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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89

488화.

결심을 끝마친 나는 앞으로 할 일을 정리한 다음, 관련자들에게 연락해 지시를 내렸다.

그는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갑자기? 이유가 뭐야? 뭔가 방법이라도 찾은 거야?]

“예.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요.”

역시나 상대는 깜짝 놀랐다.

[진짜? 그 방법이 뭔데?]

“지금은 혼자만 알고 계세요.”

난 내가 본 예지와 그것을 실현할 방법에 대해 말해주었다.

내 말을 들은 그는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이게 미친 소리 같이 들리겠지만…….”

[이야! 이건 진짜 생각도 못한 방법인데! 미친 소리 같이 들리는 건 맞는데, 가능할 것 같아. 예전에 논문을 한번 본적도 있고. 아니,지금 상황에서는 이게 가능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다행이네요.”

[말한 거 바로 진행할게.]

통화가 끝나자, 난 택규에게 말했다.

“중국에 다녀올게. 일은 그대로 진행하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현주 누나한테 잘 얘기하고.”

내 말에 택규는 울상을 지었다. 아마 누나한테 잔소리 좀 듣게 될 거다.

* * *

난 전용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온 베이징은 웬일로 미세먼지 없이 맑은 모습이었다. 하늘이 보여서 좋긴 한데, 생각해 보면 이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도시 주변의 제조업 공장들이 멈춰서고 있다는 뜻이니까.

난 호텔에서 리쑤웨이 상무부장을 만났다.

“하하! 어서 오시오, 강 선생.”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유로운 모습이다. 인사를 끝마친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차를 마셨다.

통역이 있었지만, 간단한 대화는 영어로 이뤄졌다.

“베이징은 어떻습니까?”

“그 사이 많은 게 변했네요. 근처에 들어서는 초고층빌딩을 보고 놀랐습니다.”

“아! 베이징 파이낸스 센터 말씀이로군요.”

몇 년 사이 중국 전역에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새로운 초고층빌딩들이 들어섰고,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바뀌었다.

지금은 무려 전 세계 초고층빌딩의 50퍼센트가 중국에 있다.

난 초고층빌딩이 완공될 때쯤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는 마천루의 저주를 떠올렸다.

초고층빌딩 같은 대규모 건설프로젝트는 경기가 초호황일 때 시작한다. 따라서 건설이 끝날 때쯤에는 경기순환 사이클에 따라 불황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저 높은 빌딩을 쌓아 올리는 것은 전부 부채다. 어떻게 보면 빚으로 쌓아올린 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난 차를 마시며, 본론을 꺼냈다.

“요금 중국경제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궁금해서 찾아오신 모양이로군요. 몇 가지 악재가 있을 뿐이지, 별 문제없습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시장만큼 자기실현적 예언이 잘 이뤄지는 곳도 없다. 은행이 망할 거라는 소문이 돌면, 멀쩡한 은행도 뱅크런으로 무너진다.

때문에 내부적으로 아무리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도, 정부는 항상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다. 정부가 위기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경제는 더 빨리 무너지게 될 테니까.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적극적으로 외자를 유치해 성장했다. 그런데 위기가 심상치 않자 그 자본들이 중국을 떠날 기색을 보였다.

때문에 그는 매일 같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중이었다. 나를 만난 것도 그 일환이겠지.

“그런 것 치고는 하락속도가 예사롭지 않던데요. 상해종합지수를 비롯해 거의 모든 지수가 40퍼센트 넘게 빠지지 않았나요?”

“주식이란 오를 때가 있으면 떨어질 때도 있는 법이죠. 지금은 자연스런 조정과정일 뿐입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럼 지금 필리핀의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것도 자연스런 조정과정일까요?”

월스트리트의 투기자본들은 이미 아시아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선봉에 선 것은 알베르트 매니지먼트. 일전에 홍콩과 중국의 외환시장을 공격한 전력이 있는 조지 소로스 역시 가세했다.

먼저 공격을 당한 것은 필리핀.

필리핀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7.5퍼센트까지 올렸다. 이는 이미 경기침체에 빠진 필리핀 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치솟았고,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시장에 대량의 공매도가 쏟아지자, 당황한 필리핀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쏟아내며 환율방어에 나섰다.

주변국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다들 자기 앞가림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도움을 주기 힘들었다. 일본은 오히려 필리핀 내에 일본계 자금을 빼냈다.

필리핀이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이 엄청난 자본이 고작 필리핀 하나 털자고 뭉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제 이 투기자금이 어디로 이동할지는 뻔하지 않습니까?

리쑤웨이 상무부장은 코웃음을 쳤다.

“중국 역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루머야말로 투기자본들이 퍼뜨리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을 믿고 두려워해야겠습니까?”

중국이 각종 악재에 휩싸여 있는 만큼 위안화 절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급격하게 진행될 경우 중국경제뿐 아니라,세계경제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

중국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내부 결속을 고취시키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외환보유고 확보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위안화가 절하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중에 달러가 자취를 감췄다. 이후에 환전할수록 이득인 게 확실하다면, 굳이 지금 환전할 이후가 없다. 기업들 역시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보유했다.

달러를 시장에 나오게 하려면, 시장이 납득할 만한 수준까지 위안화가 절하돼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역시나 중국다운 방식으로 문제해결에 나섰다.

