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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98

EP.497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3)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은 6대 극장 중 시험의 주기가 두 번째로 길었다. 그들은 5주에 한 번 시험을 치렀고, 그때마다 4개의 별이 수여되었다.

즉, 예선전이 끝날 때까지 그들은 최대 80개의 별을 수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6대 극장 중 장미 풍차 카바레 다음으로 수여율이 높은 축에 속했다.

시험에서 아예 별을 받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레카체프 서커스 학교나 크리스티앙 기념관의 시험에 비하면 확정적으로 별이 지급되고 그 수도 많다는 점에서 확실히 난도가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평가가 다소 떨어지는 서커스단이라 할지라도 에이스 한둘의 활약에 따라 별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는 저 두 곳과 달리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은 철저하게 서커스단의 종합적인 실력에 따라 승자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가혹하다고 할 수 있었다.

서커스 그랑프리가 시작된 지 딱 1년이 지났다. 이제 각 극장의 시험 경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분석이 끝나 있었다.

엘라는 이번 시험이 그들에게 있어서 최대의 난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국을 통과할 때 일부러 철도 서커스를 통해 단원들에게 많은 무대 경험을 쌓게 했던 것에는 이번 시험을 대비하는 목적도 있었다.

괴물서커스단이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을 치르는 것은 다음 달이었다. 그들이 이번 달에 아테레나 노천극장을 찾은 것은 다른 서커스단이 시험을 치르는 모습을 보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잡지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지만 직접 보는 것보다는 못했다.

“자, 그러면 시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번 시험의 주제를 관객분들에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무대 진행을 맡은 것은 ‘수다쟁이’ 가면이었다. 그는 사회자로서 무대를 이끌어 나가면서도 평소의 떠버리 캐릭터 또한 완벽하게 연기했다. 중간중간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산으로 가는 것은 물론 그때마다 ‘아차차’ 하고 입을 때리는 그의 모습은 백면극의 수다쟁이 그 자체였다.

“가면 뒤의 신분에 대해서는 우리끼리도 알지 못합니다.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모두 비밀이죠! 한 달 전에 있었던 만우절 행사에서 몇몇 배우들의 정체가 드러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숨바꼭질 게임을 위해 배우들 스스로 실마리를 뿌렸기 때문입니다! 평소였다면 찾아내는 게 절대로 불가능했을 겁니다. 우리는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무대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완벽하게 그 가면의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특히 연기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말했다. 그것이 바로 아테레나 노천극장에서 내건 시험의 주제였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연기력’입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어떤 특기를 지녔고 어떤 공연을 펼쳤으며 얼마만큼 인기를 지녔는지 고려하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가 제시하는 대본을 얼마만큼 훌륭하게 소화해낼 것인가! 우리가 씌운 배역을 얼마나 완벽하게 연기할 것인가! 그것만을 보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시험! 그 이름 하여…… 페르소나 라이브!”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쏟아냈다. 그 안에서 서커스 그랑프리 참여자들은 비교적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어지는 경기 규칙의 설명을 차분하게 경청했다.

한 번의 시험에는 네 개의 대본이 선정되었다. 그리고 한 대본당 3개의 서커스단이 경쟁해 우승자 하나를 선발했다. 그렇게 한 번의 시험에 총 4개의 별이 수여되는 것이다.

시험은 공정성을 위해 모두 밤에 치러졌다. 노천극장의 특성상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이 차단되지 않아 낮의 무대가 밤의 무대에 비해 훨씬 불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에 치를 수 있는 공연의 수는 2번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6일 동안 총 12개의 서커스단이 돌아가며 한 번씩 공연을 펼치는 것이다.

월수금, 화목토. 같은 대본을 뽑은 세 서커스단끼리는 이렇게 하루의 간격을 두고 공연했다. 연속해서 같은 내용의 공연을 보면 관객들이 지루해할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시험의 결과는 모든 공연이 끝나고 바로 다음 날, 그 주 일요일에 발표되었다.

