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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97

496화

계속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에서 달러는 씨가 마르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많다.

난 달러를 쥐고 있는 큰손에게 직접 연락해 세일즈에 나섰다.

“안녕하세요, 워렌 보트 회장님.”

[허허, 오랜만이로군요.]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제 지분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려고 하는데, 좀 사주셨으면 해서요.”

그는 위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현금보유량을 늘렸고, 버크셔캐셔는 무려 150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역시 에덴스의 현자라는 명성이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다.

이미 소문을 들었는지, 그는 놀라지 않고 물었다.

[그걸로 뭘 할 생각입니까?]

“중국시장에 투자를 해보려구요.”

내 말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중국은 침몰하는 배입니다. 배가 침몰할 것을 안다면, 최대한 빨리 짐을 챙겨서 나와야 합니다. 지금 탑승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버크셔캐셔는 1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내 자산을 가지고 있다. 버크셔캐셔가 주식을 매도한다면, 중국경제 붕괴를 가속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는 만큼 그 역시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중이다.

워렌 보트 회장은 조언을 하듯 말을 이었다.

[시장은 옳고 그름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이익과 손실뿐입니다.승산이 단 51퍼센트만 됐어도, 저 역시 OTK컴퍼니의 편에 섰을 것입니다.]

그조차도 이렇게 말할 만큼 지금의 상황이 좋지 않다.

난 그동안 모두의 의심과 불신을 깨고 투자를 성공시켰다. 과연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배는 침몰하지 않을 겁니다. 남들 뛰어내릴 때 탑승하면 다른 사람들이 버리고 간 짐을 주울 수도 있겠죠.”

[정말로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사실 예지가 맞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

풍요의 바다에서 정말로 제라티늄을 광산을 찾을 수 있을까? 그게 정말로 순물질일까?그리고 그걸 시간 안에 무사히 지구로 가져올 수 있을까?

무엇 하나만 잘못돼도 이 계획은 실패한다. 그런데도 난 여기에 모든 것을 걸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기에 난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예. 위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실패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투자로 큰돈을 벌게 되며, 항상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 많은 돈들은 어디서 태어나,어디로 가는 걸까?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사람은 언젠가 죽고, 그 돈들은 또 다시 어딘가로 흘러간다.

로스차일드는 그 흐름을 계속 손에 쥐려고 하는 거고.

돈을 잃는다는 것은 때로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이다. 나 역시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그 돈들이 다 사라지고 나면, 과연 어떻게 될까? 세상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공포는 사람의 마음을 갉아 먹는다.

난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제 돈이 아니었던 돈들이니까요.”

돈을 잃는다고 해도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니다. 택규도 엘리도 현주 누나도 여전히 내 옆에 있을 테니까.

세상에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나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겁니다. 시장이 존재하는 한 돈은 언제든 다시 벌면 되니까요.”

내 말을 들은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좋습니다. 500억 달러의 채권을 구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의 인사를 들을 일은 아닙니다. 투자자로서 좋은 투자기회라고 생각해서 응하는 것뿐이니까요.]

1년 후, 상환이 되면 좋고, 안 되면 더 좋다. 어느 쪽이든 버크셔캐셔가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워렌 보트 회장과의 통화가 끝나고 나자, 난 또 다른 예비 구매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술라이만 왕세자님. 강진후입니다. 이번에 제 지분을 담보로 채권을 판매하려고 하는데, 혹시 관심 있으신가요?”

* * *

강진후가 자신의 지분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했다는 사실은 바로 금융계에 퍼져나갔다.

금리는 7퍼센트, 만기는 고작 1년이다. 1년 안에 빚을 갚지 못하면, 채권자는 담보로 잡은OTK컴퍼니 주식으로 받게 된다. 잘만하면 OTK컴퍼니를 통째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다.

이는 잠들어 있는 투자금을 끌어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그레이스의 얘기를 전해들은 그랜트가 말했다.

