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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 5화 ⊹

처음 그 장소로 돌아왔다.

그때와 전혀 변하지 않은 메이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도아 고객님.”

“응…….”

얼떨떨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

도아는 마법진에서 내려왔다.

방금까지 일이 꼭 꿈처럼 느껴졌다.

주머니에 가득한 사부들의 선물을 만져보니 꿈이 아니다.

머리에 살짝 손을 올리니 머리띠 리본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럼 이제 끝난 건가요?”

“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와…….”

도아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도아는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녀가 사부들에게 받은 것 중에 사라진 것도, 잃어버린 것도 없다.

‘좋아.’

그녀는 눈을 반짝 떴다.

도아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그럼 슬슬 이동할까요? 오래 기다리셨네요.”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어요. 대략 십여 초 정도 기다렸답니다.”

“십여 초요?”

도아가 눈을 휘둥그레 뜨자 메이가 들고 있던 회중시계를 탁 접으며 웃었다.

“네, 시간은 저희에게 큰 문제가 아닌 존재니까요. 하지만 십 초 이상 버티신 여행자분은 처음이에요.”

메이가 손가락을 세 개 펴 보였다.

“보통 삼 초 정도가 한계거든요.”

“……아, 거기 시간의 흐름이 이상하게 안 느껴지는데 뭔가 30년쯤 지났다고 생각되면 오싹하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버티셨네요.”

메이가 도아를 찬찬히 살펴보고 말했다.

“네, 그럭저럭.”

도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메이는 그런 도아를 빤히 보다가 물었다.

“바로 아이템을 챙기러 가고 싶지만, 머리도 정리하셔야 하니 일단 씻으러 가시는 건 어떠세요?”

“좋아요.”

빠르게 답이 나왔다.

메이가 웃으며 앞서 안내하며 걷기 시작했다.

도아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진짜 하나도 안 변했네.”

그녀가 중얼거렸다.

메이가 그런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여기서 견디지 못한다.

저쪽은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다.

거기에서 뭔가를 반복한다는 건 사실 돌아버리기 딱 좋은 조건이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강사들도 힘을 쓰고 있지만, 인간이 버티기 힘든 건 사실이다.

그걸 이렇게나 오래 버틴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상당히 안정적이고.’

대부분 첫 한 바퀴를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오게 되고, 기억이 지워진 채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정신력.

도아는 그걸 증명해 보인 것이다.

“강의는 어떠셨나요?”

저도 모르게 질문이 나왔다.

도아는 눈을 깜박이고는 답했다.

“훈련은 끔찍했지만, 재미있었어요.”

“두 개가 양립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죠.”

도아가 히죽 웃고 다시 말했다.

“할 수 있고 말고요.”

“강사분들은 어떠셨나요?”

“아, 사부들은.”

도아는 뭐라고 할까 하다가, 짧게 대답했다.

“사부들이 있으니까 버텼지. 혼자서는 못 버텼을걸요.”

부드러운 말에 메이는 눈을 깜박였다.

“물론 훌륭한 강사님들이시긴 하지요.”

메이의 말에 도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훌륭한 정도가 아니죠. 사실 전설급 인물들 아닌가요?”

도아의 말에 메이는 작게 웃음소리를 했다.

솔직히 말하면 도아의 반응이 신기하기까지 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화나지 않으셨나요?”

“화요?”

“그렇게 오랫동안 힘들게 뭔가를 배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에요. 대부분의 고객님은 화내시거든요.”

쉽게, 스킬을 얻듯이 얻는 줄 알았지, 이럴 줄은 몰랐다.

사기다.

나는 이런 훈련하고 싶지 않다.

그냥 배울 수도 있지 않냐.

그런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다.

도아가 뺨을 긁적였다.

“음, 화났다기보다는 황당했죠. 그다음에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화가 났죠. 울기도 엄청 울었고…….”

도아가 살짝 웃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화나기보다는 빨리 이 기술을 익히고 싶더라고요. 뭔가를 이렇게 열심히 해 본 건 처음이거든요. 그게 재미있었고, 또 사부들과 지내는 게 좋았어요.”

도아는 어릴 적 결심을 잊지 않았다.

어떤 환경과 고난이 닥쳐도, 그녀는 그녀 자신으로 있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반 억지로 시작했고 나중에는 사부들이 좋아서, 그리고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증오 같은 걸 만들어 쥐어 짜내서 화풀이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도아의 말에 메이는 다시금 감탄했다.

이 사람이라면 정말로 메인 퀘스트를 완주해 낼지도 모른다.

“이쪽이 사우나입니다. 편히 즐기고 나와 주세요. 갈아입으실 옷은 안쪽에 넣어드릴게요.”

“네, 제 짐은…….”

“제가 맡아 드리겠습니다.”

도아는 살며시 사우나 안으로 들어섰다.

“와.”

현대식의 커다란 대중탕이었는데 무척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아무도 없는 거대한 목욕탕을 혼자 쓰는 건 사치스럽고 즐거운 일이었다.

