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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04

EP.503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9)

이 근방은 재개발이 한창인지라 사람이 사는 곳은 그들이 있는 건물밖에 없었다. 마차는 그들을 찾아온 게 분명했다.

잠시 후, 숙소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확인한 단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불과 몇 시간 전에 만났던 한트케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교수님?”

“오랜만…… 이라고 하기에는 금방 다시 뵙게 됐군요, 단장님.”

한트케 교수의 입에 쓴웃음이 걸렸다. 그렇게 상대를 문전박대해놓고 하루도 채 가지 않아 찾게 되었으니 민망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나간 일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변명을 늘어놓는 대신 바로 본론을 꺼냈다.

“단장님이 제안한 일에 제가 흥미가 생겨서 왔습니다.”

“정말입니까?”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되어서 말이지요. 아까는 제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원래 한 문제에 몰입하면 다른 일에 신경 쓸 수 없는 성격인지라…….”

한트케 교수는 원더스타인에게 대뜸 당신과 크리스티앙이 무슨 사이냐고 묻지 않았다. 질문은 실마리와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을 때 던지는 것이었다.

무작정 질문해 봤자 상대가 모른다는 태도로 나오면 아무 소득도 없을뿐더러 상대의 경계만 살 뿐이었다. 일단 관찰과 질문을 통해 캐낼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캐내는 게 우선이었다. 다음 시험까지 한 달이면 충분할 것이다.

“정말 우리 서커스단의 연출가를 맡아주시겠습니까?”

“일단은 이번 시험까지만. 그다음 일은 그때 가서 결정하겠습니다.”

단원들이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안 그래도 그들도 엘라가 힘에 부치는 것을 느끼던 참이었다. 그런데 연출가가, 그것도 명 연출가로 이름난 한트케 교수가 합류한다고 하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원더스타인도 마찬가지였다.

“좋습니다. 환영합니다. 계약서나 상세한 사항은 이따가 얘기하고 일단 우리 서커스단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트케 교수는 괴물서커스단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마차를 타고 오는 동안 제자들이 정리해준 자료는 모두 읽었다.

세간에 퍼진 그들의 소문은 좋지 않았다. ‘환상의 13번’을 비롯하여 나쁜 화제가 끊이질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6대 극장에서 별을 2개나 차지한 것을 보면 실력은 진짜였다. 이곳에 와서는 바퀴의 서커스와도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고 들었다.

아마 문제아처럼 굴었던 것은 인지도를 얻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나쁜 소문이 퍼지는 것도 일부러 조장하거나 내버려 둔 것일 확률이 높았다.

공연 평을 읽어 본 한트케 교수는 그들의 공연이 어떤 깃인지 대충 감이 잡혔다. 마귀 따위로 분장한 전문 곡예사들이 저주받은 사람인 것처럼 연기하며 공포 콘셉트의 쇼를 펼치는 장면이 그려졌다. 괴물서커스단이라는 이름을 쓴 것은 일부러 과거의 악습을 연상시켜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물론 제자들이 정리해준 자료가 모두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절반만 사실이라고 해도 원더스타인의 서커스단이 교활하고 전략적인 비즈니스 지향 서커스단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는 없었다. 자신을 영입한 것도 진짜 연출가가 절실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이름값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일 확률이 높았다.

평소였다면 함께할 일이 없는 부류였다. 그래도 그는 상대에게 어울려 주기로 했다. 모든 것은 크리스티앙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의 예상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어느 시골 장터의 곡예단을 찾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무려 랫맨들이 망치와 못을 들고 뚝딱거리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랫맨은 천성이 게으르고 요령을 잘 피워서 제대로 된 일꾼으로 써먹기 어렵다는 게 통설이었다. 돈을 조금만 벌어도 일을 그만두기 일쑤라 고용해도 일용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무려 서커스 그랑프리에 참여하는 서커스단이 랫맨을 일꾼으로 쓰고 있었다. 원더스타인이 말하기를 함께한 지 1년이 넘었다고 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단원들을 보조하는 전문 인력 또한 듣도 보도 못한 구성을 하고 있었다.