전부 숙지하고 있던 내용이었기에 참가자들은 별다른 내색 없이 넘어갔다. 규칙의 설명을 마친 수다쟁이 가면은 이제 본격적인 시험의 시작을 알렸다.

“5월 첫째 주의 시험! 그 첫 번재 순서는…….”

엘라는 단원들에게 공연을 관람하면서 눈으로 훔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훔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훔쳐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시는 내리지 못했다. 그저 가능한 한 눈에 많이 담으라는 말을 하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녀는 여기서 또 한 번 연출가로서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과연 우리가 이번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엘라는 단원들 앞에서 언제나 자신 있게 행동했지만 사실 그녀의 속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 70%대의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괴물 서커스라는 독특한 소재와 원더스타인이 짠 대본의 힘 덕분이었다.

솔직히 그들 서커스단의 종합적인 역량은 아직도 서커스 그랑프리 참가자 중에서는 하위권에 속했다. 앞선 두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히 운이 따랐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는 모르지 않았다.

6일 동안 그들은 매일 밤 노천극장을 찾아 다른 서커스단들의 공연을 관람했다. 엘라는 그들의 공연 대부분이 60%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다들 각자 갈고닦은 재주에 특화되어 있다 보니 억지로 주어진 대본에 맞춰 연기하는 것은 힘들어했다.

그 사실은 괴물서커스단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하나의 역할에 특화되어 있기로는 그들만 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종종 40% 이하의 결과를 보여주는 서커스단이 나오기도 했다. 괴물서커스단이 칼디르에서 만난 적 있는 ‘스맥다운 서커스’의 경우가 그랬다.

그들은 전원이 차력사로 이루어진 서커스단이었다. 평소에 싸움 기술이나 연마하던 우락부락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 모여서 <알비노 고릴라와 일곱 공주님> 따위의 극본을 연기하니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리 만무했다. 입가에 푸른 면도 자국이 난 공주와 팔뚝이 통나무만 한 공주가 서로의 미모에 대해 칭찬을 나눌 때는 관객들 모두 자지러지고 말았다.

그나마 볼만하던 것은 알비노 고릴라를 사냥하러 온 사냥꾼과 공주들이 마지막에 싸우는 장면이었다. 괴성을 내지르며 무대 배경과 소품이 부서질 정도로 거칠게 격투를 벌이는 그들을 보니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았다.

그러나 괴물서커스단으로서는 그들을 보고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외모가 배역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자신들 이상 가는 페널티를 가진 서커스단은 없었기 때문이다.

“핫핫, 희망을 놓지 맙시다! 우리 상대로 스맥다운 서커스 같은 곳이 두 곳 나온다면 우리도 충분히 승리를 노려볼 수 있으니까요!”

스벤의 낙천적인 태도는 오히려 단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가 저런 식으로 과하게 호들갑을 떨면 결과가 반대로 나오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점점 커지는 불안감 속에서 일주일이 흘렀다. 6일간 매일 2곳씩 총 12개의 서커스단이 각자가 받은 대본에 따라 연기를 펼쳤다.

그리고 마침내 일요일. 심사의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 찾아왔다.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은 표결로 결정되었다. 130여 명의 가면 배우들과 프라빈 대학교의 연극대학 교수 7명이 표결에 참석했다. 배우들은 각자 한 표씩, 교수들은 각자 10개의 표를 행사했다.

“다수결로 시험의 결과를 정하다니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이것도 노천극장의 역사를 반영한 거겠죠. 원래 이곳의 이름은 ‘아고라’라고 콜룸 제국이 공화국이었던 시절, 시민들이 모여 토론과 투표를 하던 장소였습니다.”

관객들의 눈이 무대 위에 앉은 심사위원들을 향했다. 가면 배우들은 어차피 정체를 모를뿐더러 얼굴을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데다 한 명당 1표뿐이라 추측이라는 게 의미 없었다. 그러나 7명의 교수진은 모두 신분이 드러나 있었고 한 명당 10표나 되었기에 그들이 어디에 표를 던질지 이런저런 추측을 하기 좋았다.

