가 어떤 긴장감으로 뒤덮여 있었다.

레오는 자신에게 임시로 배정된 방에 들려 돈주머니를 챙겼다. 방 한쪽 구석에 놓인 서랍장을 열자, 안에는 마음껏 쓰라는 듯 금화가 잔뜩 들어있었다.

그는 초조하게 떨리는 손으로 금화 더미를 뒤적였다. 은화를 찾아 돈주머니에 넣으며 생각했다.

‘레나가 빨리 왕자와 결혼해야 할 텐데…’

저택의 싸늘함이 레오에게도 전염되었다.

그는 후작의 미소가 두려웠다.

후작은 레오가 뭔가 어설픈 모습을 보여도 그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보조개를 깊이 새겼는데, 레오는 그가 빙그레 웃을 때마다 공포에 질려 말을 더듬지 않으려고 안간힘썼다.

본능적으로 그 미소가 웃음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후작가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두 형을 죽이고 홀로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한 베나르 타티안 후작, 그는 피로 점철된 본인의 과거만큼이나 무서운 사람이었다.

전대 후작은 의문의 사고로 죽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저택에서 나온 레오는 마차를 타고 장터로 자리를 옮겼다. 공손히 인사하는 마부에게 고맙다 화답하고 장터 입구 부근에 있는 꽃집으로 들어갔다.

레나를 위한 발걸음이었다. 동생은 꽃을 사다주면 매우 좋아했다. 언제부턴가 꽃을 가져다줘도 영 시큰둥해했지만, 레오는 정기적으로 동생 방의 화분을 갈아줬다.

– 딸랑

빼꼼히 고개를 내민 가을 꽃봉오리들이 흔들렸다. 인기척을 느낀 꽃집 아가씨가 화분을 갈다가 벌떡 일어나 손님을 맞았다.

“어서오… 레오!”

소이린이 반갑게 웃으며 그를 자리에 앉히고 주전자를 데웠다.

레오가 동생과 함께 이곳에 들른 이후로 그녀는 매번 차를 권했다.

레오는 달갑지 않게 찻잔을 들었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뭘요. 여기 쿠키도 있어요.”

번거롭다. 레나한테 줄 꽃만 사 가면 되는데, 차를 얻어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레나가 꽃집에 또 어떤 꽃이 있었냐고 자꾸 물어보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이것저것 물어보던 게 이렇게 됐다.

소이린은 평소처럼 그의 앞에 마주앉았다. 환하게 웃으며 사소한 이야기를 꺼냈다.

“있잖아요. 저번에~.”

그녀는 고운 턱선과 주황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아가씨였다. 꽃집에서 일하느라 항상 오렌지빛 풍성한 머리칼을 꽉 졸라맸는데, 횡으로 틈틈이 퍼진 주근깨가 사랑스러워서 누구라도 담소를 나누고 싶어 할 여자였다.

하지만 레오는 적당히 맞장구칠 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는 다른 생각을 했다.

후작에 관한 생각은 아니었다.

그는 후작가에서의 생활 때문에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지만, 최근 그를 더 괴롭히는 일이 생겼다.

레나가 아프다.

언제부턴가 시름시름 기운이 없더니 끝내 불덩이가 되어서 침대에 앓아누웠다.

레오는 산불에 맞은 것처럼 펄쩍 뛰었다. 두려운 기억에 부리나케 의원을 불렀는데, 의원은

“별것 아닌 몸살이야. 이런 환절기에 흔히 있는 일이지. 약을 처방하긴 하는데 이건 따뜻하게 몸을 덥혀주면 금방 나아. 뜨거운 차도 자주 마시게 하고.”

라고 말했다.

레오는 큰 병이 아니라는 처방에 한시름을 놓으며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어젯밤, 그는 새근새근 잠든 레나의 곁을 지켰다. 어둠 속에서 밤새 동생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그녀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 그래서 날 데려간 거구나. 나를 그 아저씨한테 보여주려고.

