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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83

EP.482 18. 만우절 (24)

노천극장 측에서 제시한 노래는 프라빈을 대표하는 음악가인 스트라우스가 작곡한 ‘청새치’라는 곡이었다. 해당 곡의 1절에는 바다를 자유롭게 노니는 청새치에 대한 묘사가, 2절에는 청새치를 번번이 놓치는 어부의 좌절이, 3절에는 어부의 꾀에 걸려들어 마침내 작살에 관통당하는 청새치의 최후가 그려져 있었다.

곡의 길이는 짧았지만, 청새치의 시점과 어부의 시점, 그리고 해설자의 시점에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발성과 연기를 제각기 다르게 해야 했다. 그러나 노래 자체는 부르기 쉬운 편에 속했다.

물론 애초에 이번 대결은 누가 더 노래를 잘 부르냐로 승패가 갈리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편을 속여넘기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 점을 고려해도 트라이머리의 노래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뛰어난 편에 속했다. 어느 극단을 가도 무난하게 조연 자리 정도는 꿰찰 수준은 되었다. 괴물 서커스나 하는 놈들이라고 막연하게 그들을 무시하고 있던 사람들도 그들의 노래 실력에 제법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과연 단순히 계략을 위한 선발은 아니다 이거군?”

“전문적으로 발성 훈련도 받은 것 같은데.”

“호흡 분배도 뛰어나.”

노래가 끝나고 장막 뒤의 가수가 무대에서 내려간 뒤, 10개의 번호를 단 괴물서커스단 사람들이 무대 위로 올랐다. 3위 결정전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 추리를 전개해 시선이 몇 군데로 갈렸지만, 지금은 모든 시선이 트라이머리 형제를 향해 있었다.

개성 강한 그들의 외모는 애초에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예 10분의 1 확률을 방어하는 것은 포기하고 3분의 1 확률을 지키는 데 전략을 집중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이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클로팽은 승패의 행방을 무작정 운에 맡길 생각이 없었다.

“우리를 너무 우습게 봤군, 괴물서커스단.”

“오, 클로팽 단장님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 설마 셋 중 누가 노래를 부른 건지 아는 걸까요?”

“물론이지.”

클로팽은 무대 위에 올라서서 관객들을 둘러봤다. 바로 답을 불러도 되지만 자신들이 단순히 운이 좋아서 맞힌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자네들은 실수했어. 노래를 부르기 전에 각자의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말았지.”

“분명 그랬습니다만……. 세 사람의 목소리는 모두 똑같지 않았던가요?”

사회자의 말에 관객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들은 쌍둥이라는 이름답게 목소리 역시 같았다.

“그래. 하지만 각자 머리 위치에 따라서 미묘하게 음압이 쏠려 있는 걸 눈치채기는 힘들었겠지. 그 차이는 아주 미묘해서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포착하기 어려운 것이었네. 그런데 우리 6천 명의 부족민 중에는 절대음감을 가진 이가 무려 20명이나 있거든.”

클로팽의 말에 객석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모수가 많기에 그만큼 절대음감을 가진 이가 많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친해지는 연습 없이는 절대음감을 살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부족민의 0.3%가 절대음감을 보유한 것은 오직 바퀴의 서커스와 같은 환경을 가진 곳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허세인 것 같나? 1절의 ‘무너지는 물결 아래를 쏘다니는’에서 두 번. 2절의 ‘수면 아래를 노리는 매서운 눈빛’에서 한 번. 그리고 3절의 ‘청새치보다 빠른 속도로 내쏘는’에서 한 번, 그리고 마지막 ‘꿰뚫림의 꿰뚫림’에서 또 한 번. 복근에 힘을 주고 호흡을 내쉬는 구간에서 음압이 변동하는 구간이 있었지. 그때, 음압은 모두 ‘왼쪽’으로 쏠려 있었네. 자네들 기준으로 말이지.”

트라이머리 형제의 왼쪽 머리라면 셋째인 세브람을 말했다. 그는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입을 꾹 다물고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정체를 들켜서 당황해하는 것을 숨기려는 것인지 일부러 과장된 연기를 통해 얼버무리려는 것인지 분간이 쉽지 않았다.