[만기를 짧게 해 투자를 유인할 생각이로군.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가?]

강진후는 직접 워렌 보트 회장, 술라이만 빈 살만 왕세자, 한국 재벌들을 만나 채권을 판매했다. 하지만 발행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시장에 쏟아진 물량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헤지펀드들이 벌써부터 눈에 불을 켜고 매수에 나섰어요. 채권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자금을 분산해야 돼요.”

[탐욕으로 움직이는 하이에나들에게 살코기가 잔뜩 붙어 있는 뼈다귀를 던져준 셈이지.아무리 공동의 목표가 있다고 해도 눈앞에 먹잇감이 있으면 흔들리기 마련이니.]

“그는 그렇게 마련한 달러로 우리의 공격을 방어 하는데 사용할 테구요.”

[적의 돈으로 적을 공격하겠다는 전략이지.]

얼핏 듣기에는 이상해 보이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드문 일도 아니었다.

당장 헤지펀드들만 해도 중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중국의 주식과 화폐를 빌려다 파는 중이니.

그레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면서도 당해줄 수밖에 없겠네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은 금융이다.

금융은 돈을 빌리고, 돈을 빌려주고, 돈으로 돈을 사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1을100으로 만드는 것을 가능케 한다.

로스차일드는 금융으로 성장했고, 금융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강진후는 자기자본만 움직일 수 있는 반면, 로스차일드는 은행과 투자회사들까지 소유하고 있다.

누구든 머리만 장악하면 몸통은 따라서 움직이게 되어 있으니, 이 싸움에서도 결국 로스차일드가 이길 수밖에 없다. 강진후 역시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JN배터리라는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도 달에서 제라티늄을 채굴한다는 예지를 봤을 것이다. 이는 그대로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시기를 맞추지 못하는 투자는 아무 의미가 없는 법이지.]

스페이스Z의 우주선은 절대 달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 승리는 로스차일드의 몫이다.

그레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달에 있는 제라티늄을 채굴하는 예지는 로스차일드가 실현하게 될 거예요.’

* * *

[강진후, 주식담보부채권 발행!]

[OTK컴퍼니 주식 80퍼센트를 담보로 8천억 달러 채권 판매 시작!]

[워렌 보트, 사우디아리비아 술라이만 빈 살만 왕세자, 강진후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린다! 8천억 달러를 모으고 있다고?

-아주 그냥 묻고 더블로 가는데.

-미친. 채권에 지분을 태워?

-저 지분에 그만한 가치가 있음?

-OTK컴퍼니가 가치가 1조 달러면 싼 거지. MS랑 엔플도 1조 달러인데.

-OTK컴퍼니 하나 사면, 그 안에 카로스, OTK게임즈, 페이스잇, 로사톰TWR, OTK배터리랑JN배터리에 대한 특허권까지 줄줄이 딸려 옵니다.

-저 돈 가지고 대체 뭘 하려고? 설마 중국시장에 배팅하게?

-설마…… 제때 상환 못하면, 강진후 지분 다 날리는 건데.

놀랍게도 강진후는 채권을 팔아 마련한 달러로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와 중국주식을 사들였다.

투기세력이 자신들의 포지션을 알리며 세력을 끌어 모으듯 강진후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계경제는 안정을 되찾고, 다시 성장을 지속할 것입니다. OTK컴퍼니는 위안화를 포함해 중국 내 자산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겠습니다.”

강진후는 이전에도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뿐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옮겼다.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들이 숏포지션을 택한 상황에서 강진후 혼자 롱포지션을 택한 것이다.

강진후가 투기세력의 매도를 받아주며, 중국 입장에서는 그만큼의 외환보유고를 추가로 확보한 것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중국언론들은 연일 강진후 띄우기에 나섰다. CCTV는 강진후의 투자 성공사례를 특집 다큐멘터리로 내보냈고, 인민일보는 강진후의 발언을 1면에 대서특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중국경제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투기세력은 경고를 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진샤오슌 인민은행 총재까지 언론 앞에 나섰다.

