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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07

506화

라스베이거스 E3 게임쇼.

OTK게임즈는 디트로이트로 본사를 옮긴 이후 처음으로 이 게임쇼에 참석했다.북미지역에서도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취재진과 게이머들은 엄청난 관심을 나타냈다.

이치카와 시게루 OTK게임즈 사장은 직접 등장해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 업데이트와 함께VRMMORPG 개발 진행상황을 발표했다.

“모기업인 OTK컴퍼니와 협력해 세계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서성전자와 하드웨어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고, 스페이스Z가 추진하는 위성 인터넷 스페이스링크와의 연계도 추진 중입니다.”

대부분 이전에 발표했던 내용의 재탕이고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모회사인 OTK컴퍼니가 이 모든 계획을 실행에 옮길 만한 기술력도 자본도 갖췄다는 것이다.

부대표는 차기 게임 개발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며, 게이머와 개발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카로스가 자율주행전기차 출시 이후 자동차산업을 완전히 바꾸었듯, OTK게임즈가VRMMORPG를 출시한다면 게임산업을 뒤바꾸게 될 것이 분명했다.

각국마다 데이터센터 유치전도 벌어졌다. 여기에는 놀랍게도 한국도 끼어들었다.

이전까지는 강진후가 하는 일이라면, 반대부터 했던 자유국민당이 오히려 새정치당보다 먼저 법안을 발의했다.

“데이터센터를 한국으로 유치해야 합니다. 사법기관이 마음대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던 관행을 없애고, 관련법을 제정하겠습니다. OTK컴퍼니의 데이터센터 유치는 한국이 데이터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 * *

이전까지 세계최대 기업이라면, 모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ARAMCO)를 꼽았다.그러나 이제 그 자리를 OTK컴퍼니가 차지했다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OTK컴퍼니의 시총이 아람코보다 크고, 미국 최대기업 엔플과 MS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고 평가했다.

향후 성장전망은 더욱 밝았다.

전기차, 배터리, 항공, 우주, 게임, 건설, 포르노(?) 등등.

이런 거대기업의 주주가 국가나 다수의 투자자가 아닌, 단 세 사람이라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신기한 것은 강진후와 오현주는 잘 알려진 반면, 오택규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

이번 일에도 부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가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했다.

청담동의 카페.

사람들의 시선은 자꾸만 한쪽 테이블로 향했다.

작은 체구에 토끼 같은 눈을 가진 여성. 그 양쪽에는 마치 연예인 같은 세련된 외모를 지닌 여성과 단발머리에 생기발랄해 보이는 백인여성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검은색 뿔테안경을 끼고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함께 앉아있었다.

누가 그를 자산 수백조 원에, 강진후와 함께 OTK컴퍼니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라 생각하겠는가?

오랜만의 만남인지라, 택규는 주스를 마시며 그동안 밀린 얘기를 해주었다. 세 여성은 그의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진후가 고민하기에 제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죠. ‘진후야. 이건 우리가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일이야. 세계경제…… 아니, 세계의 운명이 우리의 손에 달려 있어’ 라고.”

어찌된 일인지 강진후의 역할은 축소된 반면, 오택규의 활약은 대단히 크게 부각됐다.하지만 진실을 알 리 없는 세 여인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랬구나!”

“어, 엄청나네요.”

“대단해요, 오빠!”

세계경제사에 영원히 기록될 엄청난 업적을 이뤄낸 당사자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었다.

안네케는 선망의 눈으로 택규를 보며 말했다.

“오빠 덕분에 노르웨이가 무사할 수 있었네요!”

노르웨이는 NATO에 소속되어 있고, EU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EU 분담금을 내고 단일시장과 교역을 하는 나라였다.

만약 EU가 분열되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졌다면, 노르웨이에도 불똥이 튀었을 것이다.

양하나도 말했다.

“덕분에 CL그룹도 위기를 빗겨 갔네요.”

또한 그녀의 아버지가 사장으로 있는 CL화학은 서성SB에 이어 JN배터리 생산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택규는 생과일주스를 마시며 오래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투자나 사업에 대해 별 생각이 없던 강진후의 등을 떠민 것이 바로 그였다.

