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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84

EP.483 18. 만우절 (25)

클라라가 클로팽의 손녀라는 것은 바퀴의 서커스 내에서도 소수만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갑작스럽게 밝혀진 두 사람의 관계에 일반 관객들뿐만 아니라 바퀴의 서커스 사람들도 놀람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야?”

“단장님께 손녀가 있었어? 아니, 몇 명 있긴 하지! 하지만 설마 외부인 중에 숨겨진 손녀가 있었다니…….”

“그것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쟤는 레카체프 수석이라고!”

일반 단원들이 놀라서 떠드는 반면 원래부터 사실을 알고 있던 원로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허허, 단장에게 한 방 먹었군.”

“이 자리에서 저 사실을 밝힐 줄이야.”

“하지만 저러면 부족장님 명령을 어긴 거 아닌가요?”

푸리 다이를 옆에서 보좌하는 젊은 원로 중 한 명이 짐짓 분개하고 나섰다. 그러나 푸리 다이는 담뱃대로 그의 손등을 딱 하고 때리더니 입에서 연기를 내뿜었다.

“조르주는 내 명령을 어기지 않았다. 나는 서커스단의 명예에 흠갈 일을 만들지 말라고 했지. 이봐, 너희들. 이번 행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야 우리에게 굴욕이지?”

그녀의 질문에 다들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을 때, 그동안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늙은 원로 한 명이 나서서 말했다.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저들이 이겼을 때, 푸리 다이를 요구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이겼을 때, 클라라가 우리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

“그래. 조르주는 방금 그 두 가지를 원천 차단했다. 조르주가 저들에게 상품을 양보한 덕분에 저들이 그 권리를 이용해 나를 요구하는 것이 힘들게 됐다. 상품을 양보받은 쪽이 그런 요구를 하면 오히려 요구한 쪽이 뻔뻔해 보일 테니까. 그리고 우리가 이겨서 상품을 사용할 경우, 클라라가 거절하는 그림도 방금의 제안을 통해 막을 수 있지. 뭐, 애초에 제안하지 않는 방법도 있지만, 조르주가 그걸 피하려고 방금 대중 앞에서 손녀임을 못 박아 버린 것 같구나. 어느 쪽이든 내 명령을 어긴 건 없다.”

그녀의 설명에 원로들은 감탄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부족장의 분노를 피하는 동시에 어떻게든 손녀의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 그녀를 부족으로 끌어들이려는 클로팽의 용의주도함에 다들 질린 것이다.

클로팽은 원로들이 있는 자리가 조용해진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손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하는데? 넌 이미 네 능력을 훌륭히 증명해 보였다. 지금 돌아오면 내가 네 후견인으로 나선다고 해도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느냐? 내 지원만 있으면 넌 푸리 다이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 네가 바라던 것일 텐데?”

“저는…….”

원더스타인은 대답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그의 진짜 손녀가 아니었다.

이번 일에 대한 결정권은 그녀가 아닌 클라라에게 있었다. 그녀가 그를 돌아보려는 순간,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손의 주인은 클라라였다. 클로팽을 노려보는 그의 눈동자는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그것을 보고 그녀가 자기 몸으로 돌아오기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엇다. 그녀는 여전히 할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다.

“핫핫, 당신은 여전하군요. 이렇게 당당히 우리 단원을 빼내 가겠다고 선언하다니.”

원더스타인의 반대쪽 어깨를 스벤이 붙잡았다. 그 역시 클로팽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는 클라라가 약에 손댄 이유가 클로팽 때문이라고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제안일 텐데? 어차피 클라라는 이번 일이 끝나면 그쪽 서커스단에서 나와 부족으로 돌아와 성인식을 치를 거요. 나는 그 과정에서 당신들에게는 한 가지 이득이 되는 제안도 추가로 넣은 것일 뿐이오.”

“아뇨. 당신의 제안은 전제부터 잘못되었습니다. 클라라 양이 언제 부족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나요?”

