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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1

#51

할리 (2)

‘그래, 생각해 보면 이상했지.’

주신교단은 명색이 대륙 최대의 세력 중 하나.

그런 곳에서 수백 년간 파편 하나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물론 불사왕도 바보가 아닌 이상, 교단의 손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까다로운 조건을 설정하고 퍼뜨렸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교단도 두 개나 놓친 것이고.

하지만 그 주신교단이 아닌가.

그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물론 광휘수호에서 안쪽까지 경비하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막는 것은 길목일 뿐이죠. 그것을 직접 관리하는 건 좀 더 높으신 분들이 하실 테니까요.”

“···그렇군요. 그럼 굳이 그 사실을 알려주실 필요가···?”

“침묵의 축복이 있으니까요. 또 우리가 뭘 지키고 있는지는 알아야 좀 더 능동적인 방어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랜드가드 경도 아시죠? 불사왕의 후예가 등장한 이상, 마지막 파편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다마다.

그 불사왕의 후예인 한스가 마지막 파편을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지 얼마나 고민 중인데.

‘그런데 고민 할 필요가 없어졌네.’

대신 다른 고민이 생겼지만.

요 몇 달간 성지부터 시작되어 대신전에 이르기까지의 경비가 얼마나 철저한지는 하인리히가 직접 겪어봐서 잘 알고 있으니까.

거기서 또 로셀리아 대신전의 최심부에서 철통같은 보안 속에 있는 파편을 회수한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애초에 광휘수호에 들어왔다는 건 믿을 수 있는 인사라는 뜻이니까요. 윗분들이 상당히 좋게 보시나 보군요?”

“하하하···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기는 하지요.”

“하긴 성장세를 보면 지원해주지 않을 수가 없긴 하죠. 흠, 그럼 이제 근무지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따라오세요.”

그렇게 말을 마친 라이린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문으로 향했다.

하인리히도 서둘러 그녀를 따라 방 밖으로 나섰다.

“번거롭죠? 지정된 장소에서만 말할 수 있게 되어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그들이 있던 방은 앞서 거친 복잡한 ‘절차’에 포함되는 과정이었다.

아마 저곳도 평범한 방은 아닐 테지.

“시험 삼아 한번 말해 보시겠습니까? 당연히 글로 남기는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네요. 그······, ······!”

그녀의 말대로 혹시나 해 말을 꺼내 봤지만,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누설할 수도 없지만, 이제부턴 평소에도 언행을 조심하도록 하세요. 부자연스럽게 말문이 막히는 것 자체가 수상하게 보이니까요. 그냥 본인만 아는 비밀이라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절대 남한테 알려서는 안 되는 비밀!”

“···네! 알겠습니다. 저만 알고 있을게요.”

하인리히는 굳은 얼굴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에 품은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맹세하듯.

그래, 어차피 다른 누구한테 누설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 사실은 ‘나’만 알고 있으면 되니까.

절대 타인에게 알릴 생각 없다.

***

[로셀리아 대신전의 심처라··· 그냥 찾으려고 했으면 평생이 지나도 못 찾았겠군.]

마물의 숲 깊은 곳에 위치한 비밀 연구 시설.

음산함이 가득한 그곳에서 한 아크리치가 침음을 흘렸다.

그가 바로 교단이 사활을 걸고 추적에 나선 대상이자, 마지막 파편에 대한 정보가 절대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상대.

불사왕의 후예, 한스였다.

할리의 강화 연구를 끝내고 마침내 자유 연구에 들어갔던 그가 뜻밖의 정보를 접하고서 고민에 빠진 것이다.

[골치 아프군. 이거 당장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지금의 한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교단의 심장부에 바로 쳐들어가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내부에 어떤 방비가 더 되어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사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말이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해결될 일이니. 기다리다 보면 조만간 기회가 올 터. 큭큭큭···.]

그는 혼자가 아니었으니.

이제 마지막 파편의 위치를 파악한 이상, 지금은 그저 확실한 때를 기다리며 기반을 쌓아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가 지금 하는 연구도 여러모로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이 또한 그때를 대비한 준비의 일환. 일단 성녀의 추적을 확실하게 따돌릴 수단을 찾아야겠지. 결계 안에만 있느라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가 없어 답답할 노릇이니.]

이미 대략적인 가닥은 잡힌 상태였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문제였지만, 어차피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많았으니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으리라.

당장 우선 목표였던 할리의 강화는 한창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으니 말이다.

***

한스의 비밀 연구 시설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에 있는 숲속.

파사삭—

울창한 나무 위에서 검은 표범이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목표는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어리석은 인간.

그는 아직도 표범의 습격을 눈치채지 못한 듯 불의의 습격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듯 보였으나···.

“카핫! 어림도 없지!”

표범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 순간.

그 인간, 할리는 어느새 돌아서서 표범과 마주 보고 있었다.

