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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93

EP.492 18. 만우절 (34)

클라라와 루미가 대치했을 때, 원더스타인은 만우절 퀘스트의 달성도가 순간적으로 85%까지 치솟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100%를 달성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하필 카렌이 난입해 판을 깨버렸다. 그것만으로 끝났다면 또 모르겠는데, 거기에 더해 스벤이 나타나 이고르를 알아보기까지 했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루미는 결국 후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다 됐었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보지 그랬어요? 보니까 클라라도 데볼루트를 덜 소진했던데……. 왜 제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멋대로 후퇴한 거예요?”

바퀴의 서커스를 떠나며 원더스타인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투덜거렸다. 그녀의 말에 루미는 욱해서 그녀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되게 징징대네! 내가 거의 다 됐는지 안 됐는지 어떻게 알아? 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건 너 때문이잖아! 너희 나머지 단원들은 이고르를 모른다며! 그런데 어떻게 해골이 이 모습을 알아본 거야? 예상치 못한 변수였어! 거거다 카렌까지 달라붙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애초에 루미 씨가 이고르의 모습을 이 세상에 없을 법한 인간으로 만들었으면 될 일 아닌가요? 왜 굳이 실제 모습을 따와서…….”

“이 노인네는 30년 전에 100살이었어! 설마 얼굴을 알아보는 인간이 있을 줄 내가 알았겠어?”

“푸리 다이는 100살이 넘었잖아요. 충분히 염두에 뒀어야죠.”

“뭐? 애초에 계획에는 푸리 다이랑 마주치는 게 없었잖아! 그분이 안 계셨어도 해골은 알아봤을 거 아냐! 넌 자기 단원의 과거사도 제대로 몰라?”

바퀴의 서커스를 나와 안전한 곳에 도착한 두 사람은 이번 작전이 막판에 미끄러진 것이 서로의 탓이라고 주장하며 다퉜다. 그 과정에서 원더스타인은 루미가 예전에 붙잡혀 있었다던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바로 이고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연결이 될 줄이야. 스벤은 또 어떻게 그를 알아본 거지? 그도 예전에 이고르를 만난 적이 있나?’

원더스타인은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설마 계획에 이렇게 숨겨진 복병들이 많을 줄 몰랐다.

얼마 안 있어서 레이나에게도 연락이 왔다. 그녀가 이고르에게 덤볐다가 한 방에 나가떨어진 것은 사실 연기였다. 모두 클라라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짜고 친 것이다.

“레이나, 너는 스벤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었니?”

“네. 물론이죠. 그때, 엄마가 음향실로 단원들의 이야기를 듣게 해줬었잖아요. 엄마는 안 들었었나요?”

“난 그때 인형의 집 공략을 준비하느라 바빠서……. 그럼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고르에 대해서 들은 적 있다는 거네?”

“네. 그때 기차에 있었던 사람은 모두 알고 있어요. 그래서 아까 스벤 씨가 에스메랄다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놀란 거고요. 지금쯤이면 엘라가 인형의 집에 납치되었던 사람들에게도 모두 말해줬을 테니 이제 다들 알 거예요.”

레이나의 증언에 원더스타인은 할 말이 없어졌다. 그렇다면 자신만 스벤의 과거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 됐다. 루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의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이것 봐. 단장이라는 놈이!”

“설마 이렇게 연결될 줄을 누가 알았겠어요?”

“시끄러워! 그나저나 이 일을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긴요. 원래 계획한 대로 그냥 이고르를 줄행랑시키면 되죠.”

역병 군주,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 스벤, 이고르. 100년 전의 비사에 대해 알게 된 건 큰 수확이었다. 이제 대충 원더스타인이 어떤 경위로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림이 그려졌다.

“좋아. 그러면 작전 자체는 그대로 진행하면 되는 거지? 내가 널 인질로 잡고 더 심각한 위기로 몰고 가면…….”

“잠깐만요. 그 위기라는 것 말인데요. 루미 씨는 왜 그런 명령을 내린 거예요? 주인님은 그렇다고 쳐도 고양이 흉내라뇨?”

그녀의 항의에 루미는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렇게 해야 클라라의 위기감을 고조시킬 수 있잖아! 오빠가 누군가의 노예가 될 위기에 처했으니까 더 안절부절못할 거 아냐?”

“좀 변태 같아요.”

“요, 요정다운 순수한 장난기가 발동된 거로 해줘!”

“순수는 무슨. 나이를 생각하세요. 이 변태 할망구!”

“뭐라고? 너 죽었어!”

