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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95

EP.494 18. 만우절 (끝)

스벤으로부터 일이 잘 풀렸음을 들은 원더스타인은 이만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클라라의 문제가 잘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그 자신의 문제뿐이었다.

-오라버니에게 사과드릴 일이 있어요…….

-그만. 다 이해한다고 했잖니. 또 무슨 사과를 한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제가 오라버니 주변 사람들에게 장난을 조금 쳤거든요……. 좀 고약한 농담도 했고…… 멋대로 엉뚱한 약속도 했어요……. 오라버니가 화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녀의 말에 원더스타인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뭔가 했더니 고작 그 정도로.

-괜찮아. 만우절이잖아? 그럴 수 있지.

-그, 그런가요?

-그래. 그러니 넌 회복하는 데만 집중해.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고.

-네. 고마워요, 오라버니.

원더스타인은 클라라가 쳤다는 장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자신도 만우절 전날에 단원들에게 어떤 거짓말을 해 볼까 이런저런 상상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것을 대신했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었다.

그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마야는 그를 찾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단장님이 바쁘다는 이유로 계속 고백을 미뤄왔었다. 그리고 마침내 급한 일들이 모두 마무리된 것 같아 그 앞에 선 것이었다.

그녀의 하얀 얼굴은 평소보다 더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태어나서 이보다 더 긴장한 적이 있을까 싶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원더스타인의 얼굴을 보고 용기를 냈다. 그래. 단장님께서 먼저 신호를 주셨잖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스승님, 저랑 진지하게 교제해볼 생각이 있으신가요?”

“네?”

원더스타인은 자신이 뭔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교제라니? 교재를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하지만 그녀의 다음 말은 그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분명 제게 남성으로서 흥미를 느끼신다고 하셨죠?”

“어…….”

그 순간, 원더스타인의 머릿속에 클라라가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그녀가 친 장난이라는 게?

“어른으로서 제게 몸에 대해 이것저것 가르쳐 주고 싶은 게 많다고도 하셨고요.”

“…….”

원더스타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상태창을 열어 퀘스트가 뜨질 않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시스템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아마 마야에게 그런 제안을 했던 사람이 클라라여서 그런 것 같았다. 즉, 마야의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는 건 자신이 아닌 그녀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이 그렇게 판단했다고 한들 현실에서 답해야 하는 건 결국 자신이었다. 그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기로 했다.

원작에서 그녀는 도적과 달리 남자들이 자신에게 수작을 거는 것을 성가셔했다. 혹시나 호감도에 의한 고백 이벤트가 발생해도 지금처럼 정말 자신을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건지 상대에게 확인한 후,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 남자들을 좌절시키는 일을 여러 번 했었다.

“급한 일도 모두 끝나셨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제 확실히 대답해 주세요, 스승님.”

상식적으로 17살짜리에게 저런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는 인간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아마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그녀는 혐오감을 느꼈을 확률이 높았다. 다만 그녀는 서커스단에 시급한 문제가 있는 것과 스승으로서의 존중심 때문에 그동안 선 긋는 것을 미뤄온 것 같았다.

그녀의 문제만으로 골치 아픈데 클라라가 벌인 장난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야와 만나고 나서 잠시 후, 이번에는 니카가 그의 방을 찾아왔다. 그녀는 그의 앞에 서서 한참을 우물쭈물하더니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할게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뭘 하겠다고요?”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니카는 그가 일부러 딴청을 피운다고 생각했다. 비열한 인간. 어떻게든 자신의 입으로 그 말을 내뱉게 하려고…….

“이, 임신이요! 단장님의 아기를 배겠다고요!”

“……네?”

“착각하지 마세요! 다, 당신 같은 사람 정말 싫습니다! 당신의 누나만 아니었다면 당장 기사들을 불러 당신의 목을 벴을 거예요!”

“…….”