“이분은 서커스단의 단원 관리를 맡고 있는 바텔 씨, 얼마 전까지 집사 일을 하셨죠. 이분은 안마사인 칼슨 씨, 얼마 전까지 목욕탕에서 일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분은 설비 담당인 가스통 씨입니다. 원래 직업은 정원사입니다.”

한트케 교수는 어처구니없음을 느꼈다. 여기가 무슨 노인 일자리 소개소란 말인가?

물론 나름대로 특기들을 지닌 것 같았지만, 이전까지 서커스에 종사한 경력은 없다고 했다. 아무리 봐도 정년을 넘겨서 집에 있기 싫어서 소일거리 삼아 놀러 나온 노인네들의 모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대상회를 등에 업은 기획형 서커스단이 보일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 마야 양은 환상 마법 담당입니다! 손이 모자라서 이번 무대에는 직접 오를 겁니다.”

“환상 담당이…… 1명뿐입니까?”

“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마야 양은 1년 안에 대마법사에 오를 인재니까요!”

“아…… 네…….”

지원 인력은 그렇다 쳐도 단원들의 내력 역시 그에게는 충격적이었다. 5명의 괴물 단원들. 그들은 잡지에서 떠들던 것처럼 분장한 연기자들이 아니었다.

저주 역병에 걸렸던 사람을 부모를 둔 진짜 ‘저주받은 자들’이었다. 옛날이었다면 정말로 전시회에 동원되곤 했던 이들인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서커스에 입문한 지 1년밖에 안 된 신출내기들이라고 했다.

“저, 정말로 이 구성으로 서커스 그랑프리에 도전을……?”

“물론이죠! 아, 그렇다고 전부 초짜들은 아닙니다! 우리 부단장, 훈련 교관, 그리고 광대분은 원래부터 서커스를 해왔죠.”

그가 ‘경력자’로 소개한 두 소녀는 아직 10대에 불과했다. 둘 다 제법 유망한 신인들이라고 소개했지만 앞선 인물들의 소개가 준 충격 때문에 한트케 교수의 눈에는 그들도 썩 대단한 전력으로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자신을 스벤이라고 소개한 해골 광대는 자신의 경력을 수십 년이라고 포장했다. 그러나 광대의 말인 이상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나머지 단원 중에서도 서커스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어디서 어중이떠중이들만 긁어 모아온 것 같았다.

사무 인력도 마찬가지였다. 살면서 저택 밖으로 몇 발자국 나온 적 없어 보이는 귀족 여인이 재무 담당이라 했을 때는 세상 물정이나 좀 배우고 오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고작 16살짜리 소녀가 서커스단의 행정 담당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살면서 반장이라도 해봤냐고 묻고 싶었다.

한트케 교수는 헛웃음이 나왔다. 정말 이 오합지졸들로 서커스 그랑프리를 돌파할 셈인가?

잠시 고민하던 그는 표정을 고쳤다. 아니, 오합지졸이라는 말은 이들에게 실례였다. 이들은 이미 예선전 중 2곳을 통과한 몸들이었다. 실력은 이미 입증됐다. 각종 평론지로부터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듣고 있었다.

이들을 보고 있으니 한트게 교수는 한때 서커스 그랑프리를 단순히 돈과 명성을 바탕으로 한 줄 세우기 잔치로 비꼬았던 것이 미안해졌다. 그리고 어설픈 자료 조사로 이들을 매도했던 제자들에게는 화가 났다.

이들은 그런 얄팍한 부류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막연한 꿈과 우정으로만 뭉친 뜨내기들도 아니었다. 모험 정신과 열정으로 넘치는 도전자들이었다!

“큭큭큭, 크하하하하!”

서커스단을 모두 둘러본 한트케 교수는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단순히 연구를 위해 세태와 잠시 야합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이런 개성 강한 이들을 이끌고 우승 후보로 꼽히는 황금 카니발과 바퀴의 서커스를 꺾어 보라니. 연출가로서 썩 괜찮은 도전 아닌가?

“이거 재밌게 됐군. 좋습니다. 한 번 해봅시다!”

