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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96

EP.495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1)

괴물서커스단이 프라빈에 머물기 시작한 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만우절 행사가 끝나고 다음 주부터 그들은 숙소 근처의 빈 땅을 빌려서 천막을 세우고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괴물서커스단의 공연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괴물 단원들이 펼치는 본 공연과 미노바, 알렌, 조가 중심이 되는 막간극, 그리고 천막 밖에서 진행되는 사이드쇼였다.

사이드쇼는 베티의 저주에 걸린 동물들이 중심이 되어 준비했다. 천막 앞에서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었다.

괴물 서커스의 재미는 미지의 대상에 대한 공포심에서 나왔다. 그래서 손님들을 끌어들이겠답시고 괴물 단원들이 함부로 밖에서 설칠 수 없었다. 적혈귀가 천막 앞에서 춤을 춘다거나 거미 여인이 길에서 전단을 나눠주면 본 공연에서 진지하게 연기하는 그들의 꼴만 우스워질 뿐이었다.

베티의 동물들은 한 명 한 명이 한때 이름을 날렸던 일류 조련사들이었다. 그들은 능히 스스로 대본을 짠 뒤 알아서 무대를 준비할 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고 주도권을 최대한 엘라에게 양보해주었다. 그것은 재능 있는 후배 조련사를 위한 선배 조련사들의 배려로 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조련사를 꿈꾸던 엘라였기에 그녀는 그 역할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선배 조련사들의 조언을 들어가며 각 동물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갔다.

그동안 여러 지역의 장터를 떠돌면서 많은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그들이었다. 그러나 과연 프라빈 같은 대도시에서도 그들의 쇼가 통할지 알 수 없었다. 프라빈은 고대 제국의 수도가 있던 도시답게 문화, 예술, 학문의 중심지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기우는 얼마 가지 않아 불식되었다. 그들의 공연은 첫날부터 시작해서 연일 흥행을 이어갔다.

아나이스가 기획한 티켓 판매 정책과 마케팅 덕분에 그들의 서커스 입장권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벌써 1주일 뒤 예정된 공연의 표까지 매진됐을 정도였다.

관객들의 반응은 물론 지역 평론가들의 평가도 상당히 괜찮았다. 그들은 괴물 서커스를 깔보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이 지금까지 지나왔던 지역 사람들보다 그들에게 훨씬 호의적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미노바는 프라빈 쪽 공연업계 사람들은 새로운 시도나 참신한 발상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흥행과 평가 양면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괴물서커스단이었지만, 엘라는 현재 상황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녀는 그들의 공연이 가진 힘이 점점 떨어져 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연이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공연 자체가 주는 재미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물론 알고 보면 재미가 반감하는 것은 대부분 공연이 가진 특징이었지만, 괴물 서커스는 유독 그 낙폭이 심했다. 앞서 말했듯이 괴물 서커스는 미지에 대한 공포가 재미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현재 측정한 그들의 공연 점수는 71%. 이 정도면 크리스티앙 가이드로부터 별을 두 개 받는 것도 노려볼 만한 점수였다. 지금까지 엘라가 서커스단별로 매긴 점수를 돌이켜 봤을 때, 60%를 넘긴 서커스단은 별 1개, 75%를 이상을 받은 서커스단은 대부분 별 2개를 받았었다.

그러나 엘라는 그들이 별을 2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그녀는 별 1개를 받는 것도 간당간당한 것으로 내다봤다.

그녀가 매긴 점수는 어디까지나 그 공연을 아무런 정보도 없이 처음 보는 사람의 시선에서 내린 평가였다. 평론가들은 직업 특성상 충분히 많은 정보를 접하고 지겨울 정도로 반복된 관람을 통해 분석을 내린 다음에 점수를 매겼다. 그런 점에서 괴물 서커스는 다른 서커스단의 공연보다 불리한 처지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이에 대해 엘라도 넋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계속되는 유지 보수와 변주를 통해 어떻게든 점수를 방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일은 점점 늘어만 가고, 일을 처리하는 효율은 점점 떨어져 갔다.

“으악! 진짜 미치겠네!”

늦은 밤까지 다음 주에 있을 공연 프로그램을 짜던 엘라는 결국 더는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서커스단에 여러 사람이 합류한 뒤로 부단장으로서 하는 일이 줄어든 그녀였다.

