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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9

⊹ 49화 ⊹

널찍널찍한 바위들이 많아서 화덕을 세우기는 어렵지 않았다.

계곡에서 돌을 가져다가 둥글게 화덕을 쌓고 안쪽에 불을 피웠다.

도아는 베리에게 부싯돌을 사용해서 불을 피우는 법을 알려주었다.

베리가 모닥불에 열심히 이것저것 먹이고 있는 동안 도아는 생선을 다듬었다.

‘깔끔하네.’

작은 칼로 생선을 쪼갠 후에 내장을 쭉 훑어내고 뼈를 드러내 살만 남겼다. 잔가시가 많지 않은 생선이었다.

킁킁 생선 살 냄새를 맡아보니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도 나지 않았다.

새하얀 생선 살이 무척이나 맛있어 보인다.

소라도 깨끗하게 씻었다.

“좋아, 그럼 요리해 볼까?”

도아가 소매 달린 앞치마를 입자, 베리도 얼른 자기 몫의 앞치마를 꺼내 입었다.

“베리야. 가서 커다란 잎사귀를 찾아올래? 이렇게 생기고 새콤한 냄새가 나.”

“아라여! 예던에 물에 너어서 마뎠어요.(알아요! 예전에 물에 넣어서 마셨어요.)”

베리가 얼른 숲속으로 달려가려는 걸 도아가 붙잡았다.

그녀가 동그란 구슬 모양의 비상용 별조각 랜턴을 베리에게 내밀었다.

“숲은 금방 어두워지니까 가져가.”

“감사합니다.”

“너무 멀리 가진 말고. 빛이 내 눈에 보이는 데까지만 가야 해?”

“녜.”

베리는 얼른 달려 나갔다.

도아는 괜찮을까, 싶었지만 툴레족은 성장이 빠르니 너무 싸고 도는 것도 좋지 않을 듯싶었다.

‘좋아, 그럼 나는 소라를 찔까.’

무늬소라를 깨끗하게 씻은 후에 찜기 위에 찜을 올릴 무렵이었다.

“우와아아아아!”

베리의 비명에 도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눈으로 빛을 찾으니 커다란 새가 베리를 앞발로 집어 채서 날아오고 있었다.

‘새가 아니라.’

머리와 앞다리는 독수리, 뒷다리는 사자.

‘그리핀.’

신음을 삼키고 도아는 목소리를 높였다.

“해왕아!”

지금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지만, 갑자기 선회해서 날아가면, 날아가면…….

‘어라?’

그리핀이 이쪽을 향해서 일직선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도아는 앞치마 밑에 있는 검 손잡이를 잡았다가 그리핀과 시선이 마주치자 “아앗?!” 하고 비명을 질렀다.

“해왕아??”

그리핀이 그 말에 화답하듯 멋지게 공중에서 회전하더니 우아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베리는 말도 나오지 않는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해왕이, 맞지? 세상에, 언제. 아니, 베리는 왜 또. 베리야, 괜찮아?!”

정신이 없었지만 도아는 후다닥 먼저 베리에게 달려갔다.

베리가 고개를 들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가득했다.

“해, 해앙이에여?”

“응, 해왕이야.”

올려다보니 독수리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어디서 그리핀을 삼켰어? 뭐야? 아이고 베리야. 일어날 수 있겠어?”

도아가 베리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베리의 손에는 야무지게 커다란 이파리가 두 장이나 들려 있었다.

“그걸 또 안 놓쳤어? 베리 대단하네.”

베리가 씩씩거리며 해왕이를 노려보았다.

“놀랐떠!”

해왕이 부리를 딱 부딪쳤다. 그리고는 날개를 쭉 펴는데 그 위용이 대단했다.

‘와, 이거 좌우 날개가 6m는 되겠는데?’

“진짜 엄청 크다. 아니, 근데 정말 그리핀은 어디서 먹은 거야? 이 근처에서 먹었어? 그리핀 소굴이 있나? 곤란한데?”

그리핀은 사람은 물론 커다란 소나 말도 단숨에 채갈 수 있는 존재였다.