원더스타인은 클라라가 저지른 일에 이마를 딱 짚고 싶었다. 멋대로 남의 누나를 팔아 협박을 하다니. 그것도 16살짜리를 대상으로. 심지어 그 내용도 차마 입에 담기 너무 음습한 것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이 시점에서 클라라가 장난친 대상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차렸다. 마야와 니카 두 사람은 모두 지난 5일간 비정상적으로 크게 호감도가 올랐던 단원들이었다.

니카를 방에서 내보내고 난 원더스타인은 그 조건에 해당하는 단원이 한 명 더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떠올리기가 무섭게 그녀가 그의 방을 찾았다.

“엉덩이가 좋겠어.”

“네?”

자신을 보자마자 내뱉는 엉뚱한 소리에 원더스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라는 새빨개진 얼굴로 그의 앞에 서더니 갑자기 그에게 등을 보이고는 치마 위 어느 지점을 가리켰다.

“당신이 내게 찍어준다는 낙인 말이야! 어디로 할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엉덩이와 허리 사이 여기가 좋겠어……. 여기라면 다른 사람들 눈에도 잘 안 띌 테고, 나, 나도 꼴 보기 싫은 거 안 볼 수도 있고…….”

“엘라 양…….”

원더스타인은 그만 머리를 벽에 처박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엘라는 그의 표정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 고심해서 고른 자리란 말이야! 이, 이런 일 따위 죽어도 싫지만, 계, 계약은 계약이니까! 다, 당신이 여기다 입맞춤을 하면 끝나는 거 맞지? 아프진 않지?”

“…….”

클라라, 클라라, 클라라!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앞에 있었다면 그녀의 멱살을 잡았을지도 몰랐다. 장난을 쳐도 정도가 있지!

물론 당시 그녀의 정신 상태를 생각하면 영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 그 뒤처리를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도 웃는 남자의 힘 덕분에 그는 화를 내는 대신 냉정하게 이번 사태에 대해 분석할 수 있었다. 어째서 시스템은 이런 폭언에도 이들의 호감도가 오르는 것으로 판단했을까?

그는 이것이 몸이 바뀌면서 일어난 시스템상의 혼선으로 보았다. 호감도 체크가 안 되는 대상에게 호감도 하락이 적용되면서 역으로 호감도 상승으로 인식된 것이다.

세 사람과 마주한 원더스타인은 제일 무난한 선택지를 택하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그가 거짓말을 했던 시기에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단어였다.

“만우절!”

그의 외침에 세 사람은 눈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 그는 그들이 다른 반응을 보이기 전에 재빨리 상황을 설명했다.

“하하, 그건 다 만우절 거짓말이었습니다. 깜빡 속았죠?”

세 사람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도 이것이 최선이 아님은 알고 있었다. 저런 고약한 장난을 쳐놓고 거짓말이라는 식으로 넘어가려는 것은 너무 뻔뻔한 행태일 것이다. 하지만 괜한 짓을 벌였다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바에 그냥 거짓말이었다고 무마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 같았다.

“왜요? 왜요? 설마 진짜이길 기대한 건 아니죠? 네?”

하지만 입술을 깨물고 부들부들 떠는 그들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위와 같은 말을 지껄인 것은 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세 사람 모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몸을 휙 돌리고는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마야가 처음에 그런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니카에게도 시도했고 니카도 비슷한 반응을 보여서 엘라에게도 시도했다. 그리고 엘라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다.

[마야 렌데린의 호감도가 17 하락했습니다.]

[니콜라 세르게예브나의 호감도가 11 하락했습니다.]

[엘라의 호감도가 23 하락했습니다.]

호감도는 딱 오른 만큼 떨어졌다. 이걸로 무난하게 기존의 호감도 방어는 해낸 것 같았다. 원더스타인은 자신의 기지에 감탄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가 방을 나서는 순간, 그는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게 되었다. 강력한 염동력이 그의 몸을 짓눌렀다. 복도 저편에서 마야가 몸에서 오색의 광채를 내뿜은 채 공격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데볼루트를 멸하는 마법, 마야 셀레스티얼이었다.

“마야 양?”

“감히…… 그런 거짓말로…… 사람을 놀리다니…….”