끝이 뾰족하게 세워진 두 귀를 쫑긋거리는 채로.

기습이 실패했다는 것을 느낀 검은 표범이 재빨리 앞발을 뻗었지만, 그는 이빨을 보이며 포악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미 전투 준비는 끝난 상태였으니까.

뿌드득—

한순간에 그의 오른쪽 팔이 비대하게 부풀어 오르며, 손가락 끝에서 다섯 개의 칼날 같은 손톱이 튀어나왔다.

“후읍!”

“크허엉—!”

교차하는 인간과 짐승의 기합성.

표범의 앞발이 할리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졌으나, 그는 고개를 숙여 피하며 단단하게 근육이 압축된 왼팔로 그 궤도를 흘렸다.

여러모로 잘 써먹고 있는 하인리히의 「성전사 전투술」에 포함된 체술이었다.

그리고 비대하게 부풀어 오른 한쪽 손으로, 빈틈이 드러난 표범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콰득! 푸욱—!

“케헥!”

커다란 손아귀에 달린 칼날 같은 다섯 개의 손톱은 단순히 표범의 목덜미를 꿰뚫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카가각—

쥐어짜듯 살점을 파헤치고 목뼈를 긁어내는 손톱.

털썩!

단 한 번의 공방으로 승패가 결정되었다.

목덜미의 살점이 모조리 뜯겨나간 채 쓰러진 검은 표범과 달리, 할리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키햐~! 짜릿하구만?”

한때 목숨을 걸고 싸웠던 상대가 이제는 손아귀 한 번에 찌부러지다니.

할리가 이렇게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던 것에는 하인즈 2세의 영향이 컸다.

그가 남기고 간 피가 할리의 든든한 영양제가 되어주었으니까.

물론 하인즈가 가진 힘의 근원인 혈마력이나 다양한 능력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혼혈진화」로 강화된 하인즈의 육체는 절대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부풀어 올랐던 오른팔의 근육이 압축되며 부피가 줄어 날렵해졌다.

그리고 그 팔은 곧장 검은 표범의 심장 부분을 파고들었다.

푸욱— 촤악!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손에 딸려 나온 검은 표범의 마석.

그것에 묻은 피를 대충 털어낸 그는, 어느새 상어처럼 빼곡하게 돋아난 이빨로 어린아이 주먹만 한 결정을 씹어 먹었다.

콰직! 까드득— 까득!

‘이제 검은 표범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은데?’

「돌연변이」는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를 획득해 진화해 나가는 특성.

같은 종을 반복해서 먹어 치우다 보면 아무래도 효율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석을 뽑아 먹는 이유는 단순했다.

「돌연변이」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데에는 이것이 가장 효율적이었으니까.

‘드래곤 하트라도 구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마석의 끝판왕인 드래곤 하트.

당연하지만 매물은 물론 그 소재조차 파악된 곳이 없었다.

어디선가는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정보를 그가 알 수 있을 턱이 없으니.

《개체가 반복된 행위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괴식」을 획득합니다.》

그렇게 검은 표범의 마석을 다 먹어갈 무렵, 익숙한 알림창이 눈 앞에 떠올랐다.

“오? 나한테 딱 어울리는 스킬이잖아?”

「괴식」은 무엇이든 좀 더 쉽고 빠르게, 그리고 많이 먹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쓸 만한 스킬이었다.

부수적으로는 소화가 빨라지게 해서 에너지 보급을 돕는 유용한 점도 있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

그보다 최근 굉장히 신경 쓰이는 일이 하나 생겼는데···.

“와하하핫—!”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호탕한 웃음.

딱히 웃기지도 않건만, 왠지 모르게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돌연변이」를 얻고 나서 할리의 성격이 좀 이상해진 것 같은데···.’

호탕하다고 해야 할지, 터프하다고 해야 할지···.

“풉··· 파하하핫!”

‘그냥 툭 까놓고 말해 싸이코 같군.’

평소에는 나름 괜찮은 편인데, 전투하거나 피를 본 직후가 되면 어김없이 이렇게 변해버렸다.

거듭된 인체실험과 그로 인해 얻게 된 스킬들이 아바타의 개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리라.

그렇다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자업자득이라, 남 탓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흠흠··· 계속 이러고 있다 보니, 이건 이것대로 나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시원하게 웃으니까 마음이 상쾌해졌다.

···역시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개체 정보>

-개체명 : 할리

-공통 특성 : 「마인드 허브」, 「페르소나」, 「명경지수」

-개체 특성 : 「돌연변이」, 「육체변이」, 「재생」, 「괴식」

-특이 사항 : 갖은 실험을 통해 육체가 돌연변이에 적응했다. 새로운 유전자를 획득할 때마다 최적의 조합으로 진화하며, 그 정보를 바탕으로 육체를 변이시킨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그에 맞는 형태로 변해 주변에 적응한다.

