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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1

51화 드래프트

대격변 이후로 각성자들은 국가의 최중요 인재라 할 수 있었다.

각성자들은 보통 12살에서 14살 사이에서 각성했고,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했다.

세계각국은 귀중한 각성자들을 훈련 없이 개죽음 당하게 할 바보들이 아니었고, 각성자들을 훈련시키는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헌터 아카데미.

국가의 미래를 지킬 헌터들을 육성하는 국가공인의 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 생도들은 헌터로서의 기본적인 전투법, 마력 사용법 그 외에도 던전 브레이크에 대처하는 행동강령과 세금처리를 위한 회계도 배운다.

최소한의 의무교육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헌터 관련업무에 할당할 만큼 꽤나 본격적인 헌터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년 두 번. 헌터 아카데미 고등부 3학년을 대상으로 졸업 후 입사할 길드의 신인 헌터를 선발한다.

이를 드래프트라 하여 매년 있는 드래프트에서는 치열한 각축장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한민국 헌터 아카데미 3학년 A반 한수호 또한 올해 드래프트에 선발된 촉망받는 헌터였다.

“후…….”

“뭐냐, 재수없게 왜 좋은 날에 한숨이야.”

“재혁이냐…….”

같은 반의 김재혁이 핀잔을 주자 수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 드래프트잖아. 길드들에서도 엄청 찾아올 거고.”

“긴장할 거 있냐? 어차피 우리들은 1순위잖아. 아, 하긴 약소 길드에서 우리 지명하면 좀 곤란하긴 하겠다.”

헌터 아카데미의 드래프트 제도는 극단적인 인재 쏠림을 막기 위해 약소 길드에게 우선 선발권이 주어진다.

생도들에게도 세 번의 거부권이 있어 맥없이 끌려가진 않지만, 그 거부권을 모두 소모하면 선발 되는 대로 끌려가야 하는 셈이다.

거대길드에서 유망한 신인을 낚아채기 위해 뒷거래를 한 약소길드들로 거부권을 소모시킨 뒤, 낚아채는 경우도 많아서 드래프트 시즌은 함정도 많다.

하지만 그것도 올해의 유망주쯤 되면 극한의 눈치 게임이 된다.

작년 드래프트에서 그해 최고의 신인 한하리를 두고 벌어졌던 각축전은 유명했다. 그녀가 우선 지명권을 가진 협회에 들어감으로서 김이 새버렸지만.

“뭐, 우리 A반이야 여기저기서 노릴 거고.”

“재혁이 넌 신검 길드에 들어가는 거 아니었어? 그쪽 스카우터하고도 이야기하는 거 봤다던데?”

수호는 슬쩍 강의실의 가장자리에 앉은 누군가를 보며 언급했다.

“아니, 난 신검 쪽은 별로. 그쪽 가면 천소연 고것한테 머리 숙이고 살아야 하잖아.”

“으음…….”

수호는 모두가 드래프트에 대한 기대로 들뜬 급우들과 달리 유일하게 관심 없다는 듯 노트를 끄적이고 있는 소녀를 보았다.

푸른 머리카락에 하늘색 눈동자. 이지적인 외모의 그녀는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조차도 자꾸만 힐끔거리게 만든다.

그녀의 이름은 천소연.

한국 10대 길드의 절대적 1위 신검(神劍)길드의 길드장 광검자 천진수의 손녀.

한국 공인 최강의 S급 헌터라는 광검자의 손녀이니만큼, 신검 길드 입사는 정해진 수순이다.

집안도 집안이지만, 천소연 역시 당대의 천재라는 B급 최상위권 헌터. 실적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A급 헌터가 돼도 이상하지 않다는 천재 검사다.

헌터 아카데미의 반 분류는 철저하게 실력으로 결정된다.

반 인원의 태반이 B급 헌터거나 이미 고유스킬을 각성한 A반은 그야말로 천재들의 집합소.

그런 A반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게 세 명.

한수호, 김재혁, 천소연.

이번 세대에서는 황금기수라고 불릴 정도. 올해의 드래프트는 철저하게 이 세 명을 누가 영입하냐의 싸움이다.

천소연은 당연히 할아버지가 길드장인 신검 길드로 입사할 것이니 제외하고 한수호와 김재혁이 주목받고 있었다.

하지만.

유망주의 한 명인 한수호 또한 이미 마음에는 입사를 결심한 곳이 있었다.

“근데 너 진짜 협회로 들어갈 거냐? 거기 월급도 짠데… 나라면 불새길드나 무진길드 같은 곳으로 갈 텐데.”

재혁은 수호가 협회에 들어가려는 이유를 알았다.

한하리. 한 살 위인 누나는 한수호와 같은 고아원 출신이다. 수호는 평소에도 하리를 동경했고, 그녀와 같은 헌터협회에 입사하길 희망했다.

재혁은 그것이 바보 같다 생각했다. 한국에서 10대 길드의 위용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공무원 월급쟁이인 협회 직원과 괜찮은 중견길드의 연봉만 비교해도 최소 두 배 이상. 10대 길드의 유망주쯤 되면 그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협회 들어가면 백날 던전 브레이크 직전의 게이트 뒷 청소나 하지. 너네 누나도 백날 고생만 한다고 말 많지 않았냐?”

