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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1

13.그래도 나아간다(1)

축제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아델라가 취업 의사를 밝히자, 진우는 그녀를 일단 오크 전통 요릿집에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아직 제약회사를 인수하는 중이었고, 통일의학에 관한 논문을 작성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델라는 아직 졸업을 하지 않아, 정식 채용은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물론, 진우는 하르뮤와 함께 그녀에게도 마도의학을 가르쳤다.

“어이, 꼬마. 12번 테이블 약초차 주문이다.”

“앗! 네!”

“흠, 고기랑 궁합이 잘 맞는군.”

배운 것을 바탕으로 아델라는 음식점에서 차를 만들었다. 벌써 통일의학의 기초를 습득할 만큼 그녀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다.

진우는 열심히 움직이는 아델라를 바라보다가, 게보크에게 시선을 옮겼다.

“소화가 잘 되는 모양이더군. 매출이 1.5배 늘어났다. 1인분만 시키던 단골도 이젠 2인분씩 먹는다.”

“단골들이 요즘 부쩍 살이 찌던데······.”

“오크화 현상. 우리는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물론, 오크의 덩치가 큰 것은 지방보다는 근육량이 많아서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소화불량이나 변비를 앓던 이들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임상실험(?)이기는 했지만, 안전은 진우가 보장할 수 있었다.

아델라가 만든 메뉴판이 당당하게 메인 메뉴판 옆에 붙어있었다. 귀여운 캐릭터가 조금 안 어울리기는 했지만, 게보크는 신기하게도 마음에 들어 했다.

‘토끼귀라······.’

토인족은 수인족 중에서도 ‘소인족’으로 분류될 만큼 작았다. 오크 사이를 쫑쫑거리며 다녔는데, 그들 사이에 있으면 솟아오른 귀밖에 보이지 않았다.

“칙칙한 오크놈들만 있는 것보다 훨씬 낫지. 이미 우리가게 마스코트다.”

게보크는 자신의 아들보다 아델라를 더 챙겼다.

전설적인 마약왕이 오크 음식점에서 차를 팔고 있었다. 회귀 전이라면 누구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도련님.”

“음?”

이기환 차장이 다가왔다.

“마도련 이능감식반이 움직였습니다. 작년에 첫 출동을 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합니다.”

“위치는?”

“일신역입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수가 회복한 이후로, 거의 사라졌던 이능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진우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참 변하지 않는 도시야.’

도시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회사원 박상식은 한숨을 내쉬며 늦은 밤이 되어서야 퇴근했다. 그래도 오늘은 막차가 끊기기 전에 퇴근할 수 있어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는 한천 그룹 휘하 한천식품의 영업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나름 대기업이었지만, 대우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냥 언제든 갈려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부품일 뿐이었다.

“하아······.”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면 새벽이었다. 게다가 내일은 또 아침 일찍 나가야 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 당연하게도 언제나 수면부족에 시달렸다.

박상식은 터덜터덜 걸으며 일신역으로 향했다.

‘내일 또 출근이네. 아··· 출근하기 싫다. 출근하기······.’

그 생각뿐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그러했다.

이대로 평생 늙어 죽을 때까지 출근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쥐꼬리만한 돈을 받자고 그렇게 욕을 처먹어야 하나?

그런 막막한 생각에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다.

매주 로또를 샀지만, 당연하게도 매번 꽝이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런데, 아무리 지나가도 고통만 기다릴 것 같았다.

“윽?!”

일신역에 들어온 순간 무언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뒷목을 누군가가 핥는 느낌이었다. 그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빨리 지하철 안으로 들어갔다.

막차 시간은 사람으로 늘 붐볐다.

일신역은 특히 더욱 그러했다. 대기업 본사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지옥철.

그렇게 불렸다.

“응? 뭐지?”

이상하게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열차가 도착한다는 신호를 보고는 빠르게 뛰었다.

이미 열차는 도착해 있었다.

마치 그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문이 한참 동안 열려 있었다.

“후우······.”

그는 안으로 들어와 겨우 숨을 몰아쉬었다.

치잉 달칵!

전철 문이 빠르게 닫혔다.

박상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전철 내부가 굉장히 낡아 보였기 때문이다. 닫힌 문도 몇 번 삐그덕거리다가 겨우 완전히 닫힐 뿐이었다.

살짝 깨진 창문에 기분 나쁘게도 죽은 거미가 붙어 있었다.