「육체변이」는 보유한 유전자의 다양한 조합으로 신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이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사용할 때마다 열량이 급격하게 소모된다는 점일까.

하지만 덕분에 이런 짓도 벌일 수 있었다.

뿌드득, 뚜둑—!

전신의 근육이 팽창하며 뼈대가 굵어진다.

어깨가 넓어지고 시야가 한층 높아졌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난 후.

할리는 어느새 2미터가 넘는 근육질 거구가 되어 있었다.

“역시 싸움에는 체격이 큰 게 유리하니까. 적어도 이 정도 덩치는 되어 줘야겠지!”

답답하게 끼는 상의를 찢듯이 벗으며 다시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여러모로 조절하며 시험해 봤지만, 역시 할리의 능력을 온전히 쓰려면 체격을 키울수록 유리하군.’

마수를 포함한 몬스터들은 신체에 깃든 마나를 그 강인한 생명력으로 변질시켜,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파괴력을 발휘한다.

인간의 육체로는 사용할 수 없는 힘.

그리고 할리는 겉은 여전히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속을 이루는 뼈와 근육 등은 이미 마수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직 살육을 위해 특화된 놈들의 신체는 인간보다 월등한 성능을 자랑했으니까.

꼬르륵—

그 반대급부로 에너지의 소모 효율이 극악이긴 했지만, 이제는 「괴식」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아, 그런데 「육체변이」 후유증까지 동시에 겹치니 허기가 엄청난데.’

주르륵—

어느새 할리의 입에서 침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시선은 이미 바닥에 쓰러진 검은 표범에게 고정된 채였다.

‘···「괴식」도 있으니 괜찮겠지?’

무엇이든 탈나지 않고 소화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때마침 여기에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먹을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나.

부북—!

할리는 검은 표범의 앞다리 한쪽을 뜯어, 대충 가죽을 벗기고 입가로 가져가 허겁지겁 먹어 치웠었다.

날카롭게 변한 이빨에 뜯겨나가는 마물의 생고기.

뚝뚝 떨어지는 핏물.

할리의 입가와 가슴팍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아니, 역시 아무리 봐도 미친 것 같아.’

어지간하면 각 아바타의 개성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할리만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지속해서 언행에 신경 쓰다 보면 여러모로 더 피곤해지겠지만, 지금의 성향으로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야만인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응? 야만인?’

다양한 인종과 종족이 뒤섞여 살아가는 아우테리카 차원.

당연히 이곳에도 야만인들은 존재했다.

그것도 제법 큰 세력을 이룬 채로.

대륙 남부에 위치한 척박한 야만의 땅, 그곳에는 야만족들의 부족연맹 국가까지 세워져 있었다.

‘야만인··· 야만 전사··· 괜찮을 것 같은데?’

커다란 체구와 곳곳에 자리한 문신.

터프한 웃음을 터트리며 커다란 도끼로 적의 골통을 깨부수고, 사냥감의 피로 목을 축인다.

“오! 좋은데?!”

입을 오물거리던 할리가 다시 흥분해서 포효했다.

그래서 얌전히 고기나 먹도록 제어에 신경을 쓰며, 나는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사실 요즘엔 야만족들에게도 문화가 전파돼서 이 정도는 아니라고 들었는데···. 뭐, 어디에나 또라이는 있는 법이니까.’

거친 야생의 야만 전사 할리.

왠지 느낌이 좋았다.

학창 시절 이후 식었던 게이머의 혼이 다시 들끓었다.

‘일단 마수 머리 가죽으로 투구를 만들고, 뼈 목걸이를 비롯한 장신구와 커다란 도끼를 구해야겠어.’

편견과 사심이 가득 담긴 코디였다.

교양적인 요즘 세대 남부인들은 치를 떨만한 스테레오 타입의 패션.

그들이 본다면 괜히 남부 야만인들 전체에 대한 선입견을 심는다고 난리를 치리라.

물론 나는 그들의 마음까지 헤아려줄 생각이 없었다.

‘하인리히가 도끼술도 배워서 다행이군. 남들 앞에서는 도끼를 사용하고 혼자 있을 때 「육체변이」를 사용하면 되겠지.’

나만 즐거우면 된 것 아니겠는가.

“하핫! 신나는군! 그럼 계속해서 움직여 볼까?!”

다 먹은 앞다리 뼈를 내동댕이친 할리의 다리 근육이 팽창하고, 그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숲을 가로질렀다.

두 눈은 맹수의 그것처럼 날카롭게 변해 있었고, 코와 귀는 쉴 새 없이 움찔거리며 주변의 정보를 탐색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일단 이곳에 존재하는 마물들의 유전자를 최대한 획득해 두는 것이 먼저였으니.

그렇게 약 한 달.

언데드들의 도움까지 받은 할리가 근방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마물들을 사냥해 유전자 정보를 획득하고, 다른 곳으로 향하기 위한 준비가 갖춰진 시간이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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