그렇게 두 사람은 또 한참을 뒤엉켜 싸워댔다. 그러던 중 갑자기 루미가 안색을 딱딱하게 굳히며 입을 딱 다물었다. 원더스타인은 방금 자신이 입에 담은 ‘더듬이쟁이’라는 욕설이 그녀에게 충격을 준 줄 알고 재빨리 사과하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었어요.”

“야!”

“그게 요정에게 어느 정도로 무례한 욕설인지 몰라서…….”

“그게 아냐!”

원더스타인은 곧 루미가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는 자신이 아닌 자신의 등 뒤를 보고 있었다. 도대체 뭘 보고?

원더스타인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다. 원래 카렌이 딱 달라붙어 있지 않았던가?

뒤를 돌아본 그녀는 두 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무서울 정도로 굳은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카렌이 있었다.

“어, 카, 카렌? 버, 벌써 깼어?”

원더스타인이 인사했지만, 그녀는 미소 한 번 짓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는 원더스타인에게 시선을 고정하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인지 저한테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그녀의 서슬 퍼런 기세에 단장 두 사람은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침만 꿀꺽 삼켰다.

***

이고르가 인질 교환 장소로 제시한 ‘밤이 피어나는 둔덕’이란 곳은 괴물서커스단이 두 번째 가면을 수색할 때 사용한 실마리 중 하나였다. 그곳은 바로 링 슈트라세에서 동쪽으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공사 현장을 의미했다.

프라빈 시내 곳곳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고 이곳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일대는 기존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 때문에 공사가 중지된 지 1년이 넘었다.

밤이 피어나는 둔덕이란 공사 중지로 인해 앙상한 철골 뼈대만으로 서 있는 아파트 단지를 의미했다. 1시간 전, 이고르가 필요 없다며 놓아준 카렌이 클라라를 만나 정보를 알려준 덕분에 그는 정확히 어디에서 이고르가 기다리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공사 현장이라 그런지 둔덕 인근에는 가로등이 없었다. 거기다 하늘에는 구름까지 껴 있어 달빛 역시 희미했다.

클라라는 공터를 가로지르는 내내 몇 번이나 넘어져야 했다. 한창 공사 중일 때 방치된 땅이라 그런지 땅은 군데군데 파헤쳐져 있었을뿐더러 위험한 폐자재도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클라라는 신음 한 번 흘리지 않았다. 그는 그럴 때마다 이를 악물며 다시 일어나 묵묵히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상처투성이에 피까지 흘렀지만, 그는 자신의 회복을 위해 데볼루트를 쓰지 않았다. 그것은 오라버니의 구출을 위해 아껴둬야 했다.

이윽고 그는 거대한 구조물 앞에 도착했다. 짓다 만 아파트 뒤로 밤하늘이 그대로 비춰 보였다. 건물의 가장 높은 곳에 걸쳐진 골조 위에 그림자 하나가 꿈틀대더니 몸을 일으켰다.

“왔는가, 원더스타인의 몸을 차지한 자여.”

음산한 목소리가 빈 건물을 울렸다. 클라라는 위축되려는 것을 참으며 그를 향해 눈을 날카롭게 떴다.

“단장님은 어디 있지?”

“아, 그래. 인질의 상태를 확인시켜 줘야겠지. 자, 원더스타인, 이리 온.”

이고르의 옆에 또 하나의 그림자가 솟아났다. 클라라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고 신음을 삼켰다.

원더스타인은 지난 며칠 동안 그를 도발하기 위해 입었던 옷들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선정적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검은색 비키니에 검은색 장화를 신고 검은색 망토를 두른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지은 채 이고르 옆에 섰다.

“내 취향으로 조금 개조했지.”

“더러운 영감탱이!”

클라라는 이고르를 향해 욕설을 한 번 내뱉은 다음 원더스타인을 향해 소리쳤다.

“구하러 왔어요, 단장님!”

그의 외침에 원더스타인은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왜?”

“네?”

“왜 구하러 온 거죠?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한데요?”

원더스타인은 무릎을 꿇고는 이고르에게 몸을 기댔다. 그가 한 번 쓰다듬어줄 때마다 그녀는 어린애처럼 천진한 웃음을 흘렸다.

‘나 때문에 오라버니가 저런 꼴이…….’

클라라는 당장이라도 이고르를 향해 공격을 날리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현재 그에게 남은 데볼루트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해야 했다.

‘좋아. 조금만 더…….’

원더스타인은 퀘스트의 진척도가 80%를 돌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달성까지 머지않았다. 루미가 자신의 목숨을 붙잡고 마지막 협박을 하면 아마 100%에 달할 것이다.

클라라는 폐건물의 중앙으로 들어갔다. 철골로 된 구조물 안에 서니 마치 감옥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어떻게 해야 단장님을 풀어줄 거야?”