만약 오택규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강진후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진후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돈을 갖게 됐다.

택규는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쓸지 계획을 짜는 중이었다.

‘OTK게임즈와 다른 게임사들의 게임 개발을 지원하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인수해서 만들고 싶은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아! 할 일이 많구나.’

덕질(?)도 이 정도면 세계적인 스케일이었다.

안네케가 말했다.

“이런 일은 나중에 책으로 써도 재밌을 것 같아요!”

“어, 그러네.”

택규는 그동안의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강진후와 둘이서 했던 일 하나하나가 세상을 뒤집어 놓을 만한 놀라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민하영은 재빨리 말했다.

“그, 그럼 내가 웹툰으로 그릴게!”

오택규는 팔짱을 낀 채 생각했다.

‘흐음, 나중에 할 거 없으면, 소설이나 한번 써볼까?’

* * *

새만금은 행정구역이 분류된 뒤 정식명칭이 새만금특별자치시로 정해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OTK시티라고 불렀다.

이곳에서 외국인 투자를 위한 컨벤션이 개최됐다.

허창민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 그리고 국내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외국에서 실무진들이 들어왔다.

특이한 것은 실무자들만 온 게 아니라 아시아 정상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베트남,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카자하스탄,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등등.

누가 보면 아시아 정상회담 열린 줄 알겠는데.

놀랍게도 여기에는 일본정상도 와있었다.

오카자키 총리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강진후 대표님.”

난 그 손을 붙잡았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총리님,”

오카자키 총리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일본과 한국의 경제협력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한중러는 우주 개발과 JN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했고, 위에서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아래에서는 아세안 국가들이 참가하는 중이다. 그런데 여기에 일본은 빠져있다.

몸이 달아오를 만도 하지.

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한국과 일본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입니다. OTK컴퍼니 역시 일본과의 협력을 바라고 있습니다.”

내 말에 오카자키 총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언제 한번 일본을 방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나 역시 웃으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총리님. 안 그래도 일본이 북한에 지불해야 할 배상금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일본에 갈 생각이었습니다. 일본의 전쟁범죄 사죄와 피해배상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요.”

“…….”

투자설명회가 성황리에 끝난 뒤.

허창민 대통령과 다른 정상들은 직접 새만금 공사현장을 둘러보았다. 그 뒤를 기업인들이 졸졸 따랐다.

새만금의 모습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사막 같이 모래먼지만 날리던 모습은 사라지고,사방에서 기반공사가 한창이었다.

규제가 풀리며 각종 첨단 건설기법 역시 동원됐다.

“여기가 서성전자 반도체 공장인가 보군요.”

허창민 대통령의 말에 임진용 회장은 재빨리 손가락을 쫙 펴 보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건물 하나 지을 돈이면 인천공항을 다섯 개 지을 수 있습니다.”

“오! 그래요?”

이렇게 열심히 투자 사실을 어필하는 걸 보니, 다시 구속되기는 싫은 모양이다.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향후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예정이다. OTK컴퍼니 본사도 옮기고, 집도 이곳으로 이사할 생각이다.

이미 아킷에 주택의 설계를 의뢰해 놨다.

난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죄송하지만,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후 저녁 만찬까지 예정되어 있던 터라, 내가 먼저 간다는 얘기에 다들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허창민 대통령이 물었다.

“무슨 일로 벌써 가십니까?”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 * *

공항에는 엘리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다 같이 전용기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홍콩. 가는 이유는 엘리의 부모님을 뵙기 위함이다.

내가 먼저 만나 뵙고 인사를 드린 다음, 정식 상견례는 한국에서 하기로 했다.

“일도 바쁜데,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니에요?”

“누나가 그러는데, 결혼준비는 무리해서라도 서둘러야 한대요.”

앞으로 더 바빠지면 바빠졌지, 한가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루다 보면 끝도 없을 테니,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결혼이 하고 싶어졌어요.”

언제 어느 때나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엘리네 부모님은 어떤 분이세요?”

