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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99

EP.498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4)

그렇게 5월 첫째 주의 시험이 종료되었다. 4곳의 서커스단이 노천극장 측으로부터 별을 수여 받았고, 8곳의 서커스단이 고배를 들었다. 의외의 약진을 한 곳도 있었고,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곳도 있었다. 기쁨과 슬픔의 비명이 뒤섞여 소란이 일었다.

잠시 장내를 정리하는 시간을 거치고 나서 사회자는 이제 시험주간의 마지막 단계로 넘어갔다. 그것은 바로 5주 뒤에 있을 다음 시험의 일정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다음 시험은 6월 6일에 시작합니다! 이번과 같이 6일간 12번의 공연이 펼쳐지고, 일요일에 결과 발표가 있지요. 그러면 시험을 치를 12곳의 서커스단부터 소개할까요?”

사회자가 시험을 접수한 순서대로 서커스단의 이름을 불렀다. 장황한 소개말과 함께 해당 서커스단의 대표들은 차례차례 무대 위로 올랐다.

원더스타인은 그들 중 절반을 만우절 행사에서 본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 시기쯤 해서 프라빈에 도착해 시험에 접수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바퀴의 서커스와 파파엘 서커스도 거기에 포함됐다. 그들은 지난 1주일 동안 꾸준히 이번 시험을 관람했기에 원더스타인은 그들의 객석 위치도 파악하고 있었다. 서커스단이 호명될 때,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목이 돌아갔다. 바퀴의 단장인 클로팽과 파파엘의 단장인 홉스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 위에 올랐다.

괴물서커스단의 이름이 불린 것은 아홉 번째였다. 원더스타인은 단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나가는 길에 그는 클로팽과 홉스와 간단한 눈인사를 나누었다.

“자, 지금 11개의 서커스단의 대표들이 무대 위에 섰습니다! 그러면 이제 6월 둘째 주 시험에 도전할 마지막 서커스단을 소개하겠습니다! 사실 이 자리는 어제까지만 해도 공석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험에서 탈락한 서커스단 중 하나가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오늘 오전에 프라빈에 도착한 서커스단이 있습니다! 그 이름! 모두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여기도 크리스티앙 가이드로부터 별 3개를 받은 곳이죠! 라이프니츠 상회가 후원하는…… 황금 카니발!”

누군가가 금빛 망토를 휘적거리며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오만하게 고개를 치켜든 중년 남성의 코 아래에는 그보다 더 뾰족하게 끝을 쳐들고 있는 콧수염이 자라 있었다.

지몬 마기어. 업계 최고의 마술사로 불리는 사내였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무대 위로 성큼성큼 걸어 올랐다. 중간에 원더스타인과 잠시 눈을 마주친 그는 입가에 슬쩍 조소를 머금었다.

원더스타인은 그를 보며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상대는 레카체프 서커스 학교의 시험에서 자신들을 떨어트리기 위해 더러운 수작을 부린 적이 있었다. 자신의 딸조차 이용하는 그의 전략 때문에 하마터면 그들은 시험에서 탈락할 뻔했었다.

당연히 그들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았다. 서커스단의 모든 역량을 끌어모아 그의 방해를 물리치고는 끝내 별을 손에 넣었다.

그런 짓을 저질렀으면 이후로는 민망해서라도 눈을 못 마주칠 법한 데, 시험 직후 그는 오히려 그것을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것으로 받아들이고는 그들에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시했다. 물론 거기에는 그의 딸인 레이나가 괴물서커스단으로 이적한 것도 한몫했다.

고작 1초 남짓한 마주침에도 지몬은 눈빛, 동작, 표정 온갖 것을 동원해 원더스타인에게 강한 멸시와 경멸을 드러내 보였다. 말없이 욕하기 선수권 대회가 있다면 능히 우승권에 들 만한 솜씨였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그의 도발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가능한 한 스맥다운 서커스가 참가하길 바랐는데 아쉽게 됐군.’

저 정도로 화내기에는 웃는 남자의 저주가 너무 강력했다. 지몬은 그의 반응이 그럴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했기에 아무런 내색 없이 그를 지나쳐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12곳의 서커스단 단장들이 사람들 앞에 나란히 섰다. 원더스타인을 비롯한 10명의 단장은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두 곳으로 쏠리는 것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바로 바퀴의 단장인 클로팽과 황금 카니발의 단장인 지몬이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이끄는 서커스단은 크리스티앙 가이드로부터 별을 3개 받은 3곳 밖에 없는 서커스단이었기 때문이다. 3성 서커스단 중 둘이 나란히 같은 극장의 시험을 치르게 된 건 지난 1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럼 이 12곳의 서커스단을 4개 조로 나누겠습니다. 여기 자루 속에는 ABCD 네 개의 공이 3개씩 들어 있습니다. 무대 위에 올라온 순서대로 차례로 공을 뽑아 주십시오.”