프라빈 대학의 연극대학은 10여 개의 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무용과, 작곡과, 연기과, 극문학과 등. 연극대학은 예술과 문화로 유명한 프라빈 대학을 대표하는 단과대로 소속된 교수만 100명이 넘었다.

프라빈 시 당국과 대학 측이 맺은 협약에 따라 연극대학의 교수들은 서커스 그랑프리 동안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해야 했다. 연극계 사람들은 은근히 서커스 쪽 사람들을 자신들보다 낮게 보고 있었기에 교수들은 이번 일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시험이 표결로 결정된다는 것도 교수들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교수들은 가면 배우들과 달리 심사평을 발표하고 어느 서커스단을 선택했는지 공개적으로 밝혀야 했는데, 표에 밀려 자신이 미는 후보가 낙선한다면 그것만큼 우스운 꼴도 없었다.

그러나 일개 교수들로서 시 의회의 높으신 분들과 대학 이사진의 결정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공평하게 돌아가며 심사위원을 맡기로 했다.

그러나 그중 딱 한 명. 자신은 심사위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교수가 있었다. 바로 극문학과 교수 중 한 명인 오스카르 한트케 교수였다.

물론 그가 심사위원 일에 반감을 표한 것은 그것이 서커스와 관련되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평소에 서커스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난 서커스의 창의적이고 기발한 부분들을 연극계가 본받아야 한다고 늘 주장했었지. 결코 서커스를 깔보는 게 아닐세. 다만, 이 그랑프리라는 것은 마음에 안 드는군. 서커스단끼리 누가 잘났는지 점수를 매기고 줄을 세우겠다고? 그런 시시한 일은 이사회 밑이나 닦아주는 교수들이나 하라고 해.”

한트케 교수의 발언은 그를 숭배하는 일부 학부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연극대학 교수들 대부분은 그의 태도에 반감을 표했다.

“제길. 누구는 좋아서 이런 일을 하는 줄 아나.”

“고고한 척은 혼자 다 하는군. 잘났어, 정말.”

“코흘리개들에게 떠받들어지면서 반항아 놀이나 하다니. 저런 인간도 교수라고.”

“참 철딱서니 없는 사람.”

애초에 연극대학에서 한트케 교수를 좋아하는 교수는 별로 없었다. 그는 극장 파괴 운동 때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수위 높은 발언과 과격한 행동으로 대학 내에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실제로 이사회 내에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프라빈 연극계에서 그가 가지는 위상이 워낙 컸기에 그동안 손을 대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연극대학의 교수들 대부분이 기뻐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은 바로 한트케 교수가 이사회에서 정직 징계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표면상의 이유는 교수로서 품위를 떨어트린 기존의 행동들과 몇몇 출처 불명의 연구비 사용 내역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2달 전에 있었던 시 의회 선거의 결과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작년에 한트케 교수의 제자 중 한 명이 시 당국의 재개발 정책을 비판하는 풍자극을 크게 흥행시켰는데, 하필 이번 선거에서 그 정책을 추진한 정당이 의석을 기존의 2배나 차지했기 때문이다.

“무려 2년 정직이랍니다! 아이고,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군요.”

“그래서 <악마 찬가>도 이번 해는 딱 하루만 공연했다더군.”

“쯧쯧, 한트케 교수 밑에서 졸업 준비하던 대학원생들만 불쌍하게 됐군요.”

“괜찮은 애들 몇 명 있던데. 우뤼 쪽으로 오라고 해볼까?”

그래서 교수들은 오늘 상당히 기분이 좋은 상태로 심사위원을 맡으러 왔다. 이번 시험에 참여한 서커스단들에게 평소보다 후한 평들이 내려진 것은 그 때문이었다. 물론 상대 평가인 이상 그것이 시험의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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