“우리 그만큼 깊이 산에 들어왔나.”

야생 산 무섭구나.

던전에서 넘친 마수들이 종종 이렇게 번식하며 눌러앉는 경우도 있는데, 얘네들은 적응종이라고 불렀다.

던전 밖에도 마물과 마수가 횡행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해왕이 부리를 도아의 뺨에 부볐다. 도아는 순간 멈칫했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미안, 미안. 그래. 엄청 멋있다. 나 그리핀 실물은 처음 봤어. 나는 것도 엄청 신기하고. 비행용 안장으로 따로 교체해야 할 거 같지만. 진짜 멋지네. 해왕이.”

도아가 토닥이며 칭찬을 해 주자 그제야 만족한 듯 보였다.

그의 모습이 살그머니 줄어들었다.

‘작은 그리핀도 귀여워!’

대형견 정도의 크기로 줄어든 해왕이가 베리에게 제 등을 들이댔다.

베리가 놀라 물었다.

“냐? 타도 데?(나? 타도 돼?)”

딱!

다시금 부리를 부딪쳐 소리를 낸다. 베리가 머뭇머뭇 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됴아 님 도와들여야…….(하지만…… 도아 님 도와드려야…….)”

“저녁 준비해 놓을 테니까, 놀고 와. 하지만 위험하니까…….”

도아는 끈을 하나 꺼내서 베리의 허리에 안전끈을 묶었다.

“좋아. 해왕이도 적당히 날아야 해?”

베리는 신이 나서 얼른 해왕이의 등에 올라탔다.

마수는 어떻게 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해왕이는 별다른 추진 속도를 얻지도 않고 날개를 퍼덕이며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날아올랐다.

‘어떻게 저게 되니?’

의아해하는데 베리가 손을 흔들었다.

“됴아 님! 저 나다여!(도아 님, 저 날아요!)”

“응, 엄청 멋있다. 우리 베리.”

“와아아.”

비명인지 함성인지 모를 것을 지르며 베리는 멀어졌다.

도아는 피식 웃고 다시 화덕으로 돌아왔다가 빠른 걸음으로 포치로 향했다.

“댄버스 부인, 혹시 있어?”

살랑살랑

바람이 도아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도아는 아직도 푹 젖은 채였다.

“아니, 혹시 오두막 밖으로 나올 수 있어? 밖에서 같이 먹으면 좋을 거 같아서. 댄버스 부인만 혼자 두기 그래서 말이야. 아니, 일단 먹을 수 있나? 그것부터 물어봐야 하나?”

잠시 침묵이 지나갔다.

도아가 손을 흔들었다.

“아니, 억지로 무리하게 권하는 건 아니고. 밖에서 우리 왁자하게 떠드는데 혼자 오두막에 있으면 쓸쓸하지 않나, 싶어서.”

그때 포치 문이 열렸다가 닫히고, 다시 열렸다.

뭔가가 둥실둥실 날아왔다.

“어라?”

은으로 된 작은 티스푼이었다.

끝의 조각이 무척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받으라는 듯 내밀어져서 도아는 손을 내밀었다.

은 스푼이 살짝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올라왔다.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든다.

‘설마 이게 댄버스 부인인가?!’

오래된 기물이 도깨비가 된다고 하더니, 설마 댄버스 부인도?

한국에 있는 전설인 줄 알았는데?

“이거 들고 나가면 댄버스 부인도 따라 나오는 거야? 기다려 봐.”

도아는 침을 꼴깍 삼키고 천천히 오두막에서 멀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멀어지면 무슨 타격이 갈 수도 있지 않은가?

어쨌든 댄버스 부인은 집요정이니까.

사락사락

뒤쪽에서 따라오는 비단 드레스 소리가 들려와서 도아는 환하게 웃었다.

“나올 수 있구나. 다행이다!”

도아는 얼른 의자를 하나 펼쳐서 댄버스 부인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소라가 쪄지는 동안, 도아는 생선살을 각종 채소, 향신료와 함께 감싸서 모닥불 속에 묻었다.