뽀득뽀득 씻고 나온 몸에 기분 좋은 향이 나는 로션―저도 모르게 브랜드를 확인했는데 세계수 로션이라고 쓰여 있었다.―을 바르고 메이가 내놓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도아는 옷을 챙겨입고 작게 웃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누가 봐도 모험가다운 차림이었다.

단단한 부츠에, 가죽 장갑까지.

‘좋아.’

이제부터 아이템을 쓸어 담을 테다.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이세계로 떠나고 싶었다.

스파를 나오자 메이가 마중 나왔다.

“그럼 아이템 창고로 가겠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번에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도아는 입을 떡 벌렸다.

‘대형마트 같아.’

꼭 코스트코나 이케아처럼 커다란 창고형 마트였다.

그런 곳에 수백 수천 종의 아이템들이 가득했다.

“그럼 1층부터 돌고 2층으로 올라갈까요?”

메이가 카트 한 대를 끌고 오며 말했다.

“롤 휴지가 있어요?”

도아가 당황해 말하니 메이가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롤 휴지가 없으면 안 된다는 분도 계시니까요.”

“와…….”

도아는 옷을 몇 벌 챙겼다.

아이템

방검 블라우스 / C급

▸ 거대거미 실로 짠 블라우스.

▸ 검에 베이지 않게 해 주지만, 충격 흡수는 해 주지 않으니 주의하자.

‘좋아. 이거 몇 벌 넣자.’

블라우스도 챙기고, 신축성 좋은 가죽바지―이 두 단어가 같이 있는 게 우습지만―도 챙겼다.

아이템

서리요정의 망토 / B급

▸ 서리요정이 입고 다니는 망토.

▸ 영하 15도까지 견딜 수 있게 해 줍니다.

같은 것도 챙겼다.

옷 코너를 지나니 방어구 코너가 있고, 그 옆에 무기 코너도 있었다.

“이게 저희가 지급하는 무기입니다.”

메이가 중앙에 전시된 검을 가리켰다.

도아는 다가가서 설명을 읽어 보았다.

아이템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검 / SS급

▸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검으로 마수들과 오염에 강하다.

▸ 언제나 주인에게 돌아오며, 주인이 아니면 검을 뺄 수 없다.

▸ 주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 가능하다.

메이는 그대로 거치대에서 검을 내려서 도아에게 건네주었다.

도아는 검을 빼보았다.

은백색 검날이 쇼윈도 불빛에 아름답게 빛났다.

라크샤샤가 가르쳐준 대로 이리저리 보지 않아도 명검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검이었다.

“예쁘다.”

그녀는 검을 도로 꽂아 넣었다.

도아는 검대에 능숙하게 검을 연결하고 말했다.

“활도 있나요?”

“네, 이쪽에요.”

활 코너에도 각종 활이 놓여 있었는데, 그 중앙에는 원통형 모양의 길쭉한 막대들이 모여 있었다.

“이것도 활이에요?”

“네, 활의 손잡이 부분, 그러니까 핸들만 있는 물건이에요. 붙잡고 이렇게 흔들면.”

메이가 하나를 집어 들고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팟!

순간 줌통 양쪽으로 위아래 날개(limb) 부분이 생겨나면서 동시에 시위가 걸렸다.

“와.”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메이가 웃으며 말했다.

“화살은 따로 챙겨야 하지만요.”

“그래도 이게 어디예요. 관리할 필요도 없고.”

도아는 이것저것 시위를 당겨보고 그녀가 당길 수 있는 가장 강한 활을 선택했다.

흰색 핸들에 아름다운 덩굴무늬가 새겨져 있는 활이었다.

아이템

요정이 조각한 마법활 / S급

▸ 지금은 사라진 요정족이 조각해서 만든 활.

▸ 고대 던전에서 가끔씩 발견된다.

도아는 벨트 뒤쪽에 활을 끼워 넣었다. 한 세트인 화살통도 챙겼다.

짐이 늘어나자 메이가 말했다.

“일단 배낭을 먼저 드릴게요.”

배낭 코너로 달려간 메이는 얼른 가방을 들고 돌아왔다.

평범한 가방처럼 보이는 가방에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아이템

이공간 가방 / SS급

▸ 총 25개 칸에 물건을 넣을 수 있다.

▸ 아무리 무거운 물건을 넣어도 가방의 총 무게는 2kg으로 유지된다.

▸ 언제든지 목록을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 살아 있는 건 넣을 수 없다.

“더 큰 가방은 없나요?”

25칸이라니, 미묘하네.

도아가 중얼거리자 메이가 작은 주머니를 몇 개 들고 왔다.

“이런 주머니도 있어요.”

아이템

무게 줄여 주는 가방 / SS급

▸ 총 무게 500kg까지 넣을 수 있다.

▸ 가방 무게는 항상 500g으로 유지된다.

▸ 어떤 물건을 넣었는지 잊지 않도록 주의할 것.

▸ 살아 있는 생물은 넣지 말자.