이고르는 원더스타인에게 골조에 걸쳐진 올가미 앞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 수틀리면 바로 그녀가 스스로 목을 매달게 하기 위함이었다.

“우선 네가…….”

이고르가 클라라에게 요구사항을 말하려는 순간, 원더스타인은 퀘스트의 진척도가 갑자기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놀란 그녀는 재빨리 클라라 쪽을 바라봤다.

그는 현재 모자를 벗고 있었다. 사람이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서 취하는 이 시대의 자연스러운 예절 중 하나였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그에게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평소에 쓰고 다니는 모자는 평범한 모자가 아니었다. 특정 능력의 활용을 위해 특수한 형태로 개조해두었다. 그 능력이란 바로 엘라의 인스피라인 ‘모자 마술’.

특성: 인스피라-모자 마술

적용 대상: 엘라와 원더스타인의 모자 안.

효과: 두 대상이 공간적으로 연결됩니다. 모자에 전송하고 싶은 물건을 넣고 머리에 쓰세요. 물건이 당신의 정수리에 닿기도 전에 그것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상대가 모자를 벗는 순간 그것이 상대의 모자 안에 나타납니다.

요구 조건: 엘라의 호감도 30

자신과 클라라가 몸이 바뀌었지만, 호감도는 여전히 원더스타인의 몸을 대상으로 계산되었다. 그리고 단원들의 호감도 보상 역시 아무 문제 없이 작동했다.

아마 모자 마술도 현재 엘라와 클라라의 모자를 사이를 연결할 것이다. 예상대로 그는 벗은 모자를 이고르를 향해 날렸다.

모자는 비행 거리와 회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챙이 개조된 상태였다. 그것은 포물선을 그리며 이고르를 향해 날아왔다. 원더스타인은 놀라서 루미를 돌아봤지만, 그녀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날 뭐로 보는 거야. 나도 서커스 경력 25년이야. 설마 이걸 못 피할까 봐?”

이고르는 슬쩍 비켜서는 것만으로 클라라가 날린 모자를 피했다. 그러나 그 순간 모자 안에서 회백색의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니 이고르의 등을 가격했다.

“크헉!”

루미는 무려 30m 높이의 철골에서 추락했다. 아래에 쌓여있던 폐자재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클라라 양, 구하러 왔습니다!”

“스, 스벤?”

모자 안에서 튀어나온 것의 정체는 바로 스벤이었다. 원래 모자 안은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비좁았지만, 스벤은 자신의 팔과 다리를 떼고 마구 쑤셔 넣음으로써 모자를 통해 이동할 수 있었다.

클라라가 모자를 벗었을 때, 그는 모자 속에서 몸을 발사할 태세를 취했고, 모자가 이고르의 근처를 지나는 순간, 그는 화살처럼 튀어나와 그를 날려버린 것이다. 그 직후, 스벤은 재빨리 자신의 몸을 조립해 원더스타인의 몸을 붙들었다.

“지금입니다, 단장님!”

스벤의 외침을 듣고 클라라 쪽으로 고개를 돌린 원더스타인은 그가 이고르를 향해 공격을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팔을 뚫고 나온 날카로운 뼈는 바로 원더스타인이 즐겨 사용하던 기술인 ‘본호그의 창’이었다.

“자, 이거나 먹고 떨어져!”

클라라의 입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지난 2시간 동안 남은 데볼루트를 끌어모아 시행착오를 거듭해 이 공격을 준비했다.

이것은 단순한 투창 공격이 아니었다. 그녀는 인형의 집에서 챙겨나온 별빛을 사용해 데볼루트를 파괴하는 분해 주술을 새겨 넣었다.

데볼루트를 통제할 수 있는 별빛의 효과를 연구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응용한 것이었다. 이거면 이고르의 전투 능력을 크게 제한할 수 있었다. 그동안 그는 오라버니를 데리고 도망치면 됐다.

원더스타인은 당연히 클라라가 새긴 주술에 대해 몰랐다. 다만 겨우 몸을 추스르고 있는 루미가 저것을 피할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챘을 뿐이었다.

“제길!”

“이런, 클라라 양!”

원더스타인은 수십 미터 위에서 몸을 날렸다. 당연하지만 그녀의 목 앞에 흔들리는 올가미는 그녀의 목을 매달기 위한 게 아니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그녀가 무사히 지상에 착지할 수 있도록 준비한 구명줄이었다. 그것을 붙들고 몸을 던진 그녀는 무사히 루미 앞에 설 수 있었다.

그것은 스벤도 클라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움직임이었다. 클라라는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본호그의 창은 이미 그녀의 팔에서 발사된 뒤였다. 창은 원더스타인의 가슴을 꿰뚫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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