스벤의 말에 클로팽은 코웃음을 쳤다. 그는 스벤의 뒤에 선 괴물서커스단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내 말에 당신들은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당신들도 얼추 짐작하고 있던 것 아니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단원들은 몰라도 저는 그렇죠. 클라라 양, 저는 당신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해주세요. 당신은 어쩌고 싶죠?”

원더스타인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인의 의사도 확인했으니 그녀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저는 괴물서커스단에 머무르고 싶어요.”

“……진심이냐?”

“진심이에요. 저는 바퀴의 서커스에 돌아가고 싶다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어요.”

클로팽은 적잖이 놀랐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는 바퀴의 서커스를 대표하고 있었고 단장으로서 체면을 지켜야 했다. 그는 냉정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제안은 어떻게 할 셈이냐? 받아들이지 않을 거냐?”

“그건…….”

원더스타인이 주저하는 순간, 그녀는 어깨를 붙잡은 스벤이 손에 힘을 주는 것을 느꼈다. 그들의 계획상 3번째 가수는 바로 그였다. 이것은 그의 자신감이 담긴 신호라고 봐야 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어요.”

“방금 네 발언 때문에, 너희가 지기라도 하면, 넌 내 후계자로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일개 상품으로서 돌아오는 게 될 게다.”

“저는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믿어요.”

클로팽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는 손녀가 무리수를 던졌다고 생각했다. 굳이 바퀴의 서커스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선언하고 제안을 받아들이다니? 아버지가 받은 굴욕을 갚아주기 위해 그런 것이라면 어리석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좋다. 그럼 협상은 이걸로 끝이다. 만약 우리가 이번 시합에서 진다면 순순히 상품을 양도하겠다. 하지만 우리가 이긴다면…… 너는 우리 서커스단의 잡일꾼으로 시작하게 될 거다.”

“마음대로 하세요.”

사회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방금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를 요약해서 관중들에게 전달했다. 사람들은 과연 승부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괴물서커스단은 이제 쓸 패가 없을 텐데?”

“맞아. 남은 단원들의 외모가 너무 개성 있잖아? 키와 체격이 모두 제각각이라고.”

“여자가 남자 목소리를 내거나 남자가 여자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실루엣이 저렇게 확연해서야……. 노래를 들을 것도 없겠어.”

원더스타인은 관중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무대 가장자리에 대기하고 있던 단원들이 다들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선배!”

“클라라 양!”

“언니, 정말 안 떠나는 거야? 계속 서커스단에 있을 거야?”

“응. 그럴 거야.”

그녀의 말에 몇몇 단원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하지만 그러면 굳이 제안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어?”

“맞아. 여기 있고 싶다고 선언해놓고 지기라도 한다면 너만 바보가 되는 거라고.”

“그냥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지.”

단원들의 걱정 어린 말에 원더스타인은 괜찮다고 손짓해 보였다.

“스벤이 자신 있다고 했어. 나는 그를 믿어.”

“뭐야, 두 사람 언제부터 그렇게 서로를 신뢰하게 된 거야?”

“주사위는 던져졌다. 조용히 하고 시합을 지켜보자. 계획대로라면 승률은 충분하니까.”

“그래. 이길 수 있을 거야.”

잠시 후, 무대 위에 흰색의 막이 쳐졌다. 스벤은 준비를 마치고 무대 위로 올라섰다.

“자, 만우절 행사 1위 결정전! 괴물서커스단의 세 번째 가수가 무대 위로 올라옵니다! 그가 이번에 부를 노래는…… 자유입니다!”

사회자의 선언에 관중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앞선 선곡마다 크고 작은 웅성거림이 나왔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무도 이번에 부를 노래에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괴물서커스단의 남은 단원들의 면면을 봤을 때, 노래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실루엣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흰색의 천 뒤에 비치는 그림자에 주목했고, 얼마 있지 않아 안타까움과 허탈함이 반반 섞인 탄식이 사방에서 흘러나왔다. 무대 위에 드러난 것은 보통 키의 평범한 그림자였다.