“그럼 이것도 하나 챙길게요.”

벨트에 작은 지갑처럼 생긴 주머니를 달았다.

이제 벨트에 더 뭔가를 달면 안 될 거 같았다.

가방을 챙겼으니 이제 아이템을 쓸어 담을 때라, 도아는 코너를 돌면서 이것저것 아이템을 담았다.

아이템

정화하는 유리 주전자 / A급

▸ 어떤 액체를 넣어도 마실 수 있는 일급수로 정화해 준다.

▸ 배앓이하는 모험가의 필수품.

▸ 마력이 바닥나지 않도록 주의하자.

아이템

별조각 랜턴 / A급

▸ 반짝이는 별조각으로 만들어진 랜턴.

▸ 어두울수록 밝아진다.

아이템

푹신한 침낭 / C급

▸ 푹신푹신 마수 로로 털로 만들어진 침낭.

▸ 기분 좋은 잠자리를 보장한다.

아이템

세계수의 축복받은 약초사 세트 / SS급

▸ 일반 약초 도구와 비슷해 보이지만, 세계수의 수액으로 만들어 축복을 담은 도구 세트.

▸ 품질 좋은 약이 만들어진다.

아이템

세계수의 축복받은 요리 세트 / SS급

▸ 축복받은 요리 세트로 만든 음식은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는다.

등등.

다양한 물건을 손에 넣었다.

원터치 텐트(A급)도 배낭 위에 올렸고, 작동시키면 사방 15미터 내의 벌레와 동물을 쫓아주는 500원짜리 동전만 한 귀여운 리스 모양의 배지(A급)도 배낭에 달았다.

텐트 코너에서 메이가 보여 준 물건은 방울토마토만 한 나무집이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나무집이었는데 메이가 바닥에 내려놓고 물러난 후에 손을 뻗었다.

“오픈.”

그러자 순식간에 나무집이 실제 집 크기가 되었다.

“이거 멋진데요?”

“그렇죠? 확장이나 가구를 원하시면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시면 되어요.”

“서브 퀘스트?”

“네, 서브 퀘스트로 세계수 포인트를 모아서 원하시는 가구를 구매하시거나 확장하실 수 있어요. 지금은 포인트가 천 점 기본으로 있으시네요.”

“허.”

도아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신선한 나무 냄새가 났다.

1.5개의 방이 있는 구조로 텅 빈 오피스텔같이 깔끔한 내부를 가지고 있었다.

포인트 상점을 들어가 보니 눈이 돌아갈 만한 인테리어 제품이 가득했다.

일단 퀸사이즈 침대(100포인트) 하나를 하고, 바깥의 포치(600포인트)를 확장했다.

지붕 없는 테라스보다, 지붕 있는 포치가 그녀의 취향이었다.

남은 포인트를 긁어서 온수와 냉수가 나오는 급수 보일러(300포인트)를 달았다.

‘워터 크리스털과 파이어 크리스털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있는 게 낫지.

‘와, 그런데 진짜 좋다.’

텐트도 낭만이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언제든 이렇게 집을 꺼낼 수 있다는 게 정말로 좋았다. 도아가 물었다.

“만약에 일반 가구를 넣으면 어떻게 되나요?”

“일반 가구는 크기가 줄어들지 않으니까 부서져서 가루가 되지 않을까요?”

“그렇군…….”

그럼 정말 일반 가구는 못 쓰겠네.

작은 오두막은 어딘가에 걸 수 있도록 열쇠고리가 달려 있었다.

아이템

세계수가 만든 확장형 오두막 / SS급

▸ 세계수 가지로 만든 확장형 오두막.

▸ 초대받지 않은 자는 들어 올 수 없다.

▸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 어디든지 오두막을 세울 수 있다.

▸ 포인트를 모아 대저택까지 키워보자!

‘대저택까지는 필요 없고. 투룸 정도면 충분하려나? 아냐, 어차피 키우는 거 대저택까지 키워볼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지 뭐. 하고

도아는 고리 부분을 벨트에 달았다. 메이가 오두막 열쇠를 건네주었는데, 열쇠는 받자마자 녹아들 듯 손바닥으로 사라졌다.

“이제 주인은 도아 님이세요. 주인만 문을 열 수 있고, 초대할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초대는 취소할 수도 있답니다.”

“알았어요.”

마지막으로 액세서리 코너에서도 이것저것 챙겼다.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건 모험가답지도 않고, 체질도 아니었지만 그냥 욕심이 좀 났다.

나중에 만난 친구들에게 선물로 뿌릴 수도 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금화, 은화, 동화도 야무지게 챙겼다.

“그럼 마지막으로 탈것을 가지러 이동하겠습니다.”

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탈것이라니.

어떤 탈것일까?

판타지라면 역시 기조인가?

두 다리로 걷는 귀여운 새를 떠올렸다가, 늠름한 늑대를 떠올리기도 했다.

의외로 공룡 같은 디자인이라든가…….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탈 것 코너에서 만난 것은 뜻밖에도 새파란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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