“중국은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을 쓸 수 있는 수단이 충분합니다. 지금의 혼란은 그저 잠시 지나가는 폭풍일 뿐입니다.”

-이 새끼 왜 중국 편을 드는 거야?

-ㄷㄷㄷ 진짜 미쳤네. 중국경제 무너지면, OTK컴퍼니도 같이 무너지겠는데?

-ㅋㅋㅋ OTK컴퍼니 문 닫겠는데. 강진후 거지돼서 서울역에서 깡통 놓고 구걸할 듯.

-중국 무너지면, 그때부터는 세계경제 붕괴임. 미국이나 버티고 나머지는 다 죽음.

-공산당 편드는 거 보니, 종북빨갱이 인정.

-중북인지 빨갱이인지는 모르겠고, 강진후가 저렇게 나오는 걸 보면, 정말로 자신이 있다는 거 아님?

-러시아군도 NATO군도 조용. 3차 대전은 피한 듯?

-저렇게 작정하고 매수하는 걸 보면, 정말로 중국이 괜찮은 모양인데.”

-설마 강진후가 손해 볼 짓은 하지 않겠지.

-글쎄. 아무리 강진후라고 해도 저건 무리일 것 같은데…….

-달에서 제라티늄만 캐오면 성공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게 불가능할 것 같다고.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강진후가 매수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시적으로 증시 하락세가 주춤했고,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잦아들며 달러 상승도 멈췄다.

* * *

달력은 어느새 4월로 넘어갔다.

택규는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4월은 잔인한 달이지. 이거 누가 했던 말이더라?”

“아마 T. S. 엘리엇의 시에 나왔던 구절일 걸.”

하여튼 어디서 주워들은 건 많은 오타쿠다.

어쨌거나 폭락하는 증시를 보고 있자니, 4월이 잔인한 달이라는 말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마크 트웨인은 4월은 주식투자에 위험한 달이라고 말했지.”

“진짜? 그 아저씨 똑똑하네.”

“참고로 그밖에 위험한 달로 10월, 7월, 1월, 9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2월을 꼽았지.”

“…….”

그만큼 투자가 위험하다는 뜻이다.

헤지펀드 연합은 작정하고 계속 공매도를 쏟아냈다. 중국이 외환보유고를 쏟아 부어도 막기 힘든 일이다. 역시나 내 자본만으로 하락하는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것은 무리였다.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손실은 누적됐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았다.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빛의 속도로 잔고가 줄어드는 것을 보니,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기분이다.

택규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잔고를 보고 있으면 아주 짜릿해! 늘 새로워! 투자하는 게 최고야!”

“…….”

갑자기 헛소리하는 걸 보니, 얘도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어차피 상승이냐 하락이냐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도 지금뿐이다.

스페이스Z가 제라티늄 탐사, 채굴, 운송에 성공한다면, 세계경제 회복의 길이 열리게 된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그때는 누구도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되겠지.

“다녀올게. 회사 잘 지키고 있어.”

“걱정 마.”

택규와 작별인사를 한 나는 옆 건물로 건너갔다.

엘리는 바쁘게 일하는 중이었다. 난 잠시 동안 밖에 서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정장을 입고 머리를 묶은 채 일하는 그녀는 그 자체로 빛이 났다.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오늘도 예쁘구나.

잠시 후, 나를 발견한 한 직원이 뭐라고 말했고, 엘리는 그제야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에요?”

“이제 미국으로 출발하려구요. 가기 전에 얼굴 보러 왔어요.”

“언제 돌아와요?”

“일 끝나고 나면요.”

엘리는 다른 직원들이 있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잘 다녀와요. 항상 건강이 먼저인 거 알죠?”

“그럼요.”

돌아올 때쯤이면, 모든 게 끝난 뒤일 것이다.

다시 한국 땅을 밟을 때 나는 과연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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