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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06

505화

강진후가 애인에게 프로포즈하는 모습은 전 세계에 방송됐다.

세계최고 부자가 곧 결혼할 거라는 소식에 사람들은 큰 관심을 나타냈다.

-강진후 진짜 결혼하려나 보네.

-나 같으면 결혼 절대 안 함. 그 돈으로 인생을 즐겨야지.

-이거레알. 만나자는 여자가 줄을 섰을 텐데.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 살면서 평생 같이 할 사람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줄 아나?

-그럼그럼. 저런 여자면 무조건 결혼해야 함. 일단 예쁘잖아!

-부럽다ㅜㅜ 너무 부럽다ㅜㅜ

-그런데 전에 결혼한다고 했잖아. 프로포즈라는 게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 하는 건데,결혼하기로 해놓고 프로포즈를 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또 하고 싶었나 보지.

-이해하려고 하지 마. 프로포즈라는 게 원래 그런 거니까. 그냥 그러려니 해~

-결혼식 대박이겠다. 난 초대 안 해주나?

-부모님연합이 결혼식장에 쳐들어가서 시위 안 하나?

-그러고 보니, 요즘 그분들이 조용하네.

-종북빨갱이 강진후가 중국경제 구해내고, 대북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텐데,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시위도 재미가 있어야 하지. 이젠 뭐 미국의 영웅을 넘어서 전 세계의 영웅인데, 시위할 맛이 나겠음?

* * *

난 집으로 돌아온 뒤, 출근도 하지 않고 놀았다. 엘리 역시 휴가를 내고 나와 함께 쉬었다.

우리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며칠 동안 집에서 같이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엘리는 몸을 살짝 일으킨 채 정원을 바라보았다.

“오늘 날씨 너무 좋네요. 이젠 춥지도 않은 것 같고.”

이제 계절은 완연한 봄이었다.

난 매끄러운 등을 매만졌다. 엘리는 간지럽다는 듯 몸을 움츠렸다. 내가 끌어안으려고 하자, 엘리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 다 됐어요. 얼른 준비해요.”

우리는 옷을 챙겨 입고 거실로 나갔다. 택규는 평소처럼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누나 방금 출발했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 바로 옆집이니.

현주 누나는 편한 복장을 입고 들어왔다. 헨리와 건이도 함께였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어머니도 오셨다.

식탁 위에는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러고 있으니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역시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 * *

오랜만에 출근을 하자, 직원들은 반갑게 나를 반겨주었다.

다들 표정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얼굴이 반쪽이 된 것 같은 모습이다.

“그동안 고생들 많았어요.”

상엽 선배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미리 말씀 좀 해주지 그러셨습니까?

정기홍 팀장도 한마디했다.

“이번엔 정말로 회사 망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나가 있는 동안 OTK컴퍼니는 그야말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수익을 올렸다.

상엽 선배의 지시 아래 직원들은 손절을 하고 시장을 빠져나가려는 이들을 끝까지 쫓아가 철저하게 응징했다.

당분간은 누구도 투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잔고를 확인한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걸 100달러짜리로 뽑아서 쌓으면 거대한 산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택규가 물었다.

“이 돈 다 어떻게 쓰지?”

“앞으로 계속 투자해야지.”

이 돈은 향후 산업을 이끌어나갈 기반이 될 거다.

돈만 많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자금의 한계로 인해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하거나, 외부에서 투자를 받거나 차입을 해야 한다. 때로는 무리해서 신산업에 뛰어들거나 사업을 확장하다가 회사가 부도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자금이 생긴 만큼 그동안 지연됐던 사업들의 진행속도에 불이 붙었다.

지금 세계경제는 어디까지나 기대감이 되살려 놓은 것뿐이다.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고 투자금이 몰렸다가 망한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과거 인터넷의 등장에 너도나도 주식을 사려고 몰려들었지만, 결과는 닷컴버블이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년 안에 실적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JN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고 말은 해놨지만, 당장 생산이 가능한 것은 지극히 소량이다.

이후 비용이 낮아지고, 물량이 늘어나면, 전기차를 비롯해 다른 분야로도 점진적으로 확산되겠지.

그래도 JN배터리 덕분에 그동안 배터리의 한계로 인해 불가능했던 수많은 일들이 가능해졌다.

먼저 쓰일 곳은 항공, 우주, 의료 등 첨단분야다. 스페이스Z는 팻 피닉스의 폭발에도 불구하고 시총이 치솟았다. 이미 전성기의 니콜라를 넘어섰다.

여러 민간우주기업들 중에서 스페이스Z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OTK컴퍼니와 협력하고 있기 때문. 전기비행기 제작을 위해 합작사 피닉스윙을 만들기도 했고.

알렌 에버하트는 팻 피닉스 발사와 함께 전기비행기 개발도 서둘렀다.

난 카로스의 CEO 데릴 세이건과 통화했다.

[공장 건설은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각국 정부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그러고 보니, 한국도 이번에 자율주행에 대한 규제를 푼다고 하더군요.]

“이번 일을 겪으며, 다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테니까요.”

우주 개발과 JN배터리의 등장으로 산업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더 이상 주저할 시간이 없었다.