클로팽은 당연히 그것을 전자로 보았다. 그는 사회자에게 세브람의 번호인 10번을 가수의 정체로 지목했다. 사회자는 잠시 관중들의 간을 보고 나서 정답을 공개했다.

“클로팽 단장님이! 공략법까지 공개하신 다음 자신 있게 말씀하신 번호, 10번! 아쉽게도…… 정답이 아닙니다! 장막 뒤의 가수는 9번인 두네돌 선수입니다!”

사회자의 선언에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클로팽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객석 쪽을 돌아봤다. 그곳에는 절대음감을 가진 단원들 10여 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내저으며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동작을 취해 보였다.

“분명 9번이 맞는 건가? 혹시 쌍둥이라서 머리를 헷갈린 것은 아닌가?”

“네. 확실합니다. 우리 심사위원들이 모두 확인했습니다.”

“그럴 리가! 분명 절대음감을 가진 단원들이 단언했건만!”

그때, 괴물서커스단 쪽에서 워더스타인이 팔짱을 낀 채 올라왔다. 그녀는 방금 환상 문자를 통해 작전의 변경 사항을 루미로부터 통지받은 참이었다.

작전은 일단 이번 행사부터 끝내고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은 클라라로서 바퀴의 서커스를 꺾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당신의 분석은 옳았어요, 클로팽 단장님. 하지만 당신들이 감지한 음압의 변화가 우리 쪽 함정이라는 것은 계산에 넣지 못했군요.”

원더스타인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러자 두네돌이 아 하고 목소리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내뿜는 음정은 일정한데 음압만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 아닌가?

“어떻게? 아니…… 그렇군.”

클로팽은 트라이머리의 모습을 확인하고 뒤늦게 탄식을 내뱉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두네돌의 양옆에 달린 머리는 입을 꾹 다물고 숨을 참고 있었다. 둘 중 한 명이 숨을 들이켜기 위해 입을 열면 그쪽의 음압이 확 감소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트라이머리 형제는 두 개의 폐를 세 사람이 공유하거든요. 한쪽이 숨을 참거나 내쉼으로써 음압의 변화를 줄 수 있지요.”

“말도 안 돼! 그런 식으로 호흡이 뒤섞이면 노래를 부르는 데 티가 나기 마련이다!”

원더스타인은 대답 대신 트라이머리 형제를 돌아봤다. 그들은 씩 웃더니 그들이 평소에 무대 위에서 보이는 연기를 살짝 보여주었다.

“내가 바로 트라이머리다!”

“아니, 내가 트라이머리야!”

“무슨 소리! 나야말로 트라이머리다!”

셋은 동시에 소리쳤지만 묘하게 각각의 목소리가 구분되어서 잘 들렸다. 목소리끼리 서로 공명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들 그 신기한 현상에 웅성거리는 와중에 몇몇 베테랑들은 뭔가 깨달은 듯 탄성을 내질렀다. 클로팽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 원리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그렇군. ‘흐미’인가.”

“흐미?”

“그게 뭐지?”

클로팽은 자신의 진영을 돌아보며 말했다.

“흐미는 먼 서쪽의 유목민 부족들의 전통 창법이다. 흐미를 익힌 사람은 혼자서 마치 두 사람이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소리를 겹쳐서 낼 수 있지. 하지만 이 3형제가 한 건 단순한 흐미가 아닌…… 삼중 흐미. 한 쌍의 폐를 3명이 공유하기에 가능한 세상에서 유일한 기예군.”

“정답입니다!”

“정답이다!”

“정답이오!”

셋이 동시에 외치자 목소리가 마치 바람에 울려 퍼지는 듯한 소리를 냈다. 원더스타인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놀라는 관객들을 돌아봤다.

트라이머리의 저 울리는 듯한 목소리는 그녀가 게임에서 본 내용을 엘라에게 말해준 덕에 터득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엘라는 그녀의 설명을 듣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신체 구조를 살피고 고찰하더니 저 흐미라는 창법을 그들에게 가르침으로써 그것을 구현해냈다.

그것은 세쌍둥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익힌 기술이었다. 안 그래도 그들은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서로 말할 때마다 호흡을 잘라먹고 발음이 씹히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로의 문장을 이어서 말하는 버릇도 그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그들은 지난 1년간 부단한 노력을 한 끝에 마침내 흐미를 완전히 터득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지금과 같은 기예도 가능했다.