앞선 사람부터 한 명씩 앞으로 나서서 자루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첫 번째 서커스단 단장은 B를 뽑았고, 두 번째 단장은 A가 나왔다. 그리고 세 번째는 또 B가 적힌 공을 뽑았다.

B를 뽑은 두 서커스단의 단장은 서로를 마주 보고 마치 자신의 승리가 확정된 것처럼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초장에 상대의 기를 꺾어 놓기 위한 일종의 허세였다.

4번째는 바퀴의 서커스 차례였다. 관객들의 시선이 모두 클로팽을 향했다. 앞서 공을 뽑은 단장들은 다들 그가 C나 D를 뽑기를 바랐다.

마침내 그가 자루 속에서 손을 뺐을 때, D라고 적힌 공이 그의 손에 쥐여 있었다. 세 단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단장은 각각 C와 A를 뽑았다. 일곱 번째 단장인 홉스는 B를 뽑음으로써 B조의 선발을 마무리 지었다.

B조의 면면을 살핀 원더스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으로 B를 뽑은 곳은 어지간한 대본은 50% 이상으로 소화해낼 수 있다고 엘라가 평가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들이 저쪽과 같은 조가 됐다면 승률은 1%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D는 바퀴의 서커스로 승자가 정해진 조나 다름없었다. 원더스타인은 C를 뽑은 한 곳과 A를 뽑은 두 곳의 면면을 살피고는 가능한 한 자신이 C를 뽑기를 바랐다.

A에는 또 만만치 않은 곳이 하나 있었다. 황금 카니발이 A나 D를 뽑아 주고, 남은 서커스단 중 제일 실력이 떨어지는 열한 번째 서커스단이 자신과 같은 C조가 된다면 최상의 그림이었다.

물론 그것으로도 승리는 여전히 불투명했다. 하지만 그나마 승률이 높은 경우의 수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여덟 번째 단장이 C를 뽑으면서 좌절되었다. 그곳은 A와 B를 뽑은 첫 번째 서커스단들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실력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완전히 시험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노력한다면 어쩌면 혹시나 운이 따라서 승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원더스타인은 떨리는 마음을 숨기고 자루 속에 손을 넣었다. 남은 공은 A 1개, C 1개, D 2개. 엘라의 승률 분석에 따르면 각각 5%, 15%, 0%였다.

15%라면 해볼 만했다. C를 뽑아야 했다.

4분의 1 확률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운을 믿었다. 자신은 키르쿠스의 사도였다. 무대 위에서 자신 이상으로 유희의 신에게 축복을 받은 인간이 있을 리 없었다.

원더스타인은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뽑은 공을 객석 방향으로 내밀었다. 구차하게 공에 든 문자가 뭔지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객석에 앉아 있던 엘라와 눈을 마주친 그는 그녀의 얼굴이 순간 절망으로 물드는 것을 보았다. 아니, 잠깐, 설마?

“아.”

관객들 절반이 안타까운 한숨을 토했다. 원더스타인은 불안한 예감을 느꼈고, 사회자가 곧 그의 직감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었다.

“네! 괴물서커스단은 D조로 배정되었습니다.”

D조는 바퀴의 서커스가 있는 조였다. 원더스타인은 그만 관객들을 따라 탄식을 내뱉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바퀴의 서커스는 엘라가 유일하게 승률 0%로 뽑은 서커스단. 같은 조가 되면 절대로 안 되는 곳이었다. 하다못해 A라도 뽑았다면 승률이 1%라도 되는데!

그는 공을 터트릴 기세로 손에 꽉 쥐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머리는 남은 경우의 수를 팽팽하게 세고 있었다. 온갖 엉뚱한 상상력이 발휘되었다.

바퀴의 서커스 내부 알력 다툼 때문에 수준 미달의 배우들이 대표로 나선다든지 혹은 스벤이 푸라 다이의 아버지로서 권위를 발휘해 강제로 승리를 얻어낸다든지 혹은 6월의 어느 날이 사실 집시들의 대명절이라 대회를 포기하고 단체로 쉰다든지.

