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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4 선율 (1)

천노을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놈이기는 하지만 역시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진다. 이제 노을의 행동 패턴 따위는 식상하기 그지없다. 그가 무슨 개수작을 부린대도 능숙하고 어른스럽게 대처할 자신이 경수에게는 있었다. 그야말로 천노을은 제 손바닥 위에 있는 셈이었다.

「ㅊㄴㅇ: 형 자요?」

「ㅊㄴㅇ: 자나 보네…ㅠㅠ」

「ㅊㄴㅇ: 제 꿈꾸세요><」

미리 보기로 메시지를 읽은 뒤 휴대폰을 엎어 놓았다. 노을은 정말 제가 꼼짝없이 자는 줄로만 알 것이다. 요즘 노을은 규칙적으로 생활하는지 새벽에 접속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새벽만은 놈에게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경수는 컴퓨터를 켜 게임에 접속했다. 새벽반 길드원들이 ‘ㅎㅇ’라고 인사만 건네고 다 제 할 일을 하러 떠났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형님 지금 바쁘세영?

[귓속말] 냥이냥나냥: ?

[귓속말] 스페이드퀸: 아 저 정민재인데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ㅇㅇ?

[귓속말] 스페이드퀸: 천노을 친군데 저 기억 안 나시나여??? 축제 날 같이 겜도 했는뎅

[귓속말] 스페이드퀸: 저 정민재 17세 남자고요 취미는 독서 특기는 요리 김치찌개를 잘해영

경수는 곧바로 친구 창을 열어 현재 접속해 있는 친구를 확인해보았다. 천노을은 오프라인 상태였다. 노을을 통해서가 아니라면 정민재와 말을 주고받을 일이 없었다. 전에 친구로 등록해두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 얘기를 나눴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말이다. 너무 뜬금없는 연락이라 얼떨떨했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그리고 또….

[귓속말] 냥이냥나냥: 그렇게 말 안 해도 누군지 암ㅋㅋㅋㅋ 암튼 왜?

[귓속말] 스페이드퀸: ㅎㅎ다행

[귓속말] 스페이드퀸: 형 지금 할 일 없으시면 은하수 레이드 뛰실래영?

[귓속말] 냥이냥나냥: 갑자기??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넴ㅋㅋㅋ 별 조각 모으러 가려구여

[귓속말] 냥이냥나냥: 아ㅇㅋㅇㅋ

‘스페이드퀸 님께서 파티에 초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말하기 무섭게 파티 초대 창이 떴다. ‘예’ 버튼을 눌러 파티에 들어가니 경수와 민재 이외에도 한 명이 파티에 참여해 있었다. 경수는 반사적으로 파티 탈퇴를 눌러버렸다.

‘냥이냥나냥 님께서 파티를 이탈하셨습니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아니 왜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수는 속사포처럼 욕을 읊조리며 키보드를 세게 두드렸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ㅅ1발 너 나한테 다시는 말 걸지 마라

[귓속말] 스페이드퀸: 글케 나쁜 새1기 아니에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귓속말] 냥이냥나냥: 조ㅗ까

[귓속말] 스페이드퀸: 진짠데… 적어도 형한텐…^^

심지어 파티장이 썬셋이었다. 그때 싸패도 맞다고 했으면서 뭐가 나쁜 사람이 아니야? 경수는 선율과 그것도 선율 길마랑은 죽어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 고작 문페어리에게 이길 자신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웬만해선 마주치지 않는 게 좋다.

‘스페이드퀸 님께서 파티에 초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거절하셨습니다.’

‘스페이드퀸 님께서 파티에 초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거절하셨습니다.’

‘썬셋 님께서 파티에 초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거절하셨습니다.’

‘스페이드퀸 님께서 파티에 초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거절하셨습니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아 형ㅠㅠ 제발

[귓속말] 냥이냥나냥: ㅅ

[귓속말] 스페이드퀸: ??