“인정하지. 첫 번째 판은 우리가 졌다.”

“놀랍군.”

“뭐야, 괴물 서커스는 단순히 특이한 외모로 팔아먹는 녀석들 아니었어?”

“삼중 흐미의 기인, 트라이머리. 대단한데?”

트라이머리는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우쭐한 표정으로 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우승 후보 서커스단과 당당히 재주를 겨뤄서 이긴 데다가 대중에게 능력까지 인정받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자, 그러면 이번에는 괴물서커스단이 바퀴의 서커스 쪽 가수를 알아맞힐 차례입니다!”

기술, 전략, 속임수를 적절히 섞어 기선을 제압한 괴물서커스단이었지만 객관적인 승률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었다. 한 번 노래를 부른 사람은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규칙 때문이었다.

즉, 두 번째 가수로 또 트라이머리를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3분의 1 확률이 아닌 나머지 두 사람 중 한 명을 고르는 2분의 1 확률이 됐다. 그나마도 세 번째는 아예 내보내는 게 불가능했다. 남은 머리는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들의 공격 차례에 어떻게든 점수를 따야 했다. 그러나 바퀴의 서커스가 보유한 전력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바퀴의 서커스는 부족민 중에서 체격과 인상이 비슷한 10명을 모아서 무대 위로 올려보냈다. 사실상 실루엣으로 그들의 정체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눈썰미가 뛰어난 단원들이 그들의 버릇이나 특징적인 동작 따위를 분석해내려 했지만, 훈련받은 곡예사인 그들은 그것조차 숨기는 데 능숙했다.

괴물서커스단은 결국 세 번의 기회 중 한 번도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바퀴의 서커스도 트라이머리와의 2차전에서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괴물 서커스 쪽의 가수 한 명뿐이었다.

“마지막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괴물서커스단 쪽에 제안을 하나 하고 싶소.”

클로팽은 괴물서커스단이 가진 약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이번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 그들은 또 한 명씩의 가수를 올려보내 연장전을 치르게 됐다. 그렇게 된다면 바퀴의 서커스가 거의 확실히 우승한다고 볼 수 있었다. 괴물서커스단은 이 이상 낼 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이번 경기에서 방어에 성공한다고 해도 사실상 진 거나 다름없지.”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솔직히 이번 경기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소. 우리는 그대들보다 수십 배나 많은 곡예사를 보유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3번째 시합에서 우리가 가수를 맞히지 못한다면, 즉, 무승부가 되어버린다면 우리는 연장전을 치르지 않고 상품을 그냥 그대들에게 양보하겠소.”

그것은 괴물서커스단으로서 귀가 솔깃한 제안이었다. 어차피 이대로 가다간 패배는 필연적이었으니까.

“무슨 꿍꿍이죠?”

“꿍꿍이 따위는 없소. 어차피 우리 서커스단의 인원은 6천 명이 넘소. 굳이 1명의 추가 영입권 따위 있으나 마나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양보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달았으면 좋겠소.”

“그게 뭐죠?”

“방금 내가 말한 상품의 양도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3번째 가수를 맞히지 못했을 경우, 즉, 무승부가 되었을 때만 그렇다는 거요. 하지만 우리가 3번째 가수를 맞혔을 경우, 즉, 우리가 이겼을 경우는 상품은 우리가 가지겠소.”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닌가요?”

“단, 그 경우 그쪽 단원이 ‘거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클로팽의 말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대부분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거절하지 말라니?”

“이 영입권은 다른 서커스단의 ‘곡예사가 아닌 단원’을 빼내 올 수 있소. 상대가 동의한다면 말이오.”

“잠깐, 당신 설마?”

“우리는 괴물서커스단에서 곡예사가 아닌 단원 한 명을 영입하고 싶고, 그녀가 그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원더스타인은 가만히 그를 노려봤다. 그녀는 그가 무슨 답을 할지 알고 있으면서도 확인을 위해 질문했다.

“원하는 단원이 누구죠?”

“묻지 않아도 예상하고 있을 텐데? 바로 내 손녀인 너란다, 클라라.”

그의 선언에 장내가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소란스러워졌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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