‘옛날 전철이 아직 운행을 하고 있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전등이 파르르 떨리듯 깜박이고 있을 뿐이었다. 전철이 천천히 움직이자, 그는 자리에 앉았다.

핸드폰을 꺼냈는데, 기이하게도 데이터가 잡히지 않았다.

박상식은 불길함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철 앞칸으로 계속 가 보았다. 사람을 찾아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앞칸으로 계속 가보아도 사람은 없었다.

“어?”

그는 문 쪽을 본 순간 소름이 끼쳤다.

깨진 창문과 죽은 거미.

그가 탔던 전철 칸이었다. 분명 자신은 몇 번이고 앞칸으로 이동했었다.

등이 축축해졌다.

박상식은 허겁지겁 핸드폰으로 구조대에 전화를 해봤지만 걸리지 않았다.

“차, 착각했을 거야. 내, 내가 착각······.”

착각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지갑을 꺼내 자신의 명함을 떨궜다. 미친 듯이 앞칸으로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그는 다시 밑을 바라보았다.

“아······.”

그의 명함이 발밑에 있었다.

“으, 으아악!”

박상식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위쪽에서 치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 우리 열차는 ‘행복행’ 열차입니다.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없, 없, 습니다. 없습··· 니다. 없어.]

그런 방송이 나왔다.

기계음이 섞인 어눌한 목소리였다.

전철이 천천히 멈추더니 양쪽 문이 모두 열렸다. 박상식은 겁에 질린 채로 문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아, 아, 아아악!”

그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비명은 곧 어둠 속에 묻혔다.

* * *

이능현상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자연재해들이 대부분 과학적으로 규명되었다면, 이능현상은 과학적으로도, 마법적으로도 증명된 적이 없었다.

가히 초자연재해라고 불릴 만했다.

이능인 것은 아티팩트와 같았지만, 이능현상은 그 크기와 종류가 너무나도 다양했다.

작은 건물부터 도시 크기를 넘어설 때도 있었다.

형태 또한 동물, 건물, 사람, 몬스터 등 너무나도 다양했다.

이번 일신역 이능현상은 어떻게 보면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이능현상이었다.

진우는 일신역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단독으로 나왔다.

일신역은 서울 대기업의 중심이라 할 만큼 빌딩숲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마천루.

빽빽하게 들어선 초고층 건물들 사이에 있으니 마치 감옥에라도 온 것 같았다. 그중 가장 압권은 역시 일신 그룹 본사였다. 일신 그룹 본사는 일신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기도 했다.

‘더럽게 높구만.’

밑에서 올려보고 있으면 도저히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임에도 불구하고 일신 그룹 본사는 멸망한 세계에서도 그 모습이 남아있을 만큼 튼튼했다.

이민철이 그토록 바라던 왕좌가 저 꼭대기에 있었다. 그러나 진우에게는 그저 성가신 탑으로만 보였다.

일신역 근처에 이르자, 접근을 막는 폴리스라인을 볼 수 있었다.

경찰들이 주변을 통제했고 안쪽에는 마도련의 인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 있군.’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이화연이 보였다.

그녀는 사무실보다는 현장을 더 좋아했다. 서류 결제 보다는 차라리 몬스터 사냥을 택할 정도였다.

“최근 실종자의 모습이 찍혔나?”

“네, 1번 출구 안쪽으로 들어간 이후 행적이 끊겼습니다. CCTV에서 확인해보니 안으로 들어간 건 분명한데, 안쪽에서는 전혀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능현상이 확실하군.”

이화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폴리스라인을 넘어갔다.

“어, 어! 잠깐만요! 거기 들어가시면 안 돼요!”

경찰이 진우를 불렀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화연이 다가오는 진우의 모습을 보고 인상을 팍 구겼다.

이진우.

대처하기 참 애매한 존재였다.

일반 시민으로 대하기에는 뒷배경이 엄청났고, 그렇다고 특별대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진우······.”

이화연이 진우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이진우라는 이름이 들리자, 진우를 제지하기 위해 다가오던 경찰들은 기겁했다. 마도련의 인물도 놀라며 주춤거리는데, 경찰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진우를 잡으려 했던 경찰은 겁에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여러 가지 끔찍한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이화연이 물러가라는 손짓을 하자

“가, 감사합니다!”

“열심히 근무하겠습니다!”

경찰들은 겨우 안심하며 자기 자리로 복귀했다.

그 모습에 진우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여긴 무슨 일이지?”

이화연의 물음에 진우는 일신 그룹의 빌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하철 기업 라인은 일신 그룹 소유잖아요. 저도 이 자리에 있을 만하죠?”