[귓속말] 냥이냥나냥: 싫

[귓속말] 스페이드퀸: 시비 못 털게 할게요… 진짜로!!!

[귓속말] 냥이냥나냥: ㅗ

[귓속말] 스페이드퀸: 맹세 ㅜ 썬발 새1기가 저 딜 쓰레기 같다고 엄청 머라해요ㅠ 지금도 머하냐고 욕 엄청 먹는 중ㅠ 이따위로 할 거면 초보자 사냥터나 가래요ㅠㅅㅠ

[귓속말] 냥이냥나냥: 인성?

[귓속말] 스페이드퀸: 그니까요;; 혼자 하려니까 넘 힘들어서 못 해 먹겟단 말이에영ㅠㅜㅜㅠ 길원들도 지금 다 없구ㅠㅠㅠㅠ 긍까 한 번만 도와주세요ㅠㅠ 어차피 송편 모을 거 아니면 할 것도 없잖아요ㅜ

“…….”

세 줄을 넘어가는 채팅을 읽고 나니 조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암흑기사라면 아무리 딜이 안 나와도 평타는 칠 텐데, 얼마나 기준이 높은 건지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진짜 인간 말종 쓰레기 새끼, 어떻게 부길마한테 그래? 정지당하고 본인이 없는 동안 유저들 사이에서 선율 취급이 어땠는지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귓속말] 냥이냥나냥: 별 조각 ㅆㅂ이 모으는 거야? 너 말고?

[귓속말] 스페이드퀸: 넹ㅠㅠ

[귓속말] 냥이냥나냥: ㅎ;; 팟초좀

‘스페이드퀸 님께서 파티에 초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썬셋의 이름 왼쪽에 파티장임을 뜻하는 왕관 표시가 붙어있었다. 경수는 일단 던전 근처 석탑으로 워프했다. 석탑 앞에 앉아있던 스페이드퀸이 인사하는 모션 이모티콘을 사용해 손을 흔들었다. 석탑 오른쪽 위, 하프에 비스듬히 누워 나른한 분위기를 풍기는 하얀 캐릭터는 그 악명 높은 썬셋이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ㅎㅇㅎㅇ

[파티] 썬셋: 안녕하세요^^

[파티] 냥이냥나냥: 판당 0.5 / 보스 레이드 막타 양보는 두 배 받아요

그 말에 한순간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몇 초의 정적이 흐르고 경수는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파티] 썬셋: 알바비인가요?

[파티] 냥이냥나냥: ㅇㅇ

썬셋도 똑같은 만렙 유저다. PVP 랭킹 전체 종합 1위 자리를 찍고 그 기록을 누구도 깨지 못할 정도라도 보스 레이드에서는 딜러가 꼭 필요했다. 빨리 깨면 깰수록 보상이 푸짐해지기 때문이었다. 알바비를 달라고 하면 바로 자존심이 상해 파티 탈퇴를 시키겠지 하는 마음에 그냥 한번 말해 본 것이었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형 이러려고 파티 초댘ㅋㅋㅋㅋㅋ

[파티] 냥이냥나냥: 판당 10분 컷으로 끊어드림

어차피 정민재와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었고, 레이드를 그냥 뛰어줄 마음은 없었다. 아무리 악명 높은 썬셋이라도 말이다. 옛날에는 새싹 유저들을 키워준다는 명목하에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공짜로 버스를 태워주는 것도 자주 했고, 한참 돈을 모은다고 알바를 뛰기도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시세보다 좀 높기는 하지만 시간이 단축되니 그렇게 세게 부른 것도 아니었다.

[파티] 썬셋: 흠 10분 괜찮네요….