그러며 이런저런 시험을 해 본 결과, 도아는 은 스푼을 들고 오두막 반경 150m 이상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 거리 밖으로 나가면 손에 있던 은 스푼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오두막을 집어넣고 은 스푼을 들고 있으면 은 스푼이 대략 5분 정도 유지되었고, 그 뒤로 다시 사라졌다.

“오두막에 묶여 있기는 하구나. 댄버스 부인, 늘 고마워. 덕분에 얼마나 편하게 사는지 몰라.”

도아는 댄버스 부인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댄버스 부인도 나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줘. 할 수 있는 만큼은 들어줄게. 너무 집안일을 몰아주지 말라든가, 뭐 그런…….”

도아가 멋쩍게 웃었다.

띵동띵동

평소와는 조금 다른 알람음이 갑작스럽게 울렸다.

아이템

집요정과의 인연 레벨이 1이 되었습니다!

▸ 집요정의 마음까지도 신경 써 주는 당신, 훌륭합니다.

▸ 집요정이 당신에게 애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이제 주인과 연결되어 집요정의 레벨이 올라갑니다.

▸ 집요정을 특화시키고, 각종 집요정을 수집해 봅시다.

“엥?”

도아는 내용에 당황했다.

“집요정 레벨을 올려?”

아이템

댄버스 부인의 상태 창을 열어보세요.

“댄버스 부인, 상태 창.”

도아가 그대로 따라 하자 눈앞에 상태 창이 열렸다.

아이템

댄버스 부인

▸ 레벨 : 3

▸ 스킬 : 가사

▸ 인연 레벨 : 1

“엄청 간단해…….”

이게 상태 창인가 싶은데 스킬 쪽을 손으로 눌러보니 스킬트리를 올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헐.”

일단 첫 번째 스킬은 무조건 ‘가사’인 듯했다. 집요정이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댄버스 부인

가사

▸ 각종 집안일을 해결합니다.

▸ 간단한 수선과 수리도 가능해요.

가사는 레벨 3까지 있는데, 레벨 3까지 전부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스킬트리는 3가지 갈래로 나뉘었다.

‘수선’, ‘요리’, ‘청소’.

“그리고 스킬 포인트가 2개 남아 있네. 레벨 오를 때마다 한 개씩 주나 보다. 가사는 기본이라서 자동으로 찍혔나 보네.”

스킬트리를 쭉 따라가니 마지막에 각종 마스터 단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서 수선에서 나가면 액세서리나, 무기 장인 같은 게 될 수도 있고.

요리 쪽으로 가면 온갖 약과 독부터 시작해서 각종 비상식량과 진귀한 정화 아이템을 제작한다.

‘먹는 게 생명과 직결되는 거라 그런가?’

“근데 왜 청소는 전투로 가는 거지…?”

이유를 전혀 모르겠지만 청소는 어쩐지 ‘당신의 적도 깨끗하게 치워드려요.’라는 느낌으로 가고 있다.

‘게다가 각종 집요정을 수집해 보세요는 뭘까…….’

나중에 집요정을 더 준다는 이야기인가?

‘아, 그러고 보니 요정 씨앗이라는 아이템도 얻었는데.’

비슷한 건가?

두근두근하다.

“댄버스 부인은 어때? 요리랑 수선이랑 청소 중에서 어떤 게 더 좋아 보여?”

본인이 눈앞에 있으니 본인에게 의지를 물어보자 하고 도아가 질문을 던졌다.

살랑살랑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자그마한 회오리가 만들어져서 바위 위에 모래 먼지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아, 청소?”

살랑살랑

‘의외로 전투 체질이었나?’

이어서 도아의 앞치마 자락을 슥슥 당겼다. 내려다보니 앞치마에 구멍이 나 있었다.

“수선도? 알았어. 마침 딱 두 개니까.”

도아는 수선과 청소에 스킬 포인트를 넣었다. 본인이 원하는 걸 해 주는 게 최고 아니겠는가?

도아에게도 나쁘지 않았다.

‘댄버스 부인도 스스로 지킬 수는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장비도 수선해 줄 수 있으면 좋겠어.’