오랜만에 젊은 시절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던 청년이 발상과 재치로 현실과 싸웠던 그때가.

연구는 잠시 미뤄두자. 일단 이번 시험에 이기는 것부터!

그의 눈이 의욕으로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

한트케 교수가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바로 배우들을 모아놓고 대본을 읽게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식당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교수가 지정하는 대로 각자 맡은 역할을 연기했다.

그곳에 모인 사람의 절반 정도는 잠정적으로 정해진 배역이 있었다. 그러나 한트케 교수는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역할을 바꿔가며 맡겨 보았다.

한 번은 우몬에게 공주의 대사를 읽게 했고, 한 번은 마야에게 광대의 춤을 춰보게도 했다. 그리고 같은 노래 구절을 여러 단원이 돌아가며 부르도록도 해봤다.

그때마다 그는 메모장에 무언가를 열심히 썼다. 아마 단원들에게 이것저것 시켜보며 그들에게 어울리는 배역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것을 본 엘라와 레이나는 각자가 가진 재주를 최대한 뽐내려고 애썼다.

대본을 읽는 작업은 뒤로 갈수록 점점 두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한트케 교수는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역할 대부분을 한 번씩 그들에게 맡겨 봤다.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연기에 임했다. 그들의 연기 스타일은 극명하게 갈렸다. 연출에 문외한인 단원들도 두 사람의 연기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극적 기교는 엘라가 조금 더 뛰어났다. 그녀의 발성, 대사 전달력, 풍부한 감정 표현 등은 보는 사람들도 이것이 연습이라는 것을 잊고 순간순간 장면에 몰입할 정도였다.

반면 인물의 해석은 레이나가 뛰어났다. 그녀는 작은 버릇이나 손짓, 그리고 대본에서 모호하게 처리하고 있는 지시문을 정말 해당 인물이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몇몇 장면에서는 엘라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엘라가 그래도 나은 것 같은데?”

“아니, 누가 봐도 레이나가 낫지.”

“넌 눈을 바꿔야겠다.”

“음, 저한테는 레이나 양의 연기가 조금 더 강하게 느껴지는데요? 단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누가 더 낫나요?”

유라크네의 질문에 엘라와 레이나의 시선이 동시에 원더스타인을 향해 돌아갔다. 마침 밴딕이 흑마법사의 극적인 죽음을 연기할 차례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연기를 보고 있지 않았다. 다들 원더스타인의 입만 주목했다. 심지어 한트케 교수도 그를 바라봤다. 그는 단장으로서 원더스타인의 식견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잠시 고민하던 원더스타인은 곧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군요.”

또다시 모호한 답변을 내놓는 그의 행동에 모두 탄식을 내뱉었다. 일부는 혀를 차기도 했다. 그러나 한트케 교수만은 눈을 빛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원더스타인의 의견에 동의했다. 두 사람의 실력은 박빙이어서 함부로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고작 10대 후반의 나이에 저 정도 성취라니. 유망주라고 해봤자 곡예사라고 은근 낮게 봤던 자신을 반성했다. 둘의 실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연극대학 안에서도 두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있는 학생은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두 사람이 주인공 자리를 탐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울펜슈타인 백작의 차례가 나올 때 특히 두 사람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들은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으라고.

이것이 보통의 무대였다면 당연히 두 사람을 동시에 기용했을 것이다. 서로 날을 바꿔가며 번갈아 무대에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험에서 보여줄 수 있는 무대는 한 번뿐이었다. 그는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는 이미 답을 내리고 있었다. 비록 두 사람은 연기자로서 우열을 논할 수 없었지만, 누가 더 이번 시험에 적합한지는 명확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의 저주다…….”

밴딕이 열연 끝에 마침내 바닥에 쓰러졌다. 사람들은 쿵 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봤다. 다들 지금까지 주인공 배역을 두고 의견을 나누느라 그의 연기를 보지 못했다.

한트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노련한 연출가답게 그럴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훌륭하군요.”

밴딕은 명 연출가에게 자신의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이 기뻤는지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 앉았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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