재무는 아나이스가, 정보 수집은 클라라가, 일정 관리는 니카가, 단원들의 상태 관리는 세 명의 노인 단원이, 대본 정리는 도스빌 남작이, 분장 담당은 나타샤가, 무대 진행은 미노바가, 단원 훈련은 레이나가, 잡일은 설리반과 이반이, 관객 안내는 미키가 도맡아서 했다.

그러나 공연 자체를 총괄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맡기지 못하고 그녀가 직접 처리했다. 단원 중에 ‘연출가’로서 역할은 그녀만이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키르쿠스의 눈을 가진 그녀의 공연을 보는 능력을 아무도 따라올 수 없었다.

단원들의 기량은 예전과 비교해 많이 올라왔다. 그러나 연출가로서 그녀가 하는 일은 오히려 늘어났다.

단원들의 실력이 미숙할 때는 그냥 대본 하나 던져주고 닥치고 스파르타식으로 주입하면 그만이었다. 뭐든 백지에 기초 지식을 투입할 때가 제일 성취가 높은 법이었다.

그러나 다들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오자 더는 그런 방법으로 공연의 질을 올릴 수 없어졌다.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를 조율하고 맞추는 게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내 공연의 점수가 70%대에 들어서자 공연의 점수를 방어하기 위해 쏟아붓는 노력은 시간 대비 효율이 바닥을 기었다. 이제 24시간 잠을 자지 않고 일에 매달린다고 해도 도저히 일이 수습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가 아무리 ‘눈’이 뛰어나다고 해도 실제로 공연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것은 17살밖에 안 되는 그녀가 맡아서 하기에 너무 벅찬 일이었다.

“많이 지쳐 보이는군요, 엘라 양.”

“앗, 뭐야! 당신 언제 나타났어?”

엘라는 어느새 자신의 뒤에 나타난 원더스타인을 보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는 초췌한 그녀의 표정을 보며 빙글빙글 미소를 지었다.

예전이었다면 그녀는 그의 표정을 보고 그가 자신을 놀리는 건가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그가 웃는 남자라는 저주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웃는 그의 얼굴과 마주하니 그녀는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흥! 뭐하러 나타난 거야?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서커스에 관련한 일은 엘라 양이 최고니까요. 제가 감히 도움이 되겠습니까?”

“말은 잘한단 말이야. 이 악덕 고용주가.”

엘라는 그렇게 한 번 투덜거리고는 자연스럽게 그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고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무슨 짓이야?”

그녀는 여느 때처럼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노려봤다. 원더스타인은 늘 그렇듯 뻔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안마라도 해 드릴까 해서요. 목 뒤가 많이 뭉친 것 같은데요?”

“쳇, 아부라도 떨 셈이야? 그런다고 내가 당신에게 1이라도 호감을 품을 줄 알아?”

“그럼 하지 말까요?”

“누, 누가 그렇대? 이런 아부라도 안 떨었다면 진즉에 서커스단을 박차고 나갔을 거야. 어서 해줘.”

지금 시각은 새벽 2시. 아무도 없는 빈 거실에서 엘라는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원더스타인이 해주는 안마를 받았다. 매일 철야를 하는 그녀에게 이 시간은 유일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그가 내려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게 됐다.

그녀는 안마를 받으면서 오늘 있었던 힘든 일에 대해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우몬이 부숴 먹은 소품을 다시 만들기 위해 니카를 닦달해 재료를 구해오게 했던 일, 밴딕이 연기의 새로운 변경 점을 자주 놓쳐서 애먹었던 일, 알렌과 조가 막간극의 순서를 착각해 유라크네가 등장하기 전에 마무리 농담을 날려버린 일 등. 한 달 내내 어떻게 매일 같이 다른 사건 사고가 터질 수 있는지 그녀로서 놀라울 따름이었다.

원더스타인도 하루 내내 쏟아지는 퀘스트를 해결하고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엘라가 말한 일 중에는 그가 개입해서 처리했던 일도 있었다. 그는 엘라의 투정에 맞장구를 쳐가며 오늘도 고단했던 그녀의 하루를 위로해주었다.

“그런데 당신은 괜찮아?”

“뭘요?”

“가스통 영감탱이가 이번에는 아주 작정한 거 같던데.”

엘라의 말에 원더스타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스통은 근래 들어 그에게 정원사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키기 위한 열의에 불타 있었다.

