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501

500화

전용기는 베이징에 도착했다.

리쑤웨이 상무부장은 공항까지 직접 마중을 나왔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입은 웃고 있고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으나, 가까이서 보니 눈가에는 다크써클이 가득했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따라 주름이 더욱 깊어 보인다.

아마 그 역시 나를 보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대중들 앞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지.

난 그와 함께 준비된 차에 올라탔다.

베이징에는 중국국가항천국이 위치해 있다.

우주산업은 군사기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중국정부는 아낌없이 돈을 투자했고,그 덕분인지 중국의 우주산업을 총괄하는 기관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를 자랑했다.

우커지옌 국장은 내 손을 붙잡으며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진후 대표님.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 역시 영광입니다, 국장님.”

난 그의 안내에 따라 창어 8호를 성공시킨 직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비밀리에 발사를 준비하느라, 휴일도 반납하고 매일 같이 야근을 했는지, 다들 눈이 퀭하고 잠도 못 잔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눈빛에서 자부심과 생기가 느껴졌다.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게 중국경제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을.

원래 발사하기로 한 우주선은 창어 5호다.

이를 8호로 바꾼 것은 기존 설계를 일부 바꾼 이유도 있지만, 8이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여기에는 모든 중국인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우커지옌 국장은 브리핑룸에서 직접 설명해주었다.

“앞으로 6시간 30분 후, 탐사와 채굴 로봇을 실은 달착륙선은 풍요의 바다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이제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이렇게 딱 세 나라뿐이다. 인도 역시 달에 우주선을 보내긴 했으나, 착륙에는 실패했다.

그는 스크린에 달의 지도를 띄웠다.

“이곳이 풍요의 바다입니다.”

이런 명칭이 붙은 이유는 오래전 사람들이 달을 올려다보며 이곳에 물이 차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풍요의 바다 면적만도 2만5천 제곱킬로미터. 무려 남한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지형으로 봤을 때 이중 희토류가 쌓여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두 곳입니다. 이 두 곳을 집중적으로 탐사할 예정입니다.”

달에 있는 자원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다들 탐사로봇과 위성을 동원해 자원매장 여부를 분석했다.

“채굴한 광물에 대한 분석은 현지에서 이뤄지겠지만, 정확한 순도 체크는 샘플이 지구에 온 뒤에나 가능합니다.”

리쑤웨이 상무부장은 나에게 물었다.

“정말로 여기서 제라티늄을 찾아낼 수 있겠습니까?”

그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담겨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그렇게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도 좋습니다.”

때로는 믿음이 현실로 이뤄지는 법이다.

* * *

[창어 8호, 풍요의 바다에 착륙 성공]

(전략)

달 궤도에 진입한 창어 8호에서 분리된 달착륙선이 풍요의 바다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CCTV는, 창어 8호가 중국 현지시각 새벽 3시26분 목표지점에 무사히 착륙했고,통신중계위성을 통해 사진을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중국국가항천국은 달착륙선에 실린 위토 3호를 활용해 본격적인 제라티늄 탐사와 채굴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 * *

이어서 며칠 동안 난 금융시장과 중국 내 공장들을 둘러보았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며, 중국경제가 건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전히 시장에서는 긍정론과 비관론이 엇갈렸고,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난 호텔에서 두문불출한 채, 소식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문득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난 베이징 호텔에서 머물며, 계속해서 정보를 전달받았다. TV를 틀자 역시나 같은 얘기가 흘러나왔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을 떠벌렸고, 미국과 유럽 전역, 그리고 OTK컴퍼니 앞에서는 달 자원개발에 반대하는 NGO와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달에 쏠린 것은 아폴로 11호 이후로는 처음이지 않을까?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남은 건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뿐이다.

순간, 극심한 외로움이 느껴졌다. 또 다시 어둠속에서 공포가 밀려들었다. 남들 앞에서는 아무리 태연한 척해도 머릿속에는 계속 온갖 생각들이 떠돌았다.

왠지 스스로 지옥에 걸어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건 투자자로서의 숙명일까?

나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역사에 남게 될까?

어둠 속에서 가만히 앉아있는데, 벨소리가 울렸다. 지금 전화할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택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그동안 정말 잘했지? 돈도 많이 벌고, 사람도 많이 구하고.]

난 피식 웃었다.

“응. 충분히 잘했어.”

[뭐, 거의 다 니가 한 거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니가 없었으면 못했을 거야.”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나 혼자였다면 정말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군대를 제대할 때까지만 해도 무일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눈앞에 보이는 미래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L6폭발, 스타트업 투자, 브렉시트, 로날드 당선, 빅원, 니시다 증권 주문실수, 새만금 개발 등등.

모두의 의심과 불신을 뛰어넘어 많은 일들을 해냈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부를 손에 넣었다.

과연 옳은 일을 한 걸까? 무엇 때문에 돈을 벌었고, 그 끝에는 뭐가 있을까?

마치 긴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모든 일들이 눈을 감았다 뜨면 사라질 것만 같이 느껴졌다.

[방금 동중국해에 우주선이 떨어졌고, 대기하고 있던 중국 함정이 건져 올려 샘플을 분석했어.]