그를 바라보는 마야의 눈빛은 이제껏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싸늘했다. 원더스타인은 헉하는 소리를 내고는 재빨리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마야가 쏘아낸 마법의 빛이 등을 태우고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아슬아슬하게 마당에 착지했다. 그러나 그는 잠시도 안심할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충격이 머리를 때렸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방어력을 뚫고 들어온 것의 정체를 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입안을 가득 메운 핏덩이 속에서 딱딱한 금속 알맹이를 발견하고는 퉤 뱉었다. 그것은 총알의 탄두였다. 지붕 위에서 분노에 찬 소녀의 외침이 들렸다.

“총 더 줘!”

“하, 하지만 도련님 뱀 마녀랑 약속한 거는요?”

“흥! 이러고도 저 인간이 살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죽으면 바로 복귀해서 뱀 마녀랑 전쟁을 치를 거야!”

그곳에는 니카가 장총을 원더스타인에게 겨누고 있었다. 그녀가 방금 쏜 것은 마수들을 잡기 위해 제국의 무기개발국이 만들어낸 특수한 총이었다. 비록 한 발 쏠 때마다 긴 준비과정을 거처야 하지만, 그 위력은 보다시피 원더스타인의 방어력을 뚫을 정도로 강했다.

“니카 양!”

“혐오스러운 인간!”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나타샤가 건넨 다음 총을 들고 그에게 조준하는 것을 보고 질겁해서 재빨리 건물 뒤로 피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거대한 낫을 들고 구부정한 자세로 서 있는 토끼 머리의 악마였다.

“에, 엘라 양?”

“당신…… 사람 놀리는 게 재밌어? 응?”

사신의 어깨에 서 있는 엘라의 표정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격렬한 분노를 내뿜고 있었다. 카타로피는 그를 보며 재밌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원더스타인이 그녀에게 변명하려는 순간, 건물의 한쪽 벽이 부서지며 싸늘한 한기를 내뿜고 있는 마야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내려다보이는 지붕 쪽으로 총을 두 자루나 손에 쥔 니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있는 지역은 재개발이 한창인 곳이었기에 건물이 듬성듬성 떨어져 있었다. 거기다 마야가 환상으로 숙소와 주변 지역 간의 빛과 소리를 차단해 주었기에 소란이 새어나갈 염려가 없었다.

“죽어!”

세 사람이 동시에 고함을 치며 공격을 날렸다.

스벤과 클라라가 바퀴의 서커스를 나와 숙소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1시간 뒤의 일이었다. 그들은 몸과 옷이 완전히 걸레짝이 된 원더스타인이 숙소 중앙의 마당에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고르가 또 쳐들어온 것은 아닌가 놀랐다가 곧 그에게 약을 발라주고 있는 레이나를 발견했다. 그들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녀는 대답 대신 원더스타인이 걸려 있는 십자가 앞에 붙은 종이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원더스타인이 만우절에 단원들에게 어떤 장난을 쳤는지 적혀 있었다.

그것을 읽어본 스벤은 턱을 달그락거리며 혀를 찼다. 정말 이런 인간을 믿고 계속 함께 가도 되나?

한편, 같은 내용을 읽은 클라라는 전혀 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몸 둘 바를 모르며 간신히 숨을 내쉬고 있는 원더스타인 앞에 쪼그려 앉아 그에게 속삭였다.

“죄, 죄송해요, 오라버니…….”

“…….”

“오, 오라버니 화난 거 아니죠? 지, 진짜 죄송해요…….”

“…….”

“그, 그래도 만우절이니까요. 네?”

그녀에게 욕설을 내뱉으려던 원더스타인은 그 말을 듣고 곧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만우절. 키르쿠스의 날이니까.

“오빠라 불러도 된다고 한 것…… 철회하겠습니다.”

“오, 오라버니?”

“단장님이라고 부르세요, 클라라 양.”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말투와 눈빛은 차가웠다. 클라라는 금방 울상이 되어 소리쳤다.

“너무 해요!”

그것은 원더스타인이 자신이 하고 싶은 소리였다.

—-

만우절 (끝)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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