하리는 헌터 커뮤니티에서도 주목받는 신인. 하지만 그녀가 장비한 것들은 커뮤니티에서도 말이 많았다.

-한하리는 A급 헌터인데, 장비가 저게 뭐냐?

-최소 유니크템은 맞춰줘야 하는 거 아님? 협회 돈 존나 애끼네.

-세금도둑들이라니까. 유망주 헌터면 기업에서 협찬도 많이 들어올 텐데.

-B급 헌터들도 큰맘 먹고 투자하면 유니크템 맞추는데, 하리는 백날 레어템임. 심지어 재는 겨우 스무 살임. 차기 S급 헌터나 마찬가지인데 투자를 안한다? 이거 직무유기거든요.

그런 이유에서 재혁은 무조건 10대 길드 입사를 마음먹었다. 자신이 하리급은 못 되어도 아직 생도임에도 B급으로 인정받은 유망주다.

유망주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10대 길드야말로 헌터들의 꿈의 직장이다.

헌터협회처럼 의무감이니 애국심이니 하는 낯뜨거운 조건을 달아서야 요즘 젊은이들에겐 인기가 없는 법이다.

“자자, 생도 여러분. 오늘은 예고했던 대로 헌터 길드에서 선발을 위해 찾아왔어요.”

“와아아아…!”

평소의 수업 대신 1교시부터 8교시까지 꽉꽉 채운 드래프트 설명회였다.

단순히 길드의 자기소개만 있는 것이 아닌 평소 동경하던 고위 헌터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니 생도들에겐 좋은 기회.

“자, 안녕하심까. 황금사자 길드의 황금철임다.”

-와, 황금철이다!

-S급 헌터가 직접 왔다고?!

첫 타자는 황금사자 길드였다.

한 달 전, 청주 게이트 공략에서 큰 피해를 입은 황금사자 길드는 10대 길드임에도 드래프트의 우선 선발권을 손에 넣었다.

본래라면 길드 산하의 스카우터를 보냈어야 하지만, 이렇게 직접 길드장이 와야 할 정도로 급한 상황인 것이다.

어지간한 생도들도 알고있는 속사정. 그럼에도 황금사자 길드의 선호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그래도 S급 헌터를 보유한 몇 안 되는 길드야.

-부길드장인 황연하도 차기 S급이고.

-지금이야말로 황금사자 입사컷이 가장 낮을 때지. C급인 나도 한번 노려볼 만 하겠는데?

그것도 애매한 상위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재혁을 비롯한 아카데미 3학년에서 B급에 도달한 천재들.

또는 희귀한 고유스킬을 가진 재능러들은 두 명 이상의 S급을 보유하고 전통적인 최상위권 길드의 선발을 기대했다.

“후아~ 이제 8교시인가. 이것도 종일 하니까 피곤하네.”

“앞으로 사흘은 더 해야 해. 길드사옥 체험하고 현장학습까지 하려면 방학 때 일정도 잡아야 할걸.”

“이미 첫날에 나올만한 길드는 다 나오지 않았나? 올해는 중견 길드도 괜찮은 곳이 많은데.”

저마다 의견을 교환하며 부푼 미래를 꿈꾸는 생도들. 쉬는 시간이기도 하고 늘어져가던 그때였다.

“생도 여러분! 주목해주십시오!”

큰 소리로 제 존재를 알리며 생도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협회 직원.

김진수 과장이었던가, 한수호 또한 하리의 직장상사라서 잘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부터 입장하실 분은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계신 ‘만신전 길드’의 길드장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폐하십니다.”

-레온 드라… 뭐?

-왜 있잖아. 그 생존자. 청주 게이트를 공략하고 나주평야를 정화했다던 사람.

-아~ 그 종교쟁이?

“야이새꺄!”

김진수 과장이 기겁하며 방금 발언한 학생을 지목했다.

“저, 저요?”

“그래, 너 임마! 다 같이 죽는 꼴 보고 싶어!!”

“?????”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당황하는 생도를 보며 김진수 과장은 미리 나와있기를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지금부터 입장하시는 그분께선 여러분도 알다시피 저희와는 다른 세상의 상식을 가지신 분입니다.”

“그분은 그 세계에서 황제 이상의 존재셨으며, 신분계급을 엄격히 따지시는 분입니다.”

“여긴 지구라고요? 현대 민주주의라고요? 그분한테는 그딴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제발 부탁인데, 불만 있으면 속으로만 생각하십시오. 정말정말 여러분들을 위해 하는 말입니다. 예.의.범.절. 제발 지켜주십시오. 사극 다들 보셨죠? 사극 말투 따라하시거나 알아서 말 꺾으십쇼.”

“사극 말투 따라하랬다고 조선시대 사대부 마냥 성은이 통촉하여주십시오, 이딴 개드립 치면 뒷감당은 학생이 알아서 지는 걸로 하겠습니다. 진짜 못 보호해줘요! 아시겠어요!!”

평소 그렇게나 공손하고 허리를 숙이던 협회 직원들이었다.