여전히 정치권에서 논란도 있고, 운송업계의 반발도 있지만, 옳은 방향이라면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

[JN배터리가 전기차까지 쓰이게 된다면, 내연기관차는 정말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OTK컴퍼니에서 투자를 받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제가 카로스가 하는 일이 뭐냐고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을 했는지 기억하시나요?”

데릴 세이건은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Make a better future.(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입니다)]

“It will be so.(그렇게 될 겁니다)”

난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TWR로 전기를 공급하고, JN배터리를 탑재한 무인전기자동차와 비행기가 도로와 하늘을 다니고, 그 안에서 편하게 각종 콘텐츠를 감상하고 가상현실게임을 즐기는 그런 세상.

이 모든 것들이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 * *

성공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정치인들과 기업인들부터 시작해, 연예인, 스포츠협회, 시민단체장 등등 누군지 모를 사람들이 만나자고 줄을 섰다.

이 사람들 다 만났다가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이다.

여기저기 투자나 기부를 해달라는 요청도 끝없이 이어졌다. 대체 다들 남의 돈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일단 먼저 만나야 할 사람들의 우선순위를 정해보는데, 유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말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말씀은 드려야할 것 같아서요.”

“무슨 일인데?”

유리의 말을 들은 나는 깜짝 놀랐다.

“날 보자고 했다고?”

“예. 다음 달에 미국에 간대요.”

“그래?”

그럼 굳이 만날 필요가 있나?

옆에서 얘기를 듣던 택규는 재빨리 말했다.

“당연히 만나야지. 이건 안 만날 수가 없어.”

“어째서?”

“재밌을 것 같잖아.”

“…….”

너의 재미에 날 이용하지 마.

* * *

난 실론호텔 2층에 있는 커피숍에 앉아 기다렸다. 잠시 후, 한 여성이 걸어들어왔다.

큰 키에 늘씬한 몸매, 작은 얼굴에 커다란 눈, 새하얀 피부와 긴 생머리. 주위에 있던 남자들이 한번쯤 시선을 보낼 만큼 매력적인 외모였다.

그녀는 내 앞에 서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응.”

그녀는 맞은편에 앉았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별로 달라진 것 같진 않다. 이 모습을 보고 누가 애 엄마라고 생각하겠는가?

우리는 커피를 마셨다.

“넌 또 엄청난 일을 해냈네. 뉴스만 틀면 네 얼굴이 나오고, 모두가 너를 만나고 싶어 해.한때 우리가 사귀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야.”

전 세계를 공포로 물들였던 위기는 극복되었고, 새로운 기회가 펼쳐졌다. 그러나 모두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이 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GH그룹은 돌아오는 채권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에 빠졌다. 그룹의 주력이던 정유마저 계열 분리되며, 더 이상 재벌그룹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유리한테 얘기 들었지?”

“응. 이혼했다며?”

그룹이 무너진 것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아는 고준형과 이혼했다.

난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다. 결혼한 부부들 세 쌍 중 한 쌍은 이혼하는 세상이니, 그리 드문 일도 아니겠지.

보통 재벌가와 이혼했다고 하면 엄청난 위자료를 받았을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일단 결혼기간이 길지 않았던 데다가, 재벌가 자식이라고 해도 어차피 다 부모님 재산이지 본인명의의 재산은 많지 않다. 그나마도 대부분 혼인 전에 증여받았을 테고.

그래도 일반 사람들은 평생 벌어도 만져보지 못할 돈을 위자료로 받았을 것이다.

“넌 결혼한다며?”

“응. 이제는 진짜 해야지.”

진작 했어야 했는데, 너무 미뤄졌다.

선아는 손가락으로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다가 결심한 듯 말을 꺼냈다.

“만약 내가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결혼했을까?”

“글쎄.”

난 선아를 처음 만났던 그때를 떠올렸다. 엊그제 같이 생생하면서도, 수십 년이 지난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시간은 이미 흘러갔고,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몇 번을 생각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각자 원하는 게 달랐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성공이었다. 내가 원한 것은 뭐였을까?

누가 잘하고 잘못한 것도 없다. 서로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겠지.

난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미국으로 유학 갈 생각이야. 공부도 좀 더 해보려고.”

“좋은 생각이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선아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거 알아? 내 인생의 가장 큰 불행은 너야. 앞으로 누구를 만나든 너와 비교하게 될 테니까.”

난 쓴웃음을 지었다.

“가지지 못한 것을 생각하다 보면, 끝도 없기 마련이지.”

선아는 여전히 젊고 예쁘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다. 그 날들을 후회 속에서 살지 않았으면 한다.

문득 그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어째서 선아가 나를 만나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가 기다리고 있어서 이만 일어날게. 안녕.”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

이게 마지막 만남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미련이 없다면 만날 이유가 없고,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았다면 더더욱 만나서는 안 될 테니.

난 밖으로 걸어 나갔다.

호텔 입구에는 차 한 대가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한 사람이 서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평소 입는 바지정장이 아닌, 하늘색 원피스에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다. 햇살 아래서 엘리는 상큼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얘기 잘했어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을 거예요.”

“어째서요?”

“그게 선아한테도 좋을 테니까요.”

엘리는 이유를 묻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역시 진후는 마음이 따뜻하네요.”

우리는 차에 올라탔다.

“이제 어디로 갈까요?”

엘리는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둘이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요.”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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