그러나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던 그를 허무하게 만드는 소식이 전해졌다. 열 번째 서커스단과 열한 번째 서커스단이 차례로 C와 A를 뽑은 것이다. 이러면 마지막 서커스단은 공을 뽑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남은 조가 되었다.

“이럴 수가! 황금 카니발 역시 D조가 되었습니다! 놀랍군요! 우승 후보 두 곳이 한 조에서 경쟁하게 됐습니다!”

다른 조의 단장들은 다들 기쁨의 비명을 내질렀다. 저 둘과 같은 조가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들 안심한 듯했다.

한편 괴물서커스단에 대해 동정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아무도 믿지 않을 허세에 찬 미소를 짓고 있는 원더스타인을 보며 혀를 찼다.

“운이 없는 정도가 아니군.”

“쯧쯧, 졸지에 우승 후보 둘 사이에 끼다니.”

“아니, 생각해봐. 어차피 괴물서커스단은 뒤에서 세어서 1, 2등이었잖아,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한 거지. 주목해야 할 건 괴물서커스단 따위가 아니라 바퀴와 황금 중 누가 이기는지 아니겠어?”

같은 조로 뽑힌 단장들끼리 모여 섰다. 클로팽과 지몬은 원더스타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노려보며 신경전을 펼쳤다.

“지몬 군이 코흘리개 시절 스승을 따라 우리 부족을 방문했을 때가 기억나는군.”

“아, 그때부터 언젠가 밟아줘야지 하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죠.”

“자네가 내 딸에게 고백했다 차여서 울던 것은 기억나나?”

“말은 바로 하시죠. 그건 제 스승님이 본인이 다 쪽팔린다고 저를 때려서 운 거였습니다. 하여간 나중에는 차 준 게 고맙더군요. 따님이 몇 년 있다가 범죄를 저질러서 부족에서 쫓겨났다죠? 아들도 그렇고. 마음고생이 많으셨겠군요.”

원더스타인은 둘에게서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의지를 느꼈다. 물론 둘 다 괴물서커스단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자, 그럼 이제 행사의 마지막 차례로 들어가겠습니다. 각 조가 연기할 대본은 무엇일까요?”

극장 직원들이 수백 개의 공이 든 투명한 통을 무대 위에 세웠다. 증기기관이 돌아가는 소리가 나며 통 안에 바람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에 있던 공들이 사방으로 마구 튀어 올랐다.

원더스타인은 그것을 보는 순간 마지막 희망이 하나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저 통 안에는 프라빈 대학의 연극학부 교수들이 선정한 250개의 극본의 이름이 새겨진 공들어 들어 있었다. 물론 지난 1년간 40개의 대본이 시험에 사용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210개였다.

그것들의 목록은 이미 작년에 시험을 시작할 때부터 모두 공개되었다. 프라빈에 도착하자마자 남은 극본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엘라는 그중 딱 하나.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것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그라나스 그라우드라는 작가가 쓴 <할로윈의 심판>이라는 연극이었다. 그것은 어비스의 마귀들이 할로윈 날 세상에 뛰쳐나와 악인들을 찾아가 그들을 파멸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해당 극본의 등장인물들 대부분은 흉악하게 생긴 마귀였다. 마귀와 악인의 종류는 연출가에 따라 여러 가지 선택할 수 있게 마련되어 있었기에 괴물 단원들에게 어울리는 배역은 충분했다. 만약 그 극본이 걸린다면 승리를 향한 일말의 가능성이 생겼다.

‘할로윈의 심판! 할로윈의 심판! 할로윈의 심판!’

ABC조의 극본은 모두 선정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D조뿐이었다. 원더스타인은 키르쿠스의 힘이 저 요란스러운 기계에 닿기를 기도했다.

우승 후보 둘 사이에서 무시 받던 괴물서커스단! 그들에게 딱 어울리는 극본으로 대역전극! 원더스타인의 머릿속에 그런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대단하다! 키르쿠스! 이 반전 드라마를 노린 거구나! 발휘되어라! 0.5%의 기적!’

몇 초의 기다림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사회자가 기계가 토해낸 공 하나를 받아들었다. 모든 사람의 눈이 그의 입을 주목했다. 그는 공에 새겨진 글자를 확인하고는 느릿한 목소리로 그것을 읽었다.

“극작가 크리스티앙의…… 울펜슈타인 백작.”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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