레나가 중얼거리듯 뱉은 말이 아직도 머리에 맴돌았다.

레나에게 미안하다. 그는 능력이 부족해서 동생의 외모를 이용한 것을 자책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후작의 힘을 얻을 방법이 없었어.’

[ 업적 : 최초의 사망 – 플레이어가 레오에게 동화되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

본래의 레오였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선택이었다. 그는 평생 레나의 외모를 숨기기 위해 애썼으나, 레오를 덮어씌운 민서의 정신은 뚜렷한 목표를 향해 달렸다.

다행히 레나는 양녀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단, 조건을 달았다.

“언제까지 들어가야 하는 거야? 나 최대한 늦게 가고 싶어. 난 여기가 좋아… 가족들이랑 작별할 시간을 줘…”

레나는 어렵지 않은 부탁을 어렵게 내밀었고, 레오는 잘못했다는 듯 눈치를 살피는 동생의 손을 잡고 그러겠노라 약속했다.

그래서 그는 후작에게 가능한 한 천천히 양자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후작은 그걸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는 레오가 모든 것을 확실히 배우고 난 뒤에 주도권을 잡고 들어오겠다는 뜻으로 알았는지 그에게 몇 가지 권한을 더 쥐여주었다.

당시에는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레나와의 약속이 매우 부담스러웠다.

하루빨리 양자, 양녀로 들어가야 레나가 빨리 공주가 될 텐데…

레오는 엔딩을 절실하게 보고 싶었다. 후작의 미소를 견디기 어렵다.

소이린이 말했다.

“오르빌은 다 좋은데 연극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아쉬워요. 제가 연극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던가요? 이번에 아릴레이 극장에서…”

그녀는 즐거이 떠들었으나, 그녀의 취향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은 없었다.

레오는 깍지를 낀 채, 고개를 아무렇게나 끄덕이며 상념을 이어갔다.

레오가 후작가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 사실은 조세프 라우노도 알고 있었다. 그는 몸소 레오에게 찾아와 늙은 허리를 굽혔다. 더는 패밀리를 위해 일하실 필요가 없다며 존대했고, 그에게서 이전의 아버지 같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레오는 그 모습에 충격받았지만 금방 잊어버렸다. 그는 패밀리 가족들과의 관계에 연연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가족들과 너무 친해졌다.

이게 이 게임을 클리어하는데 가장 어려운 요소였다.

레오는 ‘자신’이 뭔가를 성취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에 간섭해 무언가를 이루어내야만 했다.

각 시나리오의 레나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려 들었다.

그녀들은 천방지축으로 공주로부터 멀어졌고, 그들을 붙잡는 것이 레오가 해야 할 일이었다.

[ 업적 : 레나와의 첫 만남 – 레나는 레오에게 높은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그는 게임을 시작하면서 얻은 업적에 더하여, 소꿉친구, 약혼 관계 또는 남매라는 관계를 이용해서 레나를 살살 유도해왔다.

– 그래서 날 데려간 거구나. 나를 그 아저씨한테 보여주려고.

그러니까 이 말은 언젠가는 듣게 될 말이었다. 레나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배신감을 느낀 거다.

이유야 어찌 됐든 그가 레나의 외모를 이용한 것도 사실이었다.

‘어쩌라고! 어쩔 수 없잖아! 이건 [레나 키우기]란 말이야! 레나의 인생에 간섭하게 되는 게 당연한 거지. 그리고 난 오빠고! 오빠가 동생 잘되라고 하는 일이야!’

그는 레나가 공주가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으며 애써 자신을 정당화했다.

스스로 세뇌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렵다. 나중엔… 약혼을 깨야 할지도 몰랐다.

레오는 아픈 레나 옆에서 밤새도록 위장이 뒤틀리는 고통에 시달렸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후작의 미소가 떠오를 때마다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은 아닐까 갈팡질팡 어쩔 줄을 몰랐다.