“사전 협조 요청은 이미 끝냈고, 네가 온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이화연의 행동은 굉장히 빨랐다.

진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신역을 잠시 바라보았다. 다른 이들은 느낄 수 없었지만, 진우는 이능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그리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화연과 마도련에게는 경험이 부족했다.

이능감식팀이 이능격리부로 승격하여 제대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년 후의 일이었다.

세계수가 시들고, 서울에 많은 이능현상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대응팀이 꾸려진 것이다.

“제가 이능현상 전문가거든요. 도와드릴까요?”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필요 없다.”

“제대로 파악하고 계신 거 맞나요?”

“너··· 후우······.”

이화연은 눈을 찡그리며 진우를 바라보았다.

화를 내거나, 무력을 동원한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놈이었다.

일신 그룹, 7급 마법사, 멀티캐스팅.

확실히 이진우는 평범하지 않았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저 망할 이진우가 계속 여기에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이곳은 일신역이었고, 이진우는 일신 그룹이었으니 설명을 조금 해줘도 큰 문제는 없었다.

이화연은 허리를 펴고 진우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하르뮤보다 키가 조금 컸는데, 진우와 비슷했다.

“이미 대부분 파악을 했고, 진입만 남겨놓고 있다. 그러니 일반인은 물러가도록. 더 방해한다면 체포하겠다. 일신 그룹 빌딩 앞에서 체포를 당할 텐가?”

“대단하군요.”

진우는 조금 감탄했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일신역의 이능현상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아낸 것 같았다.

진우의 솔직한 칭찬에 이화연의 눈썹이 다시 꿈틀거렸다.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어서였다.

“대장님, 이능대응팀 1팀, 2팀 진입 준비되었습니다.”

이화연의 뒤로 중무장한 마도련의 인물들이 보였다.

특수처리된 개인화기뿐만 아니라, 마법사를 위한 연산보조장치까지 달고 있었다. 얼굴과 온몸을 가리는 방어복 덕분인지 특수부대 같은 느낌이 강하게 났다.

집행부에서도 엘리트로 구성된 특수작전팀이었다. 수많은 전장을 겪어온 스페셜리스트였다.

저들의 무력과 작전수행 능력은 대단할 것이다.

길드 따위는 압살해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것은 대상이 몬스터나 사람일 경우였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발자국 물러났다.

“도움을 구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진우가 명함을 내밀자, 이화연은 명함을 받지 않고 등을 돌렸다. 진우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등을 바라보았다. 진우의 손에 있던 명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화연의 명령이 떨어지자, 이능대응팀이 일신역 안으로 진입했다.

이화연은 문득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았다.

이진우의 명함이 나오자, 눈썹이 구겨졌다.

* * *

진우는 일신역 근처에 있는 최고급 호텔에서 머물렀다.

일신 그룹 소유의 호텔이라 최상위층의 펜트하우스를 통째로 다 빌렸다. 거대한 풀장도 있었고, 각 나라의 고급 코스 요리가 항시 대기 중이었다.

진우는 수영장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욕조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즐겼다. 좋은 온천수를 통째로 옮겨와 펜트하우스 전용으로 공급한다고 한다.

거대한 창문 아래에는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가끔 이런 것도 좋군.’

이렇게 홀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날이 저물고, 새벽이 되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이화연이었다.

통화가 걸려온 건 아니었고, 문자였다.

[이진우, 지금 어디지?]

진우는 호텔의 주소를 찍어주었다.

잠시 뒤, 벨이 울렸다. 이화연이 도착했다는 신호였다. 진우가 올려보내라고 하자, 그녀가 그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그녀의 표정은 어두웠다.

진우는 표정만 봐도 그녀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작전팀에 문제가 생겼고, 대응 방법 때문에 그녀의 상사인 아딘과 대차게 싸운 거겠지.

안으로 들어온 이화연은 실내를 살펴보았다.

지나치게 넓었다. 20명 이상이 머문다고 해도 남을 정도로 보였다.

“오셨네요.”

진우는 고급 소파에 앉아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진우의 주변에는 달콤한 디저트가 가득했다.

이화연은 그런 진우의 모습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넓은 곳을 빌린 건 허세인가?”

“아뇨. 맨 위층 전체를 빌렸죠. 허세가 아니라 그냥 돈지랄입니다.”

“하······.”

“일주일 정도 빌렸는데, 원하시면 머무셔도 됩니다.”

그녀는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설레 내저었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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