그들도 안다. 자신들이 헌터의 세계에서 약자라는 걸. 저런 태도론 이번 드래프트에서 협회는 A반 선발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협회는, 올해 선발을 포기할 정도로 이 주의사항을 반드시 전달해야 한다 확신했다.

‘그 양반 빡돌면 생도고 뭐고 없어! 다 작살난다고!’

김진수는 학생들이 어디 부러지는 꼴은 안 났으면 했다.

그 계급주의자가, 그 권위주의자가 짓궃은 학생들의 장난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리가 없다.

흔히 젋고 잘생긴 헌터가 스카웃을 하러 올 때면 항상 묻는 그 질문.

-헌터님, 여자친구 있으세요?

평범한 헌터라면 하하, 아직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유도리 있게 대답하겠지만, 레온이라면 반응이 뻔했다.

‘왕족의 개인사를 천것들이 감히?’

말로만 끝나면 또 다행이지. 손수 예의범절을 가르치겠다고 두들겨 패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도대체 협회장님은 무슨 생각으로 드래프트에 그 폭탄 같은 양반을 참가시킨 건지.’

본래라면 만신전 길드는 드래프트에 참여하기엔 너무 신생 길드다.

하지만 그 신생 길드의 행보가 워낙 어마어마했다.

불새 길드의 이용완이 의도적으로 브레이크를 유도한 호남 평야 주황색 게이트를 사실상 혼자 클리어했고, 청주의 악명 높은 적색 게이트 야크트 스피너를 쓰러뜨려 휘하로 삼았다.

줘도 안 가질 D급 헌터들을 병사랍시고 육성하더니 최소 1등급… 아니, 그 이상의 전력상승을 가져오며 야크트 스피너와 베아트리체 여왕까지 합류시켰다.

이미 레온만으로 어지간한 중소규모 길드를 압도하는 수준이지만, 문제는 중간 계층의 A급과 B급이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그걸 핑계로 드래프트 우선 선발권까지 줬어. 협회장님은 그 양반한테 완전히 건 거야.’

그 판단 자체는 솔직히 잘못됐다고 할 수 없었다. 레온이라는 이가 보여준 힘은 그야말로 국가를… 아니, 세계를 바꿀 힘이다.

단순 무력뿐 아니라 최근 무섭게 확장하고 있는 종교계에서의 입지까지.

문제는 그가 통제 가능한 인물이냐는 것이다. 김진수 과장은 결코 아니라고 봤다.

‘제발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가게 해주세요!’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학생들은 긴장 반 기대 반을 품으며 자리에 앉았다.

협회 직원이 저리 오두방정이니 조심하자는 것과, 저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오는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8교시의 시작과 동시.

강의실의 문이 열리며 레온이 들어왔다.

* * * *

잘생긴 남자다.

아니, 그 이상을 넘어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자였다.

A반 학생들은 강의실 강단 앞에 선 금발벽안의 이국적인 사내를 보며 본능적으로 느꼈다.

드래프트를 위한 방문한 몇몇 고위 헌터들조차 압도하는 무언가의 공기.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괴이에 가까운 힘.

중세 야만인이다, 종교 소리나 내뱉는 종교쟁이다, 이제 곧 20대의 청년기를 바라보는 어린 소년소녀들은 자신들의 선입견을 고칠 수밖에 없었다.

타고나기를 압도적인 존재가 있다면, 틀림없이 저 남자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정련된 강철 같아서 그 기백에 압도되어 버린다.

‘분위기 장난 아닌데…….’

‘S급 헌터 이상으로 강하다던데, 진짠가?’

‘생존자들 중에 특이한 사람들도 많다지만 저건…….’

고작해야 20대 중반, 듣기로는 300살이 넘었다던가. 숨이 턱턱 막히게 만드는 기백과 강인한 시선에 마른침만 꼴깍꼴깍 넘어간다.

생도들은 김진수 과장의 호들갑을 이해했다.

저 남자 앞에서는 무엇이든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이렇게 바라보는 것조차 무례하다 느낄 만큼의 품위가 그에게는 있었으니까.

“먼저 선언토록 하지.”

자기소개도 없이 바로?

학생들은 제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듯 이야기를 시작하는 남자에게 무엇 하나 반문하지 못했다.

저 위압적인 시선에 맞설 용사가 누가 있겠는가.

그 신검길드의 차기 당주 천소연조차 기백에 압도되어 숨을 삼키고 있는데.

스윽, 하고 레온의 손가락이 생도들을 향한다. 일반적인 훈화나 인사 따윈 결코 아니다.

“그대들 99퍼센트는 기사가 되지 못할 것이다.”

“……예?”

“오직 1%의 빛나는 재능만이 기사가 되리라.”

짐은 이곳에 병사가 아닌 기사의 싹을 구하러 왔노라.

권유나 제안 따위가 아니다.

하물며 거액의 계약금과 지원을 약속하는 공약조차 아니다.

“범부들에게 관심없다. 너희 중 한 줌의 재능 있는 자들만이 짐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재능을 선보여라.

시험해주마.

오만하고 오연한, 그리고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선언이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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