그때, 소이린이 기어이 그의 상념을 깨뜨렸다. 그녀가 레오의 깍지낀 손을 건드린 것이다.

“어때요? 주말에 같이 가시겠어요?”

그녀는 레오가 건성으로 끄덕거리는 것에 힘을 얻었는지 얼굴을 붉히며 데이트를 청했다.

수줍은 손길이 과감하게 그의 손가락 마디를 스쳤다.

피곤하다.

어젯밤 레나 방에 있는 화분이 바짝 말라 있던 게 불안해져서 꽃을 사러 나왔을 뿐인데… 눈앞의 여자가 귀찮다.

레오는 그러겠노라 건성으로 약속하며 소이린과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찻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꽃을 골랐다.

소이린은 흰색과 분홍색이 섞인 ‘스워브리아’라는 꽃을 추천했다.

봉오리 하단부는 흰색, 꽃잎 끝으로 갈수록 분홍색이 짙어지는 아름다운 꽃이었다.

레오가 마음에 든다는 듯 꽃을 이리저리 살피자 소이린이 밝게 웃으며 질문과 답변을 스스로 말했다.

“얘 꽃말이 뭔지 아세요? ‘이끄시는 대로’랍니다. 이것 보세요. 꽃 주위로 고사리 같은 게 손을 내밀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렇군요.”

레오는 그녀가 말을 더 붙이려는 것을 잘라내고 밖으로 나왔다.

꽃은 잘 고른 것 같다.

‘레나 방에 잘 어울리겠는데? 향기도 좋고.’

달콤한 꽃향기를 맡으니 기분이 나아졌다. 서둘러 동생에게 돌아가려고 걸음을 재촉하는데…

“어엇?!”

누군가가 외쳤다.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레오도 “앗!” 외치며 얼어붙었다.

* * *

몇 시간 전.

“에잇! 빌어먹을!”

그녀는 검을 던져버리며 성냈다. 예전처럼 훈련할 수가 없다.

잠시 씩씩거리던 그녀는 상대해주던 후배가 눈치 보는 걸 느끼고는 더 기분이 나빠져서 말했다.

“못 해 먹겠네. 야! 난 먼저 간다.”

“서, 선배님. 아직 훈련시간이…”

“생리휴가야.”

당황하는 후배를 뒤로하고 연무장을 빠져나온 그녀는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은, 아니지, 오늘도, 그냥 집에 일찍 들어가야겠다.

하지만 처음 생각과 달리 그녀는 시장에 들러 식료품을 골랐다. 돌아가는 길에 문득 엘런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뭘 만들어줄까?

‘기분도 안 좋은데 고기를 좀 사 갈까?’

그래! 그러자.

돈 벌고 있을 때 팍팍 써야지.

그녀는 허리춤에 걸린 검을 덜렁덜렁 흔들면서 고기를 잔뜩 주문했다.

검을 차고선 땡땡이를 치는 기사. 그녀는 자신의 꼴이 우스워졌다고 생각하며 고기를 잘게 잘라 달라 부탁했다.

고기가 준비되는 동안, 잠시 푸줏간 앞을 어슬렁거렸다. 번잡한 시장터를 무심히 훑어보는데,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외마디를 외쳤다.

“어엇?!”

‘그 병사’를 닮은 남자가 꽃을 들고 나타났다.

키가 작다. 그 병사가 어렸을 때 이렇게 생겼을까? 비슷하게 생긴 것 같지만… 이쪽이 훨씬 잘생겼다.

“앗!”

그녀가 놀라움에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사이, 레오도 뻣뻣하게 굳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풀어 헤쳐진 붉은 머리, 시선을 붙드는 붉은 눈썹과 도발적인 눈매, 꼬리가 길어 매혹적인 입술…

평상복 차림이었으나 그녀는 레오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카트리나가 그의 앞에 있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