괴물서커스단이 내세운 후보 중에는 알렌이 거기에 해당했다. 조는 알렌보다 키가 10cm 정도 작은 데다가 살짝 통통한 편이었으니 절대 그림자의 주인일 수 없었고, 스벤과 밴딕은 두 사람 다 키가 190cm는 넘었으니 마찬가지로 저런 그림자를 남길 수 없었다. 가수는 알렌이 분명했다.

“승부는 결정 났군.”

“굳이 노래를 부를 필요가 있나?”

객석은 금방 소란스러워졌다. 이미 노래를 들을 것도 없이 가수의 정체가 밝혀졌다는 분위기였다.

“꽤 옛날에 유행했던 노래 같군.”

클로팽은 스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그의 근처에 있는 누군가가 과거에 가끔 흥얼거리곤 했던 것 같았다. 최소 몇십 년은 된 것 같았기에 기억이 희미했지만, 분명 아는 노래였다.

“가수는 2번이 맞겠죠?”

“글쎄…….”

옆에 앉은 단원의 질문에 클로팽은 답변을 주저했다. 클라라가 자신감 있게 나온 이상 이렇게 쉽게 답이 결정될 것 같지 않았다. 평범하게 생각했을 때, 저 그림자가 가리키는 사람은 알렌이 분명했지만, 뭔가 속임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때, 그는 그림자의 한쪽 끝이 나풀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풀린 붕대의 끝자락을 연상케 했다.

“잠깐!”

클로팽은 그것을 보는 순간 무서운 발상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밴딕의 진짜 몸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그것은 반대로 말해 붕대 안에 있는 몸은 그것보다 훨씬 작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상식적으로 키가 10cm 이상 크게 보이도록 붕대를 감고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애초에 괴물서커스단을 상식으로 대할 수 없었다. 그들은 통상적으로는 불가능한 삼중 흐미를 통해서 함정을 파기도 했던 자들이었다.

“단장님.”

“그래. 나도 눈치챘다.”

몇몇 단원들도 그림자의 이상한 점을 발견한 듯했다. 그들도 클라라가 자신감 있게 나온 이상 함정이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붕대 끝자락을 발견한 참이었다.

‘정답은 3번. 붕대 감은 남자다!’

바퀴의 서커스 사람들이 그렇게 정답을 확신하는 순간, 장막 뒤에서 스벤은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결코 자신의 정체를 알아맞힐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가 준비한 두 가지 함정 때문이었다.

첫째, 그는 현재 다리뼈를 아까 무대 위에 섰을 때보다 20cm 짧은 것으로 교체한 상태였다. 그는 이 도시에 와서 겉모습을 한 번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해골의 몸을 가졌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이런 속임수를 사용할 수 있었다.

둘째, 그는 거기에 더해 몰래 붕대 쪼가리를 옷 끝에 한 가닥 붙여 놓았다. 이걸로 속임수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그가 밴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는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혹시나 누군가 괴물서커스단 중 해골 광대의 존재를 떠올리고 그가 쓸 수 있는 속임수에 대해 고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핫핫, 이걸로 우리의 승리입니다!’

스벤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이번 승부에서 노래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자작곡을 꺼내 들었다.

거기 가는 해골 머리 아가씨.

어찌하여 금빛 머리카락만 남으셨소?

온기 느낄 피부는 어디 두고 오신 게요?

검은 살점, 검은 피, 뼈만은 하얗구려.

까마귀가 쪼지 않은 것은 그대뿐이라오.

낡은 관을 타고 바다를 건널 수 있소?

40일의 항해 끝에 도달한 해안 끝.

장작 위에 누워 불을 덮으시오.

쥐들이 그대 머리를 집 삼아 드나들지 않소?

거기 잠든 해골 머리 아가씨.

어찌하여 금빛 머리카락만 남으셨소?

그대 옆에 몸 눕힐 임은 어디 두고 오신 게요?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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