“다른 부모님들과 똑같아요. 아무래도 외동딸이다보니, 항상 걱정이 많으시구요. 제가 진후랑 만난다는 걸 알고 깜짝 놀라셨어요. 설마 제 애인이 세계최고 부자일 거라는 생각을 못 하셨으니까요.”

“언제 말씀드린 거예요?”

“처음에는 그냥 한국인 사업가와 사귄다고만 말씀드렸는데, 베스터 광고 찍은 뒤 기사가 나가는 바람에 알게 되셨어요.”

정말 깜짝 놀라셨겠구나.

우리는 공항에 도착한 뒤, 센트럴의 호텔로 향했다. 식당 룸에 먼저 도착해 앉아 있는데,엘리는 날 보며 웃었다.

“왜 그렇게 긴장해요?”

난 손수건으로 손바닥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역시 그렇게 보여요?”

장핑화 주석이나 비소츠키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이 정도로 긴장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엘리는 웃으며 말했다.

“걱정할 것 없어요. 분명 진후를 좋아하실 테니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과연 엘리의 부모님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엘리는 외동딸. 그리고 난 그런 소중한 딸을 한국으로 데려간 데다가 이제는 결혼까지 하려고 한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보자마자 ‘이놈! 내 딸은 절대 못 준다!’고 소리치며 이단옆차기를 날리고 싶지 않을까?

엘리는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매만져주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홍콩 느와르영화 주인공 같은 중후함이 느껴지는 중년남성과 금발에 단아해 보이는 외모를 지닌 백인 중년여성이 함께 들어왔다.

두 분을 보니, 엘리의 미모가 어디서 왔는지 알 것 같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난 엘리는 반갑게 끌어안고 인사했다. 그러고는 나를 소개시켜주었다.

“이쪽은 진후예요. 다들 알고 계시죠? 이쪽은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예요.”

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진후입니다.”

중년여성은 약간 어눌한 한국어로 말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엘리의 엄마 미셀 일리아예요.”

하지만 중년남성은 입을 다문 채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엘리의 엄마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찌르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마크 킴이라고 하네.”

인사가 끝난 뒤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엘리 아버지는 탐탁지 않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엘리 어머니였다.

“엘리가 진후 씨와 사귄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설마 둘이 결혼까지 하게 될 줄이야. 이번에 공항 프러포즈 멋졌어요.”

“아, 감사합니다.”

엘리 어머니는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도 말 좀 해봐요.”

“내가 뭐 말할 게 뭐 있나?”

엘리가 말했다.

“아빠는 딸과 결혼할 남자한테 궁금한 것도 없어요?”

그러자 엘리 아버지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흠흠, 투자를 잘 한다고 들었는데.”

“예.”

“회사는 잘 되고 있고?”

“예.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살 집은 마련했고?”

“예.”

엘리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세계최고 부자한테 뭘 그런 걸 물어요?”

“크흠!”

엘리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엘리가 진후 씨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빠지지 않고 기사를 챙겨 봤어요. 이번에도 얼마나 응원했는데요.”

그 말에 엘리 아버지는 당황했다.

“아니, 내가 언제 그랬다고?”

“우리는 딸의 선택을 존중해요. 바라는 건 그저 엘리가 행복해졌으면 해요.”

돈이 있으면 좋은 옷, 차, 좋은 집, 맛있는 음식 등을 살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의식주와 시간의 자유는 행복과 직결되는 만큼,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돈이 무한정 많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몸이 아프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난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투자를 하며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많은 돈이 아니라, 엘리를 만난 거라고 생각합니다.”

엘리는 부모님을 보며 말했다.

“저도 진후랑 같이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해요. 저희 잘 살 테니 걱정 마세요.”

그 말에 엘리 아버지의 표정이 풀어졌다.

“뭐, 그렇다면야…….”

엘리 어머니는 눈을 찡긋해 보였다.

“둘이 정말 사랑한다면, 저희는 얼마든지 찬성이에요.”

우리는 테이블 아래에서 서로의 손을 꼭 붙잡았다.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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