[파티] 썬셋: 길은요ㅇㅅㅇ? 은하수 좀 복잡한데~

[파티] 냥이냥나냥: ㅅㅂ당연 외웠죠;

[파티] 썬셋: ^^

‘썬셋 님께서 거래를 신청하셨습니다.’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갑자기 소지금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썬셋이 건넨 알바비는 15억이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잘못 준 것 같은데요? 0하나 더 붙었어요

[파티] 스페이드퀸: 헉 님 10억 줬음?ㅋㅋ

[파티] 썬셋: 15ㅋㅋ

썬셋은 그렇게 말하고 별 가루를 흩날리며 먼저 허공에 떠서 날아가기 시작했다. 경수와 민재는 그 뒤를 쫓아가 던전 앞에 도착했다.

‘인스턴트 던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파티] 냥이냥나냥: 저 잠깐 하고 끌 거라 열판 뛸 시간은 안 되는데요?

[파티] 썬셋: 괜찮아요~ 남으면 가지세요.

[파티] 냥이냥나냥: ?

[파티] 스페이드퀸: 가져도 돼요ㄱㅊㄱㅊ

경수는 의심의 끈을 놓을 수가 없어 눈을 가늘게 떴다. 이래놓고 나중에 꼬투리 잡아서 포세이돈 전체를 타겟으로 학살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형 진짜로 괜찮아욬ㅋㅋ 쟤 돈 진짜 많거든욬ㅋㅋ 템 다 팔아가지고ㅋㅋㅋㅋㅋㅋㅋ 걍 뜯어먹어요 꼴좋다ㅂ/ㅅ

[귓속말] 냥이냥나냥: 니네 길마잖아 그래두 댐?

[귓속말] 스페이드퀸: 알 빠임?ㅋㅋ 졷1같은데 길드 스킬때매 버티고 있는 거예여^^

이런 취급을 받는대도 썬셋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거다. 경수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채팅창 스크린샷도 찍어두었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진짜 오늘만 해주는 거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네넼ㅋㅋㅋㅋㅋㅋ

[파티] 썬셋: 잠시만요ㅇㅅㅇ 버프 드릴게요~

그렇게 말한 썬셋이 하프 현을 튕기자 음표가 파티원들의 몸을 휘감으며 능력치 강화 버프가 왼쪽 상단에 떠올랐다. 체력 증진, 최대 데미지 상승, 회피력 상승 등 기본적인 버프들을 걸어준 뒤, 썬셋은 아래로 내려와 경수의 캐릭터 옆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대천사의 입맞춤!’

썬셋이 하프 현을 훑듯이 손끝을 굴리자 새하얀 아기천사들이 나타나 경수의 머리 위에 손 키스를 날렸다. ‘냥이냥나냥’ 위로 검이 엑스 자로 교차하는 아이콘이 떠올랐다. 파티원 한 명에게만 걸어줄 수 있는 문페어리 직업 전용 스킬이었다. 주위에 문페어리가 없는 데다 저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을 몇 보지 못해 실제로 보는 것은 경수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파티] 스페이드퀸: 와 ㅅ1새발끼 나한텐 죽어도 안 걸어줬으면서!!!

[파티] 썬셋: 님은 이거 줘도 딜이 안 나오니까요~

[파티] 스페이드퀸: ㅅㅂ진짜 억울해서 진짜 어차피 쓸 데도 없으면서 그거 하나 걸어주는 게 머가 그렇게 대수라고 날 면박 주고ㅠ

그렇게 욕을 해도 친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하긴 친하지 않으면 어떻게 ‘그’ 썬셋을 버텨…. 스페이드퀸이 다섯 마디 하면 썬셋은 짧게 한마디 하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었다. 던전 안으로 들어오니 둘 다 말이 없어졌다.

알바비도 받았으니 허투루 할 수도 없다. 경수는 최대한의 효율을 자랑하는 스킬만을 사용해 맵 안의 몬스터들을 한곳에 끌어왔다. 발키리의 갈고리에도 끌리지 않는 부유 몬스터들을 제외하고는 바주카포가 터지기가 무섭게 모두 녹아내렸다. 허공에 떠 있는 몬스터들은 썬셋과 스페이드퀸이 구획을 나누어 처리했다.