어쩐지 최강 메이드 같은 게 떠올라서 도아는 작게 웃었다.

댄버스 부인

수선 레벨 1

▸ 천으로 된 물건을 수선한 티가 나지 않게 감쪽같이 고칩니다.

▸ 가죽으로 된 물건을 수선합니다.

청소 레벨1

▸ 일반적 더러움을 넘은 물건과 공간을 청소합니다.

▸ 생물도 청소가 가능해집니다.

‘일반적 더러움이 뭔데…?’

도아는 지금까지 자기가 겪은 더러움을 떠올려 보았다.

피와 체액으로 범벅된 옷도 댄버스 부인은 깨끗하게 빨아줬는데, 그것도 일반적인 더러움으로 친단 말이야?

‘게다가 생물도 청소해 준다는 게 뭘까?’

보통이라면 씻겨준다고 생각하겠는데, 아무래도 청소 스킬이 전투계 스킬로 발전하는 듯해서 무섭다.

“크흠, 하여간 레벨 업 축하해, 댄버스 부인.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네. 인정해 줘서 고맙습니다.”

애착이 생기지 않았으면 인연 레벨도 오르지 않았을 테고, 레벨 업을 하거나 스킬 포인트를 올리는 것도 몰랐겠지.

살랑살랑

다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서 도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 ❖ ❖

“뺘람이 슝 하구! 해앙이가 빙글빙글 하구!”

“어휴, 그랬어? 신났겠네.”

도아는 연신 베리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어찌나 신나게 놀았는지, 아니면 놀랐는지 부풀어 오른 털이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자, 배고플 테니까 저녁 먹자. 이건 해왕이 몫.”

해왕이는 다시 늑대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비행이 피곤했는지 연신 하품을 쩍쩍 해대고 있다.

도아는 소라 볶음과 생선 파피요트를 내놨다.

커다란 잎사귀를 열자 안에서 압축되어 있던 향기가 솟구쳐 올랐다.

각종 채소와 생선이 노릇노릇하게 잘 쪄져 있었다. 향신료와 잎사귀 향기가 복합적으로 피어올랐다.

도아가 캠핑용 간이 테이블 위에 착착 그릇을 내려놓았다.

댄버스 부인의 몫도 있었다. 얼마나 먹을지 몰라서 아주 조금만 펐지만.

도아는 조심스럽게 생선살을 한입, 입 안에 넣었다. 이 생선은 이름도 모르고 요리해 보는 게 처음이라서 두근두근했다.

“!!”

맛있다!

엄청나게 살이 찰지고 쫀득쫀득했다.

메로를 좀 더 압축해놓은 느낌이라고 할까?

혀 안에서 탄력 있게 움직이는 생선찜 안에서는 희미하게 채소와 향신료의 풍미가 느껴졌다. 거기에 약간 짭짤한 간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채소와 생선을 함께 찌면서 나온 육즙에 단순히 빵을 찍어 먹어도 맛있었다.

‘나 요리 진짜 잘한다. 햐. 와인 땡기네.’

차갑게 식힌 화이트 와인을 한잔 곁들이고 싶은 맛이었다.

거기에 소라 볶음도 한 점 집어 들었다.

‘기름에 볶은 해산물은 안정의 맛이지.’

마지막 남은 랄바 지방을 전부 썼다.

진한 버터 향이 나면서도 느끼하지 않게 깔끔한 뒷맛.

감칠맛을 위한 설탕 조금과 적절한 간. 과하지 않은 매콤한 향신료.

쫄깃쫄깃한 소라살을 씹으면 입 안에서 소라 향이 향신료와 함께 기분 좋게 퍼졌다.

‘아, 이건 에일 당기네. 랄바 잡으러 가야 하나.’

“됴아 님! 엄텅 마시써여!(엄청 맛있어요!)”

“그래? 다행이다. 채소도 같이 먹어야지.”

“…… 녜에…….”

대답이 갑자기 줄어들어서 도아는 웃었다. 채소를 먹이기 위해서 요리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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