두 달 뒤 프라빈에서 열리는 가로수 경연 대회 때문이었다. 프라빈은 도시를 재개발하기 위한 사업이 한창이었고 그중에는 도시의 조경을 닦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로수 경연 대회는 시 당국이 각 도시 구역에 어떤 가로수를 심을지 결정하기 위해 여는 행사였다.

“아마 가스통 영감은 프라빈에 6대 극장 중 하나가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부터 이일을 계획했을 거야. 대회는 작년부터 분기마다 한 번씩 열리고 있던 모양이니까. 그동안 서커스단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준 것도 모두 당신에게 ‘빚’을 지우기 위해서고.”

엘라의 분석은 정확했다. 원더스타인으로서 그에게 지금까지 도움받았던 것 때문에 예전처럼 그의 제안을 마냥 거절하기 힘들게 됐다.

“스승님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그러면 다행이고.”

“그것보다 당신의 문제나 말해주세요. 뭐 때문에 요즘 그렇게 힘들어하는 겁니까?”

엘라는 대답 대신 손을 까딱여 안마를 마친 원더스타인을 소파에 앉게 했다. 그녀는 그런 그의 허벅지를 베게 삼아 냅다 드러누웠다.

그녀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원더스타인은 헛웃음을 터뜨렸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는 마치 고양이를 다루는 것처럼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를 살짝 긁어주었다. 그 순간, 그녀는 몸을 움찔했지만 놀란 티는 내지 않으며 서커스단이 봉착한 위기를 설명했다.

“……확실히 그런 일을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죠. 아무리 엘라 양이라도 말입니다.”

“어쩔 수 없어. 우리 서커스단에는 ‘연출가’가 없잖아.”

연극에서의 연출가가 하는 일은 영화에서 감독이 하는 일과 비슷했다. 공연의 규모가 어느 이상으로 커지면 연출가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연출가가 없으면 공연이 산으로 가는 일이 잦았다.

소규모 서커스단에는 없는 경우가 많지만 이름 있는 극단에는 꼭 연출가가 고용되어 있었다. 장미 풍차 카바레에서 만난 적 있는 ‘총감독’ 유그 마로이네가 현시대를 대표하는 연출가 중 한 명이었다.

사실 괴물서커스단의 규모 정도면 연출가가 없어도 공연을 수행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서커스 그랑프리 본선 진출을 노리는 사람들로서 그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일반 공연을 안 할 수도 없어. 크리스티앙 가이드의 평점은 둘째치고 예선전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우리 공연을 널리 알리는 것이 필수니까.”

서커스단의 ‘명성’은 그들이 여섯 번째로 치르기로 되어 있는 예선전의 핵심 요소였고, ‘풍자’는 그들이 다섯 번째로 치르기로 되어 있는 예선전에서 중요했다. 둘 다 그들의 공연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상태일수록 유리했다.

“거기다 이번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은 무엇보다 우리의 서커스단의 역량을 시험받는 자리란 말이야. 시간이 촉박하지만 내가 어떻게든 연출가로서 성장할 필요가 있어.”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또다시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지만, 마땅히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 대신 그는 그녀에게 힘이 될 만한 선물을 꺼내 들었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응? 아니, 잠깐! 그, 그건!”

엘라는 원더스타인의 손에 든 종이 쪼가리의 정체를 확인하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예전부터 보고 싶던 공연의 입장권이었다.

“프라빈 대학의 극문학 교수이자 명 연출가로 소문난 오스카르 한트케의 대표작 ‘악마 찬가’의 입장권입니다! 1년에 딱 한 달! 프라빈 대학의 소극장에서만 공연하는 작품이지요. 내일 늦은 저녁 시간대로 잡아 뒀습니다. 설리반 씨가 2주일 동안 줄을 서준 덕분에 겨우 2인석 표를 1장 구할 수 있었지요. 어떤가요? 내일 저랑 보러 가지 않겠어요?”

“보러 갈래! 보러 갈래!”

엘라는 폴짝폴짝 뛰며 그의 손에 든 입장권을 뺏으려고 했다. 그는 그녀의 손길을 여유롭게 피한 다음 입장권을 재킷 안주머니 속에 넣으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도 더 고생해주세요.”

“윽, 그러면 그렇지. 이 악마.”

엘라는 질린 눈초리로 그를 한 번 노려봤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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