[파티] 썬셋: 빠르시네요

[파티] 냥이냥나냥: ㄱㅅ

이 한 번을 제외하고 썬셋은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오로지 레이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준 보스 방에 도달하자 자잘한 몬스터 수십 마리가 동시에 등장했다.

‘타임밤!’

썬셋이 스킬 명을 외치자 몬스터들의 머리 위로 시계 모양 아이콘이 생겼다. 그리고 곧 일제히 빵 터져 HP가 반으로 깎였다. 최대 데미지가 80만이나 떴다. 단거리 딜러인 암흑기사보다도 높은 딜량이었다.

“…….”

무엇보다도 반년 전에 사용했던 그 스킬이라는 점에서 경수는 잠깐 손가락이 굳고 말았다. 은하수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보스 몬스터가 썬셋의 일격에 펑 터지자 맵 배경으로 새하얀 유성우가 쏟아져 내렸다. 썬셋은 레이드 아이템을 정리하며 날개를 펄럭거렸다.

이렇게 두어 판을 더 돌고 난 뒤, 던전 밖으로 나오자마자 정민재가 뜬금없는 것을 물어왔다.

[파티] 스페이드퀸: 냥님은 사람 볼 때 인성 vs 얼굴 뭘 먼저 보시나여?

[파티] 냥이냥나냥: 둘 다용

[파티] 스페이드퀸: 말고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경수는 잠깐의 고민 끝에 전자를 선택했다.

[파티] 냥이냥나냥: 인성?

재료 조달을 위해 던전을 드나드는 파티는 경수네 이외에도 많았다. 썬셋은 근처에 모여 있는 다른 파티 위로 날아가 버프를 걸어주었다.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별 가루 효과에 그들은 환호하기는커녕 기겁을 했다.

[전체] 인절미짱: ㅅ1벌 머야ㅠ

[전체] 남꽃: 히익;

그리고 해당 파티 전체가 차례로 채널을 옮겼다. 던전 밖으로 나올 때마다 썬셋은 틈틈이 다른 파티에게도 버프를 주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그들은 기겁하며 도망치기 일쑤였다. 놈의 새로운 취미 거리인 듯했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길마님 시비 안 걸죠ㅋㅋㅋ 제가 괜찮다 했잖아영

[귓속말] 냥이냥나냥: 그러네 근데 원래 좀 과묵한가 봐?

[귓속말] 스페이드퀸: ???누가요?

생각보다도 말이 많지 않아서 의외였다. 유명한 인성에 비례해 쓴소리도 많이 할 줄 알았다. 이러이러해서 별로라느니, 어떤 스킬은 사용하지 말라느니 하며 핀잔을 줄 줄 알았는데….

[귓속말] 냥이냥나냥: 암튼 스트레스 줄 바에야 걍 말 안 하는 게 낫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ㅇㅈ

이 와중에도 썬셋은 타 파티에게 버프를 주러 다니며 새로운 취미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상대가 당황하는 것을 즐기는 건가? 아무튼 다짜고짜 싸움을 거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나아 보였다.

2권에 이어서.


           


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gwihwanhaessneunde ibdae jeonnal-ida I returned, but it was the day before enlistment.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
Score 3.3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Kim Minjun, who was a normal high school senior in South Korea, was suddenly summoned to another world and became a dark magician.

Minjun, who persevered through all sorts of hardships with the single-minded goal of returning home, saved this other world with his dark magic.

Casting aside a life as a hero and guaranteed riches, he returned to Earth.

Just when he was about to fully enjoy his life, a problem arose. A dungeon break occurred, and monsters began pouring out. Not only did this threaten the peaceful Earth life that Minjun had just returned to… But on his very first day back, he was also ordered to enlist in the mili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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