CEO들을 불러다 조사하며 각종 죄목을 들이대며 털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는 중국최대 인터넷기업 위챈트의 마화텅CEO까지도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그러자 놀란 기업들은 일제히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시중에 쏟아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도 바보가 아닌 만큼 더 교묘하게 달러를 숨기려 들 테니까.

“궁금한 건 그게 다입니까?”

물론 아니다.

난 이어서 질문했다.

“혹시 홍콩에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계획이 있나요?”

내 물음에 리쑤웨이 상무부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 작은 체구에서 강렬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는 불쾌하다는 듯 물었다.

“대체 강 선생이 그걸 왜 궁금해하는 거요?”

난 차분하게 말했다.

“제 약혼녀의 고향이니까요.”

이는 내가 홍콩에 인민해방군 투입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한 셈이었다.

잠시 나를 노려보던, 리쑤웨이 상무부장은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걱정하는 건 알겠소만, 그건 강 선생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오.”

홍콩의 시위는 날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었고, 사상자도 점차 늘어갔다. 선전에 배치된 인민해방군은 보란 듯이 훈련을 시작했다.

인민일보와 CCTV 등 관영언론들은 홍콩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시위대가 경제위기를 키우고 있다며 비난했다.

경기침체와 증시와 부동산 하락으로 인한 불만을 공산당이 아닌, 홍콩 쪽으로 유도하려는 속셈이다. 이런 거에 넘어갈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당장은 그럭저럭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중국 인터넷과 SNS를 보면, 홍콩의 투기세력이 중국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넘쳐났다.

그의 말마따나 실제로 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주석님을 한번 만나 뵙고 싶습니다.”

리쑤웨이 상무부장은 손을 내저었다.

“주석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리쑤웨이 상무부장은 손을 내저었다.

“주석님은 바쁘십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는 게 좋겠소.”

지금 중국경제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슨 일이든 악재로 비화될 수 있다.

내가 별 이유 없이 장핑화 주석과 만났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중국경제가 위험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때문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겠지.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그럴 만한 시기가 아니오.”

“그럴 만한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는 겁니다.”

내 표정을 본 리쑤웨이 상무부장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돌아왔다.

“오늘 일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거라 믿어도 되겠소?”

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 * *

난 검은색 차를 타고 중난하이로 들어갔고, 중해의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곳에서 한 시간가량 기다리자, 장핑화 주석과 보샤오위 총리가 함께 들어왔다. 장핑화 주석은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먼 길 찾아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보샤오위 총리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후에도 약속이 있어서 30분 이상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난 자리에 앉은 그들을 보며 말했다.

“투기자본이 위안화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실 겁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공산당은 이 거대한 나라를 계획경제로 움직이고 있다.

15억 인구 중에서 최고의 경제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만큼, 특정 세력이 중국경제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것쯤은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성공할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뿐이겠지.

난 위허웨이 교수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중국경제의 문제는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게 아닌, 구조적인 문제였다. 기업부채, 부동산거품, 그림자금융.

사람들은 이를 회색 코뿔소라 불렀다. 블랙스완이 몰라서 막지 못한 거라면, 회색 코뿔소는 알면서도 막지 않은 것이다.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나, 그것이 위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뤄두고 방치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회색 코뿔소는 중국을 무너뜨릴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그리고 지금 누군가 코뿔소를 향해 채찍질을 하는 중이다.

“본격적으로 공격이 시작되면, 중국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는 무심한 듯한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마치 내 속내를 파헤치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았다.

돈에는 선도 악도 없고, 아군도 적도 없다. 오로지 이익과 손해만이 있을 뿐이다. 자본은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고,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

지금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을 알고 나면, 내가 중국경제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서지 말라는 법도 없을 테니까.

“한달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한달 이상은 힘들다는 건가?

난 냉정하게 계산을 해보았다.

과연 시간 안에 맞출 수 있을까? 내가 움직이는 순간, 저쪽 역시 움직인다. 누가 이길지는 붙어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하면 모든 것을 얻지만,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그건 저쪽 역시 마찬가지겠지.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 말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

보샤오위 총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기세로 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장핑화 주석 역시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놀란 듯한 눈빛이었다.

“방법을 말씀드리기에 이전에 한 가지 약속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장핑화 주석이 입을 열었다.

“뭡니까?”

“방금 전 상무부장님께도 말씀드렸지만, 홍콩에 인민해방군의 투입을 바라지 않습니다. 또한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가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대에 찬 표정을 하고 있던 보샤오위 총리는 경고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강진후 대표! 선을 넘는 발언은 삼가는 게 좋을 거요!”

표정에서부터 강한 불쾌감이 드러났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거스르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홍콩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게 중국에게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과거 소련은 핀란드를 밀어버릴 수 있는 힘을 지녔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니까요.”

겨울전쟁과 계속전쟁 이후 핀란드는 자유진영이면서도 소련과의 교역을 유지했고, 소련이 서방세계와 연결되는 창구역할을 해주었다. 지금의 홍콩이 중국에게는 그런 존재다.

홍콩은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로, 중국 작년 수출액 2조5천억 달러 중 3천억 달러가 홍콩을 통해 이뤄졌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홍콩의 민주주주와 자본주의가 무너지면, 자본은 홍콩을 떠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 역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장핑화 주석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손을 들어올렸다. 다시 반박하려던 보샤오위 총리와 당황하던 리쑤웨이 상무부장은 그 손짓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방법을 한번 얘기해 보시겠습니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앞으로 중국과 홍콩에서 일어날 모든 일들이 이 한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 그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안 된다.

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한 방법은…….”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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