난 심호흡을 한 다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놀리지 말고 들어. 분석결과…….]

그 순간, 시간이 멈추고, 세상이 바뀌었다.

* * *

[풍요의 바다, 제라티늄 광산 확인!]

[매장지대 산맥 전체에 걸쳐서 분포]

[매장량, 2억5천만 톤 추정]

[샘플 분석 결과, 순도 99.99퍼센트 순물질]

[서성SB, JN배터리 양산화 계획 발표!]

중국국가항천국은 공식적으로 월면 제라티늄 채굴 성공을 발표했다. 혹시라도 반론이 나오지 못하도록 기밀이나 다름없는 사진과 자료까지 전부 언론에 공개했다.

장핑화 국가주석은 직접 언론 앞에 나섰다.

그는 차분하지만 강한 힘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중국은 세계최초로 월면에서 제라티늄을 채굴에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습니다.중국정부는 OTK컴퍼니와 협력해 JN배터리의 상용화에 앞장서겠습니다.”

하지만 발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장핑화 국가주석은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중국은 여러 차례 중국경제의 붕괴를 바라고 공매도를 해온 투기세력은 반드시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은 그 경고를 무시하고 그동안 전 세계 외환시장과 증시를 교란하며 이익을 챙겨왔습니다. 이제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이 발표가 끝나자마자, 인민은행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율을 1달러에 6.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중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투기세력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겠다는 각오였다.

위기가 생기기 이전 1달러는 6.5위안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었으나, 이후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와 투기세력의 공격으로 7위안과 8위안이 연달아 무너졌다.

투기세력은 심리적 저지선인 1달러당 10위안을 무너뜨리기 위해 공세를 펼쳤으나, OTK컴퍼니와 중국 금융당국이 연합에 달러를 풀며 방어에 나서 간신히 지켜냈다.

그런데 그동안의 하락세를 한번에 되돌린 것은 물론, 아예 위기 이전보다도 위안을 절상시켜버린 것이다.

예상치 못한 강력한 조치에 시장은 경악했다.

시장에서 비싼 자산을 팔고 싼 자산은 사는 게 당연한 만큼, 위안화가 고평가 되면 중국 내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로 중국 내 자본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첫째로는 중국이 월면 제라티늄 채굴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향후 중국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게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둘째로는 숏커버링 물량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에서는 금융역사상 가장 많은 공매도가 이뤄졌다.

반대로 말해 이제 그동안 공매도로 팔아 치운 위안화, 채권, 주식을 되사서 갚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투기세력들에게는 끔찍한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적을 궁지에 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적진 한가운데 포위를 당했다.보급은 끊겼고 퇴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헤지펀드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했던 란슈칭 중국은행감독위원회 주석은 이를 박박 갈며 말했다.

“누구든 공매도를 하고 싶으면 계속하고, 중국시장을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 달러를 원한다면 달러를 내주고, 제라티늄을 원한다면 제라티늄을 내주겠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멀쩡하게 중국시장을 빠져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공매도란 비싸게 팔고, 이후 싸게 사서 갚아야 수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싸게 팔고, 비싸게 사서 갚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매도를 퍼붓는 동안 시중에 달러의 씨가 말랐던 것처럼, 이제는 시중에 위안화의 씨가 말랐다.

숏커버링이 들어오면 오버슈팅이 발생했고, 시장에서는 고시환율보다 위안화가 더 비싸게 거래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투기세력들은 고평가된 위안화를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사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위안화와 주식이 오를수록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투기자본의 편을 들었던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중국정부를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의 자본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엄중히 항의한다!]

[인민은행, 위안화 인위적인 고평가]

[이는 명백한 환율조작이며, 불법행위!]

[중국정부는 즉시 시장개입 중단해야……]

[과도한 정부규제로 인해 시장신뢰 무너져]

[중국은 환율조작 멈춰야 한다!]

심지어 JP모건 등 대형 IB들은 미국정부에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보복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와 투자회사들은 죽겠다며 난리를 쳐댔지만, 이를 지켜보는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투기꾼 새끼들이 뭐래?

-공매도 신나게 하다가, 이제 와서 뭔 개소리야?

-지랄을 한다, 지랄을 해!

-ㅋㅋㅋ 이제 와서 똥줄 타나 보네~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지들이 하면 정당한 투자행위, 국가가 방어하면 시장 교란행위

-이 새끼들 한번 ㅈ돼봐야 정신 차림

-이번에 파산할 놈들 한둘이 아님

-허허허! 개새끼들!

* * *

[(Financial Times Opinion) Kang Jinu Won!]

(전략)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올해 5월은 금융시장이 생겨난 이래 가장 기이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절망과 희망, 폭락과 폭등, 위기와 기회, 붕괴와 부흥이 엇갈렸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금융위기를 예측했다. 그들의 말처럼 금융위기가 일어날 이유는 100가지도 넘었다. 반대로 위기가 일어나지 않을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놀랍게도 그 하나의 이유가 다른 모든 이유를 압도했다.

한 사람이 무너지는 시장을 혼자의 힘으로 떠받쳤고, 세계경제의 흐름을 돌려놓았다.금융시장 역사상 다시는 없을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벌어진 일련의 일들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강진후가 이겼다.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